10여년 전까지 일본은 '흡연 천국' 소리를 들었다.
청소년들이 드나드는 맥도널드에서도 으례 담배를 피웠다.
행인이 쥐고 가던 담뱃불에 어린이가 화상을 입는 사고도 있었다.
길거리엔 담배꽁초가 수북했다.
그랬던 일본이 확 달라졌다.
담배를 피워 물고 걷는 사람을 보기 어렵고 길바닥 꽁초도 거의 사라졌다.
일본은 뭐든 단계적으로 한다.
禁煙으로 가기 앞서 '分煙'정책을 폈다.
흡연자를 비흡연자로부터 갈라 놓았다.
일본 음식점이나 카페는 흠연 손님을 받고 싶으면 흡연 공간을 스스로 만들면 된다.
문제는 거리 흡연자를 따로 떼어놓는 비용을 누가 지불할 것인가였다.
일본의 담배회사가 번화가의 '흡연 부스' 설치비를 내게 했다.
한적한 곳에 두는 '공용 재떨이'는 담배 파는 편의점에서 설치 하도록 했다.
담배로 돈 버는 자가 돈을 낸다는 원칙이다.
일본이 금연 정책으로 바로 갔다면 역시 뒷골목마다 꽁초가 넘쳐났을 것이다.
요즘 서울을 비롯한 도심 뒷골목은 '꽁초밭'이 된 지 오래다.
다짜고짜 금연 정책을 펴면서 길가에 재떨이가 사라지고 금연 거리가 늘면서
흡연가들이 뒷골목으로 쫓겨난 탓이다.
나뒹구는 꽁초와 매케한 연기로 골목은 '통행 기피로'가 돼 바렸다.
배수구와 지하철 환풍구도 슬쩍 버린 꽁초로 가득하다.
행여 누가 볼세라 눈치 살피며 꽁초를 버리는 사람은 그나마 괜찮다.
꼴불견은 꽁초 버리면서 가래침까지 밷거나 차 타고 달리면서 창밖으로 꽁초를 휙휙 던지는 흡연자들이다.
이런 사람을 보면 우리 수준이 고작 이것밖에 안 되는 것인지 화가 치민다.
재작년 서울시가 단속한 꽁초 투기는 8만1260건에 이르렀다.
과태료를 5만원씩 물려 벌어들인 수입만 29억원에 달한다.
길바닥 꽁초는 기본적으로 흡연자 良識에 달린 문제지만 인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공공질서를 엄하게 다스리는 싱가포르는 꽁초를 비롯한 쓰레기를 버리다 적발된 '초범'에게도 벌금 170만원을 매긴다.
그러면서도 거리 것것에 쓰레기통을 둬 흡연자의 숨통을 터준다.
꽁초로 몸살을 앓던 울산 중구청은 작년 말 도심 가로등에 '담배신사' 50개를 붙여 놓았다.
꽁초를 버리는 자그마한 재털이다.
우리도 일본처럼 흡연 부스와 재털이부터 늘릴일이다.
비용은 담배회사가 내게 하든지, 아니면 담배값을 올려 세금 많이 거둔 정부가 내면 된다.
휴대용 재떨이를 흡연자에게 나눠주는 것도 생각해 볼 만하다.
그래도 함부로 꽁초를 버리는 버릇을 못 고치면
그때 벌금을 세게 물려도 뭐라 할 사람이 없을 것이다. 최원규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