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1936년 8월 9일 열린 베를린 올림픽 본선 마라톤 경기에서
손기정 선수와 남승룡 선수는 금메달과 동메달을 땄습니다.
일제는 당시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에
이 두 선수의 출전을 막으려고 온갖 술수를 썼지만,
기록에서 현저히 뒤지는 일본 선수를 뽑을 수 없어
마지못해 조선인 선수를 뽑은 것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때 일제와 일본어 발행 신문들은
일본인으로서 ’손 기테이‘를 일제히 칭송하고 나섰습니다.
하지만, 동아일보와 조선중앙일보는
“가슴에 나라 잃은 한을 품고 혼을 불살라 이룬
조선인 손기정의 우승마저 일본에 빼앗겨서는 안 된다.”라며
민족지 언론의 자존심을 지키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여운형 사장의 조선중앙일보는 1936년 8월 13일 자 신문에
일장기를 지운 사진을 실은 뒤 자진 휴간을 선언했고,
이후 총독부가 속간을 허락하지 않아
결국 조선중앙일보는 복간하지 못한 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습니다.
▲ 1936년 8월 25일 자 동아일보에 일장기를 지운 손기정 선수의 사진이 실렸다.(국가보훈부 제공)
역시 동아일보는 8월 25일 자에 일장기를 지운 사진을 올렸습니다.
당시 동아일보 이길용 체육부장과 미술 담당 이상범 기자 등은
총독부에 의해 종로경찰서에 끌려가 모진 고문과 구타로 곤욕을 치렀고
풀려난 뒤 일제의 압력을 받아 강제로 기자직에서 면직됐지요.
동아일보 사장 송진우는 일장기 말소사건 뒤 민족지의 목소리를 지키기 위해
1937년 6월까지 10달 동안 총독부로부터 정간 협박에 맞섰지만,
총독부는 송진우 선생을 비롯한 임직원을 강제 면직시켰습니다.
‘일제 강점기 우리의 국적은 일본이었다.‘라는 뉴라이트 사람들의 주장대로라면
이때의 동아일보와 조선중앙일보의 ’일장기말살사건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 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