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2월 24일(토) ... 한라산(1950m)
등산코스 : 성판악주차장 -> 속밭대피소 -> 사라오름 -> 진달래밭대피소 -> 백록담정상(1950m) -> back -> 진달래밭 대피소 -> 성판악주차장(19.2km, 6.4h)
< 위로가 되어주는 겨울 산행, 한라산 >
마음이 차분히 가라 앉는다.
새해들어 분주히 움직이던 몸과 마음이 계속되는 강추위에 다소 움츠러든다.
이 겨울을 잘 보내야 또 다시 찬란한 봄을 맞이할텐데.
이런 겨울 날에는 따뜻한 위로의 시간을 만들어 어디 멀리 떠났으면 좋겠다.
그래서 그 목적지를 제주 한라산으로 정했다.
겨울철 제주 한라산은
다른 때 보다 더 여유롭고 평화로운 풍경이다.
흰 눈이 많이 쌓여서인가 보다.
마음을 보듬어 줄 아늑한 풍경이 있는 곳,
마음에 쉼표 하나 찍을 한라산으로 산행을 떠난다.
차창에 보이는 약간 익숙한 제주의 풍경, 그리고 한라산, 올망졸망한 섬들이 점점이 박힌 쪽빛 바다와
흑진주 빛깔의 현무암 돌담,
차창을 통해 들어오는 바람의 촉감을 느끼니
답답했던 가슴이 확 뚫리는 것 같다.
설날 며칠 전 제주에 계속 폭설이 내려 일주일 동안 한라산 산행을 전면통제 하였다는 소식을 듣고, 설날 연휴가 지난 이번주에 다시 산행 계획을 세운 나는 제주 날씨가 맑아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계속된 제주도의 폭설 때문에 한 동안 한라산을 통제 했었다는 소식에 불안 했지만, 출발하기 이틀 전 성판악 관리소에 전화를 걸어 확인하니 한라산 등반이 가능하다는 기쁜 소식이다.
새벽 일찍 집을 나서 김포발 첫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비행기는 제주공항에 8시 30분에 도착하였다. 김포에서 출발이 40분 지연되어 예정 도착 시간보다 많이 늦었다.
서둘러 공항을 나와 택시를 타고, 곧 바로 한라산 산행 들머리인 성판악 휴게소로 갔다.
성판악을 향해 가는 내내 도로에 쌓인 눈구경을 했다.
얼마 전 내린 풍성한 눈 때문에 제주의 도로 주변 멋진 풍경을 보면서 잔뜩 기대를 가지고 한라산 입구인 성판악에 도착했다. 도착 시간이 9시 20분이었다.
한라산 정상 입산을 통제하는 마감 시간인 12시전에 진달래밭대피소 통과를 위해 등산로 주변의 설경은 대충 보면서 부지런히 정상을 향해 걸었다.
진달래 대피소에 도착하니 통제 시간 ... 30분전 11시 30분 이었다. 2시간 10분 걸려서 진달래 대피소에 도착했다. 시간에 늦을까봐 너무 서둘렀는지 다리가 후들거린다. 잠시 쉬면서 한숨을 돌리고 간식을 먹는다.
12시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한라산 정상 등정의 희망을 품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서둘러야 했다. 정상에 도착해서도 1시 30분 전에 하산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부터 정상까지는 2.3km거리이다.
진달래 대피소 까지 오느라 힘빠진 산객들 피곤한 모습...
시간을 맞추느라 나도 몸과 마음이 지치고 힘도 들었다. 산행을 서두루다 보니 미세하게 허벅지에 근육 경련 현상까지 일어났다.
통제가 해제된 첫 주말이다보니 한꺼번에 너무 많은 등산객들이 찻아와 정상까지 계속해서 줄을 서서 천천히 올라가야했다.
산행 시작점인 성판악에서 정상까지 오르는 등산로에는 많은 눈이 쌓여 있었다. 대략 60~80cm 정도는 눈이 쌓인 것 같았다.
진달래대피소 까지는 봄 날씨처럼 화창 했는데, 정상이 가까워 질수록 날씨가 추워지고 바람이 몹시 불면서, 파란 하늘에도 먹구름이 약간 생기면서 흐릿해졌다.
제주도는 설경을 보기가 힘들다. 특히 한라산에서는 제대로된 설경은 더더욱 보기 힘들다.
눈이 많이 내린다 싶으면 통제되어 갈 수가 없고, 통제가 풀린다 싶으면 며칠내로 눈이 금방 녹아 내린다.
그러나 올 겨울에는 제주에 워낙 눈이 많이 내렸고, 다행히도 오늘은 날씨 마저 봄날 처럼 따뜻해서 산행하기 최적의 날씨를 보였다.
파란 하늘과 하얗게 눈이 쌓인 백록담, 약간의 바람이 불지만 마음은 날아갈 것 처럼 상쾌하다. 조망이 좋은 편은 아니나 눈 앞의 백록담을 바라보며 무한 감동에 젖는다.
산행 후 제주에서 가성비 좋기로 유명한 '쌍동이 횟집'을 찾았다. 5시에 도착했는데 이른 시간이어서인지 기다리지 않고 바로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제주의 풍성한 해산물 인심 덕에 행복한 낭만의 제주, 그 매력 속으로 푹 빠져들 수 있었다.
< 한라산을 가다 >
모처럼
제주도를 찾았다
그토록 다시 와보고 싶었던
한라산 ...
드디어
하늘 맑은 날
다시
성판악의
그 능선에 올라섰다
하늘도
바람도
한라산 하얀 능선도
그 모든게
완벽한 겨울의 어느 날
오롯히
너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나의 시간
먼 길이라
언제
또 오게 될 지는 모르지만
다시 올
그 날을 위해
아쉬움 남겨두고 내려 간다
첫댓글 산행기 읽으면서 시간에 쪼기는 글을보니 제마음도 쿵쾅거리며 같이 거친숨을 내뿜었답니다.
아름다운 설경속의 사진, 벅찬 감동으로 한라산 등정산행기 잘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