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 “한국산 양극재, IRA 시행 이후 대미 수출 증가”
중국 기업과의 협력, 어디까지 용인되는지는 ‘변수’
올해 상반기 우리나라의 대미국 양극재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3배 가까이 증가하면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수혜라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대중국 공급망 의존도 축소는 우리 업계의 과제로 지적됐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9월 6일 ‘미국 IRA 시행 지침이 우리나라 배터리 공급망에 미칠 영향’ 보고서를 발간하고 이처럼 분석했다. IRA는 미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을 통해 전기차, 이차전지 등 첨단 산업에서 우위를 선점하고자 하고 있어 우리 산업에도 큰 영향을 줄 전망이다.
IRA의 ‘친환경차 세액 공제(Clean Vehicle Tax Credit)’에 따르면 전기차 구매자는 구매 대상 자동차가 특정 요건을 충족한다면 총 7500달러의 세액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북미에서 최종 조립되고, 배터리 부품의 50% 이상이 북미에서 생산되며, 배터리 핵심광물의 40% 이상이 미국과 미국의 무역협정 체결국에서 채굴 또는 가공되거나 북미에서 재활용된 것이어야 한다. 또 해외우려기관(Foreign Entity of Concern, FEOC)을 출처로 하는 핵심광물 및 배터리 부품 사용이 금지되는데, 이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요건으로 풀이된다.
재무부가 올 3월 발표한 시행 지침에서는 양극재를 배터리 부품 제조에 직접 사용되는 물질인 ‘구성 재료’로 분류해 양극재 생산을 핵심광물 가공 과정으로 인정했다. 이에 양극재 생산 과정에서 창출한 부가가치를 핵심광물 비율 비중 계산에 산입할 수 있게 돼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우리나라에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다만, 해외우려기관(FEOC)에 대한 명확한 세부 지침이 제시되지 않은 점은 리스크로 봤다. 제3국에 진출한 중국 기업, 제3국 기업과 중국 기업이 설립한 합작회사(JVC)가 해외우려기관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불확실성도 상존한다.
지난 상반기 우리나라의 대미국 양극재 수출은 12억4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91.4% 증가했는데 이는 IRA 시행 이후 국내 배터리 기업의 미국 내 공장 증설과 이에 따라 원료가 되는 국내 가공 양극재의 수출이 탄력을 받았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다만 양극재 수출이 늘어날수록 원료가 되는 전구체와 리튬 수입도 증가하는 무역 구조가 자리 잡으면서, 전구체와 리튬 수입의 대부분을 의존하고 있는 중국에 대한 무역수지도 악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 상반기 기준 우리나라의 양극재 수출액은 74억9000만 달러로, 무역수지 58억1000만 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전구체와 리튬에서는 각각 21억7000만 달러, 50억9000만 달러의 무역적자가 발생했다.
특히 올 상반기 전구체와 리튬의 대중국 무역수지 적자는 각각 21억1000만 달러와 30억 달러에 달했으며, 이차전지 생산에 필수 원료인 수산화리튬의 수입 급증이 최근 대중국 무역수지 악화의 주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올 10월부터 전남 광양에서 호주산 경암형 리튬(스포듀민)을 수산화리튬으로 정제할 수 있는 설비가 가동됨에 따라, 수산화리튬에 대한 대중국 의존도를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호주는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로, 호주에서 채굴된 리튬은 IRA 수혜조건에 부합하는 핵심광물로 판정받기에 유리할 전망이다.
●대중국 수입의존도 줄이는 무역구조 형성이 과제 = 한편, 최근 국내 배터리업계는 증가하는 양극재 수요에 대응하고 IRA 상의 핵심광물 세액 공제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전구체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한편 전구체 공정의 내재화를 추진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전구체 생산에 투입되는 황산니켈, 황산코발트 등 원료 화합물의 국내 생산과 수입이 늘어나고 있으며 이들 화합물을 생산하기 위한 원료의 수입 또한 증가하는 추세다.
양극재, 전구체 및 전구체에 투입되는 원료 화합물의 생산능력 확보는 IRA 상의 세액공제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배터리 소재의 수직 계열화를 통한 원가 절감 및 향후 수요가 급증할 폐배터리 재활용을 위해서도 중요하므로 R&D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주장했다.
보고서는 IRA 시행에 따른 배터리 공급망 재편은 단기적으로 한국 배터리업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보면서 장기적으로는 중국의 글로벌 진출 전략 강화와 미국의 전기차?배터리 산업 육성 정책 변화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 있어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해외우려기관(FEOC) 제외 조건에 따라 중국 기업의 미국 진출이 제한되어 국내 기업의 미국 시장 선점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으나, 중국 기업이 미국 완성차 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우회적으로 IRA 세액공제를 받게 될 경우 중국 기업과의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마찬가지로 미국 수출 우회로를 찾으려는 중국 기업과 안정적인 원료 공급처가 필요한 한국 기업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면서 배터리 소재 관련 중국 기업의 한국 투자 및 합작 법인 설립도 증가하고 있다.
다만 제3국에 진출한 중국 기업, 제3국 기업과 중국 기업이 합작하여 설립한 기업에 대한 해외우려기관(FEOC) 해당 여부가 명확하지 않아 한중 합작 기업의 미국 수출에 대한 불확실성이 있는 상황이라고도 보고서는 짚었다.
고성은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 기업이 중국 기업과 경쟁하려면 미국 등의 정책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과감하고 선제적 투자전략을 펼쳐야 한다”며 “중국의존도가 높은 양극재와 전구체의 생산 내재화와 리튬 등 주요 광물의 조달처 다변화를 추진하고, 미국 내 생산이 불가피한 배터리 부품에 대해서는 신속한 대미 투자 결정과 집행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무역신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