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립공원의 대표 격인 그랜드 캐년 국립공원이 물 공급 문제가 발생해 공원 안의 모든 호텔들이 문을 닫고 캠핑도 제한적으로만 허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공교롭게도 미국 노동의 날이 끼어 있어 일 년 중 가장 많은 탐방객이 몰리는 이번 주말을 앞두고 이런 일이 예고돼 상당한 혼란과 불편이 우려된다고 영국 BBC가 29일(현지시간) 전했다.
미국 국립공원 공단은 성명을 통해 호텔들은 이날 밤부터 문을 닫을 것이라고 밝혔다. 캠핑족들이 스스로 먹을 물을 챙겨오는 '드라이 캠핑'만 허용된다.
이곳 공원은 연륜이 꽤 된 트랜스캐년 워터라인이란 상수원을 이용해 왔는데 최근 네 차례 상당한 고장이 일어나 물 공급이 중단됐다. 공원 관리들은 공원 안 호텔 객실이 모두 950실 정도 된다고 밝혔는데 추가 질문을 하려고 접촉했을 때 거부했다고 방송은 전했다.
공원은 이번 주말 하루짜리 탐방만 가능하고 식당이나 우체국, 클리닉 등은 정상적으로 문을 열 것이라고 밝혔다. 또 수도꼭지와 화장실에는 제한 급수가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캠핑객들은 모든 물을 갖고 들어와야 하며 계곡이나 콜로라도강에서 물을 떠 정수해 마실 장비를 지참해야 한다. 사우스 림과 이너 캐년(Inner Canyon) 지대에서 캠프파이어는 일체 금지된다.
공원 측은 성명을 통해 “이번 조치는 수자원의 안전과 지속성을 보장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면서 "가능한 빨리 사우스 림을 찾는 탐방객들이 밤새 머무를 수 있는 여건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다만 관리들은 물 공급이 정상화되는 시점을 제시하지 않았다.
물론 공원 밖이나 근처 애리조나주 마을들의 호텔은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다.
이 국립공원의 페이스북 계정을 보면 방문 예정이었던 이들이 남긴 댓글들을 볼 수 있다. 대체 숙소를 알아보는 중이라면서도 이런 일 때문에 벼르던 일정을 포기할 수 없다고 의욕을 불태우는 이가 있는가 하면, 예약을 취소하고 새로운 숙소를 구하느라 엄청난 돈을 쏟아붓는다고 불평을 터뜨리는 이가 있다.
이날 사우스 림의 최고 온도는 섭씨 28도로 예고됐지만 이너 캐년은 38도까지 치솟는다고 예보됐다. 20km 길이의 트랜스캐년 워터라인은 1960년대 지어졌으며 "예상된 수명을 넘겼으며 자주 고장 나고 있다"고 공원 측은 밝혔다. 관리들은 지난 달 8일부터 물 공급에 문제를 일으키기 시작했으며 현재 탐방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사우스 림이나 노스 림 어느쪽으로도 펌프해 보낼 물이 없다고 했다.
2010년 이후 파이프라인에 커다란 고장만 85차례 이상 있었고 공원 공단은 최근 2억 800만 달러 규모의 재건축 프로젝트를 시작해 2027년 완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500년 전부터 사람들이 살았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는 그랜드캐년을 찾는 인원은 매년 600만명 가량이다.
그런데 물 공급 문제 못지 않게 최근 들어 기상 이변 등으로 많은 인명이 희생되고 있다. 한 달도 안 되는 새 다섯 번째 사망자가 나오는 등 올해 들어 벌써 13명이 이곳을 찾았다가 목숨을 잃었다고 미국 CBS 뉴스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