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기의 과학. 전통 속에 스며든 참생활의 숨...

옹기 무형문화재를 찾아 - 한국다도신문 기사   상주옹기장을 찾아   편집위원 권종대, kcdkcd  등록일: 2009-07-30 오전 8:08:32   ▲ 5대 정학봉 옹기장 - 경상북도 옹기 무형문화재    옹기 무형문화재를 찾아 상주옹기장을 찾아 상주시 이암면에 있는 상주옹기를 찾았다 비를 맞으며 들어서니 대희씨는 서글한 눈매에 웃음을 머금고 반겨 맞는다. 오늘 오전 중에 가마 불 지피기가 끝났다고 한다. 가마는 아직 이글 그렸다. 차실로 들어가 저번에 옆에 밖은 도자기 가마 이야기를 나누었다 옆 도자기 가마는 7대 창준씨의 몫으로 도자기와 옹기를 함께 섭렵하고자 한다고 하였다 보이차를 그득 따른다. 그 찻잔은 옹기 찻잔으로 완전 재유를 입힌 노란 빛이 감도는 흥미로운 찻잔이다. 그 찻잔에 관심을 가지니 물고기 문양이 겹쳐 있는 아주 토속적인 느낌이 있어 새로운 감정이 들었다. 경상북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명장(정학봉)의 손끝에서 탄생하는 멋진 작품들이 차실에서 옹기의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옹기를 이용한 여러 가지 기물들 이곳에서 특별히 눈에 띄는 대형 거북이 108마리가 붙어 있는 등잔이다. 탐이 가는 대형 작품이다. 이와 비슷한 작품이 윤필암에 있는 귀뜸을 한다. 이어서 옹기 집 내력을 6대 대희씨가 거침없는 달변으로 늘어놓는다. 자기집안 벌써 몇 대째 양가의 옹기집안 끼리 혼인을 하였다는 족보의 내력을 말한다. 또한 자기는 아버지의 유업을 받아 옹기장이로서 최고의 칭호를 꼭 얻고야 말 것 이라는 자부심과 옹기 기능에 대한 철두철미한 훈련과 작품의 애증을 말하는 모습은 언젠가는 이루겠다는 다짐이 대단 하였다. 그리고 지금 옹기 독 짓는 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옹기로서 차 도구 분야에 심혈을 기우려 많은 차인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 옹기 대형 등잔 - 108마리가 붙은 옹기 대형 등잔    그의 이야기는 그칠 줄 몰랐다 조선시대 상주지방 옹기제작과 관련해서『세종실록지리지(世宗實錄地理志)』 상주목조에 관내 ‘오사요리’라는 곳에 황옹을 만드는 도기소가 있었음이 기록되어 있었다고 한다. 정학봉의 옹기 업은 그의 고조부 때부터 시작된 가업으로 현재 4대째를 맞았고 고조부부터 조부 때까지는 상주, 보은 일원의 옹기공장에서 일하다가 옹기업으로 명성이 높았던 부친 대에 지금의 위치에 정착한 것이라 한다. 전통적인 제작방법을 활용해 만들어진 각종 옹기는 지상 위에 노출된 6칸짜리 전통 장작 가마인 연실요(連室窯)를 통해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된다. 제작품은 단지, 각종 항아리, 푼주, 자배기, 각종 반상기, 뚝배기 등 일상생활에서 쉽게 쓸 수 있는 생활용기명이 중심을 이룬다. 옹기의 제작방식, 과정, 생산품의 종류나 조형성 등은 전통적인 옹기제작의 기본을 충실히 전승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상주지역 전통옹기의 맥을 현재에까지 잇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었다고 한다.       ▲ 6대 정대희 옹기장 - 옹기 문양작업    5.6.7.8대째 함께 이어오는 가업, 경상북도 무형문화재 및 기능보유자 상주옹기장 정학봉 씨가 무형문화재로 지정됨에 따라 상주의 무형문화재는 기존 상주민요와 1종에서 2종으로 늘어났다. 현재 이곳 이안면 흑암리 일대에는 옹기 흙이 많이 나오며, 지역주민들은 이 마을의 자연 부락 명을 옹기 굴 또는 질구리라고 부르기도 해 옛날 이곳이 상주옹기가 많이 생산되었음을 추측케 한다. 정 씨 집안의 옹기 업은 그의 고조부 때부터 시작된 가업으로 이어져 왔으며, 조부 때까지는 상주와 보은 일원의 옹기공장에서 일한 것으로 전하며, 이 마을에 정착해 옹기 업을 시작한 것은 그의 부친 때부터라고 전한다. 옹기제작방식은 전통방식을 충실히 이어오고 있으며, 예술적 가치보다는 각종 항아리와 뚝배기, 병, 맷돌 등 일상생활에서 쉽게 쓸 수 있는 생활옹기 중심으로 이뤄져 있다 옹기는 식기 ·솥 등 그릇으로 사용되어 그만큼 수요가 많았기 때문에 신라시대에는 기와와 그릇을 굽는 일을 관장한 와기전(瓦器典)을 두고 여기에 그릇을 굽는 일을 담당하는 관원을 두었다. 조선시대에도 경공장(京工匠)의 옹기장이 100여명 있었고, 지방에도 비슷한 수의 옹기장을 두어 관수용 옹기를 생산하게 하였다. 이와 같이 오랜 전통적인 옹기제조기법을 보존하기 위해 1990년 5월 옹기장이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되었고 이 기법을 가장 잘 간직해온 자는 기능보유자로 인정받고 있다.       ▲ 옹기 다완 - 굽이 특이한 옹기 다완    옹기를 굽는 데도 물론 다른 도자기와 마찬가지로 가마의 온도 맞추기, 유약처리 등이 가장 중요하다. 가마의 땔감으로는 오랜 시간 제 온도를 유지해주는 소나무 장작을 쓴다. 광택을 내는 유약은 납 성분이 많은 유해한 유약을 쓰지 않고 풀을 태운 재와 소나무를 태운 재에 약토를 갠 유약을 만들어 쓴다. 기본재료로는 질 좋은 점토를 쓴다. 이 흙을 반죽해서 응달에서 약간 건조시킨 뒤 떡메로 쳐서 판자모양의 타래미로 만든 다음(판장질) 물레 위에 올려놓고 돌려가며 타림질(다듬는 일)을 한다. 이때 물레의 속도, 손놀림에 따라 갖가지 옹기가 만들어진다. 이와 같이 해서 손으로 빚은 항아리는 그늘에 차곡차곡 쌓아 보통 15일 동안 은근하게 말린다. 이 생 옹기들이 30 % 정도 말랐을 때 유약(잿물)을 바르고 음지에서 20여 일 이상 건조시킨다. 그런 다음 가마에 넣고 4일 주야로 1,300 ℃의 온도를 유지시켜 가면서 불을 때는데, 이때의 불질이 상당히 중요하다. 불질 여하에 따라 질박한 옹기의 맛을 내는 색깔도 결정되고, 사용할 수 있는 또는 할 수 없는 옹기로 결정된다.       ▲ 옹기 찻잔 - 완전 재유 옹기 찻잔    이렇게 40일의 제작과정을 거쳐 큰물항아리 ·작은 물 항아리 ·동우방퉁이 ·큰 알배기 ·큰바내기 ·전달이 ·큰 옹구 발대기 ·옹 박지 ·옹 사구 ·장병 ·양념단지 ·약단지 ·청단지등 토속적인 맛이 풍기는 다양한 이름들의 옹기가 생산되는 것이라고 하였다. 플라스틱에 밀려 우리 생활에서 멀어지는 옹기를 보면서 독 짓는 대희씨가 한마디 한다. “독은 숨을 쉬는 것이여. 숨을 쉬지 못하면 장도 맛없고 건강도 해치지.” 옹기 “아버지가 끝까지 버리지 않은 원칙을 저와 제 아들도 버리지 않을 겁니다. 당장은 싼 게 많이 팔리지만 결국 조상들이 한 전통 방식이 옳았다는 것을 알 겁니다.” 완성된 옹기에 무늬를 그려 넣던 아들 대희씨가 아버지의 말을 거든다. 150년 넘게 이어온 원칙을 버리지 않는 고집스러운 한 지붕 4대 옹기장이들이다 옹기장이 아버지 밑에서 자라 14살 때부터 옹기를 만들기 시작한 정옹은 5대째 150년 전통 가업을 이어왔다. 일이 힘들고 점점 설자리를 잃어가는 옹기 시장을 보면서 아들 대희씨에게 선뜻 이 일을 하라고 권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흙을 만지는일에 어려서부터 애착을 보였던 대희씨가 ‘옹기장이 대물림’을 자처하고 나서 이제는 아버지보다 아들을 찾는 손님이 더 많을 정도인 걸 보면 대견하기도 하다. 또 손자 창준씨가 대학을 졸업한 뒤 옹기 제작에 뛰어들었고, 증손자 웅혁이 마저 밖에서 노는 것보다 옹기 제작에 재미를 느끼니 옹기 제작이 8대째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 집안 옹기는 전통의 맥을 여전히 고집하고 있다. 광명단(산화납이 들어간 유약)을 발라 저온에서 굽는 요즘 방식과 달리 재와 흙을 섞어 발효시킨 천연 잿물을 사용하고 1200도의 고온으로 굽는 전통 방법을 고수한다. 천연 잿물을 만드는 데 돈이 많이 들고 고온으로 굽기 때문에 성공률이 절반에도 못 미쳐 경제적 손실이 크지만 직접 생산해낸 옹기에 고추장, 된장을 담그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결코 포기할 수 없다고 한다.       ▲ 물레 작업 - 6대 정대희 옹기장 물레 작업    '독꾼'이란 정씨집안의 독을 만드는 과정을 전부 이어받고 가업을 맞게 되는데 한 섬 드는 독을 만들 수 있어야 최고 기술자로 불리는 "독꾼'의 칭호를 얻는다. 이로서 정씨 집안의 6대 독꾼이 이어져 내려온다. 단지나 항아리와는 다르게 독은 밑부터 위의 테두리를 포함하여 옆구리까지도 전체의 두께가 일정해야 하고 그 속에 기포가 생기면 안된다. 독꾼의 경지에 올라서도 반타작 정도의 완성작을 만나볼 수 있다 한다. 손이 거칠거나 기술이 부족하면 흙이 가마에서 타는 동안에 균열이 생기거나 찌그러져 독의 역할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납이 섞인 유약으로 발라 저온에서 굽는 실용적이고 편한 법을 버리고.. 약토에 나무를 태운 잿물과 청정약수를 혼합하고 숙성시켜 정제하여 만든 고운 흙에 천연유약을 쓴다. 이는 정씨가업의 비법으로 이 또한 전통 가마에서 1200도의 고열로 굽게 되는데 일반적인 옹기와는 다른 또 다른 차이가 여기에 있다. 가문의 비법을 밖으로 알리고 있지 않다가 정대희씨가 독꾼이 되면서 부터 이를 공개하고 체계화 하여 가문의 기술을 널리 알리고 체계화 시킨다고 한다.       ▲ 5,6 대 작업 모습 - 5대 정학봉 6대 정대희 옹기장    조상의 슬기로 빚은 '옹기' 동물처럼 숨을 쉬는 그릇이 있습니다. ‘항아리’나 ‘독’으로 불리고 있는 옹기가 바로 그것입니다. 숨 쉬는 비결은 제작 과정에 있습니다. 옹기는 차진 진흙을 빚은 다음 1200 ℃ 정도의 뜨거운 불로 오랫동안 구워냅니다. 이렇게 구워진 옹기에는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작은 숨구멍이 뚫려 있어요. 크기는 박테리아처럼 아주 작은 미생물만 드나들 수 있을 정도입니다. 이 구멍으로 신선한 공기와 따스한 햇볕이 드나들면서 곰팡이 균을 만들어 장을 발효시키게 되는 것이지요. 햇볕이 뜨거운 여름철에 장독을 자세히 살펴보면, 하얗게 소금기가 서려 있거나 끈적끈적한 것이 밖으로 나온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옹기가 숨구멍을 통해 노폐물을 밖으로 내보내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마찬가지로 옹기에 담근 김치는 이 작은 구멍을 통해 땅과도 통해 맛있는 김치가 되는 것입니다. 이런 특성 때문에 옹기에 곡식을 오래 담아 두어도 벌레가 생기지 않습니다. 반면 유리나 플라스틱 제품은 공기가 통하지 않아 음식을 신선하게 유지하지 못합니다. 옹기는 지방에 따라 모양과 크기가 다릅니다. 서울을 비롯한 중부 지방은 아가리(입구)가 넓고 큽니다. 날씨가 추운 지방이라 햇볕을 많이 받아 들여 장의 발효를 빠르게 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남부 지방의 옹기는 아가리가 작습니다. 옹기 크기에 따라 안에 담는 장도 달라집니다. 고추장은 키가 작고 아가리가 넓은 항아리에, 새우젓은 그와 반대되는 옹기에 담는 것이지요. 옹기를 한 군데 모아 놓는 곳을 장독대라 부르는데, 주로 햇볕이 많은 동쪽에 두었습니다. 옹기는 쓰임새에 따라 다르게 불렸습니다. 간장과 된장을 담는 독은 장독, 김치를 담는 독은 김장독이라고 하였다.       ▲ 7,8대 작업모습 - 7대 창준, 8대 웅혁 작업 모습    장맛을 지키는 그릇 삼국 시대 토기는 오늘날의 옹기와 아주 비슷합니다. 이후 조선 초기에 유약을 바르는 옹기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옛날에는 장독대를 보고 그 집의 생활 형편이나 여자들의 부지런함을 판단하기도 했습니다. 부잣집에는 장독대가 넘쳐났고, 항아리는 늘 반질거렸습니다. 반면 가난한 집은 깨진 독을 이어 붙이거나 헝겊으로 막아 쓰기도 했지요. 장독대는 전통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여인들만이 출입하는 신성한 공간이기 때문에 늘 깨끗했으며, 외부로부터의 악귀를 막기 위해 금줄을 쳐 놓았습니다. 어머니들은 장독대에 칠성단을 만들어 놓고 북두칠성에게 소원을 빌기도 했습니다. 수도 시설이 부족하던 시절에는 집집마다 물독이 있었습니다. 샘에서 물을 길어다 채워 넣고 필요할 때 썼지요. 이런 풍경은 오늘날에는 거의 볼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거리가 멀게 느껴집니다. 편리한 것을 쫒는 아파트 살림은 장독대와 옹기를 없애 버렸고, 김치 냉장고가 이를 대신하고 있지요. 하지만 옹기는 옹기만의 장점을 갖고 있는, 세계 최고의 저장 그릇입니다. 전통 옹기는 높은 온도인 1,125℃∼1,200℃에서 구워낸 까닭으로 표면의 색깔이 화사하지 못한 반면에 옹기 굽는 온도가 낮은 광명단(光明丹) 옹기는 550℃∼880℃ 사이인 낮은 온도에서 굽기 때문에 표면 빛깔이 화사하고 번쩍거려 매력을 주므로 화사함만을 요구하는 현대 가정주부들에게는 안성맞춤의 색깔로 인식되는 듯 합니다. 광명단을 사용하여 구워낸 옹기는 전통옹기보다 낮은 온도에서 구워지기 때문에 옹기 생산업자로서는 연료 절약을 갖게 되어 경비 절감을 초래하여 많은 이익을 얻게 된다고 한다. 수요자들은 뜻하지 않은 피해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연유인 광명단은 전통 옹기에 칠한 약토 잿물보다 약 370℃가 낮은 온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옹기색깔을 나타내게 할 수 있으나, 옹기 몸체는 그만큼 낮은 온도에서 구워졌기 때문에 그릇도 자연히 설익은 상태로 이루어짐으로 옹기 몸체가 약해져 사용 도중 깨어지는 확률이 많다고 한다.       ▲ 6대 옹기장 - 6대 정대희 옹기장    이뿐 아니라 광명단(光明丹)인 연유(鉛釉:Pb303)는 산(酸)에 약해 용해되는 현상이 발생하여 음식물에 침투며. 즉, 음식은 대체로 발효식품이면서 동시에 저장식품인 까닭에 특성인 강산(强酸)과 유산균(乳酸菌) 초산(醋酸)등이 발생함으로 이 요소로 인해 자연히 산(酸)에 약한 광명단 옹기에 남아 있는 연유(鉛釉)면을 용해시켜 음식물 속에 침투하게 된 이 광물성(鑛物性)인 납이 인체(人體)에 침투하게 되어 위생상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하였다. 어느 가정을 막론하고 장독대를 구비하지 않은 가정은 없을 것입니다." 전통성을 갖고 발전하여 온 옹기 모진 세파에 이겨온 가문 가업을 대를 이으며 많은 사람들에게 유익을 끼치는 그릇을 만들어 사용케 하고 싶다고 하였다. 내일은 서울에서 많은 차인들이 옹기다구를 가마에서 꺼낸다면 놀러 오라는 주문도 하였다. 또한 옹기 제작 기법을 다구 제작으로 눈을 돌려 새로운 전통적인 차 문화 보급에 일조를 하겠다는 꿈은 5대 정학봉( 경상북도옹기무형문화재) 6대 대희 씨를 능가할 7대 창준씨의 8대 웅혁이로 이어지는 가문의 염원이 이루어지리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