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2일(토)은 제2회 열린아동문학상 시상이 있는 날이에요.
3개월마다 발간되는 아동문학잡지 '열린아동문학', 창간은 고 유경환 선생님이 하셨지만 지금은 그 뜻을 이어받아 동화작가 배익천 선생님과 방파제 횟집 홍종관 사장님께서 발간하고 계십니다.
이 잡지로 말하자면, 정이 철철 넘치는 잡지, 그래서 작가들이 원고를 싣고 싶어하는 잡지예요.
작년, 제 1회 열린아동문학상 시상에 이어, 두 번째 시상식을 맞이하게 되었어요.
올해의 수상자는 동시인 이경애 선생님은 눈높이문학회 회원이시기도 하시죠.
우리 아띠는 축하 연주를 위해 금요일 오후 3시 먼길을 떠났어요.
아마추어에다, 연주 실력도 변변찮지만 작가들로 구성되었다는 자부심으로 똘똘 뭉쳐
그 어려운(?) 자리에 겁도 없이 서게 된 것이지요.
5시간 여 정도를 달려 금요일 오후 9시쯤
드디어 고성 동시동화나무의 숲에 도착했어요.
동시동화나무의 숲은 고성군 대가면 연지리에 위치한 1만 5천여 평의 산속에 자리잡고 있어요.
입구의 표지석이 반깁니다.
이 넓은 곳을 안락하고 평화롭고 아늑한 '숲'으로 가꾸기 위해
정말 얼마만큼의 땀과 눈물이 쏟아졌을까요?
도착하자마자, 무대에 익숙해지기 위해 1시간 정도 연습을 했습니다.
어떤 무대든, 작든 크든 우리 아띠에게는 넘어야 할 산입니다.
평균 연령 50대....정확히 말하면 55.5세...
눈이 침침해 악보 보는 것도 산, 정확한 음정 짚어내는 것도 산,
관절이 쑤셔 비브라토 하는 것도 산....도처에 산, 산, 산입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우리가 이렇게 모여 연주를 하는 것은 오로지 음악에 미쳐서일 겁니다.
아침이 되었어요.
시상식이 있는 날, 아침은 청명하고 맑아 시상식하기에 딱 좋은 날이었어요.
남자 선생님들은 일찍 일어나서, 구석구석 손님맞이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계십니다.
잔디에 물을 주고, 물건들을 옮기고, 작가들의 표지석을 일일이 닦고,
부엌에서는 오실 손님들이 드실 음식 만들기에 바쁘고....
새들도, 나무들도, 꽃들도...
힘내라고 응원을 해주네요.
구석구석 손이 얼마나 갔을까요?
작은 꽃 하나도....허투루 보이지 않습니다.
비탈을 깎아 쉼터를 만들고, 의자를 놓고...
자연을 거스르지 않으려한 노력들이 보입니다.
아직은 매끄럽게 단장이 되지 않았지만,
이렇게 만들기 위해서 수많은 노력들이 들어갔음을 알기에...마음이 짠합니다.
(사진은 많이 찍지 못했습니다. 그냥 놀러간 게 아니고, 연주를 하려고 갔기 때문에
마음이 흥분상태여서...마냥 사진을 찍을 수가 없네요.)
송재찬 선생님과 이영원 선생님이, 아침일찍 물을 싣고 올라가
일일이 돌을 닦아놓으셨답니다. 우리는 무심히 보아넘길 수 있는 돌이지만, 이렇게 숨은 곳에서 애쓰시는 분들이 계셨습니다.
제 나무 '배롱나무' 앞에서 찰칵...
입구에서 내려오는 길, 햇볕 바른 곳에 위치한 배롱나무.....
어느 뜨거운 여름, 열렬하게 꽃을 피우겠지요?
산책로를 따라 걸어가니,
내려다보는 풍경 또한 장관이었습니다.
고성이 이렇게 아름다운 줄 정말 몰랐습니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면, 우리 나라 산 중 아름답지 않은 산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 중...산과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 고성이라는 곳...
이 아름다운 곳에 '동시동화나무의 숲'이 자리잡았다니, 이 얼마나 영광스런 일이겠습니까?
한참 올라가니....오래된 절 '안국사'에 도착했습니다.
절도 어쩜 이렇게 아름다운지..
아마도, 고요해서 더 아름다운 것 아닐까요.
절 마당에 놓여있는 독...
독도 자연의 일부가 되어 있네요.
독을 무지무지하게 탐내는 저....
독을 무지무지하게 사랑하는 저....
가마도 있고...
염색장도 있네요.
돌아오는 초파일날, 쪽 체험 행사도 있다고 합니다.
산책하면서 노래 부르고, 식물 이름 배우고(광내나물, 오리나무, 고수, 국수나무 등등...)
맑은 공기 마시며, 도란도란 이야기꽃 피우고...
산채로 차려진 아침 먹고,
이제 마음의 준비를 합니다.
악기의 줄을 맞추고, 마음의 줄도 맞추고....
마당에서는 행사 준비가 무르익어갑니다.
따뜻한 차가 주인을 기다리고....
음식이 만들어지고,
부채 400개에 손수 그림 그리고 글씨 쓴 예원선생님의 부채가 놓여지고....
식장이 세팅되어지고...
전국에서 사람들이 속속 도착하고...
사람들이 분주히 왔다갔다 하고...
동네 할아버지들도 일찌감치 오셔서 자리 잡으시고.
마을 개, 검둥이도 구경 나오고....
그리고....
잔치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아띠는 서투른 연주를 했습니다.
하지만 부끄럽지는 않습니다.
아띠는 앞으로도 그렇게 서툴게, 진심을 담아 연주를 할 거니까요.
아름다운 동시동화의 숲을 생각하면
지금도 입가에 미소가 떠오릅니다.
아, 아름다워라....
첫댓글 수고했어요.
선생님들과 즐겁게 노래하고, 웃고 떠들며 가느라 힘도 들지 않고 즐겁게 다녀왔답니다.^*^
샘~~~~~~잘 들어가셨네요..먼길에 넘 애쓰셨어요...감사해요^^
샘도 고생 많았어요. 소화 안 되어 힘들어하는 모습 보니, 남의 일 같지 않네요. 꼭 병원에 가보세요.
아하! 돌을 귀한 물로 씻어주었군요. 그 정성 미처 보지 못하고 제대로 살펴보지 못했습니다. 보이지 않는 선행이 있어 세상이 아름다울 수 있나봅니다. 아띠 여러분 수고하셨어요!
선생님도 고생 많으셨어요. 일찍 돌아와서 좀 섭섭했지만, 뜻깊은 시간 보내고 왔습니다. 다음에 또 뵈어요.^*^
봄날이 가기 전, 도처에 충만한 생명을 만끽하며 좋은 곳에서 좋은 연주 하셨으리라 믿습니다.^^. 먼 길 운전하시느라 너무 애쓰셨겠어요. 연꽃차인가? 신들의 만찬에 나왔던 거 그대로네요.
연꽃차...분위기 내는 데는 그만이예요. 선생님이 함께 갔으면 더 좋았을 텐데... 아쉬움이 많았습니다.
아, 저도 제 나무 앞에서 사진 찍어야 되는데...ㅠ.ㅠ
맞아요. 그래야 하는데...같이 갔더라면 좋았을 걸, 많이 아쉬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