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정부 적극 행정 우수사례 선정에 울산시가 시행하고 있는 혁신행정 3건이 포함됐다. 그중 하나가 `산업 녹지와 공장 부지 맞바꾸기`다. 산업단지 조성요건에 맞춰 반드시 녹지를 확보하는 대신 전체 녹지 총량을 유지하면서 필요에 따라 비율을 이리저리 꿰맞출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A 산업단지에 공장부지를 조성할 때 곧이곧대로 녹지구성 비율을 10%로만 고집할 게 아니라 5%를 줄이는 대신 다른 곳에서 5%를 더 벌충하면 된다는 식이다. 전체 녹지 비율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적재적소에 공장부지를 마련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셈이다. 결국 융통성 문제다. 울산시는 허용된 범위 내에서 이런 융통성을 발휘해 지역 기업들에 도움을 주고 있다.
울산시는 지난 2022년 말 현대차가 전기차 울산공장 신설을 발표하자 건설 현장에 공무원들을 보내 통상 3년여 걸리는 인허가 기간을 10개월로 단축했다. 그 결과 올해 말 공장 건설공사가 끝나고 내년부터 전기차 생산에 들어간다. 1~2개월을 사이에 두고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는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현대차가 공정을 무려 2년 정도 단축시켰으니 현대차 그룹이 이에 고마워하지 않을 수 없다. 현대차 그룹 계열사인 현대 모비스가 900억원을 투입, 울산에 차체 생산공장을 지겠다고 나선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윤 극대화에 목을 매는 기업들이 지신들에게 득이 되지 않으면 이렇게 나올 리가 없다.
지방 정부의 우수사례를 칭찬하면서도 이를 본받지 않는 중앙정부의 폐쇄적 사고가 문제다. 지난달 31일 부산 가덕도신공항 건설공단 출범식에 참석한 김두겸 울산시장이 박상우 국토부 장관에게 `그린벨트 지역 전략사업 선정에 필요한 대체지 지정` 동의 요건 완화를 당부했다고 한다. 이 문제는 지난 2월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울산 민생토론회에서 거론된 것이다. 당시 김 시장은 필요한 곳의 그린벨트를 해제해 산업단지를 건설하는 대신 다른 곳에 그만큼 그린벨트를 조성하도록 대체 지정을 허용해 달라고 건의했었고 대통령은 그 자리에서 "화끈하게 풀겠다"고 했다. 하지만 3달 이상 지난 시점에서 이를 다시 국토부 장관에게 요청하는 걸 보면 정부가 `말 다르고 행동 다르게` 움직이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정부는 울산시의 적극 행정 사례를 칭찬만 할 일이 아니다. 스스로 수용하고 이를 본받아야 한다. 예를들어 만일 현대차 전기차 울산공장 신설 인허가 권한이 정부에 있었다면 정부의 폐쇄적 사고로 인한 피폐는 이만저만한 게 아니었을 것이다. 우수사례를 본받지는 못할망정 쪽박은 더 이상 깨지 말아야 할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