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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비정규직 '모성보호 사각지대'
성별 차별에 비정규직 신분격차 ‘이중고’ … 김유선 선임연구위원 한국노총 토론회서 지적
2015.03.12 김봉석 | seok@labortoday.co.kr
▲ 한국노총
저임금 계층에 속한 여성노동자 비중이 남성보다 세 배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비정규직 비중 역시 여성이 남성보다 높았다. 여성노동자는 성별 차별과 노동시장 신분격차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었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열린 ‘여성노동 비정규직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통계청이 지난해 8월 발표한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를 재분석한 결과를 내놨다. 이날 토론회는 한국노총 여성본부가 주최했다.
남성보다 임금 적고, 비정규직 비중은 높고
김유선 선임연구위원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으로 저임금 계층에 속한 여성은 전체 여성노동자의 39.1%나 됐다. 남성 비중(13.2%)보다 세 배 높았다. 저임금 계층은 전체 노동자 중위임금의 3분의 2 미만에 속한 노동자를 뜻한다.
저임금 계층에 속한 여성노동자 비중이 높은 것은 여성의 임금수준이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데다,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전체 임금노동자의 월평균 임금은 223만원이었다. 여성의 월평균 임금은 162만원으로 남성(270만원)의 60%에 그쳤다. 전체 여성노동자 중 비정규직 비중은 56.1%로, 전체 남성노동자 중 비정규직이 차지하는 비중(37.2%)보다 19.2%포인트 높았다. 비정규직의 절대적 규모 역시 여성(456만9천명)이 남성(395만3천명)보다 많았다.
지난 10년간(2004~2014년) 남성 비정규직 규모는 395만명 수준에서 크게 변하지 않은 반면 여성 비정규직 규모는 2004년 422만8천명에서 34만1천명 증가했다.
다만 주당 평균노동시간은 여성이 39.4시간으로 남성(43.1시간)보다 3.7시간 짧았다. 평균근속연수도 여성이 4.3년으로 남성(6.6년)에 비해 2.3년 짧았다.
여성의 노동시간과 근속연수가 짧은 것은 출산·육아에 따른 경력단절현상과 무관치 않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20대는 고용률·비정규직 비율·임금 등에서 남녀 차이가 발견되지 않았다”며 “그러나 여성이 결혼하고 출산·양육을 하는 시기인 30대에서는 여성 고용률이 급격히 하락하고 비정규직 비중이 증가하는 남녀 간 뚜렷한 차이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고용보험 중심 모성보호, 취약계층 보호 못해
심각한 저출산 현상에 직면한 우리나라에서는 임신·출산 같은 모성보호정책이 빠르게 발전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두 번째 발제를 맡은 김영옥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00년대 들어 2년마다 한 번씩 새로운 모성보호정책이 발표될 정도로 정책이 급변했다”며 “지난해 1년 동안 출산전후휴가 사용자가 8만8천756명, 육아휴직 사용자가 7만6천833명으로 집계됐다”고 말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그러나 “이러한 제도·정책의 효과가 정규직 근로자에 한정돼 있다”고 지적했다. 출산전후휴가나 육아휴직 같은 모성보호조치는 제도로서 진전을 계속하고 있지만 여성 비정규직을 중심으로 한 사각지대가 고질적인 문제로 남아 있다는 설명이다.
김 연구위원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전체 여성노동자는 814만명이다. 이 중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20대와 30대 여성은 각각 57만9천명과 52만3천명으로 110만2천명이다. 이들 가운데 고용보험에 가입된 여성노동자는 53.4%인 58만8천명에 불과하다.
김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모성보호정책은 고용보험을 재원으로 설계돼 있어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비정규직·영세사업장 근로자, 자영업자가 보호 범위에서 배제돼 있다”며 “이러한 사각지대가 광범위하고 제도 내 포섭 속도 역시 더디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라고 우려했다.
실제 고용노동부가 사업체 1천곳을 조사해 지난달 공개한 ‘2014년 일·가정 양립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출산전후휴가를 정규직·비정규직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사업장은 58.9%에 머물렀다. 나머지 41.1%는 "정규직만 사용 가능하다"고 답했다.
육아휴직도 다르지 않았다. 정규직·비정규직 모두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는 사업장은 56.1%, 정규직만 사용 가능한 사업체는 43.9%였다.
김 연구위원은 모성보호를 위한 새로운 틀을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고용보험 중심의 모성보호제도를 유지하려면 여성의 고용보험 가입률을 높일 수 있도록 비정규직 사회보험료 지원 대책을 확대 시행해야 한다”며 “출산전후휴가와 육아휴직 급여 지급은 고용보험에서 지원하되, 이러한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경우에는 정부가 일반회계를 통해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