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한지(楚汉志) 1-014
昭襄王은 어린 손자의 얼굴을 다시 뜯어 보며 넋두리처럼 말한다.
" 政아! 이 할애비는 천하 통일의 웅지를 품고 50여 년간이나 동분 서주 하면서도,
아직 뜻을 이루지 못한 채, 병이 들어 죽게 되었다.
그러니 너는 할애비의 웅비를 이어받아서, 네 대에 가서는 기필코 天下를 통일하도록 하여라."
"할아버님마마, 명심하겠습니다."昭襄王은 어린 손자의 대답을 듣고, 무언의 눈물을 흘렸다.
소양왕은 어린 손자를 상대로 자신의 포부를 한바탕 늘어놓고 나서,
이번에는 吕不韋를 돌아다 보며 말한다."子楚가 귀공의 덕택으로 무사히 탈출 돌아 왔으니,
귀공의 은공은 이루 말할 길이 없구료, 귀공은 우리나라에 길이 머물러 살면서
<东宫局丞> 의 벼슬을 맡아 보아 주기 바라오."
동국국승이란, 子楚의 교육을 맡아 보는 중요한 직책을 말한다.
趙나라에 있을 때부터, 자초 부자를 지도해 왔다고 해서, 그런 직책을 맡겨 주는 모양이었다.
"홍은이 망극하옵니다." "그런데 귀공에게는 특별히 부탁하고 싶은 말이 하나 있소."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귀공은 관상학상으로 보아, 결코 범상한 인물은 아니오. 귀공에게
동국국승을 제수한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니, 귀공은 政을 특별히 위대한 인물로 키워 주기 바라오.
이 아이는 후일에 천하를 통일할 귀중한 인물이니까 말이오."
"지엄하신 분부, 거듭 명심하겠습니다."吕不韋는 머리 숙여 대답하면서도, 속으로는 또 한 번 웃었다.
(政은 영감의 손자가 아니고, 바로 내 아들이오.그 애가 장차 천하를 통일하게 되면
그 나라는 秦나라가 아니고, 나의 아들의 나라가 될 것이오.)
그야 어쨌건, 여불위는 그날부터 世子宫에 맘대로 드나들 수 있는 특권을 가지게 되었다.
따라서 王孙妃인 朱姫와도 맘대로 밀회할 수 있게 되었다.그러나 不论의 관계가 탄로나면
엄청난 파국을 올 것 같아서 吕不韋는 朱姫와의 밀회를 되도록 피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주희는 워낙 음욕이 강한 계집인데다가, 남편 子楚에 대한 잠자리의 불만도
이만저만이 아니어서, 吕不韋와 단둘이 만나기만 하면, 체면 불구하고 동침을 요구해 왔다.
어느날 吕不韋는 마지 못해 朱姫와 한바탕 열을 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이것아! 우리가 이렇게 昼夜로 만나다가 비밀이 탄로나면 목이 날아갈 판인데, 너는 그것도 모르고
함부로 덤벼 드느냐."그쯤 엄포를 놓으면 응당 겁을 집어 먹을 줄 알았다.
그러나 朱姫는 그것이 아니었다."나중에는 죽는 한이 있어도, 당장 못 견디겠는걸 어떡해요."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이다. 이제부터는 자주 만나 주지 않을 테니 그리 알아라!"
"그건 안 돼요! 世子妃의 명령을 东宫局丞이 거역할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누가 뭐래도 그것만은 안 돼요! 약속이 다르지 않아요."실로 찰거머리 같아서, 떼어 버리기
어려운 계집이었다.한편, 昭襄王은 子楚가 돌아온 지 며칠 후에, 대장 章邯을 불러 명한다.
"경도 잘 알고 있다시피, 六国을 정벌하여 만천하를 통일하여 秦나라로 통일하려는 것은,
나의 70 평생의 숙원이었소.그러나 불행하게도 백기 장군이 죽은 데다가 손자 녀석이
趙나라에 볼모로 잡혀 가 있기 때문에, 나는 뜻을 이루지 못하였기에 복수를 해야 하겠소.
경에게 군사 20만을 줄테니, 趙나라를 당장 정벌하시오. 내가 몸에 병이 깊어서, 생전에 天下를
통일하기가 어려울 것 같기는 하지만, 적어도 趙나라 하나만이라도 정벌하여야 하겠소."
천하 통일에 대한 소양왕의 집념은 병석에서도 강렬하였다."어명을 받들고, 곧 出征하겠습니다."
章邯은 20만 大军을 거느리고, 즉시 정벌의 장도에 올랐다.秦나라의 军事들은 천하 통일을
꿈꿀 정도로 막강하였다.게다가 총 사령관인 章邯은 天下의 名将이었다.
장한은 가는 곳마다 승리를 거뒀다.원정길에 오른지 두 달 만에 趙나라의 20여 城을 점령하고
드디어 趙나라의 서울인 邯郸城에 육박하였다.
1-015편에 계속
초한지(楚汉志) 1-015
趙王은 크게 당황하여, 대장 公孙乾을 불러 命한다. "오늘날 우리가 秦에게 침략을 당하게 된 것은
오로지 경이 子楚를 탈출시켰기 때문이오.적은 지금 우리의 도성으로 쇄도해 오고 있으니,
경은 죽음을 각오하고 적을 막아 내시오."
公孙乾은 이미 저지른 죄가 있는지라, 10만 大军을 이끌고, 秦军을 막아 내려고 출진하였다.
그러나 공손건은 지난번에 章邯(장한)과 단둘이 싸워서 패한 적이 있는지라, 승리에는 자신이 없었다.
그렇다고 아니 싸울 수도 없어서, 백리까지 달려 나와 결사적으로 싸우려고 하는데,
章邯이 마주 나오며 큰 소리로 야유한다."그대는 지난번에 싸웠던 공손건이 아닌가.
대장부의 승부는 한번으로 족하거늘, 이제 무슨 낯짝으로 또다시 싸우려고 하는가."
公孙乾은 지독한 야유에 약이 올라, 军事를 노도와 같이 휘몰아쳐 나왔다. 그러나 워낙 강약이
부적인지라, 公孙乾은 30여합을 싸우는 동안에 9만여 군사를 잃어버렸다. 공손건은 마침내
단신으로 장한에게 덤벼 들었으나, 章邯은 公孙乾을 한칼에 베어버렸다.
이로써 秦軍은 대승을 거두고, 마지막으로 邯郸城에 총공격을 퍼부으려고 하는데, 별안간 故国
으로부터 급보가 날아 왔다."大王께서 위독하시니, 군사를 거두어 가지고, 즉시 회군하라!"
장한은 원통해 했지만, 军令에 따라 회군할 수 밖에 없었다.장한이 군사를 거느리고 고국에 돌아왔을
때에는 昭襄王은 이미 임종이 임박하여, 太子 安国君과 모든 중신들이 병자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 자리에는 吕不韋도 참석해 있었다.
昭襄王은 목숨이 금방 끓어질 것처럼 호흡이 몹시 가쁘더니, 문득 눈을 뜨고 태자에게 말한다.
"政은 어디 갔느냐.어서 이리 불러 오너라."朱姫가 政을 데리고 베갯머리에 대령하자,
소양왕은 어린 손자의 손을 움켜 잡고 띄엄띄엄 말한다. "너는 大王의 기상을 타고난 인물임이
분명하다. 너는 이 할애비의 웅지를 이어받아, 기필코 天下를 统一하도록 하여라.
우리 가문에서 천하를 통일할 인물은 너 밖에 없다."
그리고 베게 밑에 넣어 두었던 유서를 꺼내어, 政에게 펼쳐 보이며 말한다.
"너는 글을 읽을 줄 알것다? 이것을 내가 직접 읽어 보아라."
소년 政은 증조 할아버지위에 유서를 스스럼없이 낭랑한 목소리로 읽어 내려간다.
"하늘에는 太阳이 하나 밖에 없듯, 땅에도 임금은 두 사람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너 政은, 증조부인 나의 웅지를 이어받아, 六国을 모조리 정벌하여, 만천하를 하나로 통일하여라."
진실로 소양왕이 아니고서야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웅장한 유언장이었다.
소양왕은 政의 손을 잡아 흔들며,"정아! 너는 그 글이 무슨 뜻인지 알겠느냐." " "대왕마마! 알겠나이다.
할아버님의 뜻을 받들어, 기필코 天下를 统一하도록 하겠습니다.""고맙다! 그와 같은 원대한 포부를
달성하기 위해, 너는 오늘부터 하루도 빼지 말고, 그 글을 하루에 백 번씩만 읽어 보도록 하여라."
"대왕마마의 분부대로 거행하겠습니다.""오오! 기특도 한지고. 내가 이제야 눈을 감고
죽을 수 있게 되었구나."昭襄王은 얼굴에 환희의 미소를 띠더니, 그대로 숨을 거두었다.
在位 56년! 天下를 统一하려는 웅대한 꿈을 품고 70 평생을 전운 속에서 활약해 왔건만,
그의 웅지는 불행하게도 좌절되어 버리고 말았다.
吕不韋는 소양왕의 최후를 지켜보고, 형용하기 어려운 감동을 받았다.(소양왕은 巨星임에
틀림이 없지만, 내 아들 정은 그보다도 훨씬 위대한 대왕으로 만들어 놓을 테니 두고 보시오.)
왕이 죽자, 중신들은 모두 목을 놓아 통곡하였다. 그러나 소년 정만은 눈물을 한 방울도 흘리지 않고,
여불위에게 당돌하게 명령조로 말한다."동국 국승은 나를 세자궁으로 모시고 가 주시오."
여불위는 그 명령을 듣는 순간, 정은 자기 아들이면서도 이미 아들의 한계를 벗어난 것 같아
가슴이 서늘해 왔다.
1-016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