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만족
김 난 석
나는 어린 시절 머리가 좋다는 말을 들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성적표를 들고 집에 들어오는데
대학생 형아가 보자더니
“너 참 머리가 좋구나.”라고 했다.
당시엔 그게 무슨 말인지 잘 몰랐지만
성장하면서 우생학에 관심을 갖게 된 동기가 되었다.
그래서 머리 좋은 여성을 배필로 만나
더 머리 좋은 자식을 얻으리라고 맘먹었다.
교직에 있을 때였다.
일과가 끝나면 졸업생들의 학적부를 내놓고
가족관계며 성적, 아이큐 등을 열람해 봤다.
물론 양식에 반하는 일이었지만 말이다.
좋은 배필을 거기서 찾아보려는 심사였는데
참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다.
이런 내 의도와는 달리
대학시절에 아내 될 집안에서 나를 초대하더니
내 대학후배를 잘 지도해 달라면서
그 후배의 누나까지 소개하고
급기야는 추석에 양복까지 맞춰줄 뿐만 아니라
약혼까지 서두르는 것이었다.
그 통에 우생학적 관심은 저 멀리 사라지고
미녀에, 부잣집의 갑작스러운 호의에 혹, 하고 넘어갔다.
그런 결혼을 하고 반백년 넘어 살아왔는데
남녀 아베크족들이 지나가는 걸 보면
“이왕이면 이쁜 여성을 택할 것이지...” 란 생각을 하곤 했다.
별로 좋은 생각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사무실에 여성 직원 인사이동 시기가 되면
“이왕이면 이쁜 여성을... ”이라고 찬탁을 놓기도 했다.
역시 별로 좋은 생각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여성에 대한 관심이 바뀌었다.
미모가 아니라
품성 또는 친근감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그 게기는 바로 이것이었다.
숱한 사람들이 반려견을 두고 함께 생활하는데
일반적으로 이쁘다고 정평이 나 있는
푸들이나 시추, 이런 것 말고
불도그 종류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다는 걸 보면서
여성도 미모보다야
잘 따르고 친근감이 가야 좋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여성들은 백마 타고 오는 왕자를 기다린다.
언제나 자기가 공주인 줄 알고 그러는데
왜냐하면 자기 얼굴이 늙어가는 걸 모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남성들은 꽃가마 타고 오는 공주를 기다린다.
언제나 자기가 왕자인 줄 알고 그러는데
왜냐하면 젊은 시절에 도취해 있기 때문이다.
그런 고로 남성이나 여성이나 그리움에 지쳐 외로울 뿐이니
그러지 말고 이젠 말 잘 듣는다는 말티즈나 키울 일이요
그것도 번식시키고 싶으면 옆집을 찾아가면 된다.
그게 대리만족이기도 하지 않을까?
송정님이 무작정 여행을 떠나리라고 한다.
인제 자작나무 숲도 둘러보리라는데
나는 그곳을 처음 어느 겨울날에 다녀왔다.
날씨도 추웠지만 둘레길까지 다 둘러보려니
참 어려웠던 기억인데
이젠 다시 찾을 자신이 없으니
사진이라도 올라오면 대리만족이나 해봐야겠다.
* 사진은 어느 해 가을에 산에는 오르지 않고
들머리에서의 인증샷이다.
첫댓글 석촌호수 앞에 많은 카페가 있지요 커피 마시며
창밖의 지나가는 사람들
보며 풋풋한 20대 학생들 보며 저런시절 있었지
하며 내눈엔 다 이쁘게 보이드군요
맞아요, 그들이 우리나라의 미래니까요.
우리는 그들의 미래지만요.ㅎ
난석 님의 정곡을 찌르는 글을 읽으며
미소를 지어 봅니다~~
그리고 우수개 이야기도 생각해 보네요~
20대 남성의 이상형~이쁜 여자
30대 " "
40대, 50대, 60대, 70대까지도
남성의 이상형은 이쁜 여자래요~^^
반면에
여자는 처음엔 백마타는 왕자 님을 꿈꾸지만
나이 들면서 능력 있는 남자로 변한다네요~
여튼
약간 핀트가 빗나간 저의 댓글
이해하며 봐 주세요~^^
동의합니다.
남자들은 겉모습에 혹 하지요.
실속은 다음이고요.ㅎ
여성은 실속을 차린다고나 할까요?
경제가 첫째니까요.^^
올리신 글 진솔한 말씀을 해주셨네요.
자신을 모르고 위를 쳐다보는마음
백마탄왕자 공주같이예쁜 여자 등
젊음에 한때의 망상이 아니였을까요.
다 비슷한 게 아닐까 합니다.
난석님
남자들은 속이 빈 여자나 말거나
무조건 이쁜 여자만 좋아하지요 ㅎ
자작나무숲이 넘 좋습니다
그런거 같아요.
실속은 나중이지요.ㅎ
인간의 세계나 동물의 세계나 같습니다
각자 나름대로 최선의 선택을 하지요
종계닭은 평사로 키웁니다
암수를 10대1비율로 섞어 키웁니다
지들끼리 알아서 짝을 찾습니다
수탉의 능력에 따라서 5~20마리까지
암탉을 거느립니다
하루 평균 30~80회 교미합니다
이쁜 암탉과 더 많이 교미하고
그렇지 않은 암탉은 소박데기지요
진짜 미인닭은 겉보기에 애처롭지요
저러다 죽는 거 아니야?
겉보기에 잔등 털이 많이 빠진 놈이 미인닭
뽀송뽀송 털 많은 이쁜 놈이 소박데기입니다
소박데기는 관리인이 솎아내지요
낮은 수정율과 부화율의 주범입니다
주위 암탉들이 다 예쁘면
수탉을 솎아 내기도 합니다
능력있는 수탉이 사료가 먼저 나오는 곳
교미하기 좋게 바닥이 안정적인 곳
그런 곳을 선점합니다. 귀신같이 압니다
이쁜 암탉들이 그 곳으로 모여 듭니다
사람도 능력에 따라 선택받고 선택하지요
자연세계에선 예쁜 수컷이 선택받구요
사람들이 이러쿵 저러쿵 하지만
나름대로 가장 최선의 선택을 한겁니다
지금 상태가 최선의 선택의 결과입니다
동물의 세계나 인간의 세계나 같습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렇군요.
사내들이 여성의 얼굴은 안보고 마음을 본다는 말, 말짱 거짓말잉이 수탉이 증명해주네요.ㅎ
귀중한 사례를 봅니다.
@난석 내 능력이 모자라니
이 정도 얼굴에 만족하겠다는 말이지요
직장 좋고, 좋은 동네에 아파트 있고
부모들 뒷배경까지도 좋다면
본인 인물이 개판이라도
대충 예쁜 여자애들 얻드라구요
남녀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서로 최선의 조합을 찾는다고 봅니다
그렇지 못했을 경우 이혼도 불사하지요
사랑이니 마음이니 그런 건
소설이나 드라마에서나 가능한 얘기지요 ^^*
@청솔 맞아요
그게 현실이에요.
@난석 요즘 보면
잘 나가다가 마지막 순간에
예물과 집문제에서 깨지는 애들
여럿 보았습니다
우리 아들이 이렇게 잘 났는데
겨우 요걸 예물이라고 디밀어
괘씸한 것! 쫑나는 거지요
혹시 어거지로 성사가 되드라도
계속 웬수로 지내드라구요
그러다가 결국 이혼하기도 하고...
인간들의 위선에 비하면
닭들이 훨씬 더 현실적이고 솔직합니다
@청솔 ㅎㅎ
사실 지나고 보니
남자들은 특히 이쁜 여자들을
좋아합니다.
덕분에 이쁜 친구가
사고 많이 친것도 보고요.
이쁜 여자들한테 속아 넘어가니
사고를 치는건 당연.
전 이쁘지 않아서 다행요 .ㅎ
맞는 말씀이에요.
그런데 청담골님이 이쁜지 아닌지, 다음엔 자세히 들여다봐야겠네요.
제가 시력이 별로거든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