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자 수필 문득.999 --- 가을에 시골길을 걸으면서
시골길을 가다 보면 울타리는 고사하고 대문조차 없다. 더는 감추거나 가릴 것이 없는 것처럼 있는 그대로를 드러내고 보여주고 있다. 꾀까다롭게 경계를 구분 짓지 않아도 서로 다툼없이 슬기롭게 마음의 경계에서 해결을 짓듯 시시비비가 없다. 그런 모습이 너무 자연스럽다고 한다. 큰 욕심이나 감추면서 엉뚱한 모함으로 곤란함에 빠뜨리지 않으므로 화기애애하고 원만하게 이웃으로 지낼 수 있다. 마음의 문이 활짝 열려 서로의 마음을 공유하게 된다. 내 마음이 네 마음이 되면서 네 마음이 내 마음처럼 되어 서로 양보할 것은 양보하면서 보듬어 주는 것이다. 서로가 위로하는 열린 마음이 된다. 꾸밈없어 순수하다고 한다. 가진 것은 부족해도 마음은 넉넉해서 조바심이 없다. 하늘을 보고 살면서 잠시 시름에 빠졌다가도 흐린 하늘이 맑게 개듯이 마음이 풀리며 티 없는 웃음을 지을 줄을 안다. 자연 속에서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모습이다. 연기가 아닌 있는 그대로 본래 모습을 자연스럽게 내보이는 진짜 자연인이다. 그렇지 않으면 시골에서 견뎌내기 힘들어 슬그머니 도회지로 떠나갈 수밖에 없지 싶다. 너무 야박하리만치 잇속에 계산이 빠르면 적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마음이 느긋해야 한다. 감출 것 없고 마음의 문이 항상 열려 과욕을 부리지 않고도 뿌리고 가꾼 만큼 얻어 만족해한다. 가을이면 홍시가 농익어서 어느 순간 바닥에 으깨어지고 널브러지며 일그러졌어도 아무렇지 않다. 길손이 조심스레 주워들어 털고 떼어내며 조심스레 입으로 가져가면 그 어디에서도 비할 수 없는 감칠맛이다. 천진스럽게 지난날을 소환하며 가을을 느끼고 자연에 빠져들기에 부족함이 없다. 순박한 마음일 수밖에 없다. 아직도 이러한 맛이 그냥 남아 있었음에 오히려 신기할 따름이다. 더 먹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여운으로 남는다. 값으로 환산하거나 구할 수 없는 오직 자연의 현장에서 가까스로 얻어낼 수 있는 고유의 맛이다. 이런 맛도 마음이 닫혀 있으면 받아들일 수 없어 마음을 열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