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한자] 匙箸(숟가락 시 / 젓가락 저)
우리 식탁문화의 특징 중의 하나는 수저를 쓴다는 것이다.
흔히 수저라고 하면 숟가락만을 떠올리기 쉬우나,사실은 숟가락과 젓가락을 아울러 칭하는 말이다.
수저에 해당하는 한자어가 匙箸인데,"숟가락"의 "숟"의 영향을 받아 匙箸가 수저로 불리게 되었다는 것이 통설이다.
[禮記](예기)에 匙箸에 대한 언급이 있는 것으로 보아,중국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匙箸가 사용된 듯하다.
한국과 일본에서도 중국에 비해 시차를 두고 匙箸가 쓰이게 되었는데,문헌이나 고분 등을
통해 이같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중국의 史書(사서)에서는 匙箸의 사용여부를 異民族(이민족)의 문명화 척도를 가늠하는
요소의 하나로 간주하는 서술태도를 보이고 있다.
아마도 중국인의 눈에는 손으로 음식을 먹는 인도나 동남아시아의 식사방법이 야만적으로 보였던 모양이다.
힌두교도나 이슬람교도들은 음식물은 신이 내려주신 신성한 것이며,손이 가장 청결하다는 고정관념이 강하기 때문에 手食(수식),즉 손으로 먹는 방식을 고집하는데 중국인들은 이같은 문화적 차이를 인정하지 않았던 것이다.
하기야 아직도 전세계 인구의 40% 정도가 手食을 하고 있다고 하고 서양에서도 포크 사용이 일반화된 것은 프랑스혁명 이후라고 하니,한자문화권에서의 匙箸의 사용은 인류문명사에서 특이한 문화현상이라고 할 만하다.
같은 한자문화권이기는 하지만 匙箸의 사용은 한·중·일 3국이 조금씩 다르다.
숟가락과 젓가락을 줄곧 함께 쓰는 한국과 달리,일본은 젓가락을 주로 사용하며,중국은 젓가락을 위주로 하되 잠시 숟가락을 쓸 뿐이다.
중일전쟁 당시에 중국에서 스파이를 가려낼 때 匙箸를 주어 식사를 하게 했다는 유명한 일화는 이같은 식사습관을 감안한 것이다.
즉,밥그릇을 손으로 집어들고 젓가락으로 밥을 먹으면 일본인이고,밥그릇을 탁자에 놓은 채 匙箸를 번갈아 사용하고 식사가 끝나면 이를 식탁에 내려놓으면 한국인이라는 식으로 구별했다는 것이다.
匙의 匕는 숟가락의 모양을 본뜬 것이고,是는 음가를 뜻하지만 이 또한 숟가락총이 긴 숟가락을 본뜬 것이기도 하다.
箸의 者는 "모으다"는 뜻이니,양쪽 대를 모아 음식을 집는 도구를 의미한다.
그리고 竹이 있는 것으로 보아 주로 대나무를 깎아 만들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箸는 "나타나다" "붙다"는 뜻의 著 대신에 쓰이기도 한다.
<김성진·부산대 한문학과 교수>
첫댓글 그런 일화가 있었군요...匙箸 ㅎㅎ 배워야지..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