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포화 속으로> 관람기
靑山 손 병흥
한국전쟁이 발발한지도 어언 70여 년이 지난 지금, 더욱이 호국보훈의 달에 맞춰 더욱 의미 있게 개봉된 이 영화는, 국군이 부산을 지키기 위해 전력을 낙동강에 총집결한 상황에서, 텅 빈 포항을 지키기 위해 북한군 766유격대와 마주하여 끝까지 목숨을 바쳐 싸웠던 학도병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하여 제작된 용맹스런 장면들을 크게 담고 있었다.
다시 말해서 학도병이란 전쟁에 참여한 학생 군인을 지칭하며, 즉 학도의용군을 일컫는 말이다. 영화에서는 빅뱅의 탑(T.O.P)인 ‘최승현’과 ‘권상우’가 학도병 역을 맡았으며, 이중 탑이 맡은 역할은 실존인물 과도 많이 닮아있었다.
이른바 그들은 어디까지나 구국의 일념으로 자원입대한 정식 군인도 아닌 학도병들로서, 파죽지세로 남하해오던 북한군 간에 벌어진 전쟁의 참화와 비극을, 포항여중 전투에서 전사했던 당시 중학교 3학년 이었던 故 ‘이우근’ 학도병이 기록하여 남겨두었던 편지를 토대로 하여 더욱 실감 있게 묘사하고 그렸다.
더욱이 일전에 <태극기 휘날리며>가 촬영되었던, 매년 봄이면 철쭉제가 열리고 있는 황매산 아래 소재한 경남 합천군 <합천영상테마파크>를 주 무대로 하여, 영화배우 ‘차승원’과 ‘권상우’가 주연을 맡아 인민군 유격대장인 소좌와 학도병으로 분을 하였는데, 그야말로 71명의 학도병들은 평소에 총 한번 잡아본 적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북한군들을 물리치기 위해 서로 다른 이데올로기의 전쟁에 떠밀려 상호간에 총부리를 겨누고 죽이고 죽어 가며 비극적인 삶을 마감했다.
또한 ‘이우근’ 학도병의 편지는 영화 속에서도 고스란히 인용이 되고 있었는데, "어머니, 두렵습니다. 제 옆에서 죽음을 기다리는 저 학우들처럼 저 또한 죽음이 두렵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동안에도 귓속은 무서운 굉음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라고 하는 내용으로, 아이돌그룹 멤버인 ‘탑(T.O.P)’의 ‘최승현’이 내레이터를 하였다고 알려져 있다.
이처럼 6.25전쟁 60주년을 맞아 특별히 제작된 이 영화는, 자그마치 영화제작비만도 무려 120억 원을 투입하여 촬영된 대작 영화답게 무척 실감이 나는 전투장면들을 묘사한 흔적이 역력하였으며, 포항에서 인민군 766유격대를 맞아 싸운 학도병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로서, 이른바 1950년 8월 8일 경북 영덕을 배경으로 하여, 계급도 군번도 없을뿐더러 전쟁에 참가해야 하는 의무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조국을 지키기 위해 자원하여 교복을 입은 채 전쟁터로 뛰어 든 장면들을 아주 실감 있게 잘 묘사를 하고 있었다.
더군다나 그 때에 이미 영덕은 북한군 보병사단의 남진으로 초토화가 되어 버렸고 퇴로마저도 차단되어버렸던 상태였기 때문에, 만약 포항 시가지마저 북한군의 수중에 넘어가게 되면 우리군의 보병사단은 거의 전멸하고야 마는 절대 절명의 위기에 놓여 있었으며, 그때까지 포항을 지키고 있던 영화배우 ‘김승우’가 분한 한국군 중대장은 낙동강을 사수하기 위해 그곳으로 집결하라는 상부의 명령을 받고서, 그때까지 총 한 번 제대로 쏘아 본 적이 없는 학도병들에게 퍽이나 안타깝고 가슴이 아프지만 어쩔 수 없이 맡겨둔 채 그곳을 떠나고야 말았고, 그들은 포항여중에서 한국군 보병사단과 포항 시민들이 무사히 철수할 수 있도록 최대한 시간을 벌어야 하는 중차대한 임무를 맡게 되었던 것이었다.
그리하여 중대장은 단지 전투경험이 있는 한 학도병에게 사수책임을 맡기며 “학도병은 군인인가? 군인이 아닌가?”란 질문을 남긴 채 낙동강 전선으로 투입되어 떠나버렸고, 이후로 국군 제3 보병사단의 사령부로 사용되었던 포항여중에는 그들만이 남게 되어, 전의를 북돋워 1950년 8월 11일 새벽 4시부터 오후 3시까지 장장 11시간 동안이나 무려 4차례에 걸친 격렬한 교전을 벌이는 동안에, 한마음으로 일치단결하고 목숨을 바쳐가며 북한군의 침공을 저지했던 그러한 혁혁한 전공을 세웠다.
특히 인상적인 장면들을 살펴본다면 영화가 시작되면서부터 끝날 때까지 보여주었던 배우 '차승원'의 카리스마 넘치는 눈빛연기가 압권이었고, “어머니! 저는 오늘 사람을 죽였습니다. 그것도 돌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10여명은 될 것입니다.”라고 독백하고 있던 어느 학도병의 그 편지는 끝내 그의 어머니에게 부쳐지지도 못했는데, 그가 전사한 뒤에 주검을 수습하던 동료들에 의해 그 편지가 발견되어 세상에 알려졌다고 하며, 지금도 학도병 ‘이우근’의 묘비에는 이러한 편지글이 새겨져 있다고 하였다.
그 외에도 훈련조차 제대로 받지도 못했던 학도병들이 결사항전을 앞두고 “학도병은 군인이다”를 거듭 외치며 변변한 무기도 없이 수차에 걸친 격렬한 교전을 벌이면서 결코 물러설 수 없다며 북한군의 침공을 저지했지만, 중과부적으로 결국 오후 3시를 기해 포항여중은 북한군 766 유격대와 제12 보병사단에게 함락되고 말았으며, 이 전투에서 북한군은 60명이 사망하고 학도병은 71명 중에 47명이 전사했다고 하였다.
이와 같은 동족상잔의 비극 속에서도 학도병들의 정말 값진 희생이 있었기에, 한국군 제3 보병사단 사령부와 주력부대는 마침내 무사히 포항을 탈출할 수가 있었고, 이후 국군과 유엔군은 다시금 반격의 토대를 구축하고 발판을 마련할 수가 있었다.
아무튼 이 영화는 1950년 8월에 한국전쟁의 운명이 걸린 낙동강 저지선을 지키기 위한 남과 북의 처절한 전쟁 한복판에서, 교복을 입은 채 그저 총알을 한발씩 쏴보는 것만으로 사격훈련을 마친 71명의 학생들이, 이제 피난민과 군인들도 모두 떠나버린 빈 포항지역에서, 앞으로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도 모르고서 오직 국군부대가 다시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다가, 적의 침략으로 인해 포화 속으로 뛰어들 수밖에 없었던 학도병 71명들에 대한 전투를 매우 실감 있게 그린 전쟁영화로, 우리들에게 비록 간접적이나마 쓰라린 전쟁의 참상과 깊은 고뇌를 고스란히 담아 느끼게끔 해주었음에 틀림이 없다고 보아진다.
이처럼 탁월한 영상미로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던 '이재한' 감독의 연출과 만나 더욱 빛을 발함으로써, 그저 단순한 액션물이 아닌 인물의 감정과 정서도 압도적인 스펙터클과 공존하여 시각적인 쾌감을 더욱 높여 주었을 뿐만 아니라, 이미 지난 5월 17일 개막했던 프랑스 칸 영화제에서 4개국 선 판매와 미국 스탠포드 대학 초청 공식 상영회를 갖게 되는 최고의 화제작으로 떠올랐고, 프로모션 상영회에서는 세계 각국 주요 바이어들의 발길이 이어졌으며, 상영회 전 구매를 확정한 영국과 독일에 이어 계약을 체결한 싱가폴과 러시아뿐 아니라 수 십 개국 바이어들로부터 뜨거운 러브콜이 쏟아진 것만 보더라도, ‘기존 한국의 전쟁 영화들과 달리 글로벌한 감성과 상업성을 갖춘 작품’이라고 하는 세계적인 호평을 받았을 만큼 한국 영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엿볼 수 있게 해주었다.
더군다나 이 영화는 칸영화제서 '선 판매' 라고 하는 쾌거를 올렸을 뿐만 아니라, 그야말로 톱스타들의 불꽃 튀는 카리스마 넘쳐나는 연기와, 비교적 이념으로부터도 자유로운 어느 학도병의 절절한 편지 공개와 메시지를 통해 관객들로부터도 무척 호평을 받았듯이, 앞으로도 이러한 영화제작과 상영을 계기로 우리들은 6.25전쟁의 참상을 잘 모르고 있는 젊은 세대들에게, 전쟁의 실상을 몸소 보고 겪은 기성세대들이 조국을 지키기 위해 과연 어떻게 소중하고 값진 목숨들을 아낌없이 희생하고 감내했는지, 더불어 한국전쟁의 끔찍함과 같은 비극을 재차 후세에 남겨주지 않기 위해서는 과연 우리들은 어떠한 마음 자세들을 가져야 하는지를 거듭 알려줘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으며, 점차 우리들의 뇌리 속에서 잊어져만 가고 있는 한국전쟁의 처참하고 참담했던 모습들을 떠올릴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는 영화임에 틀림이 없어 보였다.
더불어 한국전쟁을 다룬 블록버스터이자 가슴 아프고 슬픈 전투장면들과 전쟁감동 실화들을 그린 우리영화가, 차제에는 세계시장 그 어디에 내놓아도 아무런 손색이 없을 정도의 깊은 감명과 감동을 가져다 줄 정도로 크게 발전하고 비약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기만 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