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랫만이다" 가 절로 나올 정도로 반가운 지인 부부가 찾아들었다.
잦은 만남이 아니어도 언제 어디서 만나도 그저 반가운 그런 지인과 남편.
사실, 우리는 20년도 더 된 인연이어서 거의 가족같은 느낌이 들 정도이긴 하다.
아주 오래 전 초창기 인터넷 다음 "칼럼지기" 모임-지금으로 말하자면 블로거 정도-으로 알게 된
글쟁이들의 집합체이자 나름 그중에서도 눈에 띈 발군의 실력을 가진 군상들의 집합체이긴 했다.
온라인에서 오프라인로 모임을 옮겨가면서는 서로의 글발만이 아닌 온갖 것들, 부캐까지도 서로 공유하게 되었던.
어쨋든 그 오프라인 모임은 화려하게는 아니었어도 서울 하고도 강남, 삼성동으로 부터 시작되어진다.
건축가의 사무실 겸 모임의 절정체를 이루던 삼성동 주택에서의 첫 만남을 잊을 수가 없다.
그곳의 쥔장은 찾아든 나름 대단하다고 자칭타징 잘난 척 대마왕들이었던 우리를 정말 진심으로 포용하였다.
첫날, 이즈음 들어서는 뜨락에 휘날리던 벚꽃의 향연을 잊지 못한다.
봄바람 향기가 살아있던 그 서울이라는 도심 속에서 살랑거리면서도 향그럽게 전해지던 그런 날.
그 발길들을 위해 다양한 선물과 음식을 마련해두고 개개인에 맞는 도자기 접시들을 준비하여 나눠주는데
어쩌면 그리도 정확하게 꿰뚫어 보았나 싶도록 각자에게 걸맞는 도자기 접시를 선물 받았던 기억이 난다.
특히나 개성이라고 말하자면 둘째가라면 서러울 군단들의 모임이었던지라
선사받은 도자기 접시 하나하나가 예술의 경지였으므로 절로 감탄사가 나올 수밖에 없었던 그 봄날.
아무도 소통하여 전하거나 전달받은 적은 없었으나 기본적인 품격은 이미 소장하였던 터라
각자가 첫 만남의 상징하는 선물 꾸러미들을 들고 왔다는 사실도 신기하였던 그날, 그 봄날이 기억에 선연하다.
어쨋거나 그렇게 만나져 알게 모르게 지내온 시절이 이십년이 넘었다는 사실에 놀란 어제의 우리.
그녀와 오래도록 웃. 었. 다...."언니, 벌써 그렇게 됐구나"!!!!!!!!!!!!!
그녀의 그 말 한마디가 가슴에 코옥...주마등처럼 지나간 시간의 흔적들이 스르르륵.
청학대 봄빛처럼 우리의 기억이 봄날의 추억을 향해 달리던 그 순간,
기억의 회로는 작동을 멈추고 현실을 직시한다.
"아, 이렇게 근사한 곳에 사시는 건지는 몰랐네요. 낙향하셨다고는 들었지만...." 그녀의 남편이 하는 말이다.
"오잉? 낙향이라니요. 전 도시를 버린 것 뿐 인데요 뭘"
도시를 버린 대가는 정말 어디에도 없는 지상낙원을 선사받았던 고로 후회할 일은 없었으니
이 공간을 혼자 누리기에는 너무나 아쉬워 사람들을 불러들이고 다양한 행사도 했던 참이지만
뒤늦게 찾아들어 감탄사를 내뱉는 지인 남편의 모습이 우스워 두 여자들은 그냥 웃고야 만다.
그녀의 남편은 사실 정식으로 만나진 것은 어제가 처음이었다.
그녀의 시어머님이 돌아가시고 장례식장에 무거운 발걸음을 놓고 무의식으로 답례인사를 하던 그 남자.
첫눈에도 눈에 쏘옥 들어왔던 기억으로 "저 남자는 청바지를 입으면 정말 어울리겠다"를 되뇌이게 했던.
그런 생각이 넘나들며 슬픔에 잠긴 그를 바라보는 시선에 희락의 교차가 주어졌다는 .
그렇게 첫 인상의 강렬함을 가졌지만 기억 저편에 조용히 물러서 있다가
갑자기 봄날이 그리워 무설재로 찾아들고 싶다는 전화를 받았을 때만 해도 기억 건너편에 있었던 사람이기도 했다.
하지만 얼굴을 보는 순간, "아하 저 남자....그래 청바지가 멋지게 어울릴 것이라 생각했던 사람이었지?"
역시나 청바지와 가죽점퍼의 밸런스를 절묘하게 매칭하여 걸친 복장은 굿굿굿.
틀리지 않은 눈에 오호라, 쾌재를 불렀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그의 말투와 행동거지 그리고 조금은 세월의 흔적을 지닌 사람으로의 세월값 변모.
아주 샤프하고 센스티브해 보여서도, 날카로워서도 매우 좋아하였던 이미지는
조금더 물오른 남자의 멋짐을 선사하였다.
게다가 구렛나룻까지는 아니더라도 약간의 수염을 장착한 얼굴은,
내게 있어서는 시아주버님처럼 근사한 멋짐을 가진 사람은 없다 생각하였으나
그 1위 자리는 어쩌면 뒤로 물려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과하지 않은 매력 풀풀이었다.
옛기억은 뒤로 하고 새롭게 새로운 첫인상을 인식하고 저장하게 된다는 것, 참으로 기분좋은 일이 아니던가?
게다가 말솜씨와 그에 담긴 그의 철학적 마인드까지 읽어낼 만큼의 저력은
이미 웬만한 시시한 사람들과는 게임이 안될 정도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재치와 꾸밈 없는 솔직함과 해박함-개인적으로 똑똑한 사람을 선호함-을
온 몸으로 드러낸 그런 사람이었어도 바로 앞에 두고 칭찬 세례를 퍼부어도 어색하지 않은 그런 사람이기도 했다.
물론 직업 자체가 광고기획 쪽이기도 해서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지만 타고난 유전자의 힘도 무시 할 수 없는.
게다가 거기에 덧붙여 스스로의 노력에 힘입는 그런 그가 성공가도의 길을 가는 것은 당연지사요
자신의 십계명 중에 1열은 부모님에게 절대 효도, 효자가 되는 것이라는....하지만 부모는 부모일 뿐
태어남을 선사한 채로 방치되었으나 스스로가 한발 한발 딛고 나아가 무던히도 애써야
자신에게 대가가 돌아오는 고단하고 지난의 극치였던 일상을 마주할 수밖에 없었던,
노력의 극대치를 온 몸으로 끌어안은 사람이자 노력형의 절대치가 되겠다.
암튼 그렇게 치열하게 살아내면서도 제2열 계명은 자식들에게는 누구보다도 친절한,
친밀함을 온몸으로 뿜어내면서 절대적으로 인정받고 사랑받는 아버지가 되고 싶다 였으므로
어느 가족들보다도 아이들과의 결속력과 끈끈함은 누구에게도 뒤질 일이 없는 그런 드문 아버지 상이기도 하다는 것.
그리하여 여전히 현재 진행형의 멋진 아버지로서의 길을 가고 있다는 사실이지만
그러자면 그의 와이프이자 그녀의 길은 고달픔 이랄 수도 있겠으나
또 그 무엇이냐...가족간의 울타리의 힘은 대단했다 라고 말 할 수 있는 그런 가족이기도 하다.
어쨋든 청학대를 지나 무설재에서의 다담까지, 어느 한 순간도 소홀하게 시간을 허비하지 않을 깊고 짙은 이야기와
오랜 여운은 한참 동안 내게 남겨져 있었음을 말할 것도 없고 그 잔상으로 인한 많은 생각들이 오갔다.
또다른 소울메이트를 곁에 둔다면 2순위 정도 되지 않을까 싶은 그런 매력남의 발길이었다는 생각이다.
충분히 아니 차고도 넘칠 소통 가능한 소울메이트의 영역은 과연 어디까지가 경계선인가를 다시 한번 되묻게 되는 그런.
사실 살면서 소울메이트-웬만한 사람은 접수가능하지 않지만- 한 사람쯤은 있어도 나쁘지 않다 가 개인적인 생각이긴 하다.
자칫하면 오해받거나 위험한 생각일 수도 있으나 소울메이트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한 집에서 한 이불을 덮고 자는 사이 부부일지라도 사실은 일정부분은 완전히 소통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고
죄다 이해받지도 못할 일들은 수두룩하기도 하고 그 사람은 내가 제일 잘 알지 라고 장담할 부분도 없는 것이 또 부부다.
그럴 때 진심으로 소통할 수 있는 또다른 영혼의 단짝을 찾는 것은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기도 할,
삶에 한부분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 이해받기 어려울 사회구조를 가진 우리이긴 하여도 인식의 차이일 뿐.
속된 그런 인연이 아닌 오로지 감당할만큼의 소울메이트라는 것, 그 영역이라는것.
경계선의 위치는 어디까지가 한계선인가를 따지지 않을 수는 없지만
나름의 원칙을 정한 상태에서의 인연지기는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바 그 진의와 저의를 저버린채
자칫 다른 길로 새는 경로 이탈자들이 더러 있어서가 문제일 뿐,
그또한 스스로의 책임이 따르는 문제이기도 하려니와 소울메이트와의 관계 영역은 확실한 자기 관리가 필요한 법.
본인이 절대적으로 정한 규정과 규범이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원칙주의 개념을 가진 채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그런 개연성이 확실하다면 소울메이트가 있음으로 함께 성장할 기회는 의외로 많다는 사실 또한 간과할 수는 없을 터...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말이다.
좌우지간 간만에 소울메이트에 준하는 사람을 만난고로 다담은 무르익고 진지하거나 쏠쏠한 재미를 누리거나
다양한 주제의 화젯거리가 넘나드는 그 시간은 어찌 그리도 빨리 흘러가는지
돌아서는 발길에 아쉬음은 가득 차고 넘쳤지만 나름 뿌듯함과 즐거움이 팽배하는 것을 느끼겠다.
........사람이 있다가 돌아선 자리
적막이 들어와 자리를 차지한다.
그리고 원곡자 "짙은"의 "해바라기"가 한승윤의 음색으로 흐른다.
"어느새 하늘은 섧은 어둠으로 빛나고....
공원엔 바람이 갈대 숲을 산책하는데 어디로 난 고갤 숙여야....
알아 너의 정원엔 그 어떤 꽃들도 자랄 수 없다는 것도....이젠 품어보지 못한 마음을 그늘에 두고 떠난 걸
난 어딜 봐야하는지 아직 알지 못하는 해지는 해바라기"
띄엄띄엄 노랫말이 간간이 들리는
그런 적막함
어제 하루는 그렇게 지나갔다.
첫댓글 멋진사람들도 구석구석에 심심치 않게 많더이다. 그래서 또한 살만하다는~!
맞습니다요...상상을 초월하는 댜단한 사람들이 도처에 차고 넘치더이다.
그런 사람들이 주위에 있다는 것은 더욱 행복할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