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저녁 7시즈음..버스를 타고 도착한 국립극장은 어둑하고 고요한 저녁에 묻혀 참 신비로워 보였다. 멀리 보이는 남산타워와 아담한 산책길들이 처음 이곳에 온 나에겐 서울 중심에 이러한 곳이 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였다. 평소에 국악에는 많은 관심을 갖고 있지 않고 공연장에도 가본적이 거의 없어서 집에 있는 국악 음반으로는 황병기 선생님의 가야금 작품집 밖에 없었다. 그래서였을까 수업 대신 '아시아, 우리들의 향기'라는 공연을 보러 간다고 했을땐 사실 많은 기대를 하지 않았다. 단지 아시아 여러 나라들의 사람들이 자신들의 전통악기로 연주하는 공연이겠지라고 생각했고 팜플렛도 미쳐 훝어보지 못하고 자리에 앉았다.
하지만 그 미덥지 못한 생각들은 1부에서 처음 나오신 해금 연주가 강은일 선생님의 음악을 들으면서 사라져갔다. 마치 잠자리 날개 같으면서 서양의 드레스와 우리나라의 한복이 오묘하게 혼합된 의상부터 눈에 들어왔다. 분노라는 제목의 첫번째 곡은 제목처럼 분노 그 자체를 이야기 하기 보다는 우리나라 특유의 한이라고 할까, 슬픈 분노와 같은 곡처럼 느껴졌다. 연주자의 음악에 푹 빠진 듯한 모습또한 나도 공연에 빠지게 했다.
두번째 곡이였던 서커스라는 곡은 가야금과 해금을 비롯해 서양 악기 까지 혼합된 곡이였는데 제목그대로 음악을 들으면서 서커스를 상상할 수 있었다. 보는 사람들에겐 유쾌한 서커스 이지만 삐에로나 공중 제비꾼들이 느끼는 슬프지만 애틋한 감정까지 둘다 느낄수 있는 신비한 곡이였다.
그 다음으로 아시아 전통음악인들의 소개가 있었는데 어린 아이들이 그 나라의 전통 옷을 입고 안내하는 모습과 친구 라고 부르는 것이 너무 예뻤다. 그리고 공연 시작 부터 용도가 궁금했던 수조에 향을 피우는 의식을 지내서 공연 내내 은은한 향냄새가 나의 후각을 자극했다. 그리고 아시아 전통음악인들의 합주가 시작되었다. 처음 곡은 놀랍게도 우리나라 노래인 고향의 봄이 연주 되었다. 서로 다른 나라의 악기지만 묘하게 어울려지면서 애잔한 고향의 봄이 들려왔다. 마치 이 노래는 아시아 민족이 공통으로 갖고 있는 슬픈 역사를 위한 곡처럼 서정적이고 부드러웠다. 다음으로 필리핀의 민요와 베트남의 민요가 연주되었는데 이 곡들도 또한 아시아의 향기를 물씬 느낄 수 있는 곡들이었다.
바로 2부가 시작되었는데 뒤의 스크린을 통해 영상이 상영되었다. 그 나라의 간단한 소개와 아시아 전통 음악인들의 모습, 국기 등이 나와서 우리의 이해를 도왔다.
첫번째 순서인 말레이시아의 세루나이의 악기로 독주가 있었는데 마치 나팔과 비슷한 생김새와 음색을 갖고 있는 것 같았다. 경쾌하고 행진곡 같은 곡들은 나를 축제의 흥겨움을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두번째로는 미얀마의 대표 악기 격인 하프와 비슷한 사운이라는 악기의 연주였다. 빨간색 술이 달려있고 마치 초승달 모양처럼 휘어져있어서 아름답고 독특했다. 2곡 모두 새와 관련된 음악이였는데 정말 새들이 모여있는 숲에 있는듯한 느낌을 주었고 악기와 곡이 절묘하게 정말 잘 어울렸던것 같았다.
세번째로는 베트남이였는데 영화 같은 무대 장치들은 감탄사가 나오게했다. 청사초롱 같은 등들이 무대 천장에서 내려와서 영화 속의 한장면 같이 화려하고 아름답게 무대를 꾸민 것이였다. 음악 또한 베트남 냄새가 물씬 나는 아름다운 음악이였고 악기또한 화려하게 치장되어있었다. 기타 같이 생긴 단 티바나 가야금 처럼 생긴 단 쳉과 정말 신기하게 생긴 단 보라는 악기가 너무 멋있었다. 특히 단 보는 하나의 줄로 된 현악기라서 멀리서 보면 마치 허공에 안보이는 줄을 튕기는 듯한 신비한 느낌과 부드러운 음색을 갖고 있는 것 같아서 신기했다.
네번째로는 필리핀의 순서였는데 마치 스페인 연주를 듣는것 처럼 경쾌하고 신이 났다. 저절로 발 박자를 맞추게 되었고 무릎장단을 치게 되었다. 기타와 비슷한 악기였는데 기타보다는 훨씬 섬세하고 더 이국적인 느낌의 악기였다. 곡들도 스페인 음악처럼 슬픈 선율과 신나는 가락이 잘 어울린 열정적인 곡들이였고 합주곡 또한 연주자들 간의 호흡이 척척 맞아서 더욱 좋은 연주가 되었던것 같다.
다섯번째로는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몽골 음악이었다. 특히 몽골 악기 중에서는 첼로처럼 생겼지만 음색을 바이올린 같았던 마두금이라는 악기가 나의 눈과 귀를 유혹했다. 슬프면서도 부드럽고 아련한 느낌의 몽골음악은 이상하게도 귀에 익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마치 내가 몽골 초원에 서있는 듯한 느낌까지 들어서 정말 신기한 공연이었다.
3부에서는 정말 신나고 흥겨운 음악이 날 즐겁게 했다. 특히 그룹'THE 林'의 연주는 환상적이였다. 특히 '날으는 밤나무'라는 곡은 자유분방하며 경쾌하기까지해 어깨까지 들썩이게 했다. 전통적인 색채와 현대적인 색채가 절묘하게 어울려 감각적이고 독특한 음악을 만들어내서 신기했다. 또한 간간히 들려오는 태평소 소리와 서양의 타악기들과 베이스, 가야금과 해금들은 정말 직접 듣지 않으면 느낄 수 없는 매력적인 조합을 느낄 수 있게 했다.
마지막 으로 모든 출연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협연한 공연은 나를 감동시켰다. 각자 뚜렷한 개성을 가진 악기들을 무대 위에서 한마음이 된 연주자들이 서로 눈빛을 주고 받으며 연주하는 모습 자체로써도 멋있었고 매기고 받는 형식을 가진 곡 또한 마지막곡으로 손색없는 곡이였다. 아시아인이 모여 연주하는 감미롭고 가장 따뜻한 음악을 들으면서 정말 아시아의 아픈 과거에서 벗어나 미래에는 세계를 주도하는 아시아가 되길 간절히 빌었다.
사실 세계 어느 나라에나 전통음악은 존재하고 있다. 그리고 그 나라의 고유의 전통음악들은 각각의 역사나 민족의 특성들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서로 어울리기는 힘들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이번 공연은 그러한 생각은 잘못된 것이라고 단호히 말할 수 있는 공연이였다. 특히 아시아의 국가들이 갖고 있는 슬픈 역사적 배경때문일까? 아시아의 음악들은 유사한 점들을 많이 갖고 있었고 아시아 음악이라고 하면 우리는 독특한 음색과 악기들을 생각하게 되고 아련한 느낌을 들게 한다. 이번 공연에서 거의 처음 보는 악기들과 곡들을 들었지만 전혀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았던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나 싶다. 정말 가슴 뭉클해지고 따뜻해지는 흥겨운 공연이었다. 다만 작은 아쉬움이 있다면 여기 나라들 뿐만 아니라 중국이나 일본등등 더 많은 나라들이 참여했었더라면 더욱 좋은 공연이 되었을 것 같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첫댓글 아시아음악을 함께 볼 수 있는 기회가 참~ 어렵죠. 아시아음악학회 카페를 통해서 연주회 정보를 얻을 수 있으니 가끔씩 카페를 들러 보세요. 감상문 잘 보았고 26일날 예악당에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