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우의 간신열전]
항룡유회 ( 亢龍有悔 ) 꽃피면 죽는다
꽃피면 죽는다
혹시 대나무 꽃을 본 일이 있으신지.
나는 예전에 분명 대나무 밭이었던 동산 전체가
어느 날 만개한 꽃밭으로 변해있는 걸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아름답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는데,
마을 어른은 근심에 찬 얼굴로
“대나무가 곧 죽을 것”이라며
끌끌 혀를 찼다.
수십 년에서 백년이 넘도록
한결같이 청청하던 대나무가
어느 날 전체가 일제히 화려한
꽃을 피우고 왜 동시에 전멸하는지
그 이유가 잘 알려져 있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유가 없는 것도 아니다.
극상(極上)이면 자멸(自滅)아닐까.
쓸쓸하게 죽기 직전에
가장 화려한 자태를 뽐내는 게 아닐까.
“그냥 그 자리에 있었으면....”
마지막 더 높은 한자리를 탐냈다가
정치 풍파에 휩쓸려 불명예로
사직해야 했던
어느 고위공직자가 했던 말이다.
이런 때 늦은
후회는 비롯해 주위에 얼마든지 있다.
“그 정도에서 팔 것을....”
“그 때 옷을 벗을 것을.....”
이를 두고 주역(周易)에서 한 말이
‘항룡유회(亢龍有悔)’다.
공자(孔子)는 항룡유회를
"항룡은 너무 높이 올라갔기 때문에
존귀하나 지위가 없고,
너무 높아 교만하기 때문에 자칫
민심을 잃게 될 수도 있으며,
남을 무시하므로 보필도 받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항룡의 지위에 오르면 후회하기 십상이므로,
이것이 바로 '항룡유회'라는 것.
옛날 중국에 장량(張良)은
전한(前漢)의 고조(高祖)를 도와
공을 세운 개국공신이었다.
나는 새도 떨어뜨릴 만큼 천하를 평정한
개국 공신들의 위세는 대단했다.
그런데 장량은 일체의
영예와 권력을 마다하고 시골에 운둔했다.
권세를 누리던 다른 공신들은
그의 행동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데 얼마 뒤 궁궐에 피바람이 불었다.
고조가 한나라 황실의 안녕을 위하여,
뒷날의 걱정거리를
없애기 위해 개국공신들을 차례로
주살했던 것이다.
자신의 지위가
극상임을 미리 알아챈 장량은
모든 영예와 권력을 헌신짝처럼 버린
덕택에 천수를 누릴 수 있었다.
인간에겐 수명이란 게 있다.
기업도 마찬가지이고,
권력도 마찬가지다.
언제 수명을 다 할지 알 수 없다고들 하지만,
자신을 돌아보는 지혜가 있다면
꼭 그런 것도 아니다.
지금 그 자리가
화려한 꽃인지만 알 수 있다면,
천수를 누릴 수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을 수도 있다.
항룡유회 ( 亢龍有悔 )
하늘 끝까지 올라가서
내려올 줄 모르는 용은 후회하게 된다.
극히 존귀한 지위에 올라간 자는
교만함을 경계하지 않으면실패하여
후회하게 된다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항룡유회’는
《주역(周易) 〈건괘(乾卦)〉》의
육효(六爻)의 뜻을
설명한 효사(爻辭)에 나온다.
〈건괘〉는 용이 승천하는 기세로 왕성한
기운이 넘치는남성적인 기상을
표현하고 있다.
《주역》에서는 이를 잠룡(潛龍), 현룡(見龍),
비룡(飛龍), 항룡(亢龍)의단계로
설명하고 있다.
이에 대해 공자는 《주역 〈문언전〉》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절정까지 너무 높이 올라갔기 때문에
존귀하나 지위가 없고,
너무 높아 교만하기 때문에 민심을 잃고,
너무 스스로 높아착한 인사들을
낮은 지위에 두게 되므로
보필을 받을 수 없다.
이러면 무엇을 하여도 후회를 하게 된다.
”(子曰, 貴而無位, 高而無民,
賢人在下位而無輔, 是以動而有悔也.)
절정의 경지에 이른 용이 바로 항룡이다.
항룡은 하늘 끝까지 다다른 용으로,
곧 승천한 용이다.
그 기상이 한없이 뻗쳐 있지만 하늘에 닿으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항(亢)이란 말은
나아갈 줄만 알고 물러설 줄 모르며,
존재하는 것만을알고 멸망하는 것을 모르며,
얻는 것만 알고 잃는 것은 알지 못하는
것을의미한다.
오직 성인만이 나아가고 물러가는
일과 존재하고 멸망하는일을 안다.
그리하여 그 바른 것을 잃지 않는 자는
오직 성인뿐인 것이다.
(亢之爲言也, 知進而不知退, 知存而不知亡,
知得而不知喪,其唯聖人乎. 知進退存亡,
而不失其正者, 其唯聖人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