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서 발원’ 제주 대표하는 최대 하천
제주매일 기사 입력일 : 2015.08.23.
강순석 박사의 제주제질 이야기 <16>효돈천
효돈천은 제주도를 대표하는 최대의 하천이다. 하천을 따라 흐르며 만날 수 있는 웅장한 산벌른내, 특색 있는 상효 조면암의 노두(露頭·outcrop), 여름철 물놀이 장소인 돈내코 계곡, 그리고 하구에 형성된 쇠소깍까지 모두 효돈천에 속한다. 산남지역의 대표명소 상당수를 아우르고 있는 셈이다.
그럼 효돈천의 근원은 어디일까. 효돈천은 백록담 서벽과 남벽에서 직접 발원한다. 발원지인 백록담 분화구의 남서 화구벽은 조면암질 용암으로 된 수직의 절벽이다. 서벽은 영실의 오백나한과 흡사한 모양으로 조면암의 봉우리들이 심하게 풍화를 받아 만들어 졌다. 남벽은 대규모로 무너진 수직절벽으로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다.
효돈천 발원지인 백록담 서남벽은 조면암의 풍화가 심해 U자형 계곡을 형성한다. 손으로 만지면 부스러기가 묻어날 정도로 지금도 풍화가 심하게 진행 중이다. 그런데 이곳 벽면에는 고산식물인 돌매화나무(일명 암매)가 자생하고 있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키가 작은 나무이기도 하다.
발원지 주변에는 도내 최대의 해발고도에 분포하고 있는 백록샘과 방아샘이 있다. 남벽 순환로를 따라 가다 만날 수 있는 백록담 주변의 샘으로 한라산 노루들의 안식처다.
영실 코스 윗세오름 대피소 아래로 이어진 비교적 평탄한 고산평원을 ‘선작지왓’이라고 부른다. 선작지왓은 백록담을 구성하고 있는 조면암의 풍화산물인 조면암 자갈들이 넓게 퇴적돼 있는 곳으로서 조면암의 부스러기들이 층을 이루며 두껍게 쌓여 있다. 선작지왓과 방아오름을 구분 지으며 흐르는 실개천과 같은 지류들이 효돈천의 상류부다.
서산벌른내의 깊은 협곡은 100여m의 깎아지른 듯한 수직 절벽으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아찔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비가 와서 폭포가 형성될 때는 감히 인간이 범접할 수 없는 자연의 힘을 보여주는 곳이다. 계곡 절벽에는 최근에 분출한 현무암질 용암류의 연속적인 분화활동을 보여주는 50여 매의 매우 얇은 용암류단위(lava flow units)들로 이루어져 있다.
서산벌른내 하류에 위치한 해발 800∼900m 사이의 좁은 V자형 계곡은 상효조면암의 노두를 뚫고 형성된 깊은 계곡으로 제주의 하천인 건천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이색적인 풍광을 연출한다. 조면암으로 된 대규모 협곡이 지금도 유수의 작용으로 깎이고 다듬어지며 너비가 불과 1m 남짓한 구불구불한 수로를 만들어낸다.
마치 봅슬레이 경기장의 트랙을 연상케 하는 신비로운 모습이다. 이 같은 상효 조면암의 노두는 하천 바닥에서 해발 500m 돈내코 계곡 상부 지역까지 단속적으로 추적된다. 이 조면암의 노두는 또 다른 효돈천의 지류인 이웃한 백록계곡 인근의 선돌 지역에서도 확인된다.
돈내코는 ‘돈내’의 입구라는 뜻으로 도내 최대의 계곡이라 할 수 있다. 깊은 수심과 풍부한 용천 수량, 그리고 울창한 난대림으로 형성된 덕분에 여름철 행락객들이 즐겨 찾는 곳이기도 하다. 돈내코 계곡의 형성은 이곳에 잘 발달된 풍부한 용천수, 한라산 남사면의 풍만한 현무암질 용암류의 선단부에 형성된 깊은 협곡과 연관돼 있다. 해발 200~300m 지대에 형성된 길고 깊은 계곡은 효돈천에서 가장 특색 있는 명소를 만들어 내고 있다.
또한 효돈천은 하류와 하구의 모습도 특징적이다. 돈내코 계곡에서 하류로 이어지는 하천의 형성은 주변에 위치하고 있는 작은 화산체인 오름들의 생성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효돈천은 영천악·칡오름·걸서악을 휘돌아 흘러간다. 분석구인 오름으로부터 연속적인 용암 분출이 하천의 유로를 결정짓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효돈천은 미악산의 분화에 의한 돈내코 계곡의 형성으로 유로가 바뀐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산벌른내에서 남쪽으로 직하하는 곳인 서귀포시내의 상류부에 과거의 하천인 애이리내가 존재한다는 점과 돈내코 하부의 영천악 서쪽에서 분기되어 남쪽으로 직향하는 고하천 흔적의 존재로부터 추정 가능한 사실이다. 또한 이 구간에서는 조면현무암이 주로 분포하고 있다. 걸서악 서측의 하천 현벽에 있는 암석의 노두는 과거 이곳이 비석을 만드는 채석장이었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최근 인기 관광지로 떠오른 쇠소깍은 효돈천의 하구호(河口湖)이다. 언제나 물이 고여 있어 신비로운 곳으로 하천수인 담수와 바닷물이 만나 아름다운 호수를 이루고 있다. 또한 하구 동쪽에 위치한 예촌망이라는 조면암의 용암돔은 제주의 여타 오름과는 다른 지질구조로 형성, 특이한 해안 경관을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도내 최대의 하천인 효돈천은 다양한 지질자원과 함께 독특한 역사와 문화를 간직하고 예로부터 끊임없이 흐르고 있다.
제주지질연구소장 강순석 박사
다르지만 같은 듯한 효돈천과 한천
하구에 효돈천은 쇠소깍, 한천은 용연 형성
각 2개로 갈라지는 산벌른내와 탐라계곡도
최근 유명 관광지로 변모한 쇠소깍은 제주시 한천의 용연과 비교된다. 쇠소깍이라는 이름은 과거 이곳이 소(쇠)를 반출하는 소(沼)로 이용된 포구에다 물이 흐르는 하천인 내의 끄트머리 부분을 이르는 제주어인 ‘깍’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제주의 하천인 건천은 특히 한라산을 중심으로 남북사면에서 발달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한라산의 화산지형을 그대로 반영한 결과이다. 백록담을 중심으로 남북사면인 서귀포시와 제주시 방향으로 큰 하천들이 발달되어 있다.
상대적으로 한라산 동서사면에는 하천의 발달이 부실하다. 한라산 화산체의 경사는 남북사면에서 급하고 반대로 동서사면에서 완만한 편이다. 이는 동서사면인 중산간 지대에서 수많은 오름 군락이 형성되어 있는 점과 관련되어 있다.
제주도 동서 중산간 지역의 오름 군락은 주로 수만 년 이내의 가까운 시기에 폭발했으며, 오름에서 유출된 용암류는 지형경사를 따라 바닷쪽으로 흘러 제주도의 모습을 동서로 길게 넓히는 역할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대신 이곳에는 용암류가 흘러간 곳 지하에는 용암동굴을, 지상에는 곶자왈을 만들어서 그 흔적을 남기고 있다.
산남과 산북에 형성된 큰 하천들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이 효돈천과 한천이다. 이 두 하천은 한라산 백록담에서 발원한 후 큰 계곡을 형성하며 특색 있는 하천 지형을 만들고 있다.
특히 하구에는 물이 고여 있는 소(沼)가 형성되어 있다. 효돈천의 하구는 쇠소깍이고 한천의 하구는 용연이다. 또한 이 두 하천은 똑같이 백록담 아래 한라산 고지대에서 큰 계곡을 만들고 있다. 효돈천의 상류에는 산벌른내, 한천 상류에는 탐라계곡이다.
그리고 이 2개의 계곡 모두 2 갈래의 계곡을 만든 것도 특이하다. 산벌른내는 서산벌른내와 동산벌른내로 나뉜다. 산벌른내의 의미는 말 그대로 한라산을 ‘벌려 버린’ 즉, 쪼개놓은 내라는 뜻이다. 한천 상류의 관음사 등반로로 한라산을 오르다가 만나는 개미등 좌우에 계곡이 동탐라계곡과 서탐라계곡이다.
효돈천에는 돈내코 계곡과 남내소와 같은 사시사철 물이 흐르는 명소를 남기고 있다. 한천도 방선문과 같은 명승지를 보유하고 있다. 여러 가지 면에서 닮은꼴의 두 하천, 효돈천과 한천이다.
효돈천 개념도
하례리 효돈천 생태관광지도
(한라산~원앙폭포~쇠소깍)
효돈천 전구간 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