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날지 않으면 길을 잃는다.”라는 경구를 좌우명으로 삼고 있는 시인
허형만 시인을 제196회 詩하늘 시 낭송회에 초대합니다.
은유적인 교감에 투철한 시정신으로 ‘단순’과 ‘명료’의 종교적 함축성을 지니면서
평범한 언어 속에서 예술적 비의를 건져내는 시인이다.
또한 성실성과 친화력의 시인으로 알려져 있으며
따뜻하고 섬세한 마음의 눈길을 지닌 소박하고 진솔한 삶 자체가 그의 시에서 묻어난다고 한다.
허형만 시인의 시세계는 크게 초기와 중기 그리고 후기 시로 구획 정리할 수 있는데,
① 전통과 순수서정→② 진솔한 삶과 향토서정→③ 자기성찰과 생명의식이라는
시세계의 변모을 거쳐 왔다고 할 수 있다.
그의 시적 변화는, 점점 말수를 줄이면서 내용의 명징함을 점증(漸增)해 왔고,
내용과 형식에서 절제와 깊이를 획득하는 쪽으로 나타났다.
그는 서정의 간단없는 심화를 통해 자기성찰과 타자 발견의 시학을 보여 왔고,
단형의 형식을 통해 소통 친화적이면서도 개성적 깊이를 확보한 시세계를 일관되게 구현해 왔다고 할 수 있다.
봄이 벚꽃으로 만개하는 4월에
시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이 함께 모여 즐거운 한때를 보냈으면 합니다.
누구라도 좋으니 함께 오십시오.
-일시 : 2014년 4월 3일 목요일 오후 7시
-장소 : 대구 수성구 수성랜드 내 마사커피 수성점(구 비행기 레스토랑)
-회비 : 없음. 음식은 직접 구매하셔야 합니다.
-제공 : 『詩하늘』봄호, 낭송시집
-음악 : 대금연주가 이수준 님
*연락처 : 가우 010-3818-9604/보리향 010-2422-6796/김양미 010-2824-8346
마사커피 053-761-5657
*허형만 시인 약력
-1945년 전남 순천 출생.
-중앙대 국문과 졸업.
-1973년 『월간문학』 등단.
-시집 『불타는 얼음』『그늘이라는 말』『영혼의 눈』 등 14권과 활판시선집 『그늘』,
-중국어시집 『許炯萬詩賞析』, 일본어시집 『耳を葬る』.
-평론집 『영랑 김윤식연구』『시와 역사인식』 등 다수.
-영국 IBC 인명사전 등재(2001~2002).
-한국시인협회상, 영랑시문학상, 월간문학동리상, 한성기문학상 등 수상.
-한국시인협회 심의위원장 역임. 국립목포대학교 인문대학장, 교육대학원장 역임.
-현재 목포대학교 명예교수. 국제펜한국본부 심의위원장. 한국시인협회 이사.
불타는 얼음
-허형만
울릉도와 독도 주변
수심 3백 미터 이상 해저 지층에
차세대 청정에너지 ‘불타는 얼음’이라고 불리는
‘가스 하이드레이트’가 무려 6억 톤 가량 묻혀 있다
사랑하는 이여, 나에게도
가슴 속 저 5백 미터 깊은 심연에
불만 붙이면 활활 타오를
그리하여 마침내 물과 이산화탄소만 남을
‘불타는 얼음’이 10억 톤 가량 매장되어 있다
저 숲속 돌멩이도 깊은 잠에 든 시간,
이 ‘불타는 얼음’을 품고
나는 이 세상 마지막 인사처럼
너를 향해 뻘밭 같은 질긴 숨을 내뿜는다
뒷굽
-허형만
구두 뒷굽이 닳아 그믐달처럼 한쪽으로 기울어졌다
수선집 주인이 뒷굽을 뜯어내며
참 오래도 신으셨네요 하는 말이
참 오래도 사시네요 하는 말로 들렸다가
참 오래도 기울어지셨네요 하는 말로 바뀌어 들렸다
수선집 주인이 좌빨이네요 할까봐 겁났고
우빨이네요 할까봐 더 겁났다
구두 뒷굽을 새로 갈 때마다 나는
돌고 도는 지구의 모퉁이만 밟고 살아가는 게 아닌지
순수의 영혼이 한쪽으로만 쏠리고 있는 건 아닌지
한사코 한쪽으로만 비스듬히 닳아 기울어가는
그 이유가 그지없이 궁금했다
저녁 숲길
-허형만
장대비가 수직으로 내리꽂는 저녁
숲길을 스스로 장대비가 되어 흐르는
아카시아 꽃무리가 있다
온전히 자신을 던져 별 대신
하얗게 길을 밝히는 꽃잎의 행렬
꽃잎들이 어디로 가는지 묻지 않는다
장대비를 견디지 못하고
톡톡 부러진 나뭇가지들이 있긴 하지만
이만한 장대비는 결코 절망이 될 수 없다고
온몸으로 태풍도 꿋꿋하게 견디는
검붉은 옹이 박힌 적송 곁에 서서
묵묵히 흘러가는 꽃무리를 바라보는 나에게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숲과 바람과 빗방울은 묻지 않는다
내 몸이 화살
-허형만
라싸 공가공항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바라 본 창밖 하늘 둘레가
팽팽한 활시위 같다
누가, 내 몸이 화살, 인 줄 알고
티베트까지 쏘았나
당신을 만나기 위해 태어난 몸
당신이 오체투지 마치고 돌아온 날이면
나는 야크 똥이 되어 온 집안 따끈한 불길이 되리
당신이 탕구라 만년설 봉우리마다 숨 쉬는 흰 눈이면
나는 야생의 맨살 그대로의 햇살로 스며들리
당신을 만나기 위해 태어난 몸
그렇다. 당신이 내 정신의 영주인 한 편의 시라면
내 삶의 팽팽한 긴장감, 죽는 순간까지 늦추지 않으리
내 몸이 화살, 인 줄 알고
활시위를 당기신 분을 위해서라도.
아버지
-허형만
산 설고 물 설고
낯도 선 땅에
아버지 모셔드리고
떠나온 날 밤
얘야, 문 열어라!
잠결에 후다닥 뛰쳐나가
잠긴 문 열어 제치니
찬바람 온몸을 때려
뜬눈으로 날을 샌 후
얘야, 문 열어라!
아버지 목소리 들릴 때마다
세상을 향한 눈의 문을 열게 되었고
아버지 목소리 들릴 때마다
세상을 향한 눈의 문을 열게 되었고
그늘이라는 말
-허형만
그늘이라는 말
참 듣기 좋다
그 깊고 아늑함 속에
들은 귀 천년 내려놓고
푸른 바람으로나
그대 위해 머물고 싶은
그늘이라는 말
참 듣기 좋다
귀를 염殮하다
-허형만
보아서는 안 될 것 안 보며 살고자 했다
말해서는 안 될 것 말 안 하고 살고자 했다
보고 말 하는 게 모두 귀로 통하는지라
들어서는 안 될 것 또한 듣지 않고 살고자 했다
했으나, 토굴 면벽하지 않고서야 어이 하리야
마침내 들어서는 안 될 소리 듣고 말았으니
허유許由의 귀 씻는 정도 갖고는 어림없는 일
아예 귀를 자를 수밖에, 그래 자른 귀 염殮하여
솔바람소리 맑은 양지 바른 곳에 묻기 위해
아흔두 살 노모 계시는 지리산 속에 들다
손톱
-허형만
강원도 건봉사 화장실 두꺼운 유리문에 손가락이 끼었다
검지와 중지 손톱에서 붉은 피가 솟았다
순간 멍했다 아득했다
짜릿한 아픔은 한참 후의 일, 희한하게 정신이 맑았다
겨울 하늘을 나는 새 한 마리까지 한결 더 빛나 보였다
시 쓰는 정신이 이럴 것이다
긴장과 소름, 통증과 눈물을 속으로 감추는 일이
한 세상 살아가면서 얼마나 중요한 덕목인지를
토해내는 피로 일갈하고 있는 손톱
시인으로 사는 일이 이럴 것이다
겨울 들판을 거닐며
-허형만
가까이 다가서기 전에는
아무것도 가진 것 없어 보이는
아무것도 피울 수 없는 것처럼 보이는
겨울 들판을 거닐며
매운 바람 끝자락도 맞을 만치 맞으면
오히려 더욱 따사로움을 알았다
듬성듬성 아직은 덜 녹은 눈발이
땅의 품안으로 녹아들기를 꿈꾸며 뒤척이고
논두렁 밭두렁 사이사이
초록빛 싱싱한 키 작은 들풀 또한 고만고만 모여 앉아
저만치 밀려오는 햇살을 기다리고 있었다
신발 아래 질척거리며 달라붙는
흙의 무게가 삶의 무게만큼 힘겨웠지만
여기서만은 우리가 알고 있는
아픔이란 아픔은 모두 편히 쉬고 있음도 알았다
겨울 들판을 거닐며
겨울 들판이나 사람이나
가까이 다가서지도 않으면서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을 거라고
아무것도 키울 수 없을 거라고
함부로 말하지 않기로 했다
영혼의 눈
-허형만
이태리 맹인가수의 노래를 듣는다. 눈먼 가수는 소리로 느티나무 속잎 틔우는 봄비를 보고 미세하게 가라앉는 꽃그늘도 본다. 바람 가는 길을 느리게 따라가거나 푸른 별들이 쉬어가는 샘가에서 생의 긴 그림자를 내려놓기도 한다. 그의 소리는 우주의 흙 냄새와 물 냄새를 뿜어낸다. 은방울꽃 하얀 종을 울린다. 붉은점모시나비 기린초 꿀을 빨게 한다. 금강소나무 껍질을 더욱 붉게 한다. 아찔하다. 영혼의 눈으로 밝음을 이기는 힘! 저 반짝이는 눈망울 앞에 소리 앞에 나는 도저히 눈을 뜰 수가 없다.
첫댓글 시 낭송은 누구나 할 수 있으며 선착순으로 받겠습니다.
그늘이라는 말 /장혜이님
아버지 /곽동목님
영혼의 눈 /김금주 신청합니다.
참석 합니다.
*시 낭송회 낭송 신청자 명단
-불 타는 얼음 : 남효만
-뒷굽 : 곽도경
-저녁 숲길 : 황태교
-내 몸이 화살 : 박종천
-아버지 : 곽동목
-그늘이라는 말 : 장혜이
-귀를 염殮하다 : 김동
-손톱 : 김양미
-겨울 들판을 거닐며 : 박창기
-영혼의 눈 : 김금주
"불타는 얼음"
낭독 하겠습니다.
멀리서 오시는 허형만시인님 환영합니다.
시의 내면 속에 빠져봅니다.
허형만 시인님 환영합니다
"손톱"
낭독하겠습니다.
늦게 뒷 풀이 갈 수 있으면 가겠습니다. 6월 초순까지는 여유가 없습니다.
야간 일정이 목요일마다 잡혀 있어서 참석 하고 싶은 맘 꾹 누르고 있겠습니다.
미리 연락 드릴께요 ......수고하셔요 !
그날은 늦어도 가다립니다.모도다.
감사합니다.^^
수고하십니다^^
'저녁 숲길' 신청합니다
환영합니다.
제가 여는 시 한 편 낭독하겠습니다. 뒷굽 낭독할게요.^^
좋지요.
귀를 염하다 김동 수필가가 찜했습니다.
드디어 동의하셨군요.
반갑습니다.
오랜만이죠?
늘 바쁘신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회원님들 뵙고 싶네요.
얼굴 뵈러 놀러 가겠습니다.
건강하셔요.
오십시오. 기다리겠습니다.
꼭 오셔야 해요.
내몸이 화살 찜합니다.
고맙습니다.
국제펜클럽한국본부 심의위원장 허형만 시인님 대구에서 196회 시하늘 시낭송회를 축하드립니다.
문득 시하늘 주간을 보시고 국제펜클럽한국본부 심의위원장을 하신 고 박곤걸 시인님(2008.12.21.)이 새롭게 떠오르는군요.
4월 3일날 허형만 시인님의 80년대 작품 < 山 하나>를 낭송할까 합니다. 그날 뵙겠습니다.
알겠습니다. 환영합니다.
오랜만에 시낭송 들으러 가겠습니다.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