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팔자 견(犬)생, 말년은 종량제봉투 배출?
인구 30%가 반려동물 키우는데 전국 동물 장례식장 69곳 뿐…야산 매장·투기 잦아
반려동물을 기르는 반려인구가 늘고 관련 산업도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반려동물을 떠나보낼 장례시설, 방식, 사회적 인식 모두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KB경영연구소가 발표한 ‘21년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반려 인구는 전체 30% 정도인 1천448만명에 달한다. 이에 따라, 반려동물을 위한 산업인 일명 '펫코노미'의 성장세도 두드러진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 반려동물 시장 규모는 3조 4000억 원이고 2027년에는 규모가 6조 원까지 커질 전망이라고 예상했다. 이는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생각하는 MZ세대의 영향이 커짐에 따라 반려동물을 위한 식품·용품은 물론 펫 택시·펫 투어·호텔 서비스·반려동물 보험 등 인간 사회의 전유물이던 다양한 서비스 상품들이 속속 출현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반려동물 산업이 성장하며 반려동물 다수는 안락한 여생을 보내는 경우가 많아졌지만 그 끝은 어둡기만 하다. 늘어나는 반려동물에 비해 동물 장례시설은 턱없이 부족하고 아직 그들을 보내주는 방식은 제도적으로도 인식적인 면에서도 미흡한 부분이 많은 것이다.
폐기물관리법·동물보호법 등 현행법상 국내에서 대한민국에서 키우던 반려동물이 죽을 경우 처리하는 방법은 생활 폐기물로 간주, 일반 쓰레기 봉투에 버려지거나 동물 병원에 위탁해 의료 폐기물로 처리되는 경우, 정식 등록된 동물장묘업체에서 처리하는 세 가지가 있다. 동물장묘업체에서는 반려가구의 뜻에 따라 화장이나, 고출력 전자파로 사체의 수분을 제거하는 건조장, 화학용액을 사용 사체를 녹이고 뼈만 수습하는 수분해장 중 한가지 방식으로 사체를 처리하고 있다. 허가되지 않은 동물의 사체를 개인 사유지를 포함, 땅에 매장하는 행위는 불법이다.
지난해 12월 한국소비자원에서 1000명을 대상으로 '반려동물이 죽은 후 사체 처리 방법'을 조사한 결과 '주거지나 야산에 매장 또는 투기'했다는 응답이 413명(41.3%)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반려동물 장묘시설(업체)이용'이 300명(30%), '동물병원에 처리 위탁'이 199명 (19.9%), '쓰레기 종량제 봉투에 담아 처리' 57명(5.7%)의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동물 사체를 주거지나 야산에 매장 또는 투기'했다고 답한 413명 중 312명(72.5%)은 해당 행위가 법적으로 금지된 행위인지 몰랐다고 답했다.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애견, 애묘인이라면 본인이 키우던 반려동물을 정성스럽게 장례를 치뤄 보내주고 싶은 마음이 크겠지만 위 설문 결과는 현실은 그렇지 못함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부족한 장묘업체와 비싼 비용 때문에 장례를 포기하는 경우도 많은 것이다.
5월 현재 국가동물보호정보시스템에 정식 등록된 전국의 동물장묘 업체는 69곳 뿐이다. 경기도가 24곳으로 가장 많고 전북, 경남 지역이 각각 9곳, 8곳으로 그 뒤를 잇고 있다. 서울에는 한 곳도 없다. 공공장묘 시설은 부지 조건이 까다로운데다 지역 주민들에게 혐오시설로 인식돼 반발이 심한 탓에 인허가가 어렵고 시설 수가 적은 것이다.
강원도의 도청소재지가 있고 도내 두번째로 많은 인구가 거주하는 춘천시 또한 동물 장례식장을 건립하려는 시도가 여러 차례 있었지만 무산됐다. 춘천의 한 민간업자가 춘천에 동물 장묘시설을 건립하기 위해 2016년부터 세 차례 반려동물 장례식장 건축 허가 신청을 해왔지만 1차, 2차 심의에서 부지 부적합으로 기각 판정을 받았다. 춘천시 남면 발산 2리에 새로운 부지를 찾아 3차 신청을 했지만 끝내 허가받지 못했다. 심의를 진행한 춘천시 도시계획과는 "법에 저촉되는 부분은 없었지만 지역 주민들의 극심한 반발 탓에 주민 동의를 첨부하라는 재검토 판정을 받은 상태"라고 전했다.
2019년 강원도에 최초로 설립된 강릉의 동물장묘업체 또한 오랜 동안 주민 반발을 이유로 건축 허가를 반려했던 강릉시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벌여 승소한 끝에 업체 운영을 할 수 있었다. 광역자치단체 중 동물장묘시설이 부재한 서울·대전·제주 지역 또한 동물 장묘 업체를 세우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모두 주민 반발에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소비자원 반려동물 장묘서비스 이용 실태조사에 따르면 동물복지 수준이 높은 독일은 반려동물 장례가 보편화돼 전국에 120개 상당의 동물묘지가 있고 일본 또한 도심 속에서 반려동물 장묘업체가 운영되는 것은 물론, 사후 반려동물과 함께 묻힐 수 있는 민간 공원묘지 또는 수목장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21년 춘천에서 반려견을 떠나보낸 이모(25)씨는 춘천에 동물 장묘업체가 없어 경기도 광주시까지 가 동물 장례를 치러야 했다. 이씨는 “당시 여름이어서 부패 가능성이 있는데다 장례식장이 멀어 마음이 조급했다”며 “가족들 다같이 연차를 쓰고 장례식장에 다녀왔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춘천에 장례식장이 있었다면 반려견을 보내주는 과정이 신체적으로나 심적으로도 좀 더 편했을 것 같다”며 “춘천도 나름 규모가 큰 도시인데 동물 장례식장이 없는 것은 아쉽다”고 말했다.
대한민국의 반려인구가 늘어나면서 반려동물의 처우와 인식이 많이 개선됐지만 동물장묘시설의 확충과 올바른 장례문화 조성을 통해 반려동물의 마지막까지 책임지는 관행이 정착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지영 대학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