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말 계속되는 무더위에 슬~지친다. 올 여름은 그 어느 여름보다 더 지리하게 느껴진다. 7월 부터 시작한 열대야가 2달 연속 이어지니, 몸은 더위에 늘어졌다, 에어컨 냉기에 줄어들었다를 반복한다. 가을아 조금 빨리올 순 없겠니?
오늘은 무박으로 태백으로 향한다. 대덕산과 가덕산으로 이어지는 동그라미 산행이다. 최근 더위와 다른 이유로 당일 산행을 자주 하다보니, 무박은 왠지 부담스럽다. 하지만 태백이다 평균고도가 7백 미터 이상이다. ㅋㅋㅋ. 동서울 일찍 도착해 우공님과 대합실에서 마주한다. 이런 저런 니야기 나누니 오모님이 오고. 하나 둘씩 팀원들 모이자 오지버스는 비오는 동서울을 벗어난다. 푸~욱 잠든다. 이제껏 이렇게 깊은 잠을 잔 적이 없을 정도로 몸이 아래로 계속 빨려 내려가듯 잔다. 어수선함에 깬다. 대형트럭이 앞길을 막은 듯 한데, 농작물을 운반하는 대형 카고트럭인 것 같다. 이제 가을로 접어드니, 태백에 있는 고산 채소나 농산물들이 출하를 시작하나보다. 태백의 높은 곳을 오지버스로 오르고 올라 월둔이라는 곳에 도착한다. 월둔 이름이 이쁘다. 달이뜨는 둔덕일까? 악수님이라면 자료를 뒤져서라도 이 궁금을 알아 내셨을텐데, 나는 나중에 하련다. 아직은 다시 올 수 있는 시간과 마음과 체력이 있을테니!
월둔을 시작으로 피골재에 이른다. 백두대간 피골재, 여기서 대덕산으로 간다. 오모님 말에 대덕산은 천상의 화원으로 곰배령 처럼 야생화가 넓게 펼처진 아름다운 백두대간 구간인데, 많은 등산객들이 보호구역으로 넘어가 야생화를 채취해 가는 일이 종종 발생해서, 하루 입장객을 5백명으로 제한하고 있다고 한다. 뭐 우리팀은 쩝~~
짙은 안개로 시야는 제한되어 멀리 퍼져있는 야생화 들판은 보지 못한다. 하지만 이곳이 야생화로 가득한 곳임을 주위만 둘러봐도 쉽사리 알수있다.
대덕산 정상의 바람을 온몸으로 느끼며, 조망은 안개로 보이는 만큼 감상한다. 시~~원~~ 하다. 몇 몇 회원은 추위에 아우터 입는다. 이 꽃 저 꽃 기억나지 않는 꽃말을 이야기를 하며, 한동안 머문다. 시원해서 여기를 떠나기 싫다. 여기서 해뜨는 것 지켜보고, 안개 걷히면 야생화들판 보다가 도시락 먹고 하산하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물론 갈 것이다. 오늘은 울둔에서 상고대님이 기다리니.
안개 가득한 능선에서 울둔방향으로 진행하자, 아침부터 들리던 쉑 쉑 소리가 크게 들린다. 대간거사님이 이 소리는 풍력발전기 날개에서 나는 소리라고 알려주신다. 비행기 제트엔진 소리 같기도 하고, 암튼 주기적으로 들리는 쉑 쉑 소리는 썩 정겹게 들리지는 않는다.
쉑쉑 소리가 익숙해 질 즈음, 우리는 탁 트인 개활지로 나온다. 이곳은 드넓게 펼쳐진 바람부는 언덕지역으로 배추밭과 풍력발전 단지가 어우러진 곳이다. 기존 있는 고랭지밭 지역에 풍력발전 단지를 건설한 것이다. 나쁘지 않은 아디디어다. 아래 넓게는 배추농사를 하고, 좁고 높은 풍력타워가 어우러진 곳. 세계 어디에 이렇게 농지와 발전기가 공존한는 곳이 있을까? 하지만 풍력발전단지 건설을 위해 수많은 나무가 부러지고 산은 산대로 파헤쳐지고, 언덕은 언덕대로 무너졌으리라.
우공님의 전문가적인 설명으로, 태양광 그리고 풍력 발전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으며, 어떻게 전기가 생산되고 보내어지고, 저정되는 지를 어느정도 이해하는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역시 오지는 다양한 직업과 전문분야를 가진 사람들이 있어, 지식이 더욱 풍성해 진다. 우리의 만물박사 자연님이 있어야 하지만, 자연박사는 최근 간호장교로 잠시 어디엔가 근무하고 있을테다.
풍력단지와 배추들판 농로 오른쪽으로 야생화가 지천이다. 여름꽃들과 가을꽃들이 같이 피어있다. 그 중에서도 치명적인 유혹이 꽃들이 유독 도드라진다. 잠시 작업하는 시간을 가진다. 그런데 많아도 너무 많다. 너무 많아서 뽑아 올리는 손가락이 욱씬하다.
이 구간을 지나는 느낌이 너무나 익숙해 대간거사님께 물어 보았다. 당연히 지나간 곳으로 이전에는 반대방향으로 진행을 했었다고 달려주신다. 오지팀 생활 10년이 넘으니, 이렇게 다시 반복되는 구간도 있구나 혼자 자화자찬한다.
아래로 내려오니 발전단지 확장을 위한 추가 공사가 한창이다. 자연은 이렇게 부서져 나가고, 그 모습을 달리한다. 좋고 나쁜게 어디 있겠는가? 단지 미안함이 있을 뿐.
짧지않은 공사구간을 피해 오지팀은 울둔에 도착한다. 424번 지방도가 있는 곳인데, 여기고도가 이미 860미터이다. 아래서 반가운 상고대님의 목소리가 들리고, 우리는 다시 숲으로 들어간다.
하늘은 이제 쨍쨍한 햇빛을 내리쏘고, 다시 땀범벅이된다. 가을이 조금씩 오는 듯, 하늘이 지난주 보다는 높아보인다.
능선정산 너른 자리 나무그늘 아래서 점심먹는다. 바람은 솔솔 불어온다. 아직은 뜨겁다. 깨끗한 음식 조금 모자라게 나누어 먹는다. 우연찮게 식사자리가 더덕밭이다. 아마 오른쪽 사면이 이전 더덕밭이었나보다. 지금은 벌목 후 엄나무와 가시풀들이 뒤엉켜 있는데, 간혹 더덕꽃들이 눈에 들어온다.
더덕은 풍력발전단지에 캔 밭더덕 그리고 점심자리에서 캔 자연+밭 더덕이렇게 분리했다. 양이 엄청나다. 한 곳에 모여있는 더덕들 덕분에 등산의자를 가지고 다니며 앉아서 캔 더덕들이다. 여기가 바로 다올님의 꿈을 이룰 수 있는 곳리라. 더덕 한가마니! 한동안 정신없이 더덕 캐다보니 손가락이 아프다. 나는 오른쪽 검지 힘줄에 염증이 상시 있다고 해서, 왠만하면 더덕캐기를 꺼려한다. 하지만 오늘은 어쩔 수 없다.
벌목구간이 많은 지역은 풀들이 무성하다. 복원을 위한 과정이니 당연하다. 그런데 날카로운 가시풀들이다. 아마 자연이 회복될때 까지 동물과 사람이 지나지 말라는 이치겠지? 긴바지, 토시 해도 엉망이다. 얇은 피복을 뚫고 스친 수만은 미세한 가시들로 인해 정강이 피부에는 발진이 돋아나고, 토시찬 팔에도 이리저리 생채기가 나 있다. 다행히 영희언니 연고 바른 곳은 붓기가 많이 가라앉았다.
그리고 여름 땡볕에 더욱 강해진 땅벌들의 공격도 한차례 받는다. 이렇때면 뒤에서 따라가는 것이 제일 안전하다. 영희언니, 모닥불님, 상고대님이 벌에 쏘인듯 하다. 나는 멍하니 그 길로 오르고 있었는데, 옆에서 대간거사님이 급히 불러 세운다. 대간사님은 작년 어느 강원도 산에서 벌에쏘여 생사를 오락가락했었다. 그 현장에 있던 나는 생생히 그때를 기억한다. 아찔하다.
적지 않은 거리를 걸었음에도, 가덕산까지는 언감생심. 중간 기착지인 1181봉도 못 닿아 하산을 결정한다. 지난주 길어진 산행에 대부분 택시를 타고 집에 갔었다. 또 오늘은 교통편 선택이 많지 않은 상고대님과 우공님도 있어, 가능한 4시 이전 하산을 고려하기로 한다. 앗싸 가오리~~~. 계곡으로 고고씽.
올해 강원도 특히 영동 지역은 너무 가물다. 푄현상으로 비구금이 태백산맥을 넘지 못해 물줄기는 마르고 온도도 더 높다고 한다. 올해 삼척의 날씨가 35도 이상인 날이 빈번했다고 한다. 물길을 따라 물길 옆을 따라 내리고 내린다. 부드럽게 내린다. 내리며 숲 구경도 하고, 더덕도 캐고 나름 여유있는 하산길에 각자 관심이 있는 것들을 하며 내려온다.
최근 산삼지역을 우연찮게 가이드한 오모님의 모습이 심상찮다. 개~뿔이지만.
오늘 나는 5년 만에 가재를 보았다. 너른 개울에서 너른 돌 하나 들추어 내고, 가만히 5초이상 물속을 바라보니 가재 한마리가 보인다. 꺼내어 만져 보았다. 감동이다. 사진찍으려 하다 혹시나 가재 다치기라도 할까봐 그냥 살며시 물에 넣고 너른 돌 다시 얹어준다. 얼굴에 큰 미소 짓는다. 오늘 산행은 퍼펙트다. 날씨도 바람도 풍광도 수확도 그리고 가재도 본 하루. 내 인생에 아주 행복한 날들 중 하루로 기억이 될것임이 확실하다.
오늘 이른 저녁을 위해 목욕탕과 식당을 검색한다. 항상 가던 그곳으로.
퍼펙트한 하루를 안전히 보내고, 땀으로 절은 몸 씻으러 태백으로 향한다. 개인적으로 사연이 있는 곳이기도 하고. 깨끗이 씻고 찐한 더덕주에 우정찐하게 오지팀들과 오지를~~ 위하여~~
첫댓글 더덕 풍년이군요 ~
가을이 오니 하늘도 높고 청명해지고 …
거사님 상고대님 영희누님 이하 오지팀 얼굴
오랜만에 영상으로 보니 더덕주가 더 그립네요 ㅋ
부러워요~
대덕산이 산상화원이군요.
저도 가보려고 하는데 좀처럼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