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滅情(멸정)</p><p> </p><p>아무리 정이 들어도 함께 갈 수가 없고, 가지고 갈 수도 없기 때문에...</p><p> </p><p>정든 사람, 정든 물건과 작별하는 일이 멸정(滅情)이다,</p><p> </p><p>젊었을 적부터 "이 진사"는 부인 "여주 댁"을 끔찍이도 생각해, </p><p>우물에서 손수 물을 길어다가, </p><p>부엌으로 날라다 주고, 동지 섣달이면, 얼음장을 깨고, 빨래하는</p><p>부인이 안쓰러워 개울옆에 솥을 걸고, 장작불을 지펴서, 물을 데웠다.</p><p> </p><p>봄이 되면 아내 "여주 댁"이 좋아하는 '곰취'를 뜯으러 깊은 산을 헤매고, </p><p>"봉선화" 모종을 구해다가, 담 밑에 심는 것도 잊지 않았다.</p><p> </p><p>장날이 되면 "이 진사"는 "여주 댁"이  좋아하는</p><p>'검은 깨엿'을 가장 먼저 사서 조끼 주머니에 넣었다.</p><p> </p><p>"여주 댁"은 동네 여인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다.</p><p>“단 하루라도 "여주 댁" 처럼 살아봤으면 한이 없겠네.”</p><p> </p><p>“여주 댁"은 무슨 복을 타고나서 저런 '서방'을 만났을꼬?!”</p><p> </p><p>"여주 댁"도 "이 진사"를 끔찍이 사랑해서 봄이면 병아리를 </p><p>서른 마리나 사서 정성껏 키워 </p><p>"이 진사"의 밥상 위에  백숙을 올리고, 바깥 출입도 없이, </p><p>남편 "이 진사"를 하늘처럼 받들었다.</p><p> </p><p>"이 진사" 부부는 슬하의 3남 1녀, 모두, 혼례를 치루어 주고, </p><p>지금은 맏아들 내외와 함께 살면서 귀여운 손자와 손녀도 두었다.</p><p> </p><p>살림살이는 넉넉하고, 속 썩이는 식솔도 없어,</p><p>"이 진사"는 오십 초반의 나이에도 얼굴에 주름 하나 잡히지 않았다.</p><p> </p><p>친구들은 거의 모두가 젊은 첩을 얻었건만, 그러나 ,"이 진사"는 오로지 "여주 댁" 뿐이다.</p><p>"이 진사"는 오늘도 저녁상을 물리고, 장에 갔다가 사온 '검은 깨엿'을</p><p>품속에서 꺼내 "여주 댁" 손에 건네며, 다정하게 웃으면서 손을 잡았다.</p><p> </p><p>며느리, 그리고 사위에다 손주까지 보았건만,</p><p>여전히 "이 진사" 부부는 내외간에 금슬이 좋아 밤이 뜨겁다.</p><p> </p><p>땀에 흠뻑 젖은 "여주 댁"이  베갯머리 송사로 </p><p>“한평생 서방님의 사랑을 듬뿍 받아 소첩은 죽어도 한이 없습니다."</p><p> </p><p>"이제는 첩을 얻으셔도…” 하면 ,"이 진사"는 그때마다 입맞춤으로 </p><p>아내 "여주 댁"의 입을 막았다.</p><p> </p><p>어느 날, 밥맛이 없다며 상을 물린 "이 진사"는, 외출하고 돌아와 </p><p>저녁상도 두어 숟갈 뜨다 말더니, </p><p>그날 밤, 잠을 못 자고 한숨만 쉬었다. 이튿날 부터는 사람이 달라졌다.</p><p> </p><p>"여주 댁"이 찬모를 제쳐 놓고, 정성껏 차려 온 밥상을 간이 입에 맞지 않는다고</p><p>던져서 뜨거운 국물이 쏟아지는 바람에,"여주 댁"은 팔에 화상을 입었다. </p><p> </p><p>한평생 말다툼 한 번 없었던 사이에 이게 어찌 된 일인가?! </p><p>그 점잖던 "이 진사"의 입에서 천박한 욕지거리가 예사로 튀어나왔다.</p><p> </p><p>“저 년을 데리고 한평생 살아온 내가 바보 천치지 !”</p><p>한집에 사는, 맏며느리 보기가 부끄러워 "여주 댁"은 홍당무가 되었다.</p><p> </p><p>"이 진사"는 이제, 잠도 사랑방에서 혼자 자더니, </p><p>어느 날 "첩 살림을 차렸으니 찾지 마라 !” 이 한마디를 남기고는 집을 나갔다. </p><p> </p><p>"여주 댁"은 눈물로 나날을 보내더니, 어느 날 부터인가 입을 악 다물고,</p><p>"그놈의 영감탱이 눈 앞에 안 보이니 속 편하네” 하며 생기를 찾았다.</p><p>집을 나갔던 "이 진사"가 한 달 만에  돌아왔다.</p><p> </p><p>손자 손녀들과 아들 내외가 맨발로 마당을 가로질러 반겼지만,</p><p>"여주 댁"은 방안에서 나오지 않았다.</p><p> </p><p>"이 진사"는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눈이 벌겋게 충혈이 되었고, </p><p>몸은 앙상하게 마른채, 얼굴빛 마저 검게 변했는데, 복부만 팽만하게 솟아 올랐다.</p><p>그러더니, 3 일 만에 이승을 하직했다.</p><p> </p><p>정나미가 떨어진 "여주 댁"은,"사십구 재" 내내 눈물도 나지 않았다.</p><p>가장이 된 맏아들이 삼베 두건을 쓴 채, 장을 보러 갔다 오더니,</p><p>제 어미 방에 '검은 깨엿'을 놓고 갔다,</p><p> </p><p>한 입 깨물다가 눈물이 쏟아져, "여주 댁"은 보료 위에 엎어졌다.</p><p>봄이 되자, 맏 아들이 '곰취'를 한 바구니 가득  따왔다.</p><p>그리고, '봉선화' 모종을 가져와 담 밑에 심었다.</p><p> </p><p>"여주 댁"이 맏아들을 불러 </p><p>앉혀 놓고 다그쳤다. 그때까지 딱 잡아떼던 맏아들이 마침내 털어놓았다.</p><p> </p><p>“아버님께서는, 의원으로부터, 불치의 '죽을병'이라는 말을 듣고,</p><p>"情(정)을 떼려고" 어머니께 , 그렇게 모질게 대했던 겁니다."</p><p> </p><p>"저에게 당부를 하시더군요.장에 가면 "검은깨엿"을 사다 드리고,</p><p>"봄이 되면 "곰취"를 따다 드려라, </p><p>"담 밑엔 어머니가 가장 좋아하는 꽃, "봉선화"를 심으라고…”</p><p> </p><p>"여주 댁"의 대성통곡에  맏아들도 목이 메었다.</p><p>"멸정(滅情)"에 대한 이야기가 너무나도 슬프고 아름답다.</p><p> </p><p>- 만제(晩薺) 사랑방 이야기</p><p>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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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금강산도 가봐야 알고 설탕도 먹어봐야 알고 사람도 늙어 봐야 멸정의 참 느낌을 알것이 요 있을때 잘하는것이 부부의 정이람니다 세월 이 무상함은 참으로 느낄것이요 내가벌서 이렇겧 늙었나 나올 때가 잇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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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관세음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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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관세음보살마하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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