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파고스 템포
김옥전
모가지를 빼면 풀숲을 기어가는
낙엽의 그림자가 보인다
해류와 바람으로 장벽을 이룬
태생이 슬픈 자들의 땅
눈물을 빼앗아야 완성된다는
핏망울 전설이 터질 때 꽃의 징조는 예견된다
당신을 뒤쫓지 못한 보폭은 제자리를 맴돌고
구름이 밟고 간 발등에 푸른 멍이 쌓인다
무뎌진 날들마저 화석이 될 때쯤
새 한 마리 앉았다 간 자리에서
젖몽오리 잡히고
비위 같은 뱃속은 3월을 입덧한다
꽃의 생부가 기억나지 않아도
화산 근처까지 자리를 넓히는 씨앗들
짓무른 눈자위를 쿡쿡 찍어 누르며
천 년 만에 한 걸음 옮겨 놓는다
발바닥이 따끔거린다
진화를 시작한 등짝에선 꽃이 피고
내 속에선 당신이 움트고 있었다
———
* 갈라파고스-남아메리카 동태평양 섬의 코끼리거북.
—《다층》2015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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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옥전 / 1969년 경기도 고양 출생. 동덕여대 대학원 문예창작과 졸업. 2004년 《시와시학》으로 등단. 계간《시와 미학》기획총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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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5.26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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