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가 계속 주루루룩....이틀간의 촉촉함은 뭔가 차분함을 강요하지만
더러 다시금 먼 기억들을 소환하는 재주도 지닌 듯 싶고 또한 감성마인드가 차고 넘치는 그런 분위기 까지 제공한다.
하여 신새벽에 일어나 온갖 잡다한 생각과 사념 사이를 오가다가 잘 알지는 못하지만 개념이 있을 듯한
그런 철학적 마인드가 충분할 낯선이에게 새벽편지 한자락 투척하고
"모름"에서 "알아가는 이" 라고 단정짓는 영혼의 자유를 만끽한다.
어쨋거나 이른 새벽에 눈을 뜨고 글을 쓰는 이 시간은 행복하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 어느 때라도 쉽게 글 자락을 휘날리는 듯하여도 그건 그냥 습관성인 것이고
이렇게 뭔가를 사유하거나 그에 준하는 생각이 필요할 때는 감성 플러스 이성이 작동하는 그런 신새벽이 좋기는 하다.
더러 그 감성의 작동은 이성의 오류와 마비를 보너스로 가져다 주는 실패를 경험하게 하기도 하지만
그 시간이 개인적으로 참 좋다.
해서 일단 음악을 먼저 틀어놓는 일....오늘의 컨셉 따위는 없다.
요즘은 그저 무조건 한승윤 보컬 음색에 올인하고 있는 중이라 무슨 음악이던 그의 음색으로 들려지길 바란다.
그렇게 첫 노래로 간택되어 들려지는 음악은 검정치마의 한승윤 커버곡 "EVERTHING"
비 내리는 이 시점에 딱 걸맞는 음악이다.
"비가 내리는 날엔 모든 것이 우리 거야..............YOU are my everthing my everything 넌 내 모든 거야" 라고 읖조리는
그런 노랫말이 귀에 콕 박혀온다.
그런 시절이 있었지.
올인하며 청춘을 구가하던 그러나 그 청춘은 나만의 것이 아닌 채 누군가와 공유되어지던 그런 날들.
노랫말에 빠져 그 기억으로 돌아가보자니 지금은 소식 없는 똑 소리 나던 여친이 문득...훅 하고 지나간다.
한때는 절친이었지만 무슨 연고로 흩어진 친구들이 되었는지 내게는 전혀 기억에 없다.
단 여친 몇명과 남친 몇명이 강릉 바닷가로 놀러 갔다는 것.
그리고 그들과 한 방에서 웅크려 자던 기억 저쪽에 숱하게 많은 허공을 가르던, 떠다니던 언어의 유희가 있었고
서로 돼먹지 않은 개똥 철학을 논하며 제 잘난 맛에 힐난과 조롱과 언어 싸움의 교묘함과 질시가 뒤섞여 으르렁거리던.
그렇게 그 한밤을 새우며 흡수되었던 알콜은 싸구려 안주와 걸맞은 ㅅ주였음이니
마구잡이로 마셔던 ㅅ주발에 힘입어 얼마나 언어의 난투극을 벌였을지는 안봐도 뻔한 철 없었던 시절.
그 남자들과 여친들은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서로, 우리는 절대 헤어지질 않은 군단이며 넌 나의 모든 것 일 수밖에 없다고 읊조리던 그 시절 그때.
혈투의 열정들을 마구 소비해 버린 채 그들은 죄다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결국 엉켜서 잠들었지만 간밤에 혈전들이 너무 거세었던 것일까?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견고한 성같았던 우리는 그렇게 와해 되었다.
소신과 철학과 개념이 달라져 버린 시대 착오적 발언들을 서로가 용납하지 못했던 까닭에...그 아침
반쪽들은 절반의 실패를 노래하며 핏발서린 잔해들을 남긴 채 사라져 갔던 것이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강릉이 휑하고 각자 뿔뿔이 흩어져 돌아서는 발길은 참으로 허무하였다.
그리고 그뒤로 그들과는 결별이라는 단어, 더 이상 거론 하기 싫은 반대 그룹으로 내몰려졌다.
그리고 이후의 소식은 바람결에도 들리지 않았고 듣기조차 싫었다.
그러나 지금 불현듯 그들이 기억나는 이 아이러니는? 절대 한번도 떠올려진 적이 없는 그들, 그 그룹들.
결국엔 남자와 여자라는 대립각이 문제였던지라 그 교차 접점이 어굿나는 순간 부터는
살아가는 동안 도저히 함께 가는 길에 동행할 이유도 없는 남성우월주의자들과는 쿨하게 이별을 하였던 기억이 전부다.
같은 여자였음에도 불구하고 현모양처가 인생의 전부였던 여친들도 그렇게 사라져 갔던 것이다.
지금쯤은 이해가능이었기도 했을 테지만 너무나 어렸던 터라 자기만의 생각과 고집을 상대방에게 집어넣으려 했던.
돌아와 다시금 각자의 본업에 충실하였을 것이나 여전히 내게는 그날의 아픈 기억으로 잔존해 있기는 했다.
내게 스스로에 대한 자긍심은 물론 자존감을 불러 일으켜 주고 자주 독립적인 인간이 되라는
부모님의 말씀은 기본이었지만 거기에 더한 불붙임은 "절반의 실패" 작가였던 이ㄱ자 소설가 덕분이기도 하다.
확고한 자신만의 철학에 단단함을 무장하여 자신을 성장 시키는 일에 최선을 다하라는 지침을 주었던 페미니즘 소설가.
그녀와는 MBC 라디오 방송 " 임ㄱ희 에요" 라는 프로그램에 서로 촉망받는 여성 편집자와
기대되는 여성주의 페미니즘의 원초적 소설가라는 타이틀의 게스트로 초대되어 더욱 가까워질 기회를 갖긴 하였다.
첫인상부터 샤프한 매력치를 가졌던 그녀나 쥔장이나 첫눈에 서로를 알아보는 원픽 수준이었던.
그보다 먼저 그녀가 무명 시절이었을 때부터 그녀를 좋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그녀의 페미니즘 철학이자 생각의 전부였던, 여자로서의 자부심과 당당함을 지닌 채
스스로의 인격을 지키는 방법등을 책을 통해서도 암암리에 전달 받았기 때문이기도 했고
문제의식이 생기면 절대 도망치려 하지 말라고 외쳐대는 그녀의 조용하지만 강한 울림이 있었던 언어들은
아직도 기억속에 여전히 존재한다.
남성 위주의 사회에서 감당해내야 할 여성의 목소리는 참으로 처절한 것이어서
투쟁이 절반이라며 이 바닥에서 살아남고 곤고하게 자리매김하려면 강해져야 한다고 다독거리던
그녀의 사상과 말자락은 더할 나위 없는 응원군이자 든든한 울타리처럼 여겨졌던 시절이자
쥔장에게는 더더욱 여성 편집장으로서의 자리와 권위를 지키는 버팀목이 되어줄 원천적 힘의 근본이기도 했었다.
절반의 실패..........누구에게나 멍에처럼 들려져 있는 것은 아닐까 싶은 그 문장은
소설가가 지칭하는 문제의식으로부터 사회 전반에 드리운 다양한 분야의 유리 천장에 대한 표명이기도 하고
사회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고는 여전히 불합리한 구조를 인정하지 못하고
엉거주춤한 상태로 미세하게나마 변화를 겨우 인지하는 정도 일 뿐이었던 시절에 강하게 쥔장의 뇌리에 꽃혀있었다.
하여 우리는 여전히 이중적 잣대에 의한 차별적 구조를 당연하게 생각하는 매너리즘에 빠져 있는 것도 사실일 터이지만
그럴 때 마다 한번씩은 떠오르는 소설가 "이ㄱ자" 님의 예리한 관찰력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이미 그녀는 오래 전부터 이런 문제들을 직시하고 있었으므로 그 당시 철없던 시대의 군상들에게
"나의 주인은 나라는 사실을 잊지 말라"고 그토록 목소리를 높였던 것이 아닐까?
하지만 무슨 말이든지 듣는 귀가 있어야 듣는다는 것, 들을 기회를 갖는다는 것 쯤은 아실 터.
일찌감치 그녀가 말하고자 하는 의도와 의미를 간파하였던지라 그녀가 주장하는 만큼 사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애초에 쥔장의 소신과 정체성도 "나 우선주의 자주 독집체"였으므로.
하지만 그 시절 그때는 그런 생각을 한다는 사실 조차 거부당하고 거북함을 느끼던 시절이었으므로
우리가 담론을 하고 논쟁을 벌였던 강릉 앞바다의 청춘 군상들과는 아마도 관점과 논지의 차이의 벽을 건너가지 못한채
아듀....안녕이 되었을 것이라 미뤄 짐작할 뿐이다.
그렇다고는 하나 어쩌면 이리도 소식 한자락 없을 수 있는 건지 가늠이 안되는 이 새벽, 빗소리는 여전하다.
"나 있는 그대로 받아 줄게요....."
한승윤의 보컬로 전해지는 마지막 목소리가 귓 속에 멈. 췄. 다
그리고 찾아들 초등 친구들을 기다린다.
빗 속을 뚫고 올.
첫댓글 할말 많고 이야깃거리 많은 젊은날들이 있었기에 난 지금 가도 한이 없다네~!
지난 모든 것들에 감사할뿐이야~!
그럴테지만 또 지금 다 못한 책임이 또 숙제처럼 남겨져 있으니
조금 더 인생을 향유하는 걸로...그러나 저러나 팬텀싱어 올스타전도 끝나고
슈퍼밴드는 어찌 되려나 싶은.
팬텀싱어 올스타전은 정말 기가 막힌 기획이었으므로 칭찬.
확실히 좀더 물로은 면모를 보여준 고퀄리티 보컬들에게 박수.
온라인 콘서트라도 활발하면 좋겠다는 희망사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