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심봉청一心奉請이라 했는데 마음을 1, 2 숫자로 표현할 수 있을까 만약 숫자로 표현할 수 있다면 띄어쓰기 '한 마음'이 맞다 어떤 때는 이렇게 말한다 "내 마음이 매우 복잡해" "마음이 요즘 천 갈래 만 갈래야" "너 요즘 마음을 어디다 두고 다니냐?" "마음이 그리 좁아터져서야 원" "내 마음은 오직 하나야"
마음은 하나일 수 있고 마음은 매우 복잡할 수 있으며 아예 무심일 수 있고 크고 넓거나 작고 좁으며 깊고 맑거나 얕고 흐릴 수 있다 빛깔이 있거나 없거나 하며 따스한 솜이불이다가 차가운 얼음장이기도 하다 이처럼 마음은 수사나 형용사로 완벽하게 표현할 수가 없다
이해를 돕기 위해 비유를 든다면 몸은 손에 든 스마트폰이요 마음은 표현되는 다양한 기능이다 한마음으로 받들어 청한다는 '일심봉청'은 순수한 마음이다 책을 읽을 때는 내용에 빠지沒入고 참선할 때는 다만 화두뿐이며 구병시식救病施食을 집전할 때는 복잡한 생각을 다 털어버리고 그야말로 혼신을 다한다
승권기교乘權起敎가 수단이라면 보제기허普濟飢虛는 목적이다 어떤 방법權을 이용乘하여 어떻게 가르칠敎까를 생각起함은 교육의 한 방편이 될 수 있으나 목적이 없다면 의미가 없다 목적은 결과의 도출이다 누구나 배고프고 헛헛할 수 있다 '보제기허'는 한둘이 아니라 모든 존재를 빠짐없이 건져냄이다
우리가 가끔 쓰는 말에 '취후첨배불여무'란 관용구가 있다 한자로는 '醉後添杯不如無'다 취한 사람에게 잔을 더함은 차라리 권하지 않는 것만 못하다 사자는 사나운 짐승의 왕이라 한다 실로 무서운 놈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미 배부른 사자는 사냥하려 하지 않는다 그는 배가 부르니까
가진 자가 더 가지려는 현상은 수컷 동물의 독차지를 빼면 인간에게서만 있는 일이다 어떤 맹수猛獸도 맹금猛禽도 그들 개념 속에는 저장고가 없고 먹이를 오래도록 보관保管할 냉장고도 냉동고도 없다 물론 여기에는 장단점이 있다 새禽와 짐승獸이 비록 사나워도 먹이를 미리 잡아 저장하지 않음은 무욕無慾이 아닌 무지無智 때문이다
보살의 방편은 어디 쓰려는 것일까 악도惡道에 빠진 중생衆生을 구원하기 위해서일 뿐이다 만약 악도 중생이 모두 제도된다면 그 뒤는 보살행이 필요없을까 보살행은 영원히 필요하다 사물은 변화無常하며 생명체는 끝내 죽음을 맞는다 극락과 천국에는 생사가 없겠지만 사바세계에 불변不變은 있을 수 없다
손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살아온 그러한 고귀高貴함(?)이 아니라 화광동진和光同塵의 삶이다 빛과 어울리되 티끌도 마다않는 거룩한 성자聖者를 가리켜 불교는 '보살 마하살'이라 한다 피부面가 햇살에 탈焦대로 타 '귀신鬼 저리 가라王'지만 사랑悲이 극에 달增한 보살이다 다른 이가 아닌 자비 관세음보살이다
역시 이 세상은 사바세계다 일본어에 '사바사바'란 말이 있다 떳떳하지 못하게 숨어서 뒷거래로 일을 꾸미는 짓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 사바사바다 물론 사바세계의 '사바'와는 다르다 사바세계 중생들의 속성은 자신의 공덕을 널리 알리고 싶다 구병시식을 통하여 병자를 구원하는 자신의 공덕을 증명해 달라는 게 이 또한 아름답지 아니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