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4. 25. 나무날.
[어린이 마음과 부모의 태도]
지난번에 2학년과 했는데 이번에는 3학년과 두부를 만들며 액체, 고체, 기체 공부를 했다. 박경실 선생님이 어린이들을 이끌며 믹서기로 불린 콩을 갈아 콩물과 비지를 분리해낸 뒤 내가 불앞에서 콩물을 끓였다. 콩 비지로는 지짐을 하고, 중간에 콩물을 맛보고 간수를 넣어 순두부가 몽글몽글 만들어지는 과정을 관찰하며 맛을 봤다. 두부 틀에 순두부를 넣고 압착해 만든 두부를 맛있게 먹었다. 콩 2키로만 해서 양이 작다. 양이 많더라도 콩 4키로 정도 해야지 싶다. 어린이들에게는 맛있는 과학 공부와 수학 공부 시간이다. 마무리는 활동지와 글쓰기로 한다.
교사마침회 때 승주어머니가 직접 만들어 교사들에게 보낸 케익을 먹었다.
밤에는 학부모들과 교사들이 함께 하는 부모교사공부모임에서 삶을 가꾸는 글쓰기 교육을 주제로 공부했다. 1부는 맑은샘에서 강조하는 글쓰기 교육에 대한 학부모들의 질문에 교사들이 답하고, 2부는 저마다 글모음에서 찾아온 어린이글을 돌아가며 발표하며 생각을 나누었다. 교육공동체 살이 재미다.
삶을 가꾸는 글쓰기 교육은 글쓰기로 삶을 북돋는 교육이다. 그래서 어린이 말을 잘 듣고 어린이 마음에 공감하며 정직한 글쓰기 정신을 어른들이 이해하고 실천하는 게 아주 중요하다. 부모와 교사가 어린이들이 쓴 글을 읽고 나누는 이야기 시간은 그대로 어린이 마음을 읽는 기회다. 양육자와 교육자로서의 성찰하는 시간인 셈이다. 해마다 어린이 글모음이 나온 뒤 어린이가 쓴 글을 읽고 함께 공부를 해왔다. 교사들은 겨울방학 내내 글모음 일을 하며 1년 동안 어린이가 쓴 글을 읽으며 성찰하고 교사의 삶을 가다듬는다. 글모음이 나오면 부모들과 어린이, 교사가 함께 다시 글모음을 읽으며 어린이 글에 드러난 우리 교육과 교육공동체학교를 살핀다.
어린이들은 날마다 학교에서 다른 어린이들과 관계를 맺으며 세상을 배워간다. 그래서 내 아이를 우리 아이로 키우려는 교육공동체에서는 아이들 관계에 주목하고, 내 아이의 동무와 형님 동생들의 삶에 눈길을 준다. 어린이 마음은 정직하다. 성장하며 겪는 다양한 관계 맺기와 성장통 같은 관계 맺기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정직한 어린이 마음을 볼 수 있다. 순간의 실수, 잠깐의 잘못된 말과 행동, 하지 말아야 할 말과 행동을 하는 어린이를 볼 때 우리는 정직한 어린이 마음을 믿어야 그 다음 계획이 나온다. 나쁜 말과 행동이 잘못이지 어린이를 탓해서는 상처와 갈등만 남는다. 학교와 교육이 필요한 까닭이다. 한 아이가 다른 아이 때문에 겪는 어려움을 풀어내는 과정은 오롯이 어린이 마음을 굳건하게 믿고 아이가 지닌 큰 장점과 성장기를 살펴서 나와야 한다. 어린이 세계에서는 용서와 화해가 금세 일어나는데 비해 어른 세계에서는 쉽지 않다. 어른의 잣대로 어린이 세계에서 일어나는 갈등과 관계를 바라봐서는 해결책이 없다. 교사는 끊임없이 세심하게 관찰하여 경계를 살펴야 어린이 세계에서 함께 살 수 있다. 학교에 만들어가는 어린이 세계에 푹 빠져 살기 어려운 부모의 삶으로 보면 내 아이의 감정과 상처에 주목할 수 밖에 없지만 모든 아이들의 정직한 마음을 믿어야 잘못된 말과 행동에 대해 꾸지람도 할 수 있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는 학교에서 함께 살아가는 모든 어린이들이 굳게 믿는 교사를 부모들도 믿어야 한다. 부모가 보내는 가장 강력한 문제 해결의 신호는 교사에 대한 무한한 믿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부모의 태도는 아이에게 영향을 준다. 사과와 용서가 빠른 어린이 세계에서 이미 끝난 일을 두고 부모가 감정이입을 할 때만큼 교사에게 어려운 상황은 없다.
어린이들이 정직한 쓴 삶의 기록을 읽으며 참 많이 고맙고 미안하다는 생각은 해마다 반복되고 날마다 드는 마음이다. 어린이가 교사의 스승이고 부모의 스승이라는 태도로 교사로서, 부모로서의 위치와 어른으로서의 자세를 가다듬는다.
첫댓글 우리 학교살이 열쇠가 글에 모두 있어요 선생님~
책 한 권 읽은 듯해요.
1. 순간의 실수, 잠깐의 잘못된 말과 행동, 하지 말아야 할 말과 행동을 하는 어린이를 볼 때 우리는 정직한 어린이 마음을 믿어야 한다.
2. 부모가 보내는 가장 강력한 문제 해결의 신호는 교사에 대한 무한한 믿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둘다 믿음이네요. 어린이에 대한 선생님에 대한…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부모인 저 자신에 대한 믿음도 있어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