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생활성서 – 소금항아리]
우리 주변의 작은 이들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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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26/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왕 대축일·성서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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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오 복음 25장 31-46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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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작은 심장
장 루슬로의 ‘너무 작은 심장’이라는 시를 들어보셨나요? “작은 바람이 말했다./ 내가 자라면/ 숲을 쓰러뜨려/ 나무들을 가져다주어야지./ 추워하는 모든 이들에게.// 작은 빵이 말했다./ 내가 자라면/ 모든 이들의 양식이 되어야지./ 배고픈 사람들의.// 그러나 그 위로/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작은 비가 내려/ 바람을 잠재우고 빵을 녹여/ 모든 것들이 이전과 같이 되었다네.// 가난한 사람들은 춥고/ 여전히 배가 고프지.// 하지만 나는 그렇게 믿지 않아./ 만일 빵이 부족하고 세상이 춥다면/ 그것은 비의 잘못이 아니라/ 사람들이 너무 작은 심장을 가졌기 때문이지.” 우연히 이 시를 알게 된 저는 시 안에 담긴 마음이 너무 맑고 선해서 때때로 찾아 읽곤 합니다. 그중 “비의 잘못이 아니라 사람들이 너무 작은 심장을 가졌기 때문이지.”라는 마지막 구절에 다다르면 꽤 오래 그 구절에 머물러 되뇝니다. 그리고 가진 것을 포기하지 않는 옹졸한 마음 때문에, 채워도 채워도 모자라다 느끼는 허기진 영혼 때문에, 우리는 이 차가운 비를 멈출 수 없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지요. 그렇게 작은 심장을 가진 작은 사람들의 세상에서, 가난한 사람들은 여전히 추위와 배고픔으로 아파하고 있습니다. 이런 우리에게 예수님께서는 오늘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 왕이신 그리스도를 모시는 마음으로 세상의 작은 사람들을 섬길 수 있다면 우리의 심장이 조금 더 따뜻해지지 않을까요? 따뜻한 심장을 품고 산다면, 세상은 더 포근해지지 않을까요? 그리스도 왕 대축일을 지내며 우리의 심장이 더 뜨겁게 뛸 수 있기를, 가장 작은 이들에게까지 우리의 체온이 전해지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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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준 안토니오 신부(서울대교구)
생활성서 2023년 11월호 '소금항아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