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성산 하이라이트, 공룡능선
1. 앞은 원효봉 능선, 오른쪽 뒤는 영축산(영취산, 취서산)
이전에는 제1봉(920.17m)을 원효산(元曉山)으로, 제2봉(852.2m, 비로봉)을 천성산(千聖山)으로 칭했다. 그러나
양산시에서 이 2개 산의 이름을 통합하여 천성산으로 변경하고, 기존의 원효산을 천성산 주봉(제1봉), 천성산을 제2
봉으로 삼았다.
천성산의 유래는 원효대사가 당나라에서 건너온 1천(千)명의 스님에게 화엄경을 설법하여 모두 성인(聖人)이 되게
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원효산은 원효대사의 이름을 딴 것이다.
세종실록지리지와 대동지지에서는 이 산을 원적산(圓寂山)으로 기록하고 있다. 또한 세종실록지리지는 이 산을
소금강(小金剛) 또는 소금강산으로도 부른다고 적고 있다.
―― 위키백과에서
▶ 산행일시 : 2025년 8월 30일(토), 맑음
▶ 산행코스 : 내원사 입구 주차장,중앙능선 입구,용연천 내원사계곡,내원사,비로봉,짚북재,공룡능선,상리천,
내원사 입구 주차장
▶ 산행거리 : 도상 11.2km
▶ 산행시간 : 5시간 43분(11 : 21 ~ 17 : 04)
▶ 교 통 편 : 그랜드산악회(27명) 버스
▶ 구간별 시간
06 : 45 – 강동역 3번 출구
08 : 55 – 문경휴게소( ~ 09 : 07)
11 : 21 – 내원사 입구 주차장, 산행시작
12 : 00 – 내원사(內院寺)
13 : 12 – 전망바위
13 : 37 – 천성산(千聖山) 비로봉(毗盧峯, 855m)
14 : 13 – 740m봉, 공룡능선
14 : 28 – 짚북재(570m)
15 : 07 – 682m봉
15 : 45 – 580m봉
16 : 17 - 380m봉
16 : 45 – 상리천 합수점, 임도
17 : 04 – 내원사 입구 주차장, 산행종료, 자유시간( ~ 18 : 00)
18 : 30 – 언양휴게소( ~ 18 : 55)
21 : 43 – 마장프리미엄휴게소( ~ 21 : 53)
22 : 40 - 강동역
2. 산행지도
내가 천성산을 알게 된 것은 이 산의 유명세가 아니라 지율스님 때문이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2003년 2월 4일
늪지 훼손과 생태계 파괴 등을 이유로 천성산을 관통하는 한국고속철도(KTX) 원효터널 건설 반대를 외치며, 특히
‘도룡농 생태’ 파괴를 막기 위해 단식농성으로 온몸을 던진 지율스님이 수양했던 곳이 천성산 내원사여서이다. 지율
스님은 5차례에 걸쳐 332일을 단식 농성했다. 그때 나는 지율스님 편이었다. 그 후로 지율스님은 2017년부터 닷새
만에 한 번 버스가 들어온다는 영덕 칠보산 기슭의 황토목이 마을에 정착 중이라고 한다.
하 그리던 임을 보러가는 데 천리 길인들 멀까마는 마음이 조급하여 천성산 가는 길이 멀다. 2주전에 석병산 갈 때
와는 전혀 다르게 고속도로가 막힘없이 뚫렸고, 시간 절약을 위해 휴게소는 잠깐 들렸지만 가고 오고 길에다 쏟아
부은 시간이 무려 9시간이 넘는다. 이래서는 차창 밖 간산(看山)의 풍경도 시들해지고, 졸기도 지친다. 통도사톨게
이트를 빠져나와서도 한참을 간다. 내원사 입구 주차장에 내리니 11시 21분, 새벽밥을 먹고 왔던 터라 배가 출출한
점심때가 되었지만 산이 우선이다.
주차장 빈 터에서 단체로 스트레칭 체조하고 단체사진 찍고 나서 출발한다. 상리천을 심성교로 건너고 산령각을 지
나고 이어 중앙능선 갈림길을 지나 내원사계곡 길을 간다. 천성산 제2봉(비로봉) 5.8km, 도중의 내원사 3.2km까지
는 아스팔트포장도로다. 용연천 내원사계곡을 내려다보며 간다. 깊은 계곡은 암반과 소(沼)의 연속이고 좌우는
기암괴석의 석벽이 병풍처럼 둘렀다. 옛 문헌에 소금강(小金剛)이라고 한 데는 과연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눈길이 닿은 데마다 청정수행도량이라며 물놀이를 하지 말라고 내건 플래카드가 엉뚱하기 짝이 없다. 갓길에는
간이주차장을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곳곳에 화장실을 설치했고, 그래서 계곡에는 물놀이를 즐기는 피서객들이 빼곡
하게 들어찼으니 말이다. 내원사 가는 길은 노거수 그늘 진 숲길이다. 세진교(洗塵橋) 건너고 내원사가 가까워지니
내원사를 들를까 말까 고심한다. 언제 다시 오랴, 내가 우리 일행(27명) 대표로 들른다. 도중에 여승 두 분과 마주쳤
다. 내원사가 비구니 절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랬다.
일행삼매(一行三昧) 여의교(如意橋)를 건너고 30m쯤 오르면 내원사 절집이다. 그리 크지 않는 아담한 절이다. 앞
에 펼쳐진 천성산 중앙능선의 둥그스름하고 푸짐한 봉우리가 안온하다. 절집 건물의 주련을 살핀다. 여느 절과는
다르게 불가의 냄새가 옅다. 대웅전의 주련은 휴정대사의 제자인 청매 인오(靑梅 印悟, 1548~1623)의 선시라고 한
다. 다음은 그 일부다.
南坡猶自草靑靑 남쪽 언덕엔 아직도 풀이 푸른데
一葉井梧秋信早 우물가 오동 잎 떨어져 가을임을 알리네.
雁拖秋色過衡陽 기러기는 가을을 몰고 형양을 지나니
無暇轉頭關外路 한가로이 머리 들어 밖에 길 볼 여가 없네
3. 내원사 마당에서 바라본 천성산 중앙능선
4. 멀리 가운데는 신불산
5. 멀리 왼쪽이 영축산
6. 멀리 가운데는 가지산, 오른쪽 뒤는 고헌산
7. 멀리 가운데는 가지산
8. 앞은 원효봉 능선, 오른쪽 뒤는 영축산
9. 오른쪽이 신불산
10. 원효봉
정려헌(靜慮軒)과 심우당(尋牛堂)의 주련은 한산시(寒山詩)에서 골랐다. 한산시는 중국 당나라 때 태주자사 여구윤
(閭丘胤)이 국청사의 중 도교(道翹)를 시켜 시승(詩僧) 한산(생몰년 미상)의 작품 300여 수와 습득(拾得)의 시 약간
을 모아 만든 책으로 현재 310수가 전해지고 있다 한다.
千年石上古人踵 천년 반석에 옛사람 남긴 자취
萬丈巖前一點空 만장 높이 바위 앞 빈 하늘 한 점
明月照時常皎潔 밝은 달빛 비칠 때마다 그 빛이 맑았거니
不勞尋討問西東 애써 찾고 구하고 물어볼 일 아니라네
我向前溪照碧流 시내 앞으로 나아가서 흐르는 물 보거나
或向巖邊坐盤石 어떤 때는 암벽 가 반석 위에 앉아 있네
心似孤雲無所依 마음이 홀로 뜬구름처럼 메인 곳 없는데
悠悠世事何須覓 한가로이 세상일 더 찾아볼 필요 없네
石室地爐砂鼎沸 석실 화로에 모래 솥 끓고
松黃柏茗乳香甌 소나무꽃 잣나무 싹 유향 담은 병
饑餐一粒伽陀藥 배고파 한 알 먹으면
心地調和倚石頭 기분 아늑해 돌에 기대 눕는다
내원사를 지나면 등로는 아연 사나워진다. 계곡을 끼고 가는 돌길은 좀 더 이어진다. 숫제 너덜이다. 계곡 벗어나
가파른 사면 오르막은 정신을 번쩍 들게 한다. 등로 양쪽의 핸드레일 붙들고 오른다. 오늘 이곳 기온은 33.3도라고
한다. 바람 한 점 없다. 코 박고 기어오르는 돌길은 땡볕에 한껏 달구어져 마치 화톳불을 쏘이는 양 얼굴이 화끈하
다. 이마에 땀은 눈 못 뜨게 줄줄 흐른다. 가던 걸음 멈추고 가쁜 숨 고르자 해도 뭇 등산객들 길을 막을 것이라 어쩌
지 못하고 쫓겨 오른다.
500여 미터를 그렇게 오른다. 핸드레일 돌길 오르막이 수그러들고 갈지자 그리며 오른다. 얼추 능선에 올라선다.
살랑살랑 바람 부는 숲속 공터에 자리 잡고 늦은 점심밥 먹는다. 혼밥이다. 입맛이 쓰디쓰지만 버티기 위해 억지로
먹는다. 이 역시 산행의 한 과정이다. 아까 버스 안에서 산행대장님이 말했다. 여유롭게 즐기면서 산행한다는 건 듣
기 좋은 수사(修辭)에 불과하다고 했다. 산꾼들에게 산행은 사실 갖은 고통을 감내하는 과정이라고 했다. 오늘 만큼
은 그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이제 등로는 완만하다. 숲속 길 이슥히 지나 오르고 전망바위가 나온다. 영남알프스 연릉 연봉이 병풍처럼 펼쳐진
다. 다시 숲속에 들고 다시 바위에 오르고 영남알프스 산군을 바라보기 반복한다. 바로 앞의 원효봉은 부드럽고
유장한 능선이 보기에 썩 좋다. 이윽고 비로봉 정상이다. 비로소 사방이 트인다. 이때는 직사하는 땡볕이 따가운 줄
모르고 서성이고 너도나도 정상 표지석 안고 인증사진 찍는다.
11. 멀리 가운데는 금정산(?)
12. 멀리 가운데는 대운산
13. 천성산 정상 표지석
15. 천성산 비로봉
16. 등로 옆의 자연석 2층 석탑
17. 공룡능선 오른쪽 능선
18. 앞이 공룡능선, 멀리 뒤는 고헌산
원효봉을 가지 못함이 아쉽다. 거기까지 3km나 된다. 공룡능선을 향한다. 그쪽으로 가는 길이 헷갈린다. 남쪽 잘난
길이 곧 북쪽으로 돌아가려니 하고 따라간다. 상당한 거리를 갔으나 북쪽으로 돌아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뒤돌아
간다. 10분을 허비하여 비로봉 정상 바로 아래 숲속에 이정표가 보인다. 짚북재 1.7km. 비로봉 암봉을 가파르게 돌
아내린다. 우리 일행들은 어디쯤 가고 있을까. 혼자 가는 산행이다. 천성산을 오른 터수로 쭉쭉 내린다.
잠시 주춤했다가 한 피치 길게 올라 ┫자 갈림길인 740m봉이다. 왼쪽은 중앙능선으로 가고 직진이 공룡능선이다.
나는 당연히 공룡능선을 간다. 산행 마치고 헤아려보니 우리 일행 27명 중 6명이 공룡능선을 갔다. 산행대장님과 몇
몇 일행이 뒤따라온다. 산행대장님은 쉬었다 가겠다며 앞서가는 나에게 산행표지기 다섯 장을 주며 갈림길이 나오
면 진행방향에 달아달라고 한다. 내가 선두인 모양이다. 짚북재 0.9km. 골로 갈듯이 겁나게 내리 쏟는다. 공룡능선
의 시작이다. 하필 왜 공룡능선이라고 했을까? 설악산의 공룡능선을 닮아서라고 한다. 설악산 그것의 축소판이다.
암릉이 나오고 봉봉을 오르내리는 굴곡이 매우 심하다. 능선의 길이는 3.4km이다.
짚북재. 바닥 친 안부로 ╋자 갈림길인 숲속 너른 공터다. 원효대사가 고갯마루에 짚으로 만든 큰 북을 설치해 설법
을 할 때는 이 북을 쳐서 사람들을 모았다고 한다. 당시 천상산에는 89개에 달하는 암자가 있었다고 한다.
짚북재는 날벌레들 천국이다. 배낭을 벗어놓고 쉬자 해도 새까맣게 몰려드는 하루살이 떼를 견디지 못하고 쫓겨난
다. 눈 코 귀 입에 막 들어온다. 이들이 목젖을 건드리는 바람에 캑캑거리기도 한다. 긴 오르막 끄트머리인 630m에
올라서야 떨쳐낸다.
맞은편에서 달음질하여 오는 간편 차림의 한 젊은 등산객과 마주친다. 나더러 저 앞에 있는 절벽을 어떻게 내리려느
냐고 걱정스레 말을 건넨다. 아마 나를 어쭙잖은 노인으로 본 듯하다. 고정밧줄이 없던가요? 하고 되묻자, 밧줄이
있어도 내리기가 무서워서 가다말고 뒤돌아간다고 한다. 등로가 뭇사람들의 발길로 반질반질한데도 무섭다고 하니
도리 없는 노릇이다. 다른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나라고 못할 이유가 없다.
682m봉 넘고 약간 내렸다가 암봉과 맞닥뜨린다. 암벽 중턱 왼쪽으로 트래버스 하여 지난다. 고정밧줄 달린 절벽과
만난다. 레펠 흉내하여 내린다. 이다음은 제법 긴 내리막 슬랩이다. 밧줄 잡고 다 내리고 나니 가야 할 능선 길이
헷갈린다. 여기저기 쑤셔본다. 인적 쫓아 가파른 사면을 잡목 헤치고 내렸는데 이내 막힌다. 뒤돌아 올라 트래버스
한 슬랩도 막힌다. 무언가에 홀린 기분이다. 가쁜 숨 고르고 주변을 자세히 살핀다. 위쪽 울창한 잡목 숲에 가린 등
로가 보인다. 잘 보이는 나뭇가지에 산행표지기를 단다. 뒤에 오던 우리 일행도 예외 없이 여기서 길을 잘못 들었다
가 내가 단 산행표지기를 보았다고 한다.
공룡능선 마지막 봉우리인 380m봉이 아득한 첨봉이다. 드문 경우이지만 기진맥진할 때면 그렇듯이 다리에 힘이 풀
리고 눈에 초점이 흐려지고 졸리다. 주저앉으면 일어나지 못할 것만 같아 스틱 짚고 선 채로 숨을 돌리곤 한다. 배낭
털어 비상식(인절미와 사과, 방울토마토)을 먹는다. 물이 달랑달랑하여 더욱 목이 마르다. 380m봉 내림 길도 고정
밧줄 달린 가파른 슬랩이다. 막판 스퍼트 낸다. 그리고 숲길 내려 임도다. 배낭 벗어놓고 상리천 계류에 내려 그 물
부터 들이킨다. 살 것 같다.
내원사 입구 주차장 0.9km. 멀다. 상리천도 용연천 내원사계곡처럼 피서객들이 꽉 찼다. 당장 저들처럼 물속에 뛰
어들고 싶지만 옷을 갈아입을 데가 마땅치 않다. 주차장 옆 계류가 적당하다. 옷을 갈아입을 수 있는 화장실이 가깝
다. 시간이 길을 간다. 마침내 주차장에 다다르고 버스에 배낭을 부린 다음 다리 아래 계류로 내려간다. 물이 미지근
하다. 물속에 든 것 같지 않다. 물에 나오자 오히려 시원하다.
힘든 산행이었다. 나만 힘든 게 아니라 우리 일행 모두 힘들었던 산행이었다.
19. 멀리 왼쪽은 재약산
20. 가운데는 신불산, 오른쪽은 간월산과 능동산
21. 공룡능선 암벽
22. 앞 왼쪽이 공룡능선
23. 원효봉
24. 오른쪽이 영축산
25. 상리천 합수점에서 바라본 금봉암 위쪽 능선
첫댓글 날이 더워서 힘드셨겠습니다.
저도 공룡능선 간 지 꽤 오래 되었네요...
그나저나 오고 가는 게 너무 힘들어서리...
버스 타고 멀리 가느라 지치기도 했지만
이제는 힘든 게 어제 오늘이 다른 것 같습니다.
@악수 좁은 공간에 너무 오래 앉아 있는 것은 건강에 대단한 적신호입니다.
심부정맥의 혈전 형성 가능성이 높아져서요...
@킬문 유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먼 길 고생많으셨습니다...안따라간게 다행이었네요^^
함께 갔더라면 그리 힘들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멀리 뛰셨습니다~
늘 그렇듯이 섬세한 산행기에
산그리메 사진이 참 좋습니다.
즐감하고 갑니다~
가고 오는 길이 멀었습니다.
늘 당일산행이라 만학천봉 감도는 운해를 보지 못해 아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