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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포의 아침 편지-2659
선어禪語-061
<자가당착>
동봉
자가 당착自家撞着에 담긴 뜻은
자기 스스로 맞부딪침이다
스스로 뱉은 말과 행동의 앞뒤가
서로 들어맞지 않고 모순되어
일치一致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원의 승려 도태道泰와 지경智境이
옛 선시를 모아 편집한 것으로 알려진
선림유취禪林類聚 간경문看經門에서
남송 승려 시인 남당원정南堂元靜이
지은 칠언절구 한시가 있다
시집 마지막에 놓인 한시는 이와 같다
수미산고불견령須彌山高不見嶺
대해수심불견저大海水深不見底
파토양진무처심簸土揚塵無處尋
회두당착자가저回頭撞着自家底
수미산은 높아 봉우리가 보이지 않고
바닷물은 깊어 바닥을 볼 수 없어라
흙 파고 먼지 털어도 찾을 수 없는데
돌아보니 잘못된 건 나의 모자람이라
고故 김수환 전 추기경 어른께서는
'내 탓이오'라는 명언을 남기셨고
김 추기경 어르신과 가까웠던
법정스님께서는 무소유를 설하셨다
이 두 분 외에도 실로 많은 분들이
자신의 언행言行대로 사셨지만
여기에 다 언급할 수는 없다
알다시피 평범한 시민들 중에
자신의 언행대로 사는 이들이 많다
그만큼 서민들은 순수하다는 얘기다
자가당착에 걸리는 이들은 누굴까?
이미 다들 짐작하고도 남겠지만
특히 고위 공직자를 비롯하여
정치인들 중 오래된 이일수록
말과 행동이 거의 일치하지 않다
이를 쉽게 알려 주는 행사가 있다
첫째는 일꾼을 뽑는 선거요
둘째는 청문회聽問會며
셋째는 감사, 국정감사 따위다
선거 때 상대 후보의 단점을 파고
청문회, 국정감사 때 낱낱이 드러낸다
자가당착과 비슷한 논리들이 있다
자가당착自家撞着을 비롯하여
1. 내로남불
2. 피장파장
3. 모순당착矛盾撞着
4. 선후당착先後撞着
5. 이율배반二律背反
6. 자승자박自繩自縛
7. 후안무치厚顔無恥
8. 아전인수我田引水
9. 자기모순自己矛盾 등이 있다
이 창은 어떤 것도 다 뚫을 수 있다
그러나 뚫지 못하는 것도 있다
이 방패는 어떤 것도 막아낼 수 있다
어떤 것도 다 막아낼 수 있다면
모든 것을 뚫을 수 있다는 창 이야기는
형식적 오류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를 일러 모순당착이라 한다
모든 것을 순식간에 녹이는 물질이
이 병 안에 들어 있다고 한다면
그 병도 분명 녹여져야 한다
이율배반, 내로남불, 검수완박도
알고 보면 예외例外는 아니다
영어로는 self-contradiction이다.
선후당착先後撞着이란 무엇일까
예를 들면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달라진 현상이다
정권 말기 레임덕이 선후당착이다
정권 초기 순수한 마음初發心이
끝까지 잘 이어지지 않는데
바로 이 선후당착의 원리 때문이다
당착의 원리는 밖에서 온다기보다
항상 그 내면으로부터 시작된다
요즘 쓰는 말에 'A적A'가 있다
A의 적은 A의 줄임말이다
환경의 소치라고 얘기하는데
으레 이 논리가 틀린 것은 아니다
그 높은 자리에 오르기까지
주변의 숱한 유혹이 있었을 것이다
유혹을 물리치지 못한 게 흠이다
그리하여 '내 탓이오'가 명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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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자료1/자가당착-나무위키
https://namu.wiki/w/%EC%9E%90%EA%B0%80%EB%8B%B9%EC%B0%A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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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철쭉과 죽단화/사진 꾸밈 동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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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2022
곤지암 우리절 선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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