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한지(楚汉志) 1-030
大阴人嫪毐 열 세살의 소년 政이 王位에 오른지도 6년. 이제는 丞相을 제쳐놓고 国政万机를
자기가 직접 결정 할 정도로 성장한 秦王 이었다.진왕은 나이를 먹을수록 권력 행사의 농도가
점점 심해지더니,이제는 승상조차 턱으로 지시하는 오만한 독재자가 되고 말았다.
게다가 天下를 统一하려는 집념은 날이 갈수록 강렬해져서,
秦나라 백성들은 老若을 막론하고 자나깨나 군사훈련으로 진땀을 빼고 있었다.
그러나 제아무리 전제 군주도 天災地变만은 어찌 할 수가 없었다.
秦王 6년에는 大饥馑이 들어 수백만 명이 饿死 지경에서 허덕이게 되었고, 이듬해에는 疫病이
전국적으로 퍼져서 수만 명이 죽어 나갔다.그처럼 액운이 겹친데다가, 설상가상으로 蒙骜 장군
까지 병사하여 당장 전쟁을 일으킨다는 것은 생각조차 못하게 되었다.
(아아, 人事는 맘대로 할 수 있어도, 天运만은 어찌할 수가 없구나!)秦王은 하늘을 우러러 탄식하며,
때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그런데, 吕不韋는 실질적인 권력을 고스란히 빼앗기고 나자,
그때부터는 오로지 영화만을 일삼게 되었다.
백성들이야 굶어 죽거나 병들어 죽거나 아랑곳하지 않고, 날마다 영화만 누리고 있었다.
그가 거느리고 있는 奴仆의 수효가 무려 만 명이 되었고, 그를 모시는 시녀들만도 천 명이
가까왔으니,그 한가지만 보아도 그의 영화가 얼마나 호화로왔던가를 가희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그러한 여불위에게도 남모르는 고민이 하나 있었으니, 그것은 다름아닌 太侯 朱姫와의
치정 관계였다. 여불위는 여러가지 이유에서, 주희와는 진작부터 손을 끊고 싶었다.
첫째는 태후와의 내통관계가 왕에게 알려지면 목이 달아날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둘째는 꽃봉오리같은 시녀들이 얼마든지 많은데 구태여 시들어 가는 계집에게 정력을
낭비하기가 아까웠기 때문이었다.그러나 여불위가 아무리 손을 끊고 싶어도
주희는 한사코 물고 늘어지며,"죽으면 죽었지, 그렇게는 못해요."하고 앙탈을 부리며
덤벼 드는 것을 어찌하랴.심리 상태가 그렇게 되고 보니, 이제는 그녀와 잠자리 를 같이 하는 것이
쾌락이 아니라 견디기 힘든 고통이었다.
여불위의 수완으로도 어찌할 수 없는 것이 계집 관계였던 것이다.
(손을 끊을 수 있는 무슨 좋은 방도가 없을까?)여불위는 여러달을 두고 골머리를 앓다가,
문득 언젠가 그녀에게 들려주었던 말을 연상하였다."나 대신에 젊은 남자를 하나 소개해 줄까?"
여불위가 농담삼아 그렇게 말했을때, 주희는 가타부타 대답이 없었다.
(그렇다! 대답을 안 한 것은 간접적인 시인이었다고 볼 수있으니, 나 대신에 다른 남자를
안겨 주면 될게 아닌가?)그 무렵 함양성 안에는 男根이 장대하기로 소문난 嫪毐라는 젊은이가
있었다. 여불위는 자기 대신에 노애를 태후궁에 들여보낼까 하는 생각에서,
하루는 노애를 불러다가 자기 눈으로 그의 양물을 직접 구경하였다.
소문에 듣던 대로, 노예의 물건은 과연 놀랄만큼 장대하였다.
노애는 술이거나하게 취하여 알 몸뚱이로 춤을 추는데, 물건이 얼마나 길고도 꿋꿋한지,
꼬투리를 다섯개나 걸고 뛰어도 떨어지지를 않았다.(과연 놀라운 물건이로다. 저만하면 제아무리
색골의 주희라도 결국은 거품을 물고 자빠질 수 밖에 없게 되리라.)
그렇게 판단한 여불위는, 자세한 내용을 설명해준 뒤에, 그의 수염과 눈썹을 뽑아 内侍처럼
만들어 버렸다.그리하여 태후궁으로 들여보내면서 다음과 같은 말을 전해 주었다.
"이사람은 腐刑( 男根을 잘라버리는 刑罚로 斩死 다음가는 重罚)에 처벌된 사람이온데,
心地가 무척 무던하오니, 태후께서 宦官으로 쓰시도록 하시옵소서."
노애(嫪毐)를 太侯宫으로 들여보낸 뒤로는, 朱姫는 吕不韋를 일체 부르지 않았다.
노애가 여불위보다도 웰씬 만족스러웠기 때문이었다. 그로써 여불위는 오랫동안의 고민을
깨끗하게 해결할 수가 있었다.태후 주희는 노애와 접촉하게되자, 새로운 청춘을 맞이한 듯한
기쁨이었다.노애와의 애정이 얼마나 흡족스러웠던지, 태후 주희는 몇 달 후에는 임신까지 하였다.
政을 낳은 뒤로는 아기를 밴 일이 없어서 不妊症에 걸린 줄만 알고 있었는데,
19년 만에 아기를 가지게 된것이었다.그것은 경사스러운 일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진심으로 좋아하는 사람의 아기를 배었으니, 더욱 그러하였다.
그러나 남편이 없는 몸으로 아기를 배었으니, 그것은 커다란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없었다.
임금이 알면 그야말로 큰일이기 때문이었다.그렇다고 사랑하는 사람의 아기를 떼어 버리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이 일을 어찌했으면 좋아요. 侍医에게 부탁하여,
아기를 떼어 버리기로 할까요?"주희는 걱정이 태산 같아서 노애에게 물어 보았다.
노애는 뛸 듯이 놀라며 노발 대발한다."떼어버리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뱃속의 아기가 누구의
자식인데 맘대로 떼어 버리겠다는 것이야?"
과거에는 거리의 한량배에 지나지 않았던 노애 였건만, 태후가 임신한 사실을 알고 나서부터는
당당한 서방 행세를하고 나왔다."뱃속의 아기는 당신 자식이지 누구의 자식이겠어요.그렇지만....."
" 그렇지만, 뭐가 어떻다는 거야!"노애는 벼락같은 호통을 지른다. ...
1-031편 계속
초한지(楚汉志) 1-031
일국의太侯도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 어쩔수가 없는지,朱姫는 노애(嫪毐)의 호통을 듣고도
끽소리를 못한다.자고로 여자들의 팔자는 남편에 의하여 결정된다고 한다.
아무리 못난 여자라도 임금님과 결혼하면 당당한 왕비가 될 수 있는 반면에, 제 아무리 똑똑한
여자라도 거지와 결혼하면 거지 마누라 밖에 못 되는 것이 여자들의 팔자다.
그러기에 어떤 시인은 여자들의 팔자에 대해, 다음과 같은 시를 읊은 일이 있었다.
人生莫作女人身(사람은 모름지기 여자로 태어나지 말지니라).
平生运数依他人(평생의 운수가 남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을..)
그야 어쨌든, 주희는 잠시 침묵에 잠겨 있다가, 노애의 손을 다정하게 붙잡으며 속삭이듯 말한다.
"나도 당신의 아기를 지워 버리고 싶지는 않아요.그러나 이 일이 상감에게 알려지는 날에는
우리 둘의 목이 달아날 판이니, 이 일을 어쩌면 좋아요."노애도 그런 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었다.
그렇다고 태후의 뱃속에 들어있는 자기 자식을 떼어버릴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었다.
노애는 오랫동안 심사 숙고 하다가, 문득 얼굴을 힘있게 들며 말한다.
"어떤 일이 있어도 애기를 떼어 버려서는 안돼!그러면 이렇게 하는 것이 어떨까?"
“어떻게 하자는 거예요? 애기를 낳을 수 있는 방도만 있다면, 나도 당신 애기를 꼭 낳고 싶어요."
"그러자면 卜术师를 한 사람 매수해야 할 거야." "점술사를 매수해서 어떡하자는 거예요?"
"당신이 태후궁에 그냥 눌러 있으면 신수가 불길 하니까, 어딘가 먼 곳으로 떠나야 좋겠다고
하면 될게 아냐.그래서 나와 함께 먼 곳으로 떠나 가기만 하면, 애기가 아니라 어른이라도 낳을 수
있을게 아니야?"주희는 그 말을 듣고 뛸 듯이 기뻤다."그거 참 명안이군요.
액땜을 위해 먼곳으로 떠나 있어야 좋겠다고 하면, 상감도 흔쾌히 허락해 줄 테니
우리 그렇게 하기로 합시다."점술사 한명쯤 매수하기는 지극히 쉬운 일이었다.
그로부터 며칠 후, 점술사는 秦王을 찾아 뵙고 매우 걱정스럽게 품한다. "태후마마의 금년 운수가
너무도 불길하시옵니다."홀 어머니에게 효성이 극진한 진왕은, 점술사의 말을 듣고
크게 걱정스러웠다. "어머님의 운수가 불길하다면, 어떻게 해야 액운을 면하실 수 있겠는가?"
점술사는 사뭇 심각한 표정으로 대답한다. "태후마마께서 액운을 면하실 길은,
오직 한 가지 방도가 있을 뿐이옵니다." "그 한가지 방도라는 것이 어떤 것인가?
그대도 알다시피, 어머니께서는 일찍이 홀로 되셔서 매우 외롭게 지내시는 형편이네.
그러므로 어머니만은 편히 모셔야 하겠네.""효성이 지극하신 말씀이시옵니다. 태후마마께서 액운을
면하시려면,西方으로천리 이상 떨어진 것으로 移住를 하셔야 하겠습니다."
"그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로구만.咸阳에서 서쪽으로 일천오백리쯤 떨어진 곳에 壅城이라는别官이
있으니, 그러면 태후를 옹성으로 모시도록 하겠네."이리하여 태후 주희는 진왕의 특별 배려로
옹성으로 떠나가게 되었는데,그를 모시고 가는 시종들이 무려 2천 명이나 되었다.
壅城으로 옮겨 온 朱姫와 嫪毐와의 생활은 新婚夫妇와 다름이 없이 자별하였다.
지금까지는 항상 남의 눈을 피하느라고 조마조마하게 밀회해 오다가, 이제는 마음놓고 만날 수 있는
자유가 무엇보다도흡족하였던 것이다.이듬해 여름에 주희는 아들을 낳았다.
두 사람 사이에 아들이 생겨 나자 노애에 대한 애정은 더욱 두터워져서,
주희는 마침내 진왕에게 다음과 같은 上疏文을 올렸다."내가 山叠叠云重重한 僻地에 와서,
몸과 마음이 아울러 편하게 지낼 수 있는 것은 오로지 宦官 嫪毐의 덕택이오.
내게 노애의 충성이 그렇듯이 극진하니, 상감은 그 점을 참작하시어 환관 노애에게 爵位를
내려 주소서."진왕은 그 상소문을 받아 보고 매우 고맙게 여겨, 嫪毐에게长信侯라는
작호를 내리는 동시에,壅城을 重心으로 한 주변 5만 호의 侯主로 봉하기까지 하였다.
이제 노애는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이 영화를 맘대로 누릴 수 있는 신세가 되었다.
궁전을 새로 짓고, 정원을 다시 꾸미고, 날마다 사냥을 즐기면서, 무엇이든 그의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더구나 삼년 만에 주희가 또 하나의 아들을 낳게되자,
노애는 새로운 욕심이 생겨서 주희에게 이러한 말까지 하였다."우리가 아들을 둘이나
가지게 되었으니,이제는 현 왕을 폐위시키고 우리들의 아이를 진왕으로 영입하는 것이 어떨까."
주희는 그말을 듣고 펄쩍 뛰었다."그건 안 돼요.그런 역모를 꾸미다가는 우리 네 식구가
살아 남지를 못해요.헛된 욕심 부리지 말고 여기서 언제까지나 단란하게 살아요."
그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는지, 노애는 역모를 꾸밀 생각만은 일단 포기하였다.
그러나 임금이 되고 싶은 욕망만은 버릴 수가 없어서,그는 자기가 소유하고 있는 땅을 毐国으로
독립시켜 놓고,자기 스스로를 애왕이라 부르게 하였다.
1-032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