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4. 26. 쇠날.
[이끄미]
종일 우면산에서 놀았다. 애벌레를 줄곧 만났다. 오랜만에 많이 걸으니 땀이 나지만 기분이 상쾌하다. 아이들과 산에 오를 때마다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재미가 참 좋다. 우면산 길에서 늘 쉬던 얼룩바위, 헬리콥터 착륙장, 오르막 끝, 중간 중간 다 같이 쉴 곳과 쉴 때를 찾아 호흡을 조절했다. 호릅은 이끄미의 중요한 노릇이다. 산 오르기 같은 활동을 할 때 앞장 선 이끄미가 가장 챙겨야 하는 것은 전체의 호흡이다. 뒤에 오는 어린이들을 기다려서 함께 서로를 확인할 수 있도록 알맞게 기다려주고, 다시 떠나고 멈추고 하는 반복을 자연스럽게 만들어내는 호흡이 정말 중요하다. 그래서 답사를 가야하고, 익숙한 길은 쉴 곳과 쉴 때를 잘 알고 있어야 이끌 수 있다. 여행이나 산행에서 어떤 안내자를 만났느냐에 따라 큰 차이가 있듯이 우리 인생도 비슷하지 않을까. 그래서 “누구나 이끄미를 할 수 있지만, 아무나 이끄미를 해서는 안 된다.”는 말을 하는 것이겠다.
아이들은 어김없이 오르막길에서 힘들어했다. 우면산이 전체로는 오르기에 무난하지만, 오르막이 있는 산은 크던 작던 모두 힘들다. 1학년은 헬기장에서 헤어지고 2학년부터는 마지막 소망탑까지 가서 점심을 먹었다. 명상하고 시를 쓴 뒤 학교까지 돌아오니 3시 30분이 다 되었다. 높은 학년만 갈 때는 왕복해서 2시 30분에도 학교에 닿은 적이 있었다. 함께 해서 산길도 즐겁다. 혼자 가는 여유로움도 좋고, 함께 가는 떠들썩함도 좋은 게 산이다.
종일 산에서 땀을 흘리고 떠들썩한 아이들 소리에 묻혀 즐거운 한 때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