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하굿둑에서
김완
금강하굿둑 해물칼국수 집에서 점심을 먹는다 해물칼국수가 나오기 전 먼저 나온 보리밥에 열무 싱건지, 무채지 넣어 고추장에 비벼 먹는 맛이 일품이다 싱싱한 홍합과 바지락이 듬뿍 들어간 칼칼하고 시원한 칼국수는 배추 겉절이를 얹어 먹어야 제 맛이다 뭔가 뱃속이 허전하면 어른 주먹만 한 왕만두를 한두 개 곁들여 먹으면 세상 더욱 살만해진다
초등학교 운동장 같이 넓은 식당에서 사람들이
왁자하게 코를 박고 칼칼한 칼국수를 먹는다
전북 장수 소백산맥에서 시작해 충남 논산과 강경을 거쳐 서해로 흘러가는 사백 킬로의 물줄기가 내리는 곳에 1841미터의 방조제, 714미터의 배수갑문이 있다 금강하굿둑 사람살이에 깃든 사연들이 금강을 오고 가며 슬픔과 눈물의 짭조름한 맛이 되었나 옛 추억을 복원하는 해물칼국수를 후루룩 먹으니 금강대교에 드리운 빛과 어둠이 밤 강물에 어룽댄다
―『스토리문학』 2017년 여름호
* 충남 서천지역을 여행 중의 시인은 지금 “금강하굿둑 해물칼국수 집에” 이르러 있다. “금강하굿둑”은 “전북 장수 소백산맥에서 시작해 충남 논산과 강경을 거쳐 서해로 흘러가는 사백 킬로의 물줄기”를 막고 세운 “1841미터의 방조제”를 가리킨다. “금강하굿둑”에는 “714미터의 배수갑문”이 있어 장마철에 수량을 조절할 수 있다. 시인은 지금 이 “금강하굿둑” 근처에 있는 “해물칼국수 집에서 점심을 먹는다”. 이 지역의 식사법에 따르면 “해물칼국수가 나오기 전 먼저 나온 보리밥에 열무 싱건지, 무채지 넣어 고추장에 비벼 먹”게 되어 있다. 시인에게는 그렇게 먹는 “맛이 일품이다”. “싱싱한 홍합과 바지락이 듬뿍 들어간 칼칼하고 시원한 칼국수”……. “금강하굿둑 해물칼국수”는 “배추 겉절이를 얹어 먹어야 제 맛이다”. “뱃속이 허전하면 어른 주먹만 한 왕만두를 한두 개 곁들여 먹으면 세상 더욱 살만해진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해물칼국수를 먹기 위해 이곳에 오는 걸까. 시인의 표현에 따르면 식당이 “초등학교 운동장 같이 넓”다. “왁자하게 코를 박고 칼칼한 칼국수를 먹는” 풍경도 장관이다. 시인은 이곳의 “사람살이에 깃든 사연들이 금강을 오고 가며 슬픔과 눈물의 짭조름한 맛이 되었”으리라고 생각한다. “옛 추억을 복원하는 해물칼국수”의 맛이 말이다. 그래서일까. 시를 매조지하며 시인은 해물칼국수를 “후루룩 먹으니 금강대교에 드리운 빛과 어둠이 밤 강물에 어룽댄다”고 노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