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7일 토요일 <비엔나 첫째날>
전날 저녁 스위스 인터라켄 서역에서 기차를 탄 우리는 쮜리히에 내려 빈으로 가는 기차로 갈아타고 13시간이라는 긴 시간을 달려 다음날 오전 11시 40분에 빈역에 도착할수 있었다.
스위스와 오스트리아 국경에 홍수로 기차역을 지나갈수 없어 독일쪽으로 돌아서 오다보니 평소보다 거의 4시간이란 시간이 더 걸려야 했다.
기차역 info.(여행안내소)에 가서 물으니 지하 1층으로 내려가 지하철을 타라고 하여 지하로 한층 내려가 매표소에서 24시간권 티켓(5유로)를 구입하여 지하철 3호선을 타고 다시 1호선으로 갈아탄 다음 오스트리아가 자랑하는 아름다운 도나우강을 건너 별 4개짜리 도나우젠트룸 호텔에 도착하여 check in을 했다. 그때 시간이 오후 1시경.
큰 쇼핑몰 건물에 호텔이 함께 있다는게 특이하게 느껴졌고 호텔 로비가 고급스럽고 품위있게 잘 꾸며져 있어서 어저께까지 묵은 스위스하고는 또다른 분위기가 느껴졌다. 이런 다양한 분위기를 맛볼수 있다는게 여행의 장점이 아닐까한다.
방으로 올라와 짐을 풀고 한국에서 가져온 마지막 햇반 3개와 아직은 꽤 많이 남아 처지 곤란인 컵라면과 로마 한국 식품점에서 산 카레와 참치캔,김 등등으로 맛있게 점심을 먹고 샤워를 한후 일단 눈을 붙었다.
전날 스위스 인터라켄에서 저녁 7시 40분부터 기차를 타서 오늘 오전 11시 40분에 비엔나에 왔으니 얼마나 오랫동안 기차안에서 시달렸겠는가? 유럽여행 통틀어서 최장시간의 기차여행이였다.
정신없이 그러나 정말 달게 푹신한 침대에서 잘 자고 일어나니 컨디션은 날아갈거같이 좋았고(내가 아직 확실히 젊다는 것을 이럴때 느낄수 있어서 참 좋다^^) 시간은 어느새 5시가 넘어 있었다.
우리는 비엔나 일정표를 확인하고 호텔을 나와 지하철을 타고 제일 먼저 빈대학역에 내렸다. 시간이 늦어 빈대학 내부는 내일 오기로 하고 근처 시청사건물과 국회의사당이 있는 곳 으로 갔더니 광장 무대에 대형 스크린이 설치되어 있고 수많은 의자가 놓여 있고 공원에는 여러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각각 따로 음식 코너를 만들어 자기나라 고유 음식들고 맥주코너 에서는 오스트리아 맥주를 큰 그라스에 담아 팔고 있었다.
요즘이 비엔나 '2004 film festival' 축제기간이라서 축제의 한 일환으로 이런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고했는데 사람들이 어느 정도 모여있었다.
우리는 이제 막 관광을 시작하는 참이라 이곳에 계속 있을수가 없어서 일단 다른 곳을 계속 돌아보기로 하고 근처에 있는 자연사 박물관과 미술사 박물관으로 이동하여 구경을 하고 바로 길 건너편에 있는 오스트리아 왕정시대의 왕궁을 구경하러 들어가 돌아보고 왕궁뒤편 으로 나오니 조그만 분수대가 있고 그곳부터 비엔나의 명품거리인 '브라벤거리'가 시작되었다.
구찌,에스까다,까르띠에,루이비퐁등 세계 명품샵들이 은은한 자태를 뽐내며 길 양쪽으로 포진해 있고 브라벤거리를 오른쪽으로 돌으니 여전히 이쁜 가게들로 쭉 연결되어있는데 골목길 중앙에 이쁜 조명들로 장식해 놓은 노천까페에는 저녁시간이라 그런지 꽤 많은 사람들이 시원 한 맥주를 마시며 여유를 즐기고 있었는데 정말 분위기가 좋아 보였다.
저런 여유로움은 도무지 어디서 나오는걸까...? 욕심을 버리면 저런 여유가 오겠지...
조금더 걸으니 왼편에 시커먼 건물이 높은게 나타나는데 그곳이 오스트리아에서 제일 오래되 었다는 슈테판성당이였고 성당앞 광장에서는 인형극이 펼쳐지고 있었다.
이 인형극은 오스트리아와 체코가 유명한데 제대로 돈을 주고 극장에서 관람을 할려면 왠만한 오페라관람비와 맞먹을 정도로 비싸다고 했다.
아이스크림을 사서 먹으며 인형극을 한참 구경을 하고는 오른쪽부터 시작되는 또 다른 거리인 '케른트너거리'에 들어갔다.
비엔나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음악의 도시답게 품격높은 음악으로 가득찬데 여기 케른트너 거리에서 만난 거리의 악사들의 음악솜씨 또한 정말 일품이였다.
비엔나 거리 곳곳에서 흘려나오는 클래식음악에 참 낭만적이고 아름다운 곳이라는 첫인상을 받았는데 시원한 바람이 산들산들 불어오는 쾌적한 저녁 시간에 음악의 도시 빈에서 학교 다닐때부터 들어 우리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음악들을 직접 들으니 정말 가슴이 찡해옴을 느꼈다. 이건 분명 감동일거야! 나같이 클래식을 잘 모르는 사람들한테도 이런 감동이 오는구나하고 기쁘고 놀라기도 하여 나는 멋진 음악을 들은 값으로 꽤 비싼 동전을 바구니에 넣어주고 왔다.
대학원에서 음악을 전공(피아노)한다는 일행중 한 녀석이 말하기를 여기 비엔나는 워낙 음악가 들의 수준이 높아 이런 거리에서 연주한다고해서 깔보면 절대 안된다고 말해주었다.
너무나 멋진 음악에 취해 황홀하고 행복했던 케른트너 거리를 지나 필름 페스티벌이 벌어지고 있는 시청사앞 광장으로 갔더니 와우~ 엄청나게 많은 인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광장 무대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에는 베를린 필하모니 교향악단이 연주하는 공연장면이 웅장 하게 펼쳐지고 있었는데 베를린 필을 지휘하는 흰머리가 히끗히끗해 보이는 저 사람이 바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일본인 지휘자 '세이지 오자와'라고 했다.
혼신의 힘을 다해 마치 신에 홀린 듯한 표정으로 지휘하는데 몰두하는 그의 얼굴이 자주 스크린에 클로즈 업되자 광장앞 의자 에 앉은 수많은 청중들에게서 감탄사가 흘려 나왔다.
음악은 이래서 세계의 공통언어가 되고 모르는 사람들을 하나로 묶을수 있는 좋은 매개체가 될수 있다는것을 직접 느끼수 있었다.
그날이 토요일이였는 데다가 음식 축제까지 겸해서 열려서 그런지 각국 음식코너에는 그 나라 음식들을 먹어볼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고 우리도 각자 먹고 싶은 음식을 골라 광장앞 테이블에서 만나기로 하고 이리 저리 구경을 하다가 나는 중국음식 코너에 가서 뽂은면 과 닭고기와 각종 쏘스가 들어가 있는 것을 고르고(6.8유로) 오스트리아산 맥주를 large size 컵에 주문하여(3.2유로) 들고와서는 네명이서 각자 맛있게 먹고나니 어느새 밤은 깊어 10시를 넘기로 있었다.
호텔로 돌아가자는 일행에게 베를린 필하오니 교향악단의 연주 녹화를 다 보고 돌아가겠다고 하여 세명을 먼저 보내고 나 혼자 남아 맥주 하나를 더 시켜먹으며 끝까지 녹화장면을 모두 감상하고 호텔로 돌아오니 거의 밤 12시가 다 되어 있었다.
음악의 도시에서 받은 감명이 너무나 깊어서 였을까...
빈에서의 나의 첫날밤은 새벽 3시가 넘도록 그렇게 오래도록 잠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