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미도 일주, 또 다른 세상을 만나다.
실미도
인천광역시 중구 무의동
안개에 휩싸인 무인도를 걷는다.
선계의 풍경인듯, 또 다른 세상인듯 하다.
앞에서 보는 것과 달리 뒷쪽의 실미도는 거친 모습을 보인다.
거칠었다가 부드러움을 반복하는 바위,
그 형상은 안개와 함께 몽롱한 다른 세상을 만나게 한다.
지금으로 부터 40년전인 1971년 8월 23일,
서울 영등포구 대방동 유한양행 사거리에서 버스 한대가 가로수를 들이받고 멈춰섰다. 이어 수류탄이 터지는 소리와 함게 버스는 전소가 되었고 군인 대부분과 민간인이 그자리에서 숨졌다. 살아남은 사람들 중 김종철 전 공군 소위는 병원으로 이송되었으나 끝내 숨을 거두었고, 4명의 대원들은 군사법정에서 사형을 선고 받고 1972년 4월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비극으로 끝나버린 사건, 이는 바로 1968년 창설된 특수공작대, 684부대로 불린 이들로 당해 1월 12일 김신조가 이끈 북한의 특수부대 31명이 청와대를 습격한 것에 분노한 박정희 대통령이 이 사건에 대한 보복으로 김신조 특수부대와 같은 31명을 부대원으로 그해 4월에 창설하였으며, 주어진 임무 역시도 북한에 잠입하여 김일성을 죽이는 것을 창설 목표로 삼았다.
그러나 정앙정부부장 이후락의 비밀리 북한방문에 남과북은 화해 무드로 바뀌었고, 더 이상 존재가치가 필요 없어진 부대원들은 생명의 위협을 느껴 섬을 탈출하기로 한다. 훈련 중 사망한 7명을 제외하고 24명의 부대원들은 소총과 수류탄으로 중무장을 하고 섬을 빠져 나가 송도 앞바다에 도착 하였으며, 항도야객 버스를 탈취하는 과정중에 교전이 벌어졌으며, 서울에 이르러 수원행 태화여객 버스를 탈취해 대방동을 향해 돌진하던 중, 만일의 사태를 대비한 4명의 부대원들은 수류탄의 안전핀을 뽑고 있었는데, 버스가 가로수에 부딪히면서 연쇄적인 폭발이 일어난 사건이다.
남북관계와 정치논리가 만들어 낸 이 땅의 비극, 이른바 '실미도 사건'이다.
이 후, 소설 '실미도'(저자 백동호)를 바탕으로 2003년 12월, 강우석 감독의 영화 '실미도'가 개봉하게 된다.
한국영화 사상 처음으로 천만명의 관객을 돌파한 흥행대작이다. 이 영화가 개봉되면서 실미도는 관광지로 개발되는 계기가 되었고 당시 북파공작원 들에 대한 내용들이 전파를 타기도 했다. 영화에서는 특수부대원들이 살인등의 흉악범죄를 저지른 사형수들인것으로 나오지만, 실제는 당시 높은 보수를 미끼로 삼은 정보기관원들의 약속에 평범한시민들이 있었으며, 일용직 노동자들과 서커스 단원도 포함 되어 있었다고 전한다.
참혹한 사건의 시발점, 실미도.
잠진도에서 여객선으로 불과 5분이면 닿는 무의도에 도착하고 서쪽을 향해 걷노라면 무의도의 바다 끄트머리에 길게 누운 섬, 실미도를 만나게 된다.
안개에 갖힌 섬, 실미도를 걷다.
행정구역상 이천시 중구 무의동에 속한 섬으로 사람이 살지 않는 무인도다. 약 75,800여평으로 섬의 둘레만 약 6km로 한바퀴 돌아보는데 빠르지 않은 걸음으로 약 1시간 30분정도 소요가 되었다.
무의도의 부속섬으로 하루 두번 열리는 바닷길은 실미도를 들어가기 좋은 백사장을 내어준다. 무의도에서 바라보면 너른 백사장과 야트막한 푸른산이지만 섬의 뒤편은 너덜지대로 바윗덩어리들과 몽돌, 백사장들이 고루 분포한다. 혹여 길손처럼 실미도를 한바퀴를 돌아볼 요량이라면 일반 운동화보다는 등산화를 권장하게 된다. 실제 한바퀴를 돌고나서 발바닥이 얼얼한것을 직접 체험한 이유다.
실미도를 들어가는 유일의 통로 징검다리를 건넌다.
실미도에서 실제 벌어졌던 일을 알면서 섬을 돌아보자니 약간의 섬뜩함이 느껴진다.
거기에 더하여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안개는 안으로 들어갈 수록 그 진함이 더해져 으스스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속살과도 같은 섬의 뒷편, 실미도의 보이지 않는 뒷 풍경은 때로는 신선의 쉼터같은 풍경이고, 때로는 선사시대 내지는 공룡시대에 들어 선듯한 착각에 빠져 금방이라도 공룡 한마리 휘리릭~! 지나갈 듯한 풍경이 만들어 진다. 다닥 붙은 따개비들은 섬을 도는 내내 갯바위에 붙어있고, 바다는 운무에 싸여 그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손모양의 바위를 만나고, 너럭바위를 만나고, 마치 땅에서 솟아나는 사람의 형상을 한 바위도 만난다. 마치 미지의 세계에 들어선 듯한 착각에 든다. 앞이 분간이 되지 않는 안개속의 걸음은 정신을 멍~하게 만들기도 한다. 잠시 다른 세계를 다녀온것만 같은 섬, 끝이 날것 같지 않은 섬이다.
어느새 눅눅해진 어깨를 느끼는 순간, 다시 처음의 그자리를 만난다.
약 1시간 30분여의 걸음, 기분이 좋고 나쁨이 아니 잠시동안 지금의 세계를 벗어나 다른세계를 다녀온듯한 기분, 실미도를 한바퀴 돌아본 소감이다.
실미도를 들어가는 유일의 통로 징검다리
굴 양식장으로 들어가면 안되는 곳이다.
그러나 주위를 둘러보면 얼마든지 굴과 조개들을 채취할 수 있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실미도 걷기
마치 사람이 땅에서 기어나오는 듯한 형상의 바위
손? 발?..아니면 장갑???
아주 작은 돌위에 간신히 얹혀진 바위
영화 '실미도' 촬영장소
영화에서 실미도를 탈출하는 부대원들이 부대를 폭파하는 장면이 있다. 그로 인해 세트장은 남아있지 않다.
어딘가 다른세계로 연결되어 있는 길과 같은..
이제 다시, 처음의 그자리가 보인다.
사람들이 몇몇 보이기는 하나 건너편 무의도는 여전히 안개에 쌓여 조망이 되지 않는다.
by 박수동
www.gilson.asia
첫댓글 실미도 많은분이 알고는 있지만 실지로 그 섬에 가보지는 못했지요 섬 여기저기구석구석 잘 보고갑니다 감사합니다
기회가 되면 함 가보고 싶습니다
무의도라는 섬에서 하나개 해수욕장과 실미도만이 2,000원의 입장료가 있습니다.
참고하시길요.
것으로만 보았는데 실제 해변길은 멋이있군요 함 가봐야겠네요, 좋은 정보 고맙습니다.
저 처럼 섬을 한바퀴 돌아보시려거든,
시간에 유의하셔야 합니다. 물때가 있어 바닷길이 하루 두번 열립니다.
감사합니다.
네, 길손님 요즈음이 좋을듯합니다, 지난주( 10월3일) 장봉도 갔을때 오후 1시경되니 물이 최대한 빠지던군요
영양가 듬뿍한 정보 다시한번 감사합니다.
무의도는 두번 가봤지만 실미도는 못갔어요
실미도 가보려구요
삥~ 돌지마시고,
실미도의 앞에서 산책하시다가 고동도 잡고 굴도 따고..^^
즐거운 시간 되시구요.
가보지도 못했구요?그림으로 처음 접한것이 무한한 영광이올시다!눈으로만 담아갑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편히 보시고 편안한 시간이셨으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