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정식 셰프의 '정식당'
이 예쁜 미술 작품을 먹으라고?
2015 아시아 최고 레스토랑 10위
몇 개월 전부터 예약 서둘러야
부산에서 서울 '정식당' 간다고 고생 좀 했다. 정식당은 몇 개월 전에 예약하지 않으면 자리를 잡기가 어렵다. 정식당은 세계 미식 관계자가 선정하는 '2015 아시아 최고 레스토랑 50'에서 10위에 올랐다. 임정식 오너셰프가 뉴욕에서 운영하는 또 다른 한식당 '정식(JUNGSIK)'은 미슐랭 가이드 투 스타를 받았다.
막상 들어가 보니 한식당인데도 외국인 손님이 더 많다. 대체 한식이 어떻게 나오는 것일까. 궁금증 때문인지 정식당은 최근 레스토랑 관계자들의 순례 코스(?)가 되는 분위기다.
애피타이저 이전에 나오는 '반찬(밥반찬하고는 다르다)'이 저녁 시간에는 9가지다. 동그라미나 사각의 하얀 접시 위에 점점이 올려진 반찬, 꼭 현대 미술 작품 같다. 갈치속젓을 올린 미니 쌈밥, 참치 다다키 버거, 냉면과 도토리묵을 형상화한 것도 나왔다. 분명 시금치가 들어갔는데 쫀득한 식감이 오묘하다. 어느 집보다 친절하게 설명해 주는 직원이 없었다면 뭐로, 어떻게 만들었는지 짐작도 못 할 뻔했다. 커다란 홍합을 닮은 그릇에 담긴 짭짤한 문어 요리는 맛이 일품이었다. 입으로 먹는데 머리는 계속 생각하게 만들어 주었다.
뜻밖에 밥이 일찍 나왔다 했더니 밥그릇 모양이 묘하다. 원형인 그릇을 비스듬히 잘라 언밸런스한 매력을 지녔다.
멍게 비빔밥 밑에 조 튀김, 보쌈 덮밥에는 곰취 장아찌가 깔렸다. 바싹 튀긴 보쌈이 부서지며 상상력이 샘솟는다. 메인 요리는 어떨까. 조개 젓국 소스에 올려진 예쁜 민어 한 토막. 소스가 아주 맛나다. 국물 요리에도 일가견이 있었다. 안심 스테이크 위에는 강된장 소스를 발랐고 그 위에는 산초를 올렸다. 산초가 입안에서 박하처럼 시원하게 터진다. 강렬한 디저트! 제주도를 다녀온 임 셰프는 초콜릿과 녹차 무스로 안을 채운 돌하르방을 만들었다. 요리는 창조였다. 임 셰프는 지난 겨울 '월향' 이여영 대표와 결혼했다. 임 셰프는 뉴욕에 가느라 자리를 비웠고 부산이 고향인 이 대표는 "이렇게 좋은 곳이 지방에도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9만~16만 원. 영업시간 12:00~22:30(휴식 시간 15:00~17:30). 서울 강남구 청담동 83-24. 02-517-4654.
박종호 기자
■강민구 셰프의 '밍글스'
"서로 다른 것이 조화를 이룬다"
동서양을 넘나드는 열정의 작품
메뉴판엔 재료·양념 설명도
'밍글스'에 전화를 해서 주말 저녁 시간 예약 문의를 하자 한 달 뒤에나 가능하단다. 강민구 (31) 셰프를 기다리는 팬이 많아서 그렇다. 밍글스(mingles)는 '서로 다른 것이 어우러져 조화를 이룬다'는 뜻이다. 퓨전 한식 레스토랑에 잘 어울리는 이름이다. 강 셰프는 해외 여러 레스토랑에서 경험을 쌓았다. 2009년에는 일식당 '노부' 마이애미 지점에 들어가, 일 년 뒤에는 카리브 해 바하마점 최연소 총주방장이 됐다. 기존 메뉴에 한식을 접목하는 열정을 인정받은 덕분이었다.
그는 지난해 5월 청담동 골목 안쪽 지하에 밍글스를 열었다. 지나가다 보고 오기에는 힘든 위치라 그를 찾아서 오는 손님이 대부분이다. 메뉴판에는 식재료와 코스에 대한 설명이 간결하면서도 꼼꼼하게 적혀 있다. 재료 앞에는 작은 원이 3~4개 그려져 있다. 녹색은 발효초, 까만색은 간장, 갈색은 고추장, 조금 더 진한 갈색은 된장, 오렌지색은 향신료를 뜻한다. 그는 "양념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지 느꼈으면 하는 생각에서 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소나무 받침 위에 광어와 문어, 다시마 부각에 쌈장이 올려진 식전 요리 3가지가 나왔다. 매니저가 재료와 먹는 방법을 설명해 준다. 요리를 먹는 동안 눈과 입이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한국의 장이 사용되고 마무리를 짓는 맛을 낸다. 초록색이 많이 사용되어 먹는 동안 편안한 기분이 든다. 다채로운 요리 작품을 감상하다 보면 시간이 언제 지나갔나 싶다. 마지막엔 밥과 스테이크 중 선택이 가능하다. 한우게살장 비빔밥을 선택하면 된장국, 감태, 더덕 마늘종 장아찌. 전복 구이, 산초장아찌. 수제 어묵이 함께 나온다. 이 요리가 나오고 나서야 "나는 한식을 먹고 있는 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밍글스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디저트로 나온 '장 트리오'였다. 간장, 고추장, 된장을 각각의 소스로 만들고 바닐라 아이스크림, 위스키 카푸치노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디저트였다. 이 어우러짐이 '밍글스'였다. 제철 재료를 활용해 동서양을 넘나드는 그의 다음 시즌이 벌써 기대된다.
점심코스 3만 8천 원, 저녁 코스 8만 8천 원. 영업시간 점심 12:00~15:00, 저녁 18:00~22:30. 일요일 휴무. 서울 강남구 선릉로 758. 02-515-7306. 박나리 기자
첫댓글 눈요기 만으로도 호강을 한것 같으네요. 음식을 한번 먹으려고 한달전 아니 몇개월전에 예약을 해야한다니 기회가 주어진다면 꼭 한번은 먹어보았으면 좋겠네요.
정말 네!셰프! 하게만드네요 감사합니다
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