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해 유난히 더위가 지리하게 느껴진다. 아침 저녁 약간의 시원함이 오는 듯 하더니, 이내 뜨거운 열기가 가을을 밀어 내고 있다. 오랜만에 비소식이 있는 토요일 당일산행을 (동해안 지역 빼고 특히 강릉, 삼척) 인제로 간다. 약간의 비가 예보되어 우비두고 가볍게 나왔다. 코펠 버너 라면 라면물 두고 나오니 배낭이 너무 가볍다. 고3 쌍둥이 아들들 수능 모의고사 성적이 기대이하인지, 와이프가 저기압이다. 삼성역 데려다 주면서, 날씨도 선선해 지니 다음부터는 걸어가라고 한다. 내가 원한것도 아니었는데, 이미 이 편안함과 쾌적함에 익숙해져서 인지, 조금 섭섭하기는 하다.
동서울 도착하자, 뜻밖에도 우공님이 자가용과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겨우 시간 맞추어 도착한다. 스카이님은 아침시간 관리 실패로 참석이 어렵다고 하여, 오지버스는 미련없이 인제로 출발한다. 미국출장 겸 결혼식 다녀온 수담님의 미국 유대인들의 결혼식 사진을 보고, 소비의 끝판왕인 미국인들의 호화로운 결혼식의 성대함에 그저 놀라고 놀랐다. 물론 자신들의 부이기도 하고, 또 여러 다른 나라들로 부터 빌려간? 부이기도 하리라. 젊은 시절 대한민국이 최고가 될 것이라는 강한 믿음이 있었는데, 이제는 그 격차를 현실로 느낀다. 냉혹한 실리주의 세계에서 현명한 선택과 판단이 우리나라의 미래를 좋은 방향으로 이끌 것이다.
잠시 눈을 감고 뜨니 인제다. 출발한지 2시간이 안되어 오늘 들머리에 도착한다. 주변에 옹벽공사가 한창이다.
마땅한 곳 찾는데, 여의치가 않다. 돌로 계단만들어 옹벽올라 산으로 향한다. 오지팀은 못말려.
으레 옹벽공사구간은 경사가 급하다. 경사가 급하니 공사를 하겠지만. 아침에 비가 와서인지, 경사로 바닥이 힘없이 무너져 내린다. 조심조심 풀뿌리 잡고 오른다. 남자도 후들거리며 올라가는 구간을, 모닥불님이 힘차게 올라간다. 나도 모닥불님 따라 오른다.
많이 겪어 보았지만, 급경사 오른 후에는 대게 정리잘 된 농노나 임도를 만난다. 이길의 시작점은 대게 마을이거나 사람들과 차량이 많이 다니는 곳이기에, 오지팀과는 맞지않다. 호로록 산으로 들어간다.
새벽에 내린 비와 아침해가 만나, 인제 소양강 인근은 습기로 만들어진 안개구름들이 나즈막이 걸쳐있다. 평온해 보인다.
본격적인 오지로 들어가기 전 풀이 무성한 묘지앞에서 인사드린다. 이번주는 엄마와 당신의 장례절차 및 묘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기분좋은 이야기는 아니지만 꼭 해야할 이야기들.......
안전산행과 거시기를 볼수 있는 명안을 바래며 무덤 주인과 인사한다.
산의 허락으로, 오지로 들어온지 얼마되지 않아 더덕 몇 수 캔다.
주 능성까지는 오르막이 계속 이어진다. 오르고 올라도, 오르막 또 오르막. 습기와 열기에 온몸은 장대비 맞은 듯 물이 뚝 뚝 떨어진다.
올 여름 솔잎님이 준비해 주신 오징어숙회를 너무나 잘 먹고있다. 평소에 쉽게 먹지 못하는 귀한 음식을 준비해 주신 솔잎님 감사합니다. 오지 간식 끝판왕 솔잎 오징어 숙회.
오늘 독도 담당은 산정무한님이다. 나의 짧은 다리와 그리 강하지 않은 심장과 폐로는 오지선두는 언감생심. 대부분 산정무한님의 가이드 그룹에서 산행한다. 최고의 선택이다. 안전하고 편안하다.
항상 후미에 계시는 사계님. 은퇴는 없다. 오지 후미는 걱정마라 오바~~.
비가 와서인지 가을 초입의 인제 산 속은 버섯들이 한창이다. 무슨 버섯인지는 모르지만 그저 신비로울 따름이다.
점심자리 펴자 바로 비가 쏟아진다. 가랑비 오락 가락 하는 정도로 예상했는데, 제법 굵고 강하다. 그리고 바람까지 부니 시원하다 못해 약간 추위를 느낀다. 다올님이 마침 준비해 온 비닐타프치고, 옹기 종기 모여 점심 나눈다. 영희언니의 특별메뉴인 냉동김밥이 녹지 않아 난쳐해 하신다. 넘치는 데로 또는 모자란 데로 비바람속에서 후딱 점심먹고 일어선다. 추위를 느낀 몇 몇 팀원들은 아우터 꺼내 입니다.
점심 먹고 긴 피치 오르니, 임도공사가 한창이다. 끝도 없이 이어진 임도를 보니, 꼭 필요한 공사인지 아니면 그냥 자연만 훼손하는 공사인지 전혀 감을 잡을 수 없다. 제발 합당한 이유와 이점이 큰 선택으로 진행되는 공사였으면 하고 바래본다.
오늘따라 다올님이 흥에 넘친다. 더덕도 캐고, 버섯도 따고 무엇보다 짝꿍인 원더님과 함께여서 더욱 신나는 듯 하다.
임도에서 산으로의 경사가 너무 심해, 바로 오를 수가 없다. 임도를 우회하여 오르는 길 찾아 나선다. 나는 지난주 진드기에 물린 자욱이 부풀어 올라, 계속 배낭 어깨끈과 옷에 쓸려 무언가 불편하다. 올봄을 시작으로 벌례와의 기나긴 싸움이다. 퇴치제 뿌리고, 진정제 및 알레르기약 먹고 해도, 온몸은 발진 투성이에 벌레물린 훙터 투성이다. 혼자 뒤에 쳐져 있는데, 다올님이 챙겨주신다.
임도에서 길 찾아 또 오르막이다. 오늘 따라 쉼 없는 오르막의 연속이다. 최고 봉우리 높이가 1000 미터가 안되지만 이어지는 오르막과 내리는 비로 인해 만만치 않은 힘듦의 연속이다.
오늘 사진 찍는 영희언니는 부단히도 바쁘다. 인물 사진 찍으랴, 풍경 사진찍으랴, 비오는 와중에 핸드폰 비닐백에서 넣었다 꺼냈다를 얼마나 반복했을지. 그리고 앞으로 뒤로 서다 가다를 반복했을지. 좋은 사진 항상 감사드립니다.
점심시간 부터 내린 비는 멈추지 않고 꾸준히 내린다. 다행이 등산화 젖을 만큼의 강한 비는 아니어서, 양말 뽀송히 다닐 수 있어 너무 다행이다. 923 봉에서 하산을 결정한다. 비도 오고, 2시인데 벌써 날도 어둡다. 줄 그은 상동리 방향은 완만하지만 시간이 너무 걸릴 것 같아, 바로 왼쪽 사면을 통해 계곡으로 하산 후 임도 따라 내리는 길을 선택한다.
내려오는 마지막 구간에 어마어마한 참나무를 발견한다. 240년 된 보호수라고 하는데, 질긴 삶을 이어가는 중이지만 왠지 위태해 보인다.
계곡에서 임도 따라 2킬로 정도 걸어 내려와 큰길에서 두메님과 조우하여 인제로 이동한다. 이런날은 따뜻한 목욕이 최고다. 뜨거운 물에 나른해진 몸으로 이른 저녁먹으러 태능갈비로 간다. 비오는 날은 더덕주에 삼겹살이죠!
무불은 오늘 더덕주 4잔을 마신게 분명하다. 돌아오는 버스에서 혼자 노래만 부른 기억이 나서 산행기쓰는 지금 팀원들께 미안하고 부끄럽다. ㅋㅋㅋ
첫댓글 비도오고 굿전날씨에 수고 많았습니다~
산행기 즐감하고 갑니다.
네. 이제 가을산행이 기대됩니다.
산미인들로 보입니다.
다닥다닥 달린 버섯은 맛 있는느타리, 그 다음 역시 맛 있는 큰갓버섯,
그 다음 흰 버섯은 독버섯인 광대버섯으로 보입니다.
갓버섯이 맞았군요. ㅎㅎ
느타리도 괜찮은데 아깝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