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잠을 설쳤습니다.
꿈인지 생시인지 구별이 안되는 상태로 '외롭다'는 생각에 가슴을 졸였습니다.
한 때 절친이다가 지금은 도로 남이 된 친구들 얼굴을 떠올리면서 자책하였습니다.
그 친구들을 떠나게 한 나의 무뢰함, 친구를 배려하지 않는 안하무인을 탓했습니다.
평생 과업을 졸업한 듯, 어울려 다니면서 카톡방을 시끌벅적하게 메우는 수다를
부러워하였습니다. 그런 삶을 피해서 산중처사연 하며 틀어 박혀 책이나 읽는 내가
걱정되었습니다. 이러다 언젠가 외로움에 타 들어가서 말라 죽지 않을까?
일어나서 책상에 앉았습니다.
언제나 눈뜨면 먼저 하는 일, 시 한 수를 읽습니다.
장영희는 "부자 되세요!"라는 말로 시의 번역을 시작하였습니다.
재산
기쁜 마음은 천금과 같고,
사랑 담은 눈은 루비와 진주 같은데,
게으른 자는 시장에 내오지 못하고
비밀스러운 자라도 금고에 쌓아 놓지 못한다.
Riches
The countless gold of a merry heart,
The rubies & pearls of a loving eye,
The indolent never can bring to the mart,
Nor the secret hoard up in his treasury.
- 윌리엄 블레이크 시, 장영희 번역
해설이 시를 '내 친구'가 되게 도와줍니다.
"부자 되세요!"라는 유행어처럼 시인은 부자가 되는 비결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기쁘고 행복한 마음과 사랑 담긴 눈을 가졌다면 정말 소중한 재산을 가진 부자라고
일깨워줍니다. 재산은 함께 나누는 것이 더 좋듯이, 기쁜 마음과 사랑스러운 눈도
남에게 보여야 더욱 빛납니다.
게으름 피워서 내 기쁜 마음을 남에게 보이지 않으면 그 재산은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그런가 하면 사랑은 재채기 같다고 했지요. 아무리 비밀스럽게 몰래 마음속에
감춰두려 해도 숨길 수 없는 것, 얼굴에서 온통 빛이 나고 어깨는 들썩들썩,
저절로 보입니다.
지금 당신 주머니 안에 금은보화가 없어도 당신 마음에는 기쁨이 눈에는 사랑이
가득하다면, 그리고 그 사랑과 기쁨을 부지런히 남과 나눌 수 있다면, 당신은
그 누구 못지않은 재산가라고 시인은 말합니다.
즉 시인은 말합니다. "돈 부자보다 더 좋은 것, 마음 부자되세요!"
("장영희 영미시 산책, 생일 그리고 축복"에서 옮김)
다시 아침이 즐거워졌습니다.
나는 친구가 많습니다. 아직도 참아주며 남아있는 몇몇 친구들,
무엇보다 반 백년을 함께한 아내, 아이들, 그리고 책들이 내 친구들입니다.
그리고, 꼭 소개해야 할 친구가 또 있습니다.
희망과 열정이 나의 친구입니다.
얼굴에서 힘을 빼고 미소를 짓습니다.
- 2024. 1. 31 장유 (長有), 허 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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