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과 첫날 밤
아침에 석촌 호반을 걷노라니
작은 물길 안에 연꽃이 피었다.
매년 칠월에서 팔월 사이에 피어대는데
두물머리 세미원이나 의왕 왕송호에 가면 장관이리라.
연꽃은 佛家에서도 친근하게 생각한다.
화려함을 감추는 듯 은은한 자태가 마음에 들었던지
부처님을 연꽃 좌대에 모시기도 한다.
예로부터 우리나라를 은자의 나라, 은둔의 나라라 했다.
그래서 드러내기보다 감추고 나서기보다 양보하는
겸양의 덕을 기렸다.
그런 품성이 속병으로 스며들면서
밝히기보다 쉬쉬하고, 그러면서도 안 그런 척 하기도 하는
표리부동의 악덕도 생겼을 게다.
하지만 다 드러내봐야 좋을 리 없는 것도 있다.
죄수의 머리에 용수를 씌우는 건 그런 이치일 터요
여성의 치부를 가리는 것도 마찬가지일 테지만
드러내는 듯 감추고 감추는 듯 드러내는 데에
묘미가 있기도 하다.
사내들은 치마만 둘렀으면 여성인 줄 알고
가볍게 덤벼들기도 한다지만
조선시대엔 치마만 둘렀다고 여성은 아니었다.
치마 밑에 단속곳을 입고
단속곳 안에 고쟁이를 입고
고쟁이 안에 속속곳을 입고
속속곳 안에 다리속곳을 입었다 한다.
그도 모자라 머리엔 장옷이나 처마를 얹어
아래로 늘어뜨려 몸을 감췄으니
그건 꼭꼭 감추기 위한 게 아니라
필요한 때 짜안~ 하고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었던가.
서양에서의 캉캉춤이 그런 것일 게다.
조선 정조 때 신윤복은 ‘월하정인(月下情人)을 그리고
“月沈心 夜三更 兩人心事 兩人知” 란 畵題를 올렸다.
구중궁궐 속에 치부와 달덩이 같은 얼굴 모두 가리고
둘 만이 마음을 나눈다는 것이니
사랑도 여인의 모습도 감추는 듯 살짝만 드러내는 데에
묘미가 있다는 평이기도 하다.
얼마 전 예송미술관에서 사진전이 열렸었다.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을 둘러보다가
어느 여성작가의 작품 “첫날 밤” 앞에 한참 서보았었다.
연꽃을 오브제로 썼는데
"첫날 밤" 이라니 발칙하지 아니한가?
가슴 떨리는 말이었다.
꽃잎을 여는 듯 닫는 듯
옷고름 풀고 저고리 앞섶 살짝 들어 보이는 모습은
치마에 이어 단속곳을
단속곳에 이어 고쟁이를
고쟁이에 이어 속속곳을
속속곳에 이어 다리속곳을 차례로 풀어내려는
정녕 첫날 밤의 첫 몸짓임에 틀림없었다.
소박한 연꽃의 모습 앞에 관능의 美를 보고 왔으니
천상 나는 철이 들어도 한참 더 들어야 할까보다.
첫댓글 윤복은 달을 보면 화폭에 담는데
난 어찌하여 月下獨酌일까
저나 나나 손 짓은 엇비슷 하다만...
치는 각도와 꺾는 각도만 다를 뿐인데
꾼과,장이로 불리는 것도 시각차겠죠?
그거야
無二心事 無二知
사진 속 연꽃이 넘 신비스럽네요~
연꽃 사진을 보면서
에로틱한 감상에 빠질 만 합니다~
그런가요?
아직 감성이 촉촉히 젖어 있네요.
하긴 아직 젊으시니까 뭐~ㅎ
연꽃이 조명을 받은듯
살포시 미소 짓네요
선배님을 향한 ~~
오잉?
차 한잔 하실까요?
그런데 너무 늦었네요.ㅎ
연꽃 너무 예쁘게 담으셨습니다.
복숭아가 한창 익을때 색갈을 연상케 합니다.
볼그스레하게...
복숭아 라면 껍질이 얇고 물이 많은
수밀도 라고 해야 제격이겠지요.
그러고 보니 연꽃의 이미지가
완전히 관능의 화신이 되어버렸네요.ㅎ
좋은 글과 사진 잘 보았습니다
월하정인도 좋지만
그 보다 조금 더 진한 월야밀회도 있습니다
좋습니다.
눈을 그 시대로 돌려서 봐아 아름답지요. ㅎㅎ
매사 역지사지 해야 하고요.
올해 우아하고 아름다운 연꽃을 처음 보네요.
연꽃을 보러 두물머리갈 때가 된 것 같습니다.
늘 건강하시기를 바랍니다.
이젠 여기저기 갈데가 많지요.
그러나저러나 감기 때문에...ㅠㅠ
난석님~
연꽃이 예쁘고 아름답습니다.
대공원 안에 연꽃들 자주 보고
온 답니다.
행복한 주말 되세요.
그러시군요.
엊그제 들렸더니 장미는 시들도 있던데..
여행중 연꽂 축제
들렸지요
장관이였어요.
선배님이 올리신 연꽃이
더 아름답습니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