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1.6.20이후 적용 자세한사항은 공지확인하시라예
출처: http://g-report.com/cabal/bbs/new.php?mb_id=khmhm
갠적으로 너무 재밌게 봐서 들고왔음
내가 대학 3학년 이었을 때의 이야기이다.
여름방학이 가까워 졌을 즈음, 우리는 친한 친구 다섯명이서 바다에 여행을 가는 계획을 세웠다.
이것저것 계획을 세우다가, 이왕 할 거면 바닷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자는 의견이 나오게 되었다.
사정이 있어서 도저히 방학동안 시간을 못 만든 둘을 빼고, 방학동안 특별한 계획이 없었던 A와 B, 나까지 세 명이 함께 아르바이트를 하기로 하였다.
우리 셋이서 바다근처의 여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나머지 두명이 우리가 일하는 곳에 며칠 묵으러 오면 되겠다며 대충 계획을 세웠다.
*주: 일본의 여관은 한국의 그것과 달리 호텔급의 고급 숙박시설이다.
일할 곳을 인터넷에서 찾아보자, 곧 성수기 철이라 그런지 꽤 많은 곳에서 아르바이트를 모집 하고 있었고, 친구들끼리 같이 와도 좋다는 곳도 많았다.
우리는 여관에서 일을 해 본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너무 규모가 크지 않고, 그냥 보기에 깨끗해 보이는 곳으로 골랐다.
그렇다, 그냥 만만 해 보이는 곳으로 골랐다.
게다가, 그 여관의 근처 바닷가는 그 동네에서 헌팅의 명소로 꼽힌다는 스페셜 옵션까지 따라 왔다.
절대 먼저 헌팅의 명소를 찾고, 그 바닷가 근처의 여관에 검색 된 여관이 저 여관이었기 때문에 고른 것이 아니다...
...맞다...
여관에 전화를 걸어서 아르바이트 모집 하는 광고를 보았다고 신청을 하자, 흔쾌히 3명 다 꼭 와 달라고 하였고, 내가 중간에 친구들이 오기 때문에 이틀정도 일을 빼 달라고 부탁을 하자, "그만큼 열심히 일 해야 한다." 라는 말뿐, 별다른 조건없이 정말 시원시원하게 일이 진행 되었다.
얼마 후, 방학이 시작하고, 어영부영 지내다 보니 아르바이트가 시작 하는 날이 되었다.
우리는 타지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뭔가 모를 긴장감과 기대감으로 한껏 가슴을 부풀어 올라 있었고, 여행하는 기분으로 기차를 몇 번 갈아타고, 버스를 두어번 갈아타자, 한달남짓여 동안 먹고 자면서 일을 할 여관이 보였다.
'여관' 이라기 보다는 '민박' 이라는 단어가 더 잘 어울릴만한 집이었다.
하지만 사진보다 조금 허름할 뿐, 꽤 큰 2층짜리 건물이었고, 우리는 그 평범한 시골 가정집같은 분위기의 집 안으로 들어갔다.
열려있던 현관을 열고 조심스레 "실례합니다. 오늘부터 일 할 아르바이트생입니다." 라고 말하자, 곧 우리 또래쯤 되어 보이는 여자가 나와서, 미소를 가득담은 얼굴로 반겨 주었다.
벌써부터, 머나먼 객지까지 일하러 오기를 잘했다 라는 생각이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밀려왔다.
소녀는 여관에는 객실이 4개, 식사할때 쓰는 넓은 연회실 가운데에 하나, 종업원용 방이 2개로 총7개의 방이 있다는 설명을 하면서, 우리를 연회실로 안내 해 주었다.
소녀는 잠시만 기다리라고 하였고 곧 시원한 보리차 세잔을 가져다 주었다.
시골에 사는 여자애 특유의 풋풋한 매력을 가진 이 소녀는 자신을 '미사키' 라고 소개했다.
미사키의 소개가 끝나고 조금 뻘쭘한 분위기가 흐를때쯤, 젊었을때는 꽤 아름다웠을 얼굴을 한 붙임성 좋게 생긴 아주머니가 들어왔고, 자신이 이 여관의 여주인 '마키코' 라고 소개했다.
여기에는 없지만 마키코 아주머니의 남편과 우리까지 총6명이 힘을 합쳐 일을 할 것이라며, 아르바이트 기간동안 잘 부탁한다고 하였다.
어느정도 자기소개가 끝나고, 마키코 아주머니는 객실은 연회실을 나가서 복도를 오른쪽으로 가면 두 개씩 복도 양쪽에 있는데, 우리가 잘 방은 왼쪽 복도 끝에 있는 종업원용 방이라며, 가서 짐 정리도 하면서 조금 쉬라고 하였다
...음?
"2층은 안 쓰세요?" 짐을 들고 나가던 중에 내가 물었다.
"응, 2층은 지금 안 쓰고 있어."
아주머니는 그다지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대답하였고 아직 성수기가 아니라서 닫아둔 모양이라고 멋대로 생각하곤 방을 나왔다.
우리가 묵을 방으로 와서, 짐을 풀고 창밖의 풍경을 보자 정말 기분이 편안 해 졌다.
앞으로 펼쳐질 한여름의 모험을 기대하면서 그날이 지났다.
그렇게 우리의 아르바이트 생활이 시작 되었다.
처음 배우는 일을 하루종일 하다보니 실수한 일도 힘든일도 무지 많았지만, 미사키와 아주머니, 아저씨까지 우리에게 너무 잘 해주니 힘든줄을 몰랐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난 어느날...
일을 끝내고 마루에 앉아서 우리끼리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야, 금방 있으면 사람들이 몰려 들텐데, 일도 많아지겠지? 2층도 개방 하려나?" A가 말했다.
"안할껄? 2층이 주인집 아니야?" 당연한걸 묻냐는 투로 B가 말했다.
A와 나는 금시초문 이었기 때문에 몹시 놀라며 니가 그걸 어떻게 아느냐고 되물었고, B는 그것도 모르고 일주일이나 일을 하고 있었냐는듯한 눈빛으로 우리를 보면서 대답했다.
"아니, 아주머니가 매일 쟁반위에 밥 차려서 2층으로 가지고 올라가잖아. 한번도 못 봤냐?"
A와 나는 동시에 "응" 이라고 대답했다.
B는 일을 할때는 바보같이 한구멍만 파지 말고 주위도 좀 둘러보면서 하라며 핀잔을 주었고, 우리는 그런가? 하고 생각하면서 넘어갔다.
여하튼, 2층에 관해 이상한 일이 더 있으면 서로 보고 하기로 하고는 곧 그런 이야기를 한 사실조차도 잊어버렸다.
다음날.
B가 급히 우리를 불렀다.
우리는 할말이 있으면 지가 올 것이지 하고 생각하면서도 B의 '뭔가 재밌는 일을 숨기고 있는 얼굴' 에 못 이겨서 B가 있는 마당으로 나갔다.
"어제 아주머니가 밥 차려서 2층에 올라간다는 이야기 했잖아? 그래서 오늘은 내가 끝까지 지켜봤거든. 항상 아주머니가 계단으로 들어가는것만 보고 말았지만, 이번엔 다시 내려올때까지 기다려 봤어."
B가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참고로, 이 여관은 건물이 약간 특이한 구조로 되어 있어서, 집 안에는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없고, 일단 현관을 통해서 밖으로 나온 다음에, 건물 옆으로 돌아가서 작은 문을 열면 그 안에 2층으로 통하는 계단이 있는 구조였다.
설명이 복잡하다면 미안할뿐, 알아서 이해해 주길 바란다.
물론 우리는 그 문 안쪽이나 계단을 본적은 없지만, B는 그날 계단이 있는 그 문이 보이는 곳에 숨어서 지켜보았던 모양이었다.
"올라가더니 5분정도 되니까 내려오던데?" B의 너무나도 담백한 대답에 약간 김이 샜다.
"그런데, 아주머니는 항상 우리랑 같이 밥 먹잖아? 그런데도 쟁반에 밥을 가지고 2층으로 간다는건 2층에 누군가 살고 있다는 뜻 아니야?" 우리가 김이 새든 말든, B는 쉬지않고 이야기를 계속했고 우리도 나름대로 생각을 정리했다.
"이상하긴 해도, 아픈사람이 있을 수도 있잖아?" A가 말했다.
"응,응. 나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5분만에 밥을 다 먹는다는건 꽤 건강한거 아니야? 뭐... 이상한 일 있으면 서로 보고 하기로 했으니까 난 지금 보고 한거고."
왠지 잘난척 하는듯한 B에게 약간 짜증이 나기도 했지만, 그날 B가 본건 조금 이상한것 같기도 했다.
2층엔 뭐가 있는걸까...
그 다음날, 최대한 일을 빨리 끝낸 우리 셋은, 약간 늦은 오후쯤 현관 앞에 모였다.
역시 호기심 이라는것은 인간에게 있어 활력소가 되기도, 독이 되기도 한다.
우리는 간판 뒤에 숨어서 아주머니가 나오는 것을 기다렸다.
잠시후, 쟁반에 밥을 가지고 나오는 주인아주머니가 보였고, 아니나 다를까 현관을 나와서 건물 옆쪽으로 걸어가더니, 건물 측면의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의 문을 열고 그 안으로 사라졌다.
B의 말처럼, 5분쯤 있으니 아주머니는 빈 그릇을 쟁반위에 가지고 내려왔고, 우리를 못 본채로 현관 속으로 다시 들어갔다.
"빠르네. 도대체 누가 있는걸까?" A가 팔짱을 끼면서 말했다.
"몰라, 보러 갈래?" B가 혹시라도 아주머니가 돌아오지 않을까 하면서 현관쪽을 살피며 말했다.
"난 좀 무서운데..."
"응...나도..."
나는 A와 B의 전혀 남자답지 못한 한심한 대화를 못 들은척 하고, 둘의 팔을 잡아 끌으면서 말했다.
"우선 가 보자!"
못이긴척 끌려온 A와 B까지 우리셋은 낡은 문 앞까지 와서 문을 둘러싸고 서 있었다.
A와 B는 문에 손을 댈 생각도 하지 않고 있는 분위기라서, 내가 문 손잡이를 잡았다.
혹시 잠겨있진 않을까 하고 조심스레 손잡이를 돌렸는데, 당연하다는듯이 손잡이가 돌아갔다.
낡은 문이 열리는 특유의 기분나쁜 소리와 함께 계단으로 통하는 문이 수 센치 정도 열렸다.
"욱!!" 열린 사이로 계단쪽을 살펴보던 B는 갑자기 코를 잡고 문에서 멀어졌다.
"냄새 안나냐?" 이상하다는듯 쳐다보는 우리에게 B가 말했다.
A와 나는 아무 냄새도 나지 않았는데, 유독 B만이 냄새에 민감하게 반응 하는것 같았다.
"너, 우리 겁주려고 일부러 그러는거지?" A가 약간 짜증을 내면서 B에게 핀잔을 주었다.
"아니, 진짜 냄새난다니까? 문좀 더 열어봐." B는 정색을 하며 억울하다는듯이 말했다.
나는 살짝 무서운 감도 없잖아 있었지만, 눈을 딱 감고 문을 확 열었다.
약간의 먼지가 일어났고 바깥과 약간 다른 온도의 공기가 퍼져 나오는것 같았다.
"먼지 냄새밖에 안 나잖아!" 나는 B를 째려보며 말했고, B는 정말이라며, 아까는 진짜 뭔가가 썩은 냄새가 났었다고 끝까지 잡아 뗐다.
우리가 아니라고 우길 수도 없는 일이라, 그냥 넘어가고 계단 속에 집중했다.
몹시 좁은 계단.
성인 남자 어깨넓이 보다 약간 넓어보이는 넓이에 계단 양쪽은 벽으로 둘러쌓여 있어서 사람 한명이 겨우 오르내릴만한 넓이였다.
전깃불 같은것도 보이지 않았고, 밖에서 들어오는 빛으로 겨우 계단 위쪽까지 보이는 정도 였다.
계단 끝에는 1미터 남짓해 보이는 공간이 있는것 같았고, 그 끝에 문이 하나 붙어 있었다.
"이거 올라가더라도 한명밖에 못 올라가겠네." 내가 말했다.
"아니지, 아니지, 안올라갈꺼야!"
"절대 안가!" A와 B는 동시에 팔을 휘휘 내 저었다.
"니들이 그럼 그렇지. 그럼 내가 갈게." 나는 둘을 한심하다는듯이 쳐다보면서 말했다.
마치 복사해서 붙여넣은것 처럼 둘이 똑같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A와 B를 향해 말을 계속했다.
"응, 나 이런거 한번 호기심 생기면 잠이 안 오거든. 결국 못 자서 밤중에 혼자서 와 버리는 타입이야. 밤에 오느니, 니들이라도 있을때 지금 갔다 와 버리지 뭐."
말도 안되는 이유였지만, 그때는 아직 공포심보다는 호기심이 더 앞섰고, A와 B에게 혹시 나한테 무슨일이 생기거나 했을때는 절대 나만 놔두고 도망가거나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그리고 나는 계단을 올라갔다.
바깥의 빛에만 의지 하는 지라, 안쪽은 생각보다 어두컴컴 했고
한발짝 한발짝 조심스럽게 발을 옮겼다.
...끼익...끼익...
낡은 나무에서 나는 소리가 귀에 거슬렸다.
걸을때마다 양쪽 어깨에 닿는, 나를 감싸고 있는 좁디 좁은 벽도 기분나빴다.
반이 넘게 올라서 계단 위쪽이 보일락 말락 할때쯤, 갑자기 뭔지 모를 공포감에 휩쌓여 뒤를 돌아보았다.
A와 B는 이쪽을 보고 있었고, 엄지손가락을 올리고 있었다.
'이상무' 라는 의미인것 같았다.
나는 약간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빠지직...빠지직...
끼익 거리는 소리는 언젠가부터 오래된 나무가 썩어서 바스러지는 소리로 바뀌었다.
밖에서 들어오는 빛이 거의 닿지 않자, 호기심과 공포심의 경계가 모호해 졌다.
지금이라도 돌아 내려가서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이 점점 커졌다.
...빠지직...빠지직...빠지직...
기분탓인지 소리가 점점 커지는것 같았다.
소리와 함께 바닥을 밟는 감촉이 꼭 수천마리의 벌레를 밟으면서 걸어나가고 있는 기분도 들었다.
어둠에 어느정도 눈이 적응이 되었지만, 바닥은 새카맣게 보일뿐이었지만 별달리 움직이는것도 없었기 때문에, 그냥 썩은 나무가 맞는것 같았다.
깜깜하고 좁은 폐쇄공간으로 발을 옮겨야 한다는 사실이 알수없는 공포심을 낳았고, 나는 몇 번이나 뒤를 돌아보며 현실감을 놓치지 않으려고 기를 쓰고 있었다.
계단을 거의 다 올라온 지금은 역광과 함께 둘의 모습은 흐릿하게 밖에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치켜들고있는 엄지손가락은 확실히 보였다.
내가 내 딛은 한발짝들이 모여서 드디어 계단의 끝까지 올라오게 되었고, 1미터도 조금 더 되는 복도가 보임과 동시에, 강렬한 악취가 코를 찔렀다.
"윽!!" 방금 전 B와 꼭같은 반응을 하였다.
썩은 음식물 쓰레기와 하수도의 냄새가 섞인듯한 냄새.
구역질이 넘어오는걸 간신히 참으며 눈을 가늘게 뜨고 앞을 보았다.
그때 보인건, 나와 1미터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지만, 어두워서인지 더 멀리 있는것 처럼 보였던, 복도의 끝 구석에 쌓여있는 '밥' 이었다.
그리고 그 썩은 밥의 표면은 비록 어둠속 이었지만, 그 표면위에 꾸물거리는 수많은 점들을 돋보이게 하는데는 충분한 흰색이었다.
자세히 보이지 않아서 정확히 어떤 벌레인줄은 모르겠지만, 아무튼 수 백마리의 벌레에 기겁하면서 무의식중에 그것에서 눈을 피했고, 어둠에 완전히 익숙해져버린 내 눈에 계단 끝에 보였던 문을 보았다.
밑에서는 문의 위쪽밖에 보이지 않아서 몰랐지만, 이 문은, 문의 중간부분에 벽까지 이어지는 판자를 여러장 댄 다음에 그 위에 못을 박아서 열지 못하게 해 놓았고, 그 위에는 셀수도 없을만큼 많은 부적이 붙어 있었다.
그 위에 가는 실을 못에 걸어서 거미줄처럼 쳐 놓은것도 보였다.
나는 그때 태어나서 처음 부적 이라는것을 보았다.
그래서 그것이 백프로 부적이라고는 못 하겠지만, 그렇다고 스티커를 수십장이나 붙여놓았을 리도 없지 않은가?
어디서 어떻게 보아도, '무언가를 가둬두었습니다.' 라는 분위기였다.
나는 내가 저지른 일이 잘못된 일인것을 깨달았다.
이미 악취따위는 신경도 쓰이지 않았다.
돌아가자. 아니, 도망가자.
그렇게 생각하면서, 좁은 복도에서 뒤로 돌았다.
박박박박박박박박박박박박박박박박박
내가 뒤로 돌자마자, 문의 저편에서 무엇인가를 긁어내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동시에
후욱...후욱...............후...후...후욱
불규칙적인 호흡소리도 들렸다.
나는 심장이 멎어버리는줄 알았다.
누구지? 아니... 뭐지?
그대로 뒤를 보지않고 도망치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본인이 저런 상황이 되어 보라.
몸은 말을 듣지 않고, 얼어붙을 뿐이었다.
뒤를 돌아볼 용기도 없거니와, 앞으로 도망칠 힘도 나질 않았다.
꼼짝도 못한채.
괴이한 소리가 들려오는 문을 등지고 얼어붙은 나는, 눈알만이 겨우 움직일 뿐 눈을 깜빡거리는 것 조차도 하지 못했다.
박박박박박박박박박박박박박박박박
"후욱...후...훅...후욱...후우훅...후욱"
박박박박박박박박박박박박박박박박
손에 뾰족한것을 들고 있었다면 귓구멍을 쑤셔버리고 싶었다.
움직이지 않는 다리를 어떻게든 움직여 보려고 온 신경을 집중했다.
그때, 딱 한순간, 말 그대로 눈 깜짝할 새, 내 귀를 괴롭히던 소리가 멈췄고, 정적이 왔다.
쾅!!!!!!!!!!!!!!!!!!!!!!!!!
무거운것이 문에 부딪힌 듯 한 큰 소리가 났고, 또다시 불규칙적인 호흡소리와 함께 무언가를 긁는 소리가 계속 되었다.
처음에는 문 뒤쪽에서 나던 그 소리는 지금은 내가 서 있는곳의 윗쪽, 내 바로 머리 위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내가 있는 천장 위로 이동한것일까...
다리가 후들거렸다.
입술이 바짝 말라서 붙어버린 것일까, 입도 떼어지지가 않았다.
그 소리는 내 양쪽귀... 아니, 몸 전체를 휘감았고, 나를 둘러싸고 있는 얇은 벽만이 그것과 나를 나누고 있다는 생각에 뒷통수부터 허리까지 땀으로 축축하게 젖고있었다.
급기야 소리가 피부로 느껴지는 기분을 온 몸으로 느끼고, 이제는 이 소리가 벽에서 나는 소리인지, 내 머릿속에서 나는 소리인지 분간이 가질 않았다.
바로 그때, A와 B의 목소리가 들렸다.
"야!! 괜찮냐!? 뭐해?? 빨리 내려와!!"
그 순간, 눈물날정도로 반가운 현실감과 함께 몸이 자유를 되찾았고, 단 한순간도 낭비하지 않고 나는 계단을 달려 내려가기 시작했다.
나중에 A와B에게 들은바로는 눈을 감은채로 거의 굴러 떨어지는것처럼 내려왔다고 한다.
계단을 다 내려온 나는, 우선 그 지옥에서 조금이라도 멀어지고 싶어서, 멈추지 않고 둘의 옆을 그대로 계속 달려서 우리가 묵고 있던 방까지 도망쳤다.
솔직히 말하면, 방까지 어떻게 도망쳤는지는 기억이 없다.
헐떡이며 방으로 돌아오자, 바로 뒤를 A와B도 쫒아 왔다.
"괜찮냐?"
"무슨 일 있었어?"
나는 A와 B의 질문에 대답하지 못했다.
라기 보다는, 아직도 귓가에 맴도는 그 소리와 함께 또다시 그 기억을 떠올리는게 죽을만큼 무서웠다.
아무말도 않고 가쁜숨을 몰아쉬며 눈의 초점을 잃은 나에게 A가 물었다.
"근데... 너 뭐먹고 있었냐?"
질문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다.
A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계속 지껄였다.
"너 계단을 올라가서는 금방 무릎 꿇고 앉았잖아. 우리는 니가 뭐하는지 싶어서 눈을 가늘게 뜨고 자세히 보니까 너... 뭔가를 먹고 있었어... 뭔가... 열심히 입안으로 쑤셔 넣는것 같은..."
라며 A와 B는 동시에 내 가슴팍을 쳐다봤다.
무의식적으로 내려다 보자, 입고 있었던 흰색 반팔 티셔츠의 가슴쪽이 썩은 밥풀과 짓이겨진 구더기, 아직도 살아서 꿈틀거리는 구더기로 더럽혀져 있었다.
그 순간 코를 찌르는 썩은 냄새 때문에, 나는 그대로 화장실로 달려가서 그대로 토하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나는 계단을 올라가서 무슨일이 있었는지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고, 잊을래야 잊을수도 없었다.
단 한번도 무릎을 대고 앉은적이 없었고, 내가 그 썩은 음식물을 먹었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입고있던 옷에는 위에서 봤던 그것들이 묻어있었고, 내가 그것들을 쥐었던 것을 말 해 주는듯이 양손에도 잔뜩 묻어 있었다.
미칠것만 같았다.
비틀거리며 화장실을 나오자, A와B가 나를 부축해서 이불위에 앉히면서 물었다.
"너 장난하고 있는것으론 안 보이는데,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좀 해봐..."
나는 공포심에 잡아먹힐듯한 기분이었지만, 그 기억을 혼자서 떠안을 자신도 없었기에, 아까 계단에서 체험한것을 하나하나 말해 주었다.
둘이 보았던 나의 모습과, 내가 말하는 나의 모습이 전혀 달랐지만, 그들은 끝까지 아무말 하지 않고 내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그것만으로도 안심이 되어서 눈물이 나왔다.
이야기를 끝내고, 더렵혀진 옷을 A가 가져다준 새 옷으로 갈아입으려고 입고있던 옷을 벗었을때였다.
무릎이 몹시 쓰라렸고, 바지를 벗어보니, 자잘하게 베인 상처가 잔뜩 나 있었다.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자세히 보니, 상처에 작고 뾰족한 플라스틱 파편 같은것이 붙어 있었고 그것이 아마 상처를 낸 것이라고 생각했다.
빨간색 파편과, 약간 검은색 때가 묻은 흰색의 파편이 있었다.
내가 그걸 손 위에 올려서 자세히 보고 있자, B가 다가와서 그건 뭐냐고 물으며, 내 손을 끌어가서 자신도 보기 시작했다.
"힉!!!"
소리를 참는 비명과 함께, B는 내 손을 쳐서 그것을 바닥에 털어버렸다.
갑작스런 B의 행동에, 한참 자세히 보고 있던 나와 A도 깜짝 놀랐다.
"야, 그거... 자세히 봐봐..." B가 불안으로 가득찬 눈빛으로 말했다.
바닥에 떨어진 파편을 가까이서 본 A도 비슷한 비명을 지르더니 B와 나를 번갈아 쳐다보며 말했다.
"야... 이거... 손톱이잖아..."
"..." 우리는 셋다 얼어붙었다.
아직도 귓가에 맴도는 그 소리...
아... 손톱으로 긁는 소리였구나...
기억을 떠올려 보면 아니라고 할 수도 없었다.
계단을 오를때의 그 뭔가 다른것을 밟고 있다는 감촉도 바닥에 가득 떨어져 있던 그 손톱을 밟았던게 아닐까.
그 손톱은, 벽 뒤에서 뭔갈 계속 긁고 있었던 '그것'의 것이 아닐까.
둘의 말처럼 내가 무릎을 꿇고 앉았다면, 이 상처도 그때 생긴게 아닐까.
하지만, 그런건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건, 이곳에 더 이상 있을 수 없다는 사실.
나는 A와 B를 향해 말했다. "나 여기 계속 못 있겠다."
둘은 말없이 나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은 일단 자고, 내일 아침에 그만 두기로 했는데, 우리가 2층으로 올라갔다는 이야기는 빼고, 갑자기 사정이 생겨서 그만두게 되어 정말 죄송하다고 간단히 인사만 하고 나가기로 했다.
우리는 우선 짐을 싸고 잠자리에 누웠지만, 셋중 누구도 잠든것 처럼 보이진 않았다.
다음날, 우리는 거의 잠을 자지 못하고, 말도 하지 않은채로 아침을 맞았다.
침묵속에, 갑자기 핸드폰의 알람이 울렸고, B는 깜짝 놀란 나머지 몸을 부르르 떨었다.
B는 어제의 경험에 상당히 겁을 먹고 있는것 같았다.
평소에도 남에게 친절한 성격의 B는 알람을 끄고 누운채로 말했다.
"나보다 훨씬 무서운 일을 당하고 있는줄도 모르고, 도와주러 못 가서 정말 미안하다."
어제의 일을 떠올리면 나는 그런 따뜻한 말만으로도 너무 고마워서 눈시울이 붉어질 정도였다.
가만, '나보다 훨씬'이라니?
2층에 올라간건 나이고, A도 B도 밑에서 보고있었을 뿐이었다.
그건가?
내가 눈을 뒤집고 계단을 달려 내려왔던 모습이 무섭게 느껴졌나?
아니면, 그냥 내가 말해준 이야기가 무서웠다는 뜻인가?
이것저것 생각해 보다가, 내가 공포심 때문에 B의 의미없는 말 한마디에 너무 민감해 져 있는거라고 생각했다.
이럴때 일수록 어서 빨리 돌아가서, 이런 일따위는 잊어버리고, 남은 여름방학을 즐겁게 보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아침부터의 B의 불안해 하는 모습은 약간 짜증이 날 정도로 과했다.
무슨 소리만 들리면 깜짝깜짝 놀라면서 반응을 하고, 내 다리의 상처를 뚫어지게 바라보는등, 어떻게 봐도 이상한 행동밖에 하지 않았다.
"야, 괜찮냐? 잠을 못자서 그래?" B가 걱정이 되었는지 A가 물었다.
그리고는 뒤쪽에서 가만히 B의 어깨를 잡아주었는데, A가 어깨에 손을 올린 순간
"시끄러!! 손대지마!!" 라며 A의 손을 뿌리쳤다.
A는 갑자기 보이는 B의 반응에 당황하며 멍 하니 쳐다볼 뿐이었다.
"괜찮냐고? 괜찮을 리가 없잖아. 나도 그렇고 ㅇㅇ도(내 이름) 그렇고 죽을만큼 무서운 일이 있었다고! 넌 아무것도 모르면서 걱정해 주는척 하지마!!"
B는 A를 노려보면서 소리쳤다.
무슨말을 하고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B가 죽을만큼 무서웠던 일은 도대체 뭘까?
내 이야기를 듣고 무서웠던게 아닌가?
B는 평소에도 아무리 괴롭히더라도 화 한번 내지 않는 온화하고 꼼꼼한 성격이었기 때문에 이렇게 화를 내는 모습이 정말 낯설었다.
"죽을만큼 무서운 일이라니... 넌 계속 계단 밑에 있었잖아?"내가 참지 못하고 물었다.
"응, 밑에 있었어. 밑에서 계속 보고있었지." 라고 대답하고 B는 고개를 푹 숙였다.
"...그리고 지금도 계속... 보고있어." B는 고개를 숙인채로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도 보고있다니...
B는 도대체 뭘 보고있는 것일까.
어제부터 벌어진 일들이 단 하나도 이해가 되질 않고, 정리가 되지 않았다.
일단, 벽을 보고 부들부들 떨거나, 갑자기 비명을 지르면서 웅크리거나 하는 B의 행동은 B가 무언가에 씌이거나, 미쳐버린 것처럼 보였다.
A와 함께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때 B가 느릿느릿 말했다.
"그때, 난 계속 밑에 있었지만, 난 계속 보고 있었어."
"계단에 올라가는 날 말이지??" 나는 답답한 나머지 B를 조금 닦달하는 식으로 말했다.
"아니, 아, 처음엔 그랬지. 그랬는데, 니가 계단을 다 올라갔을때쯤부터 보이기 시작했어."
이때부터 나는 속으로, ‘이 이야기는 정말 듣고싶지 않다.’ 라는 생각으로 가득 찼었다. 하지만 혼자서만 담아두기엔 너무 힘들어서 하나둘씩 말을 하는것 같은 B를 보니, 어제의 내가 생각나서 참았다.
앞뒤가 맞지 않는 내 이야기를 친구들이 말없이 들어준것만으로도 얼마나 안심했는지를 기억하면서 끝까지 들었다.
한참을 말을 잇지 못하고 바닥만 쳐다보고 있던 B는, 뭔가를 각오 한듯한 얼굴로 우리에게 말을 이었다.
"그림자..."
B는 흠칫 놀라는 A와 나를 쳐다보면서 차분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계속 했다.
"응, 처음에는 니 그림자인줄 알았어. 그런데, 니가 무릎꿇고 앉아서 그걸 먹고 있을때도 그림자는 니 주위를 계속 움직이고 있었거든. 무릎을 꿇고 앉아버린 니 그림자는 이미 보이지 않았을때고, 우리 그림자도 우리 발밑에 붙어 있었어."
B는 입이 마르는지 입술에 혀로 침을 바르고는 계속했다.
"그리고 그것 말고도 움직이는 그림자가... 셋... 아니, 넷정도 있었어."
나는 온몸에 한꺼번에 소름이 솟아오르는 소리가 들리는듯 했다.
B의 이야기가 농담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눈앞에서 조용조용히 이야기를 하는 B의 모습은 거짓말이나 장난을 하고 있는것으로는 보이지 않았고, 혹여 B에게, 농담하지 말라는 말이라도 했다가는 큰일이 날만큼 심각한 얼굴이었다.
"거긴... 나밖에 없었는데... 그리고 거기엔 세명 네명이나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없어."나는 어떻게 해서든 사실이 아니길 바라며 힘겹게 B에게 말했다.
"그것들이 사람이 아닌것 정도는 알잖아?" 당연한걸 묻느냐는듯한 얼굴로 B가 대답했다.
"..."
나는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절대 사람은 그렇게 하지 못해."
B가 흘리는듯이 말했고, 나와 A는 무슨말이냐고 금방 되물었다.
"전부... 벽이랑 천정에 붙어있었어... 꼭 거미처럼... 벽이랑 천정을 왔다갔다 하면서 스멀스멀 기어다녔어... 그러더니... 그러더니... 그러더니......"
B의 호흡이 거칠어 졌다.
우리는 B를 우선 안정시키려고 이불로 데려가서 눕혔고, 한참을 흥분상태에 빠졌지만 다시 안정을 되찾아서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건, 사람이 아니야. 아니, 처음부터 사람이 아니었어. 생긴것도 사람이... 아니, 사람의 생김새는 하고 있는데, 절대 사람이 아니야."
"그러니까, 사람같이는 생긴 검은 무언가가 벽에 붙어서 움직이고 있었다는 말이야?”"
나는 또다시 호흡이 거칠어져서 횡설수설 하는 B의 말을 끊고 물었다.
B는 아무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심장을 입으로 토해낼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렇다. 절대 사람은 아닐것이다.
정리를 해 보면, 나는 내 주위에서 무엇인가가 계속 움직이고 있었는데도 눈치채지 못하고, 썩은 밥만 먹고있었단 말이었다.
그럼 그 소리는?
그럼 그 뭔가를 손톱으로 긁는 소리는 문 뒤쪽이 아닌, 내가 있던쪽의 벽에서 나는 소리였나?
그 숨소리도?
공포에 질려 머리가 띵 해지기 시작했다.
셋 다 아무말도 하지 않고, 각자 바닥에 앉아서, 미치지 않으려고 집중했다.
무의미한 심호흡 소리만이 들려왔다.
가장먼저 입을 연것은 A였다.
"B, 너... 방금... 지금도 보고있다고 했잖아..."
B는 A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대답했다.
"아니, 미안, 아깐 좀 착각해서 그랬어... 아무것도 없어 지금은... 미안... 하하하..."
누가봐도 억지웃음이었다.
웃고 있는 B의 눈은 다른 곳을 보고 있었다.
하지만 A와 나는 더 이상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면, 무서워서 아무것도 묻지를 못했다고 하는편이 정확할것 같다.
처음에는 화까지 내며 이야기를 시작한한 B가 지금은 무언가를 감추려 하고 있었다.
혹시라도 무슨 이야기를 더 듣게 된다면, 정말 머리가 돌아버릴것 같았다.
또다시 침묵...
조금 있으니, 문 밖에서 미사키가 아침식사 준비가 되었다면서 우리를 불렀다.
식욕이 있을 리가 없었지만, 셋 다 아침을 거르면 아주머니와 모두가 이상하게 생각 할 것 같아서, 너무 안색이 창백했던 B만 방에서 쉬도록 놔두고 A와 둘이서 연회실로 향했다.
"미사키한테 주먹밥이라도 만들어 달라고 할테니까 나중에 먹어라." 방문을 나오면서 B를 향해 A가 말했다.
"응, 야, 나 니 노트북좀 쓸게. 뭐 좀 찾아보고 싶은게 있어서."라며 B는 컴퓨터를 기동하였고 우리는 연회실로 향했다.
연회실 문을 열자, 아주머니와 아저씨, 미사키가 먼저 앉아 있었고, 아주머니는 들어오는 우리를 보더니, 내 발쪽을 한번 보고는 미소를 듬뿍 지으며 물었다.
"잘 잤어?"
항상 듣는 아침 인사지만, 마치 어제의 일을 다 알고 있는것처럼 보여서 기분이 나빴다.
우리는 태연한 얼굴로, B가 몸이 좀 안 좋아서 방에서 쉬고 있기 때문에 미사키에게 나중에 주먹밥 몇 개만 만들어 달라고 부탁 하고 자리에 앉았다.
아침식사를 하는동안 아주머니는 계속 활짝 웃는 얼굴로 나를 빤히 쳐다 보았다.
밥이 넘어가질 않았다.
아저씨와 미사키도 그 이상한 공기를 눈치채고 흘끔흘끔 보기 시작했다.
분위기에 못 이긴 우리는 밥을 먹는둥 마는둥 하고 도중에 식사를 마쳤다.
모두의 식사가 끝날때까지 기다렸다가, 아주머니께 할 이야기가 있으니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하고, 일분 일초라도 빨리 이 집에서 나가기 위해서 방으로 B를 부르러 나갔다.
방문 앞까지 오니, 방 안에서 이야기 소리가 들렸고, 문을 열고 들어보니 B가 어딘가에 전화를 하고 있는것 같았다.
B의 통화가 끝날때까지 기다렸다.
"예, 꼭 오늘 부탁드립니다...... 예! 고맙습니다!! 오후까지는 갈테니까 잘 부탁 드리겠습니다... 예!!"
라고 하곤 전화를 끊었다.
B는 오늘 가야할 곳이 있는 모양이었다.
별로 뭔가를 묻고싶은 기분도 아니었기에, 아무것도 묻지 않고 B를 데리고 연회실로 향했다.
연회실에 돌아오자, 미사키와 아주머니가 밥상을 치우고 있었다.
미사키는 B를 보자, "아, 금방 주먹밥 만들건데..." 라며 진심으로 B를 걱정 해 주었고, 아주머니는 상 위를 행주로 훔치고는 우리를 향해 앉았다.
아주머니는 무슨 일이냐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 우리를 쳐다 보았고, 나는 마음을 다잡아 이야기를 시작했다.
"멋대로 결정해서 정말 죄송한데, 저희 셋 다 오늘 일을 그만 두게 되었습니다."
라고 말하면서 고개를 숙였고, A와 B도 나를 따라서 고개를 숙였다.
아주머니는 표정하나 바뀌지 않고 한참을 가만히 있었다.
무표정한 얼굴로 아무말도 하지 않는 아주머니의 모습이 정말 무서웠다.
마치 다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한 표정...
한참 후 아주머니는 입을 열었고,
"그래, 할 수 없지 뭐... 이놈들, 처음부터 끝까지 속만 썩이고 가네!!"
라며 다시금 편안한 미소를 지어주었다.
급료와, 묵었던 방은 다시 깨끗이 청소만 해 주면 된다면서, 아무도 왜 그만 두는 거냐고 꼬치꼬치 캐묻지 않아서 우리는 안도했다.
짐은 어젯밤에 미리 싸 두었기 때문에 청소를 끝마치고 각자의 짐을 들고는 마지막으로 모두에게 인사를 하러 연회실로 갔다.
연회실 안에는 아주머니와 아저씨, 침울한 표정을 하고 앉아있는 미사키가 보였다.
우리 셋은 나란히 앉아서 "짧은 기간 동안이었지만 감사했습니다. 멋대로 그만 두게 되어서 정말 죄송합니다." 라고 인사를 했다.
"아니야, 도와줘서 우리가 더 고맙지... 이거 적지만 받아." 라고 하며 우리에게 봉투와, 천으로 만든 주머니를 세 개씩 건네 주었다.
급료와 함께, 오마모리도 함께 넣었으니 가지고 가라고 했는데, 봉투는 생각보다 두꺼워서 급료를 많이 챙겨 주신것 같았다.
그리고는 미사키가 조심해서 가라며 랩에다가 싼 주먹밥을 건네 주었고 곧 울음을 터뜨릴것 같은 얼굴로 우리 셋을 바라보았다.
갑자기 눈시울이 뜨거워졌고 섭섭해 지는걸 보면, 어젯밤에 죽을 뻔 한것 치고는 아직 감정이 남아 있는것 같았다.
아저씨가 불러준 택시가 집앞에 도착했다.
원래는 아저씨가 역까지 바래다 준다고 하였지만 B가 거절했다.
A와B가 트렁크에 짐을 싣고 있을때, 나는 잠깐 집쪽을 돌아보았다.
나무에 가려 겨우 옆쪽 벽에 어제의 문이 보였고, 문이 약간 열려 있는것 처럼 보여서 금방 얼굴을 돌렸다.
모두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고 택시에 올라탔고, 일주일 정도 지냈던 집이 악몽같은 기억과 함께 뒤쪽으로 멀어졌다.
조금 달리자, 갑자기 B가 택시 기사에게 역 대신에 이곳으로 가 달라며 메모를 건넸고, 기사는 꽤 먼 곳인데, 괜찮냐며 물어왔다.
우리는 무슨 일인지 몰랐기에 B를 쳐다 보았고, B는 결연한 얼굴로 괜찮으니까 빨리 가 달라고 했다.
그리고는 우리쪽을 보고, "너희들이랑 꼭 가야할데가 있어서 그래." 라고 한마디만 했다.
A와 나는 도대체 어디로 가는걸까... 라고 생각했지만, 아침에 보았던 B의 모습을 떠올리고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지지직 거리는 라디오 소리만이 들려오는 가운데, 택시가 한참을 달렸을때, 택시기사가 미러 너머로 우리를 쳐다보면서 말했다.
"뒷 차... 학생들 아는 사람이야?"
깜짝 놀라 뒤를 보니 아저씨가 자신의 경트럭을 타고 따라 오고 있었고, 우리가 뒤를 돌아보자, 경적을 울리면서 손을 흔들었다.
놀라서 약간 무서운 기분이 들었지만, 평소에 자상했던 아저씨 였기에, 혹시 우리가 놔두고 온 물건이라도 있었나 싶어서 택시를 멈춰달라고 하고는 차에서 내렸다.
택시 뒤에 트럭을 대고 아저씨도 내려왔고, 우리를 보자마자 말했다.
"그대로 가면 안된다!!"
"안가요, 이 상태로 갈 리가 있겠어요?" 머뭇거리는 우리와 달리,B는 아저씨를 향해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고 A와 나는 무슨일인가 싶어서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다.
아저씨는 갑자기 나를 똑바로 쳐다보더니 말했다.
"너... 거기에 갔지?"
가슴이 내려 앉는것 같았다.
어떻게 아는걸까...
그때는 정말 너무 무서운 나머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예..." 라고 대답하는것도 힘이들었다.
내 대답을 들은 아저씨는 깊은 한숨을 쉬더니 이야기를 계속했다.
"이대로 가면 그것들이 데려가 버릴꺼야. 정말, 왜 그런데를 간거냐? 뭐... 우리가 미리 말을 안한 잘못도 있지만..."
다른 말은 들리질 않았다.
응?
데려가 버린다니?
누가 누구를 어디로???
지금 집으로만 가면, 다시 즐거운 여름방학이 기다리고 있는데...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생각했다.
불안해져서 A를 보았다. A는 나보다 더 불안한 얼굴을 하고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대로 눈길을 돌려 B를 보았다.
B는 우리 둘을 번갈아 쳐다보면서 말했다.
"괜찮아, 내가 아까 인터넷에서 용한 무당을 찾았는데, 그 사람한테 부탁해서 지금 그리로 가고 있는 중이야."
믿을수가 없었다.
역시 나에게 뭔가가 씌인 것일까?
난 죽는걸까?
지금 이 분위기는 내가 죽는 분위긴데?
왜 그런곳엘 갔느냐고? 그런 곳이었으면 처음부터 말을 해 주던지, 문을 잠궈 놓든지 할것이지.
참고 있었던 이런저런 생각들로 머릿속이 패닉상태가 되어 가고 있었다.
아저씨와 뭔가 이야기가 통하는 것 같은 B는 계속 이야기를 해 나갔다.
"무당이라니?" 아저씨가 놀란 눈으로 B에게 물었다.
"예."B가 대답했다.
"너... 보이는구나?" 아저씨는 신기하다는 듯이 B에게 말했다.
"지금은 그 이야기 하기 싫은데..." B는 눈을 피하면서 말을 바꾸려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반사적으로 B의 멱살을 잡았다.
"너 아침부터 뭐냐!? 이야기를 하기 싫다는건 또 무슨말이야!?"
B는 아무 저항도 하지 않았고, 멱살이 잡힌채로 내 눈을 피하기만 했다.
"그만해라, 니들은 아직 안보여서 그래. 지금 가장 위험한건 사실 B이다."
아저씨가 중간에 끼어서 우리를 말렸다.
"아까부터 보이네 마네 하는 말이 무슨말인데요!?"
화가 난 채로 아저씨에게 물었다.
"나도 몰라, 검은색 이라는 것 밖에는..." 이라고 대답을 하고 조금 있다가 이야기를 계속했다.
"지금은 그게 중요한게 아니라, 너희들, 무당에게 가도 아무것도 할 수 없을거다." 아저씨는 B를 보면서 이야기 했다.
"게다가... 보이기 시작했다면... 엄청 빠를거다."
빠르다는둥 보인다는둥... 나는 아저씨가 하는 말이 단 한마디도 이해가 가질 않았다.
하지만, 아저씨의 그 한마디를 들은 B는 무릎에서부터 무너지는듯이 쓰러져서 웅크리고 앉아서 울기 시작했다.
소리를 내지 않으려 애 쓰는 울음이었다.
나와 A는 그 모습을 보고도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그때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낀 택시기사가 창문을 내리고 우리에게 괜찮냐며 물어왔고, 아저씨는 요금을 계산하고 택시를 보내 버렸다.
"내가 왜 너희들을 쫒아 왔겠냐... 이 일의 모든 비밀을 알고 있는 사람에게 데려다 줄테니까 빨리 차에 타거라. 이미 이야기는 해 두었고, 더 늦기 전에 어서 오라고 했다."
아저씨의 무시무시한 말에 밀려서 우리는 트럭에 탈 수 밖에 없었다.
몸을 주체를 하지 못하는 B를 양쪽에서 부축해서 앞좌석에 태우고는 우리는 뒤쪽 짐칸에 올라탔다.
짐칸에 사람이 타고 있는걸 아는지 모르는지 엄청난 스피드로 달렸고, 떨어지지 않으려고 버티다가 A와 나는 어디로 얼마나 달리고 있는지도 모를 새에 도착 하였다.
도착한 곳은, 평범한 주택이었는데, 마당 뒷쪽에 토리이*가 세워져 있었고, 그 뒤쪽으로 돌계단이 쭉 놓여 있는것이 보였다.
*주: 토리이(鳥居) - 신사 입구에 세운 두 기둥의 문
아저씨를 따라서 집의 현관문 앞에 서서 초인종을 누르자, 20대로 보이는 여자가 문을 열어주었다.
평범한 여자였지만, 눈 사이의 큰 점이 인상적이었다.
집 안은 부엌이나 방이 없었고, 다다미 바닥이 깔린 커다란 공간이 있을 뿐이었다.
그 위에 스님이 한명, 중년쯤 되어 보이는 남자가 한명, 노인이 한명 앉아 있었다.
우리가 들어가자 마자, 중년 남자가 "재앙..." 이라고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우리는 스님앞에 나란히 앉았고, 방 안에 있던 세명도 우리 앞에 나란히 앉았다.
"그곳에 간 것은 이놈이오?" 노인이 B를 가르키며 아저씨에게 물었다.
"아닙니다, 올라간건 ㅇㅇ(내 이름)이고, 그놈은 밑에서 보기만 했다고 합니다."
옆에 앉아 있던 스님은 그 이야기를 듣고는 잠시동안 눈을 감고 무엇인가 생각 하더니, B를 향해 물었다.
"당신은 이런 경험을 전에도 한적이 있습니까?"
"없습니다..." B가 힘없이 대답했다.
"이상하네..." 스님은 탄식과 함께 말을 흐렸다.
"... 저는..." B는 울음을 참는듯한 목소리로 더듬더듬 물었다.
"... 죽는겁니까...?" B의 몸은 가늘게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다.
그러자 스님이 깊은 한숨을 쉬고는 말했다.
"그렇겠죠... 이대로라면... 확실히"
B는 영혼이 빠져 나간듯이 더 이상 떨지도 않고 바닥의 한곳을 뚫어지게 바라보기 시작했다.
스님은 이야기를 계속하였다.
"무슨 이야기인지 이해가 안 가는것도 당연합니다. 당신은 그곳에 갔을때 무언가 위화감을 느끼지는 않았습니까?" 이번엔 나에게 물었다.
"무언가를 긁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이상한 숨소리도 들렸습니다. 그리고 문 앞에는 부적이 잔뜩 붙어 있었습니다."
스님은 내 말을 듣고 한참을 생각하더니, 다시 입을 떼었다.
"아마도 당신은 그 '사람이 아닌것'의 존재를 귀로 느꼈고 B군은 눈으로 느낀 것이라고 생각 합니다. 본래대로라면 '그것'은 사람에게는 절대 느낄 수 없는 것이고, 정말 조용히, 몰래 숨어 있는것 인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가끔씩 이렇게 사람들을 괴롭게 합니다."
스님은 세상이 끝난것 같은 분위기의 우리를 한번 슥 쳐다보더니 말을 계속했다.
"지금 이안에서는 B군에게도 그것들이 보이지 않을 것입니다. 이곳에는 결계를 쳐 놓았기 때문에 사람이 아닌것들은 발을 들이지 못하게 되어 있지만, 그렇다고 언제까지 이곳에 있을수도 없는 일이니, 별당으로 가서 그것들을 떼어내는 의식을 치르도록 하겠습니다."
말을 마치고 스님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함께 따라서 일어나려 했으나, 다리에 힘이 풀려서 셋 다 잘 일어나지를 못했다.
그런 우리를 보고 스님이 말했다.
"의식을 치르는 동안은 지금보다 훨씬 더 고통스러울 것입니다. 하지만, 제가 당신들을 꼭 살려 줄테니 조금만 더 참으세요."
우리는 몸이 떨려서 인지, 그 말에 위안을 얻어서 인지, 이상한 박자로 목을 끄덕였다.
후들거리는 다리... 아니, 온 몸을 짊어지고 겨우 한발짝씩 돌계단을 끝까지 오르자, 큰 절이 보였다.
하지만 그 절로 들어가지는 않고, 절을 끼고 산 속으로만 들어가고 있었다.
조금 걸어가자 토리이가 하나 더 나왔고, 또 돌계단이 만들어 져 있었다.
"B군, 지금 그것들은 어떻게 생겼습니까?"
토리이 밑을 지나면서 스님이 B에게 물었다.
"두 다리로 서서... 계속... 이쪽을 쳐다보면서 따라오고 있습니다." B가 떨면서 대답했다.
그 말을 들은 스님은 심각한 얼굴을 하더니 발걸음이 더욱 빨라졌다.
돌계단의 끝까지 다 오르고 나자, 낡고 조그만 별당이 있었다.
스님은 그 별당 앞에서 우리를 불렀고, 우리 셋은 스님앞에 나란히 섰다.
스님이 의식에 관한 설명을 시작 했는데, 정리를 하자면
이 안에서 하룻밤을 보낼 것.
이 안에서는 빛이 없어야 할 것.
이 안에서는 말을 한마디도 하지 말아야 할 것.
이 안에서는 먹어서도, 마셔서도, 잠을 청해서도 안 될것.
용변은 이 포대기 속에다 해결할 것.
이라며, 쌀포대기 같은것을 건네 주었다.
물론 휴대폰이나 라이터등 빛을 내는 물건들은 가지고 들어가지 못하게 했다.
그리고는 우리에게 대나무로 만든 수통에 들어있는 물을 한모금씩 마시게 하고, 남은 물은 우리의 몸에 조금씩 뿌렸다.
그리고는 별당의 문을 열어 우리에게 들어가도록 손짓했다.
하지만, 가장 먼저 별당에 발을 들였던 B가 한발짝 들여 놓자 마자 갑자기 입을 감싸고 밖으로 튀어 나와서는 토악질을 하기 시작했다.
스님이 몹시 당황하는것이 눈에 보였다.
방금 천수로 몸과 속을 씻었음에도 불구하고 왜 별당의 결계에 걸리는지 모르겠다며 알아들을수 없는 말을 중얼거렸고, 옆의 노인들과 뭔가 급히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잠시후 스님은 B에게 다가가서, 혹시 그 곳에서 가지고 온 물건이 없느냐고 물었다.
아직도 헛구역질이 멈추질 않아 괴로워 하는 B를 대신해서 내가 대답했다.
"급료요, 급료밖에 가지고 온건 없는데..." 라고 하며 바지 주머니에 꼬불쳐 넣어 두었던 돈봉투를 내었고, 뒤따라 A가 자신의 것과 B의 호주머니 속에서 B의것까지 찾아서 내밀었다.
돈봉투 속을 찾아봐도 별다른건 없었다.
하지만, 뒤지다 보니 아주머니가 건네주었던 작은 주머니가 떠올랐고, 아주머니가 손수 천으로 만들어준 주머니 세개를 찾아내서 스님에게 건넸다.
"이...이건..."
주머니 속을 들여다 본 스님은 얼굴을 잔뜩 찌푸리고, 못볼걸 본 표정을 지으면서 주머니의 속이 보이도록 우리에게도 보여주었다.
손톱이 잔뜩 들어 있었다.
내 무릎의 상처에 박혀있던 그 손톱과 똑같은 붉은색과 때가낀 흰색의 낯익은 손톱...
그걸 본 B는 또다시 토악질을 하기 시작했다.
A와 나도 더이상은 참지못하고 구역질을 해 버렸다.
그것을 보고있던 스님도 눈쌀을 찌푸릴 정도로 심한 광경이었다.
한참을 토악질과 헛구역질을 하다가, 겨우 진정이 되었을때, 우리는 자신의 휴대폰과 지갑을 스님에게 맡기고, 별당 안으로 들어갔다.
"이 문을 열어서는 절대로 안됩니다. 저희는 모두 본당에 있을것입니다. 내일 아침까지 누구도 이곳에 오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스님은 별당의 문을 닫기전에 우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리고, 벽 너머의 것과 대화를 해서는 안됩니다. 이 별당 안에서 목소리를 내는 일도 절대로 안됩니다."
스님은 뱃속에 든것을 다 비우고, 창백한 얼굴로 있는대로 겁에 질려있는 우리를 약간 못 미더운듯이 쳐다보면서 마지막 당부를 했다.
"방금 말한 이것들을 꼭 지켜주기 바랍니다."
우리는 고개를 끄덕이는 수 밖에 없었다.
별당안은 서늘했다.
실제로 여기서 먹지도 마시지도 않고 잘 할 수 있ㅇ르지 불안했지만, 겨우 하룻밤 정도는 버틸 수 있을것 같았다.
건물 자체는 꽤 낡고, 벽에는 곳곳에 틈새가 있었다. 그렇다고 해도 상당히 작은 것이지만...
아직 대낮인지라 밖의 빛이 그 틈새로부터 들어와, A와 B의 얼굴도 확실히 확인할 수 있었다.
얼굴이 보인다해도 아무것도 말할 수 없는 상황은,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괜찮다」라고 하는 의미를 담고 내가 수긍하면, A도 B도 수긍해 돌려주었다.
잠시 후에, 서로 얼굴을 보는 횟수도 적어져, 마지막에는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었다.
말하고 싶어도 말할 수 없는 것도 답답하지만 앞으로 얼마의 시간이 남았을지 짐작도 할 수 없는 우리들은, 단지 망연하게 그 자리에 있을 수 밖에 할 수 없었다.
꾀 많은 시간이 흘렀다고 느꼈지만 아직 밖은 밝았다.
그러자 A가 부스럭부스럭 소리를 냈다.
뭘하는가 싶어 너무 큰 소리를 내기 전에 멈추게하려고 A쪽을 돌아보니, A는 손에 든 종이와 펜을 우리들에 보였다.
이 녀석은 스님의 말을 듣지 않고 몰래 펜을 감춰 들고 온것이었다.
그리고 종이는 껌의 포장지였다.뭐 메모 용지를 가지고 있을리 없는 우리들이니, 필시 그것 밖에 생각해 떠오르지 않았을 것이다.
(이 녀석 뭐 하는거야..)
한 순간 그렇게 생각했지만, 의사 소통을 할 수 없는 이 상황이 극한으로 불안해지고 있기도 했기에, A가 취한 행동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오히려, 하나의 빛이랄까? 능숙하게 설명할 순 없지만, 어쨌든 몹시 안심이 된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A는 우선 먼저 종이에 글시를 써 나에게 건네줬다.
"다들 괜찮은거야?"
나는 A에게 펜을 받아, 가능한 작고 빈틈없이 썼다.
"나는 아직 괜찮아, B는?"
그리고 B에게 종이와 펜을 전달했다.
"나는 지금은 태연해. 아무것도 안보이고 들리지도 않아"
그리고 A에게 종이와 펜이 돌아왔다.
이런 식으로, 우리의 필담이 시작되었다.
A"남은 껌 4개.겉포장종이와 은박 종이가 8장..글씨를 작게 쓰자"
나"OK. 밤이되면 할 수 없을테니 지금 말하자"
B"알았어"
A"지금 몇시정도지?"
나"몰라"
B"5시정도?"
A”여기 온 것 1시 정도였어”
나”그럼 4시 정도인가?”
B” 아직 3시간인가?”
A”긴데...”
이런 식으로 쓸데 없는 이야기를 해서 1장째가 끝났다.
그러자 A가 썼다.
A”00글씨가 크다”
나는 사과했다.
그러자 A가 나에게 펜을 건네주었기 때문에,
나”배가 고파”
라고 쓰고 B에 건네주었다.
그리고 B가 아무것도 쓰지 않고 A에 종이를 건네주었다.
그러자 A는
A”나도”
라고 쓰고 나에게 건네줬다.
그토록 불안했는데 , 막상 이야기하게 되니 모두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나는, 해가 지기 전에 말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을 썼다.
나”무슨일이 있어도, 끝까지 힘내자”
B”응”
A”나 소리지르면 어떡하지?”
나”아무거나 입에 쑤셔넣어”
B”넣을만한거 암것도 없어”
A”옷을 벗어 둘까”
나”아무일도 없을거야, 그렇게 믿자”
B는 나가 쓴 말에는 노 코멘트였다.
나도 쓴 뒤, 스스로 무슨 말을 하는 것일까라고 생각했다.
스님은,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다고는 한마디도 말하지 않았었다.
오히려, 지금부터 무엇이 일어나는지를 예상하고 있는 말투로 우리들에 얼마든지 충고를 했다.
그렇게 생각하면 우리들은, 한시라도 빨리 시간이 가길 바라는 한편, 진짜 사실은, 밤을 맞이하는 것이 몹시 무서웠다.
밤만이 아닌, 그 때 그 순간도, 사실은 무서워서 어쩔줄 몰랐다.
단 하나의 위로가, 서로의 존재를 느낄 수 있다는 것뿐..
나의 한마디로 분위기가 단번에 무거워졌다.
나는 이 분위기를 어떻게든 하려고, B가 가지고 있던 종이와 펜을 받아,
나”아무말이라도해. 시간 아까워”
라고 쓰고 A에 건네주어 책임을 떠 넘겼다
A는 일순간 곤혹스러워했지만, 잠시 생각후 글을써, 나에게 건네줬다.
A”자, 집에 가면 뭐할까?”
나”좋다.나는 우선 대여점에 가야해”
B”거긴왜?”
나”DVD 반납 연체됐어”
A”몇일이나?!”
뭐 거짓말이었다.어떻게든 분위기를 바꾸고 싶었으니까 뭐든지 적당하게 썼다.
그 결과, 분위기는 아주 조금이지만 나아져, A도 B도 각각 돌아가면 무엇을 할까를 썼다.
조금씩이지만, 천천히 우리들은 조용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나머지의 종이도 적게 되었을 무렵, B는 이 말을 종이에 썼다.
B”나는 스님에 말한거 반드시 지킬거야.죽고 싶지 않아”
나도 A도, 마지막 말을 응시했다.
나는 「죽고 싶지 않아」라는 말을, 태어나 이토록 간절하게 말한 적은 없다.
분명 A도 그럴 것이다.
죽는다고 생각한적이 없기 때문이다.
죽음을 가까이 느꼈던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것을, 지금 눈앞에서 진심으로 말하는 녀석이 있다.
그 사실이 몹시 충격적이었다.
나는 B의 눈을 응시하며 수긍했다
그 다음은 특별히 아무것도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이상하게 고독감은 없었다.
서로의 존재를 느끼면서, 우리들은 해가 지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으면 매미 울음 소리가 시끄러웠지만 서서히 귀가 익숙해져서 신경이 쓰이지 않게 되었다.
그렇지만, 어쩐지 위화감이 들었다
귀를 귀울여보니 뭔가 다른 소리가 들려왔다
한층 더 귀를 귀울이자, 점점 그 소리가 클리어로 들리게 되었다.
나는 생각하는 것보다 먼저 확신했다.
그때 그 숨소리라고...
B를 보았다.어슴푸레해서 알기 힘들었지만, B가 눈치챈듯한 기색은 없었다.
B에게는 들리지 않는 것인가?
그러고 보니 B가 숨소리에 대해 말했었나?
혹시 그 소리는 들은적이 없는 것인가?
아니면 단지 눈치채지 못한 것뿐인가?
머릿속에서 다양한 생각이 떠올랐다.
그러자 경직되는 나의 모습을 눈치챈 B가, 주위를 두리번 두리번둘러 보기 시작했다.
이 상황속에서, 신경이 과민해지지 않을 수 가 없었다.나의 이변을 곧 눈치챘다.
그러자, B의 시선이 한 곳에 멈췄다.나의 어깨 너머를 곧바로 응시하고 있었다.
흰자위가 단번에 커져 눈을 크게 뜬것을 알았다.
A도 B의 모습을 알아차려, B가 보고 있는 방향을 보고 있었지만 아무것도 찾아낼 수 없는 것 같았다.
나는 무서워서 뒤돌아 볼 수 없었다.
그런데도, 그 숨소리만은 귀에 들려온다.
그것이 바로 거기에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움직이지 않고, 단지 거기서 「후~웃!, 후~웃!」하고 있었다.
당분간 경직 상태가 계속 되고, 이번은 우리들이 있는 별당 주위를, 질~질~ 무엇인가 질질 끄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A는 이 소리가 들렸는지 , 갑자기 나의 팔을 잡았다.
그 소리는, 별당 주위를 빙글빙글 돌아, 점차 호흡음이 「끄윽 ·끄엑.」하는 무엇인가 정체의 모르는 소리를 품게 되었다.
나에게는 소리 밖에 들리지 않지만, 그것이 천천히 별당 주위를 배회하고 있는 것은 알았다.
A의 팔로부터 심장의 소리가 전해져 오는 것을 느꼈다.
B를 확인할 여유가 없었지만, 굳어져 있었을 것이다.
전원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나는 공포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귀를 막고 눈을 감고 있었다.
부탁이니 사라져 달라고 마음속으로 빌고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고작 몇분이었을 지도 모르고, 그렇지 않을지도 모fms다.
눈을 뜨고 주위를 둘러 보니, 별당안은 깜깜하고, 거의 아무것도 안보이는 상태였다.
그리고 조금 전까지의 그 소리는, 사라졌다.
공포의 해일이 지나갔는지, 그렇지 않으면 아직 주위에 있는지, 판단이 서지 않아 움직일 수 없었다.
그리고 눈앞에 퍼지는 깊은 어둠이, 또 다른 공포를 데려 왔다.
집중해 보아도 아무것도 안보인다.
「있어?」 「괜찮아?」하고 말조차 할 수 없었다.
단지 A가 계속 나의 팔을 잡고 있었기 때문에, 거기에 있는 것을 알았다.
나는 이때 엄청나게 B가 걱정이 되었다.
B는 확실히 뭔가를 보고 있었다.
어둠속에서 B를 필사적으로 찾았지만 보이지 않는다
나는 내 팔을 잡고있는 A의 손을 왼손으로 옮겨 잡고, A를 데리고 B가 있던 쪽으로 살금 살금 걸어갔다.
될 수 있는한 소리가 나지 않게, 그리고 A가 놀라지 않게..
너무 캄캄해서 의사 소통이 되지 않았다.
누군가가 패닉상태가 되면 끝이라고 생각했다.
어디에 있을지 전혀 모르기 때문에 왼손에 A의 팔을 쥔채로 오른손을 앞으로 뻗어 좌우를 천천히 저으며 나아갔다.
그러자 손가락 끝이 갑자기 단단한것에 닿아 심장이 쿵 하고 소리를 냈다.
손에 닿은 그것은 감촉으로 보아 벽이라는것을 알았다.
이상하다. B가 있던 곳으로 왔는데 B가 없다.
나는 초조해졌다.
한번더 다른 쪽을 향해 천천히 나아갔다. 그러나 또 벽에 닿았다.
어찌할 바를 몰라 울것만 같았다.
「B어디야」이 한마디를 몇번이나 삼켰다.
어쩌면 좋을지 몰라, 그 자리에 내내 서 있던 채로 A의 팔을 강하게 잡았다.
그러자, 이번은 A가 나의 팔을 잡아, 살금살금 걷기 시작했다.
우선, A는 벽 옆까지 가면, 잡은 나의 팔을 벽에 손대게 했다.
그리고 그대로 천천히 벽가를 이동해, 모퉁이에 도착하면 진로를 바꾸어 또 벽을 따라 걷는다.
그렇게 갈 때에, 앞서걷던 A가 탁 멈추었다.그리고, 나의 팔을 쭉 당겨서, 무엇인가 따뜻한 것을 만지게 했다.
그것은, 조금씩 떨리는 사람의 감촉이었다.
B를 찾아냈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곧, (이것이 정말로 B일까?)하는 의문이 싹텄다.
잘 생각하면 A도 그렇다.훨씬 가까이에 있었지만, 정말 나의 팔을 잡고 있는 것은 A인가?
나는 어두운 곳의 탓으로, 완전하게 의심의 도가니탕에 빠져 있었다.
내가 아무말 없이 있자, A는 또 나의 팔을 잡아, 슬금슬금 걷기 시작했다.
나는 천천히 따라 갔다.
그러자, 아주 근소하지만, 시야에 빛이 보이게 되었다
신기하게 여기고 있노라니, 방에 있는 틈새로 약간의 달빛이 들어오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A는 거기에 우리들을 데리고 가려 했던거라고 생각했다.
왜 눈치채지 못했던 것일까, 지금 생각해도 이상하다.
어두운 곳에 눈이 익숙해진다는 것을 들은 적이 있었지만, 공포때문에 보이지 않은것도 아니었다.
정말 깜깜했다.
어쨋든, 그 때 나는 그 빛ㅇ르 보고 마음속으로 부터 구원받은 기분이 되었다.
그리고 A에 감사했다.
나중에 들었지만,
A 「나는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았어.어쩐지 질질 끌고 있는 소리는 들린것같지만. 그래도 그 덕분에, 너희들보다는 여유가 있었는지도...」
이렇게 말했다.
엄청난 녀석이라고 생각했다.
빛의 아래로 오니, A의 반대쪽 손에 B의 팔이 잡혀 있는게 보였다.
달빛으로 보인 B의 얼굴은, 땀과 눈물로 흠뻑 젖고 있었다.
무엇이 있었는지, 무엇을 보았는지, 물을 수 도 없었다.
밤은 낮과 달리, 몹시 조용하고, 먼 곳에서 방울 벌레가 울고 있었다.
우리들은 당분간 거기서 가만히 있었다.
부끄럽지만, 3명이서 서로 손을 마주 잡고 정확히 원을 그리며 둘러 앉았다.
그 형태가 가장 안심할 수 있는 형태였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비록 얼마 안되는 빛이지만, 상대의 모습이 거기서 확인 가능한것만으로 딴 세상같이 느껴졌다.
당분간 그러고 있자, 드디어 예상하던 일이 일어났다.
A였다.
생리 현상이니까 반드시 피할 수 없다고 생각했었다.
A는 자신의 바지 포켓으로부터 스님에게 받은 옷감의 봉투를 부시럭 부시럭 꺼내며 일어서 우리들로부터 조금 떨어졌다.
정적속에, A가 내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뭔가 어설픈 소리에 약간 김이 빠지고, 나도 B도 얼굴을 보며 멋쩍게 웃었다.
그 순간이었다.
「B군 」
AB나(···)
한순간에 몸이 바짝 긴장이 되었다.
그러자 또 들렸다.
우리들이 들어온 문의 바로 바깥쪽에서였다.
「B군 」
우리들은 목소리의 주인이 누군지 일제히 알아챘다.
오늘 아침도 들은, 미사키의 소리였다.
「B군!주먹밥 만들어 왔어」
이쪽의 모습을 살피기라도 하듯, 조금 사이를 두면서 말해 온다.
억양이 전혀 없고, 기계와 같은 톤이었다.
B의 손에 훨씬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B군」
「···」
잠시동안의 침묵후, 갑자기 마치 빗장이라도 끊은 듯이
「B군주먹밥 만들어 왔어」
「어서 오세요」
「주먹밥 만들어 왔어」
「B군」
「어서 오세요」
「주먹밥 만들어 왔어」
같은 말을 몇번이나 몇번이나 반복했다.
심상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무서웠다.미사키의 목소리인데, 굉장히 무서웠다.
스님은 별당에는 아무도 오지 않는다고 했다.
그리고 이건 도저히 사람이 말하는 소리가 아니었다.
문의 밖에 있는 것은, 절대로 미사키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어느세 A가 우리들의 쪽으로 돌아와, 나와 B의 팔을 잡았다.
힘이 들어갔었기 때문에, 이 녀석에도 들리고 있다고 생각했다.
우리들 3명은, 별당 문쪽을 응시한 채로 움직일 수 없었다.
그 사이도 그 소리는 반복해 계속 된다.
「어서 오세요」
「B군」
「주먹밥 만들어 왔어」
그리고 드디어, 문이 덜컹덜컹 소리를 내 흔들리기 시작했다.
야~쫌~잠깐!
문의 저 편의 녀석은 문을 비틀어 열고 들어 올 생각인듯했다.
나는 문이 열리면 어쩔지 생각했다.
(전속력으로 도망칠까, 스님들은 본당에 있다고 했으니 거기까지 도망쳐··근데 본당은 어디지?)
더이상 여기서 어떻게 도망칠까 밖에 생각하지 않았다.
이윽고 그 녀석은, 탕~탕~ 전력투구라도 하듯 문에 돌진해 부딪히는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기계음으로 말하면서.
그리고 그대로 조금씩, 별당 벽을 따라서 왼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일정시간 그러한 후에 또 왼쪽으로 이동한다.그 반복이었다.
(뭐하는거지?)
이상하다 생각이 들자, 나는 한가지 눈치를 챘다.
우리들이 있는 벽 옆에는 틈새가 열려 있다.
그리고 그 녀석은 지금 거기에 천천히 향하고 있다.
(만약 틈새로부터 안이 보인다면?)
(만약 안으로부터 저것의 모습이 보인다면?)
그렇게 생각하면 안절부절 못하게 되어, 나는 두 사람을 데리고 서둘러 방의 중앙으로 이동했다.
이동하고 있다.천천히, 그렇지만 확실하게
심장마저 멈추는 듯했다.
녀석에게 눈치 채이고 싶지 않다.
아니, 여기 있는 것은 이미 눈치 채고 있을지도 모르지
공포로 이빨이 딱딱거리기 시작한 나는, 내 손가락을 힘껏 씹었다.
그리고 틈새가 있는 장소에 도달한 그 녀석을 보았다.
보였다.
보였다.달빛에 비추어진 그 녀석의 얼굴이, 지금까지 소리로 밖에 느껴지지 않았던 그 녀석의 모습이.
새카만 얼굴에, 홀쪽한 흰자위만이 묘하게 떠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전력투구라고 생각한 그 소리는, 그 녀석이 머리를 벽에 부딪히고 있는 소리란걸 알았다.
그 녀석의 얼굴이, 일순간벽의 틈새로부터 사라진다.
밖에서 몸을 뒤로 젖히고 있는 듯 하다.
그리고 그 후 곧, 아주 대단할 기세로 벽에 돌진한다.
벽에 직면하는 순간도, 흰자위만을 노출로 하고 있는 그 녀석으로부터, 나는 눈을 떼어 놓을 수 없게 되었다.
완력으로 속박당한것은 아니다, 몸 부들부들 움직이고 있기도 했고...
단지 본 적이 없는 광경에, 눈을 빼앗겨 버린것일 뿐일지도 모른다.
그 기세로 머리를 벽에 부딪히면서, 그런데도 계속 담담하게 말하는 그 녀석은, 완전하게 산 인간과는 동떨어지고 있었다.
결국, 그 녀석은 우리들이 보이지 않았던 것일까,
틈새의 장소에서 한동안 머리를 부딪힌후, 한층 더 또 왼쪽의 왼쪽으로 이동하며 갔다.
나의 머릿속에서, 잔상이 소리와 싱크로되어, 그 녀석이 밖에서 머리를 부딪쳐 오고 있는 모습을 생생하게 상상할 수 있었다.
솔직히 그 녀석이 어느 정도 거기에 있었는지를 나는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환상과 현실의 구별이 않되는 상태였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로는, 그 녀석이 없어져 쥐죽은 듯이 조용해진 뒤에도 3명 모두 계속 입다물고 있던 것 같다.
A는 경계했기 때문에
B는 공포때문에 움직일 수 없었으니까
그리고 나는 환영속에서 연장전이 전개되고 있었기 때문에
그래서 A가 나를 빛의 장소에 데려 가려고 팔을 잡았을 때, 몸의 경직되어있자 일순간 죽었다고 생각한 것 같다.
진심으로 사후강직이라고 생각했단다.
B는 B대로, 공포로 너무 이를 악물어서 , 잇몸에서 피가 흘렸다.
A만은, 역시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 녀석은 거기로부터 멀어져 갈 때 까마귀와 같이 「아″-아″-」하고 괴성을 발하고 있던 것 같다.
그 소리는, A만이 듣고 있었지만
그 녀석의 두번의 습격으로 우리들은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었다.
단지, 신경이 쓰일뿐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모두 고개 숙이고, 눈을 맞추는 것은 일절 없었다.
B는, 소변을 그대로 흘려 보내고 있었지만, A와 나는 그것을 뭐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렇게 밤이 길다고 생각한 것은 태어나고 처음으로다.
초췌해 버린 얼굴을 보았던 것도, 보였던 것도, 물론 사람이 아닌 모습을 보았던 것도.
모두 선명히 기억하고 있고,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별당 틈새로부터 빛이 비추어 오고, 날이 샜다는걸 알아도, 우리들은 얼굴을 들지않고 거기에 그대로 앉아 있었다.
참새의 울음 소리도, 멀리서 들리는 민가의 생활음도, 모든 것이 나의 심장에 꽂힌다.
여기에서 나와 살아갈 수 있는지,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한 정도다.
본격적으로 태양의 빛이 안에 파고 들어가 왔을 무렵, 멀리서 여기에 가까워져 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우리들은 완전하게 공격 태세 체제에 들어갔다.
발소리는 곧 근처까지 가까워져, 별당을 돌아 입구의 앞에서 멈추었다.
숨을 삼키고 있으면, 덜컹덜컹 거리는 소리가 나고, 「끼익」 하며 문이 열렸다.
거기에 서있던 것은, 스님이었다.
스님은 우리들의 모습이 보이자, 일순간 울 것 같은 얼굴을 했다
「잘 해내셨습니다」
이렇게 말했다.
그 때의 스님의 눈은, 일생 잊지 못할 것이다.
정말 정말 상냥한 눈이었다.
나는, 온몸에 힘이 빠져버렸다.
그리고, 애처럼 엉엉 울었다.
스님은, 우리들의 땀과 소변 투성이의 병당안에 망설임 없이 들어 오고, 그리고 우리들의 어깨를 한사람 한사람 안았다.
그 때 스님의 승복으로부터, 어쩐지 그리운 향이 향기가 나고,
(아, 우리들, 살았다)
라고 마음속으로부터 생각했다.
거기서 또 난 아이처럼 울었다.
잠시 후도 일어설 수 없는 나를 보고, 스님은 아저씨를 불러 와 주었다.
그리고 둘이서 어깨를 부축하고 전날에 있던 단독주택으로 향했다.
도중 , 갈 때에 본 큰 절의 옆을 지나갔는데, 그 때 우리들 3명은 크게 외치는 소리를 들었다.
낮게, 그러다 갑자기 높은 소리로 외치는 사람의 소리였다.
집의 현관에 도착하자 귓전으로 A가 속삭였다.
A 「조금 전의 그거, 여주인 목소리아냐?」
설마라고 생각했지만, 확실히 여주인의 목소리로 들리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그럼 어떠랴 싶을만큼 피곤해서..
빨리 집에 들어가고 싶었지만, 현관에 나온 여자가 굉장히 불쾌하게 우리들을 업신여기면서,
「바로 욕실 들어가」
라고 말하지 뭔가.
-어쩔 수 없다. 왜냐하면 우리들 상상도 못할 정도의 고약한 냄새가 났으니..
그리고 우리들은, 셋이서 사이 좋게 목욕했다.
뭐 무서웠다.
갑자기 혼자가 될 용기는 역시 없었다.
목욕탕을 나오자 언젠가 본 기억이 있는 다다미방으로 통해져 거기에 3장의 이불이 깔아져 있었다.
「우선 자라」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여기는 안전하다고 하는 기분이 들었고, 극한으로 피곤한 탓도 있었다.
뭐 일단 이성보다 몸이 먼저 움직였고, 우리들은 이불에 얼굴을 묻고 그대로 쓰러져 잤다.
나는 잠이 들어가는 가운데, 생각했다.
(일어나면 그녀석들에게, 우리는 돌아간다는 전화를 해야지,.)
여행의 준비에 한창으로 스탠바이 하는 친구 2명은, 우리들이 지금 이렇게 해 죽을 것 같은 생각을 하고 있던 것을 모른다.
물론, 여행 계획이 엉망이 된것도..
그러고 보면, 별당을 나올때 나는 B에게 물었다.
나 「B, 이제, 안보여?」
그러자 B는, 확실한 어조로 답했다.
B 「아, 안보인다.살아났다.고마워」
나는 그 마지막 한마디를 듣고, B가 바지에 실수 한 일은 비밀로 해 주기로했다.
우리들은 살아났다.그 사실만으로, 충분했다.
---
그 후 눈을 뜬 우리들은, 일의 진상을 스님에게 듣게 된다.
그리고, 인간의 진짜 무서움과 신념의 힘이 가져온 괴기적인 현실을 알게 된다.
B가 본 것, 내가 본 것, A가 들은 것
그것을 모두 알고, 우리들은 다시 도망가는 결심을 한다.
지금까지 읽어 준 사람들, 정말로 고마워요.
저 스스로도 이런 장문이 될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어요.
많은 기대가 있는 분 , 거기에 따를 수 없는 결과였을 지도 모르지만,
이야기를 외곡시키고 싶지 않았으니까 그대로 쓰도록 했습니다.
너무 긴 것도 좀 그러니까, 일단 여기서 완결로 해 두겠습니다.
지금부터 앞은, 일의 진상을 쓸테니, 정말로 신경이 쓰이는 사람만 읽어 주세요.
여기까지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또 언젠가..
첫댓글 헐....무서엉...ㄷㄷㄷㄷㄷ
쩐닼ㅋㅋㅋㅋㅁ재밌어 근데어디안에들어가서나오지말라는거팔척귀신얘기생각나
헝 재미지다ㅠㅠㅠㅋㅋㅋㅋ 담편도 기대할게 언니!!
재밌다..글이긴덕도단숨에읽었엉..
진짜언제봐도스릴넘쳐ㅠㅠㅠㅠ아줌마존나무서워
몰입력 쩔어ㅜㅜㅜㅜ
헐 대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