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요한, 김종인 만나 신당 만류… 김기현 “영광 다이뤄” 불출마 시사
인 “이준석 맺힌 게 많더라” 언급에
김종인 “처방 잘해도 환자 약 먹어야”
민주 이상민 “탈당 여부 한달내 결정”
이준석 신당 합류 가능성 부인 안해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7일 이준석 전 대표에게 조언하는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을 찾아 이 전 대표와 관련해 “(이 전 대표가) 맺힌 게 많더라”고 말하자, 김 전 위원장이 “정치적으로 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 위원장이 이 전 대표의 신당 창당 움직임에 “제발 그러지 말라”고 연일 손을 내밀고 있는 가운데, 국민의힘과 이 전 대표 간 봉합이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 것이다.
● 인요한 “이준석 맺힌 게 많더라”
인 위원장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내수동 김 전 위원장의 사무실에서 김 전 위원장과 40여 분간 면담을 갖고 이 같은 내용을 논의했다. 이날 만남에선 부산 토크콘서트에서 이 전 대표에게 ‘미스터 린턴(Mr. Linton)’이란 소리를 들으며 냉대를 당한 인 위원장이 먼저 이 전 대표 이야기를 꺼냈다고 한다. 인 위원장은 “이 전 대표가 맺힌 게 많더라. 푸는 게 쉽지 않다”고 토로한 것. 이에 김 전 위원장은 “정치적으로 풀기 어려운 문제”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대표의 탈당이나 신당 창당을 막기 어려울 것이란 취지로 해석된다. 김 전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서도 신당에 대해 “신당은 국민이 ‘우리나라 정치판을 바꿔야겠다’고 판단하면 성공하고, 그렇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다”며 “그런데 시기적으로 국민이 정치제도를 바꿔야겠다고 판단하는 상황이 오지 않았나 본다”고 말했다.
당내에선 인 위원장의 혁신위가 청년 비례대표제 등 이 전 대표의 강점인 청년, 중도 지지층을 향해 손을 내밀면서 이 전 대표의 영역을 조금씩 차지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끌어안으려는 인 위원장과 밀어내려는 이 전 대표의 구도가 되면서 인 위원장의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인 위원장은 이날 면담 후 기자들과 만나 “‘처방은 참 잘했는데 환자들이 약 안 먹으면 어떡할 것이냐. 약을 먹어야 한다. 실제로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며 “저도 공감했다”고 밝혔다. 김 전 위원장도 “국민의힘이 환자”라며 “국민의힘은 대통령 얼굴만 쳐다보는 정당이니, 그 얼굴이 어떻게 변하느냐에 따라 변할 수도 있고 안 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인 위원장이 강조하는 친윤(친윤석열) 핵심 용퇴론이 실제로 작동하려면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가 중요하다는 취지다.
이런 가운데 이 전 대표의 신당 합류 인사로 거론되는 더불어민주당 비명(비이재명)계 5선 이상민 의원(대전 유성을)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한 달 내에 민주당을 떠날 것인지, 아니면 당에 남아서 치열하게 싸우며 불태울지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 전 대표가 신당을 창당할 경우 합류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이 전 대표와 함께할지, 다른 정치적 세력과 함께 직접 창당을 할지는 탈당 여부를 정한 이후에 고민해 볼 문제”라고 답했다.
● 울산 불출마로 기우는 김기현
4선의 김기현 대표가 지역구인 울산 남을에서 불출마로 가닥을 잡았다는 관측이 당내에서 나오는 가운데, 김 대표가 측근들에게 “국회의원으로서 가질 수 있는 영광은 다 이뤘다”고 과거에 발언한 사실이 공개됐다.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서 김 대표가 울산 출마를 포기한 것처럼 보도가 나온다는 질문에 “김 대표가 과거에 저희랑 대화하면서 본인 스스로도 국회의원으로서 가질 수 있는 큰 영광은 다 이뤘다는 말을 했다”며 “당대표 원내대표 다 경험했고 또 울산시장도 지낸 과정을 말했는데, 저는 충분히 당과 어떤 국가 발전의 측면에서 이젠 검토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유 의원은 ‘김기현 체제 1기 지도부’에서 수석대변인을 했다. 김병민 최고위원도 이날 채널A 라디오쇼에서 “김 대표가 평소에도 ‘당의 원내대표도 했고 광역단체장도 했고 지금은 당 대표고. 그런데 내가 정치적으로 무슨 미련이 있나’라고 말한다”고 했다.
김 대표 측은 여전히 “기회가 되면 말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김 대표는 울산 불출마를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당 대표로서 희생을 보여줄 수 있는 ‘상징적인 험지’ 출마를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당장은 지역구(울산 남을)가 있는 만큼 예산 정국을 제대로 챙긴 뒤 향후 행보에 대해 언급할 것으로 전해졌다.
김준일 기자, 최혜령 기자, 윤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