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사진상 조사위원회가 막판에 말썽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일을 하다보면 잘 하는 일도 있고 못하는 일도 있다. 맘에 안드는 일을 했다고 질타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이 일구월심 추구했던 것은 암울했던 시절에 일어났던 비정의 사건에 대해서 객관적이고 냉철한 조사를 확실히 하는 일이었다.
그 중에서도 장준하선생의 의문사 조사는 첫 번째 조사대상이었다. 필자는 장준하의 죽음이 결단코 추락사일 수 없다는 확신을 가지고 사건이 일어났던 당시부터 민주통일당 조사단을 이끌고 현장답사만도 20여차례나 했다. 이를 토대로 ‘장준하의 죽음은 암살인가?’라는 다소 모호한 제목으로 장문의 조사결과를 모 잡지에 발표한 바 있다.
그 뒤 의문사위가 발족하면서 필자를 불러 이 문제에 대한 1차 진술을 받았다 그러나 가장 결정적 증언을 해야 할 목격자 김용환은 오락가락 진술로 진상을 캐기는커녕 점점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 느낌이었다. 심증은 있지만 결정적 증거나 증인을 확보하지 못하고 상황을 재현한 시뮬레이션으로 실족으로 인한 추락사가 아닌 ‘의문의 죽음’이라는 결론 아닌 결론으로 끝난 것은 천추의 한이 될 일이다.
때마침 8월17일 29주기를 맞이한다. 이에 기념사업회가 주관하는 뮤지컬 ‘청년 장준하’가 8월18일부터 21일까지 세종문화회관에서 역사적인 막을 올리게 된 것은 참으로 감격스럽다. 음악과 춤 그리고 연기가 어우러진 뮤지컬로 파란만장한 장준하의 일생을 그린다는 것이 과연 쉬운 일일까. 조한신 연출, 송시현 김대성 작곡, 이란영의 안무가 펼쳐낼 감성로드 뮤지컬에 거는 기대는 가슴 벅찰 만큼 크다.
일본군 학병으로 끌려갔던 젊은이들이 죽음을 무릅쓰고 탈출하여 중국 중동부 지역에서 중경까지 무려 6천리에 걸친 대장정을 소재로 했다. 조선 땅에서 태어났지만 이미 조국은 왜놈의 땅이었다. ‘조센징’으로 멸시받고 천대받던 청년들이 내 조국 아닌 왜놈들의 총알받이가 되어 전쟁터로 내몰렸을 때 과감히 탈출할 수 있었던 용기와 기개는 꿈과 신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내 조국 조선은 결코 망하지 않는다.”
이것은 희망이었다. 그러기에 좌절하지 않고 6천리를 걸었다. 굶주리고 헐벗으며 벌레에 물리고 짐승들의 습격을 받으면서도 굳세게 살아난 그들의 행적은 차라리 한 편의 드라마다. 어떤 드라마가 이보다도 절실하고 다이나믹할까. 형식적이고 영웅주의적인 역사극이 되지 않도록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을 쓴 연출가의 노력이 더욱 돋보인다는 이 뮤지컬은 흔히 말하고 있는 ‘창작 뮤지컬은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문제점도 완전히 떨쳐냈다고 한다.
장준하 역에는 가창력이 뛰어난 조승룡이 맡고 아내 김희숙 역은 임유진이다. 광야에서 돌베개를 베고 잘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난 장준하는 사상계 권두언을 통하여 “미래를 내다보는 눈”을 밝게 했으며 결혼 2주만에 사랑하는 남자를 전쟁터로 떠나보내야 했던 슬픔을 가진 여인 김희숙은 그나마 ‘마음의 고향’조차 잃어버린 채 30년 세월을 조국통일의 기다림으로 살고 있다.
뮤지컬 해설자 박완규는 시공을 초월한 역사로의 귀환을 통해 우리가 누구인지,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우리는 꿈을 위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되묻고 있다.
첫댓글 눈물이 납니다,,,선생님의 애뜻한 조국애 사랑 장준하 선생님글 내려놓앗네요,,,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