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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당일 아침 5시에는 일어나야 하는 부담감에 카이와 헬리오에게 전화를 했지만, 둘 다 통화불가능.
불안한 맘에 알람을 5개째 맞추고 있을때 헬리오에게서 연락이 왔다.
"준비는 다 끝냈나?"
"인제 집에 왔다, 준비 해야지..."
"나, 낼 모닝콜 해죠~"
"ㅋㅋㅋ 그럴줄 알았다, 오케, 몇시?"
"5시...아니, 5시 30분. 대신에 잠 다 깬 낭낭한 목소리로 전화해라, 잠오는 목소리로 모닝콜 받으면 잠 안깬다"
"ㅋㅋㅋ알았다, 반에 전화할께, 근데 카이는 어쩐다데?"
"몰라, 전화 안받던데? 수원에서 바로 오지 않을까?"
"그렇겠지? 그래, 일찍 자고, 낼 전화할께."
"응"
그렇게 통화를 끝내고...TV를 보는 룸메이트를 뒤로하고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 쓰기 전에 잠깐 본 시간...12시 30분.
내가 이시간에도 잠이 드는구나...
아침 5시 30분, 여지없는 헬리오의 (나름) 낭낭한 목소리덕에 한번 깬 후 다지 밍그적 거리고 있다가 6시가 다 되어 씻고 나온 순간 카이에게서 전화가 왔다.
"야...우짜노, 내 인제 일났다..."
"머라? 야~ 우짜노...어떻해야 하지...? 지금 당장 나온나."
"일단 헬리오한테 전화해볼께..."
"어, 꼭 와야한다!"
잠시 망설였다...
'카이를 빼놓고 가는건 싫은데...나도 가지말까...? 그럼 헬리오 혼자 갈텐데...그래도 헬리오는 혼자 몇번 가봤잖아. 아씨...어떻하지?'
이런 생각하면서 집을 나서고, 또 지하철을 탄 후 잠깐 확인한 시간이 6시 20분, 주말 그 이른 시간에 뭔 사람들이 그리도 많은지...앉지도 못 한 채 충무로에서 3호선을 기다리며 헬리오에게 전화를 했다.
"야, 카이 어쩐다데?"
"어..일단 기차타고 내려오기로 했다"
"진짜? 다행이네...니는 어디고?"
"나? 집인데, 인제 나갈라고..."
"어, 도착해서 보자..."
지하철에 내려서 화장실에 잠시 들르고, 그리고 주차장으로 향했는데...혼자 뻘쭘히 있는게 싫었기에 또 헬리오에게 전화를 했으나...그녀는 오는 중이었고, 어쩔 수 없이 버스를 찾기 시작을 했는데...그 시각 그 곳엔 버스가 왜 그리 많은지...
결국 대장님께 전화를 하고서야 찾은 버스, 오르기가 내심 두근두근...
반갑게 맞아 주시는 대장님과 인사를 나누고, 명찰을 받고, 빈자리를 찾아 두리번 거리며 젤 뒷자리로 향했다.
낯익은 얼굴보다는 낯선 얼굴에 점점 맘은 불편해지고...유일하게 창문이 달린 자리에 앉으려는 순간, 낯익은 분(인덕원참새님)께서 반갑게 손을 내밀어주시고 얼떨결에 인사를 드린 후 자리에 앉아 헬리오가 오기만을 기다렸는데...이런.
그녀는 총무라는 감투 덕에 맨 앞자리에 앉아야 했고, '언니~'라 부르며 그리 낯설지 않은 분(명수기님)께 내 옆자리를 맡겨버렸다.
'아씨...그냥 카이랑 같이 기차타고 가는건데...'
'이리되면 편하게 엎어져서 잘 수도 없는데...'
'못 자게 되는건 아니겠지?'
라는 이기적이고 철없는 생각을 몽글몽글 만들고 있을 때 등장하신, 다사님과 짧은 눈인사를 나누고 연우의 백일떡이라고...새하얗고 따뜻한 백설기를 받아 두손에 꼭 쥐고 잠시나마 병원에 있다는 연우를 위해 잠깐 기도를 하고 나자, 차는 출발을 하게되고, 옆자리의 '언니'는 말을 걸어왔다.
"아까 지하철역 화장실에서 봤었는데..."
어색한 대화가 드문드문 오가는 동안, 뒷자리의 낯익은 분들과 낯선분들의 대화를 살짝살짝 엿들으며, 준비해오신 간식들을 넙쭉넙쭉 받아 먹으며 약간의 안도감이 느껴질때쯤...여지없이 시작되는 자기소개.
또다시 불안이 엄습해왔다.
'어떻하지...벌써 잠이 깬 상태라 자는척을 할 수도 없고 인사할때는 무슨 말을 해야하나...이런 말을 할까? 아냐, 너무 길어...그럼 이렇게는? 너무 짧나?...'
등등을 고민하는 사이, 내 차례가 되었다.
그리고 결국은 뭔 잘못을 한 것처럼 떨리는 목소리로 겨우 소개를 하고, 안도감과 창피함에 얼른 자리로 돌아와 창문에 머리를 박고 잠을 청해버렸다.
이러는게...옆사람과 주위사람들과 친해질 수 있는 조금의 기회를 나 스스로가 막는 것임을 알면서도, 이른 아침의 움직임은 나에겐 쥐약과도 같았고, 거기에 버스 멀미의 두려움은 설상가상이었다.
'에잇, 1박2일에 시간은 많으니까...몰라몰라'
어렴풋이 들리는 대장님의 목소리,
'...휴게소...20분...'
사람들은 우루루 내리고, 그냥 앉아있기엔 갑갑해서 부랴부랴 버스에서 내려, 자는 동안 왔던 부재중 전화의 주인공, 카이에게 전화를 했다.
"어디고?"
"기차 탔다..."
"맞나...힝...나도 니랑 기차타고 갈껄 잘 못했다...헬리오는 맨 앞자리에 앉아버리고, 내는 모르는 사람들이랑 앉아서...편하게 자지도 못하겠고...시끄럽기도 하고, 끼지도 못하겠고...그래도 먹을거는 많아서 좋다...ㅎㅎ"
이런 저런 이야길 나눈 후, 또 버스에선 창문에 머리를 박고 잠을 청했다.
'멀미여 안녕~, 불편함이여 안녕~'
드디어 도착한 경주, 계획보다 일찍 도착했기때문에 황룡사지 근처의 유채꽃밭 구경을 하게 되었고, 예전 제주도 여행때의 그것이 생각나서 헬리오와 '꺅꺅'거리며 사진을 찍어댔다.
그리고 일행은 점심식사를 위해 식당으로 들어가고, 난 카이에게 전화를 걸어 안내소에 있는 분께 위치며 시간이며 차편등을 알아내 카이에게 알려준 후...헬리오와 식당으로 들어갔는데, 오호~사람들이 더 많아진데다, 자리도 없고...정신도 없고...배는 무쟈게 고프고;;;
개별차량으로 오신분들과는 인사를 나누지 못했기에, 어찌할 바 몰라하던 순간 순간 모른척 지나가야만 했다. (안녕하세요~저 play 예요~!!!!) 그리고 앉은 후 후다닥 밥을 비벼 먹고나서야, 카이 몫도 챙길 여유가 생기고...어느정도 배불러 뿌듯해 하고 있을때...대장님께선, 친구 기다렸다 뒤에 같이 오라는 말씀만 남기시고, 일행들을 이끌고 먼저 출발을 하셨다.
그 뒤 도착한 카이에게 밥 부터 먹으라 챙기고, 버스에서 있었던 (자느라 몇가지 되지도 않는) 일들을 조잘조잘 고해바치고 나서야 편안하게 남산길을 올라섰다.
트레킹이라고 하기엔 남산은 조금 험한 길이었다.
그럼에도 쫄랑쫄랑 씩씩하게 오르는 아이들을 보니,
'역시 젋은게 다르구나...', '어른들이 보시기엔 우리도 그렇게 보이겠지...? ㅎㅎㅎ'
이런 생각을 시작으로
'저분은 무척 힘들어 하시는것 같은데...어쩌나...?',
'엇, 저렇게 챙기시다니, 역시...이래서 모놀인가?',
'그래, 이렇게라도 함께 하는게 어디겠어~',
'남에게 피해라 생각하면서도 함께 하고 싶고, 피해를 전혀 불편함이라 생각하지 않고 함께 하고자 하는 그런 맘이...조쿠나~'
'저봐, 부부끼리 저런 모습 보는것도 좋잖아?'
'역시...여유야, 여유...'
'나도 나중에 결혼하고 저렇게 살아야지...'
몽글몽글 또 상상의 나래가 절정을 맞이할때쯤 나타나는 부처님과 석탑 그리고 그들과 함께한 자연.
그리고 이어지는 혼자만의 속삭임들. (정신병이라 의심할까 두렵사옵니다;;)
'이런 산중에 여기저기 많이도 모셔뒀구나.'
'엇, 목이 없다니...누가 가져간거야, 혹시 원래 목이 없는건가?'
'오호~곡선이 예술인걸?'
'우와...진짜 멋지다!'
'보세요, 그곳에서 내려다 보면 기분이 어때요?'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X 10'
'어허~경치가 장관이네 그려'
'아하하, 사람손이 얼마나 갔으면, 나무들이 맨들~맨들 하네'
'여기 꽃은 색이 연하네? 국산인가? 먹어도 되는거겠지? 으웩, 맛 없어;;;'
'오호~짝사랑이 이뤄진다고라, 그래, 그녀석도 있고...저녀석도 있고, 그리고 아 이녀석도 있었지? 하나만 걸려라...읏차~'
'그래...정성이 부족한것이여...한 우물만 파야제...'
하하하호호호 즐겁게 떠들며 둘러보고 내려오는 때...심상치 않은 향기야님...
그리고 숙연해지며, 어찌할바를 모라 조용해질때...마음속으로 빌었다.
'제가 아까 외웠던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x 10을 향기야님께 드릴께요...제가 당장 할 수 있는게 이정도밖에 없네요...그래도 호상이니 심여치 마세요. 할머님께서도 편안하게 쉬실꺼예요...'
그리고 친구들과 나눴던 이야기들...
"이런 일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아무도 가르쳐 주질 않으니...그냥 멍하니 있는 수밖에"
"맘은 그게 아닌데...답답해"
그렇게 동동 거리며 어쩌나를 연발하며, 다른 분들의 한말씀한말씀을 보고 들여며 향기야님을 보내야 했다.
'형아님께서 옆에 계셨더라면 덜 불안할텐데...'
'먼길 어찌 혼자 가시게하나...'
그렇지만 역시 모놀이었기에 많은 분들께서 향기야님을 모셔다드리는 모습을 보니 맘이 조금은 놓였다.
"어이, 우리 안압지 가자"
"저녁먹고...배고프잖아, 난 꼭 밥 먹고 갈래."
"그래...그럼, 저녁먹고 나서 꼭 가자...사진 보니까 더 가고 싶어졌다..."
"그래그래"
그렇지만...피곤한 몸에 거한 저녁을 먹은 후는 졸음이 밀려오는 법, 그렇게 반쯤 감긴 눈으로 방에 누워있는 나에게 확인이나 하려는 듯, 헬리오는 정말 안압지 갈꺼냐며 또 물어본다.
"응, 꼭 가고 싶삼!"
"그래도, 9시 반엔 모여야 하는데...이런 자린 빠지면 안된다. 놀아줘야 하는거다"
역시...카이...
직장생활을 하는 녀석이라 그런지, 분위기 파악이 빠르다. 헬리오 역시 안압지도 좋지만, 모놀과의 자리도 빠지고 싶지 않은 눈치이다.
'힝...술도 못 먹고, 노래도 못 부르고, 재미없을텐데...'
부랴부랴 몸 추스리고 내려간 곳, 눈에 덜 띄고 조용한곳으로 자리잡으려했건만, 앉다보니 앞쪽이다;;;
그리고 여지없이 시작되는 여흥의 시간...맵시님을 필두로 한분씩 호명되고 또 벌떡벌떡 일어나 앞으로 나가셔서 열심히 열창을 하신다.
'머야, 다들...집에서 연습하고 오시는거야?'
'제발 걸리지 마라...'
'이런 분위기에서 무슨 노래를 해야하는거야?'
부담으로 시작된 여흥은 법명 스님의 등장으로 즐거움으로 확-바뀌었다.
'정말 스님맞어? 땡중 (스님 죄송합니다, 꾸벅) 같어...'
'머야, 짱 멋지잖어? 아하하하'
'꺄꺄 스님오빠, 저 팬클럽 가입할래요~'
그렇게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여흥은 끝을 달리고, 밤은 깊어가고...
싹싹한 헬리오 덕에 같이 남아서 뒷정리까지 하다보니 11시 30분쯤이 되어서야 방으로 들어갔다.
'이런...잠 다 깬 것 같네. 차만 있음 안압지 갈 수도 있는데...'
여전히 미련이 남은 안압지 타령 잠깐 하고 조용히 들어간 욕실에서 좀머씨님의 재주 덕분에 깔대기 달린 샤워기로 편안하게 씻고, 헬리오가 씻는 동안 카이와 피로 풀기용 스트레칭을 해주니 스멀스멀 덮쳐오는 잠기운에 침식되어버렸다.
"플레이, 인나라, 5시 반이다..."
조용히 들려오는 헬리오의 목소리에 눈이 살며시 떠 졌으나, 옆에 누워있는 카이를 보고는 다시 눈을 감았다.
'젤 마지막에 씻어야지...어제 머리도 감았으니, 세수하고 모자쓰고 나가면 5분도 안걸려...'
절대 '못가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으니...스스로 봐도 참 대견하다.
부랴부랴 씻고 나섰는데...벌써 출발 하시는 일행분들.
'역시 우리는 또 꼴지였던가...'
'그래 티나지 않게 앞으로 조금씩 나가는거야,ㅋㅋ'
부지런히 따라 붙어 중간쯤 위치를 유지하며 불국사로 향했으나, 7시부터 입장이라는 당연한 결과가 기다리고, 덕분에 불국사 앞 화려안 꽃분홍의 벚꽃들을 감상할 시간이 주어졌다.
조금 멀리 보이는 탐스런 나무를 목적으로 길을 따라 셋이 걸으며 까르르꺄르르 연신 즐거움이다.
요리조리 사진 찍고 폼잡으며, 놀다가 불국사로 입성.
'콩과 물'
이 두가지로 세상 이치를 설명하시리만치 재치있으시고 재미난 스님 덕분에수학여행 온 국민학생 6학년으로 돌아가, 앨범에 꽂혀있는 그 사진들을 생각하며 똑같은 곳에서 기념 촬영을 해댔다.
그때 보이지 않았던 아름다움이 지금에서야 보이는건...시간이 만들어낸 멋을 조금이나마 느낄 줄 아는 나이가 되었기 때문일까? 연신 눌러대는 셔터에 필름은 떨어지고, 카이의 '사람의 눈은 정말 대단하다'는 말에 동의를 하며, 더이상 내가 보는 만큼을 카메라에 담기에는 한계가 있음을 깨닫고 열심히 눈에 머리에 마음에 담으려 하다보니...또 우리가 꼴찌;;
그래도 귀소본능은 강한지라 무작정 내려간 곳에 숙소가 있었고, 들어가니 마침 아침 식사가 시작되니 나이스타이밍이었다.
아침을 먹지 않는 이 몸에, 그래도 새벽 마실 다녀왔다고 시장기가 도니 한수저 들어주고, 맛난 커피로 새로운 아침을 시작했다.
식사가 끝나고 모이는 시간까지 약간의 여유가 있어 또 밍그적 거리며 짐싸고 정리하고 내려가니 대장님께서 뛰어 들어오시고 계셨다.
'아차...우리 또 늦은거야?'
"아니예요, 저희방 사람들 아직 다 안나왔어요"
마이크를 쥐시고 방송을 하시는 사이, 서둘러 버스로 뛰어왔으나...누구하나 선듯 타질 않고, 결국 헬리오를 앞장세워, 손들고 무릎꿇기 한번씩 하고 자리로...ㅋㅋㅋ
그 뒤를 이어 지수로그님과 좀머씨님께서 들어오시고 곧바로 버스는 출발.
xx사지, 왜 그리 절은 많은지...그 절들은 어찌 생겼을런지, 터가 그리 큰 의미가 있는 것이었는지...등등의 의문은 곧 사그라 들어버리고, 그 시대의 느낌을 상상하며, 절과 탑들을 바라보았다.
안타까움과 아련함이 일어나는건 어쩔수 없는, 신라인의 피를 이어받았기 때문이겠지...? 이상하게도 신라가 좋더니만...역시,ㅋㅋ
경주 앞에 바다가 있다는건 이번에 알게 되었다. 문무대왕릉이 바다에 있다는건 알고 있었지만...그게 경주앞바다일줄이야...일주일만에 보는 동해, '역시나'다. 서울사람 되어가는 부산가시나도 이리 감회가 새로운데, 온전한 서울사람들이야 이 느낌 오죽할까. 그렇게 퍼런 바다, 그 앞에 우뚝 자리잡은 돌섬...책에서 보던거에 비해 볼품없어 보여 실망을 했지만...바다와 갈매기와 파도와 어우러진 그 모습은...묘하게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힘이 있는것 같았다.
가르치는 아이들을 위해 어제는 열심히 솔방울을 줍던 헬리오, 오늘은 돌맹이들을 주워 담는다, 내 주머니에 가득;; 게다가 큼지막한 짱돌도 두개 더. 이것들을 받아보며 즐거워 할 아이들의 얼굴을 상상하며 웃음짓는 그녀석을 보니 나에게도 그 미소가 전염되었다. 헤헤...좋아?
그렇게 아쉬움을 가득 채워 뒤에 남겨둔 채...점심을 위하여 식당으로!
그 전에 시간이 남았다...30분 정도. 앗싸...어제 카이는 유채꽃밭을 보지 못했기때문에, 그리고 그 옆에 있는 첨성대를 위해 우리는 화장실에 잠깐 들렀다...그런데, 그게...15분을 잡아 먹었다 (털썩)
10분을 남겨두고도 얼른 가서 한방만 찍고 오자 맘먹고 부랴부랴 걷는데...반대쪽에서 다가오는 모놀 가족들...'역시...이러다가 우리가 또 꼴찌가 되겠지?'
"아마 점심 후 다시 올꺼예요, 그러니 그때 가요"라는 이야기에 안심을 하며 돌아서 집합장소에 모였으나...대장님은 나타나시지 않고, 그 사이 카이와 천마총이 있는 곳의 문 앞을 어슬렁 거리며 연신 '들어가고 싶다, 천마총 보고 싶다'를 중얼거리고...
결국은 대장님을 기다리지 못하고 모인 가족들 먼저 식당을 찾으러 나섰는데...한참을 가서야 눈에 나타난 그곳은 정말 정겹게 만들어진 곳...귀엽고 아늑하고 사랑스럽게 생긴 집이었다.
게다가 맛깔스런 음식이라니!
부른배 두르리며 여유롭게 커피한잔과, 시커먼 칠복이와의 장난으로 잠깐 시간을 보내고 또 버스로.
결국은 천마총도 첨성대도 못 보고 바로 황룡사지로. 그리고 어제 헬리오와 둘이서만 놀았던 그 유채꽃밭에서 카이와 함께 사진을 찍고...드넓은 벌판에 자리잡은 황룡사지를 둘러봤다.
장기돌 마냥 놓여있는 돌판에 올라서서 두 팔 벌려 바람을 느끼고, 눈 앞에 있을법한 웅장한 탑을 상상하며 꼭 우리손으로 복원할 수 있기를 빌어봤다.
그리고 입장료를 내고 들어간 곳은 황룡사지보다 느낌이 훨 약한 분황사지...큼지막한 돌탑은 국사 교과서에서 봤을 뿐 아니라, 수학여행때 그 앞문 속을 들여다 본 기억까지 있는 것이었다. 그렇게 둘러보고 어느덧 시간은 계획보다 1시간이 넘어버리고...
물론, 그 많은 것들을 시간내에 본다는것 자체가 의미없지 않았나...싶었다. 단순히 보는게 아니라 그것들을 느끼는게 이 답사의 의미였을테니까.
아무튼, 새롭게 다가온 경주의 매력은 '언젠가 또'를 남기게 만들고...피곤한 몸과 뿌듯한 마음으로 서울로 향하는 차에 올랐다...
명수기언니의 양보로 카이와 함께 앉은 뒤 이리저리 쓰러지며 잠이 들었다가, 어디선가 뿌려진 아이스크림을 받아들고선 잠시 고민을...
'이런 바닐라맛이잖아...우유먹으면 멀미 직방인데, 어쩌나?'
'그래도 사주신 분의 성의가 있는데...맛있겠다T-T'
'멀미하더라도 일단은 먹자'
'오호~부드러운걸?'
그렇게 맛나게 먹고 또 자다 일어나니 분위기가...카이와 내가 빠져야 할것 같은 분위기.
그래서 어찌어찌 앞으로 가서 빈자리에 앉았는데, 이런 인연이!
또 명수기 언니와 안게 되고, 그래서 나름 익숙해졌다고 잠도 안자고 이야기를 풀어놓으니...멀미도 잊어버릴만큼 재미난 시간을 보내며...
수원까지 와서 카이를 보내고 버스타기 편한 강남역에 내릴 준비를 하며 남은 가족들께 인사를 드리는데...팔색조님께서 '참 귀엽다' 하신다...익숙치 않은 말씀에 어찌할 바를 몰라하면서
"저 서른인데요..."(이 말이 왜 나오냐고!)
"하하...여자가 이쁘고 귀엽고는 나이와 상관 없는거야"
"아, 네~"
이런 바보같을때가...워낙에 말주변이 없어 큰일을 넘어 심각한걸 새삼 깨달으며...부랴부랴 인사 후 내리곤 잠시 방향을 못 찾아 버벅대다 겨우 버스 정류소를 찾아 몸을 실었다;;
집으로 오는 버스에서 생각 나는 것들은...
경주도 경주였지만, 함께 한 사람들에 대한 느낌들이었다.
참 따뜻하고 뿌리칠 수 없는 느낌. 비록 뛰어들기는 꺼려지지만...그래도 가까워지고 싶은 느낌.
이제서야 조금은 알 것 같은 모놀의 느낌.
나에겐 그저 아저씨, 아줌마에 지나지 않았을 사람들이 점점 오빠님 언니님으로 다가오는 것 같은 느낌...그랬다.
그래서, 벌써 다음 답사가 기다려지게 되어버렸다!
(이거 심각한데...)
첫댓글 아이고~ 가시나, 오늘 실험 하나도 안하고 後記만 썻나? 고생했네...ㅋㅋ 유쾌했음.고마움.헤어지고나면 그새 또 보고싶음^^
ㅋㅋㅋ 종일 걸렸삼!
그래요. 답사도 이쁘고 귀엽게 쓰셨네요. 잘 읽었습니다. 또 만나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 먼저 인사드릴께요 ^-^v
영양 많은 답사였다카이제......요? ㅎㅎㅎ
넹, 영양가 많은 답사였다카이~지요^-^b
하구~~~ 지 내려오고 부터 안봐두 비디오같이 눈에 선 합니다... 거기다 법명시님꺼정 합류 했다니~~~ 야호~~가 절로 나왔겠네요.
하하, 결국은 성공 못하고...애꿎은 남의 마음만 떨궈놓고...그랬더랬죠^^;
자그마한 몸매처럼 어쩜 후기도 이리 아기자기한지...플레이님...만나서 반가웟어요~!!
넵! 관조님...제 눈에 찍어뒀습니다, 다음번에 먼저 인사 올리겠습니다^-^v
정말 정감가는 후기 잘 보았습니다.. 꼭 내 맘을 보여 준 듯한 부분이 왜 이리 많은겨..직접 얘기 한마디 못한 이유도 잘 이해해 주리라 생각하며 담에 만나면 그땐 내 먼저 아는척 하리다..
제 생각을 담은 투정같은글이라도 감히 올려봤습니다. 표현을 해야...알아주실것 같아서, 헤헤. 다음번에 제가 먼저 뵙겠습니다^-^v
세상에나~~ 고로코롬 얌전하게 앉아서 있던 아가씨가 요로코롬 후기를 맛있게 쓰다니~~ !!! 그리고 서른 ! 참말이여요? 넘 어리게 보여서~ 내후배랑넘 닮아서 요리보고 조리보고 했구만 아는척을 안하더라고~~ 우리후배보다 얼굴도 예쁘고 어려서 아닌가? 하긴했지만.... 내가 뒤에서 너무 수다를 떨어서 미안하넹~
아니요~귀 쫑긋세우고 무슨 말씀들을 나누시나...엿듣고 있었더랬죠, 그리고 혼자 피식피식 웃고...하하^-^;
아주 잘 썼어요..시간이 많이 걸렸을텐데.....그 감추었던 마음을 이제사 읽었네요. 다음엔 더욱 친해질겁니다.
넵, 대장님의 보살핌에 감사드립니다 ^-^b
맛있는 답사깁니다! 입에 착착 감겨요~~ 담에 뵈면 반가운 척 하입시더^^*
넵! 긴 글 재미나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v
ㅎㅎㅎ 수고혔네 그래도 그날의 생생한 모습과 감정이 엿보여 좋다 *^^*
달새님, 먼저 가셔서 섭섭했사와요...(씨익-)
콩은 콩이고 물은 물이요 그속에 뜻을 아는사람만 알것 같유
님도 저처럼 처음이셨나요...... 느낌이 비슷해서 좋네요
play님~ 피곤해서 단잠자는데 별것두 아닌것 준다고 자꾸 방해해서...... 모놀답사 오는 처자들은 왜 이렇게 다 이쁜지 몰러 ㅎㅎㅎ 이번 만남이 두번째였던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