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대표팀이 13일 새벽(이하 한국시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친선경기에서 조직력이 크게 흔들린 끝에 폴란드 대표팀에 1-3으로 패했다.
'카테나치오'로 불리는 철벽 수비를 자랑하는 이탈리아가 한 경기에서 3골을 허용한 것은 지난 1999년 벨기에 대표팀에 1-3으로 패한 이후 무려 4년여만의 일이다. 비록 원정경기 인데다 주전 골키퍼 지안루이지 부폰과 왼쪽 측면 수비수 지안루카 잠브로타가 결장하였다고는 하지만, 오늘 이탈리아가 보여준 기대 이하의 결과와 경기 내용은 적잖은 실망감으로 다가온다.
이탈리아는 크리스티안 비에리를 원톱으로 내세우고 그 아래 마르코 디 바이오, 안토니오 카싸노, 마르코 마르키오니 등 3명의 공격적인 선수들을 배치해 프란체스코 토티와 알레산드로 델 피에로의 부상 공백을 메우겠다는 의지가 뚜렷했다. 그러나 이들은 호흡을 맞춘 시간이 부족했던 탓인지 조직력에 문제를 드러내며 원할한 공격력을 보여주지 못하였고, 최전방 공격수 비에리는 상대 수비에 철저히 막히며 고립되었다. 최근 클럽에서 무서운 상승세를 보여주고 있는 디 바이오 역시 이렇다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기는 마찬가지.
수비를 탄탄히 하고 역습으로 이탈리아를 상대한 홈팀 폴란드는 전반 6분 미드필더 야첵 봉크가 코너킥 상황에서 상대 골키퍼 프란체스코 톨도의 허를 찌르는 중거리 슛으로 포문을 열었고, 12분 뒤에는 수비수 토마스 클로스가 프리킥 상황에서 크로스된 볼을 방향만 살짝 돌려놓는 헤딩 슛으로 연결해 이탈리아의 기세를 눌렀다. 폴란드의 골은 모두 세트 플레이 상황에서 나온 것으로, 이탈리아 대표팀의 트라파토니 감독은 경기 후 실점 상황에 불만감을 토로하며 수비수들의 정신력을 질책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탈리아는 추가골을 허용한 직후 마르키오니의 절묘한 스루패스를 받은 카싸노가 골키퍼와의 1대1 상황에서 달려나오는 에르지 두덱을 살짝 넘기는 재치있는 슛을 성공시켜 추격의 발판을 마련하였다. 토티와 델 피에로, 인자기 등의 부상으로 생애 첫 성인 대표팀 경기를 치른 카싸노는 데뷔전에서 멋진 골을 터트리며 그동안 대표팀에 뽑히지 못했던 설움을 한 순간에 날려보냈다. 이후 이탈리아는 카싸노와 비에리가 득점 기회를 맞았으나 상대의 저돌적인 수비에 막혀 득점으로 연결하지 못한 채 전반을 마쳤다.
트라파토니 감독은 후반 들어 기대에 못 미치는 모습을 보여준 파비오 카나바로와 쥬세페 판카로를 대신해 마르코 마테라찌와 마씨모 오도를 투입하며 수비를 강화하였고, 후반 중반에는 제나로 카투소와 파비오 그로쏘, 파브리치오 미콜리, 파비오 바짜니 등을 투입해 공격력도 보강하였다. 그러나 이탈리아는 상대와의 치열한 공방전 끝에 추가 득점을 올리지 못한 채 오히려 후반 39분에는 야첵 크지노벡에게 추가골을 내주며 1-3으로 패하고 말았다. 후반 종료 직전에는 마테라찌가 허벅지 통증을 호소하며 교체, 오는 18일에 있을 루마니아전 출전이 불투명한 상태다.
이탈리아는 오늘 경기를 통해 세트 플레이 상황에서의 수비 시 상대에 대한 대인마크에 문제를 드러냈고, 전반에 실점한 2골은 물론이고 이후로도 계속 이러한 문제점으로 수 차례 추가 실점의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생애 첫 성인 대표팀 유니폼(그의 등번호는 토티의 10번이었다)을 입고 경기에 나선 카싸노는 득점은 물론이고 수 차례 지능적인 패스들을 뿌리며 트라파토니 감독의 기대에 크게 부응하였고, 경기 후 트라파토니 감독도 카싸노가 보여준 활약에 커다란 만족감을 표시하였다. 마우로 카모라네시를 대신해 오른쪽 공격수로 출전한 마르키오니도 후반 10분 가투소와 교체되기 전까지 카싸노의 골을 도우는 절묘한 스루패스를 선보이는 등 순조로운 데뷔전을 가졌다. 베르나로드 코라디의 부상으로 합류한 파비오 바짜니 역시 대표팀 데뷔전을 가졌으나, 뒤늦게 대표팀에 합류한 탓인지 그다지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하였다.
한편, 이탈리아는 오는 18일로 예정된 루마니아 대표팀과의 친선경기가 무산될 지도 모르는 상황에 처했다. 이라크 남부 나시리야의 이탈리아 헌병대 본부에서 12일 오전 차량 폭탄 테러가 발생, 이탈리아 헌병 12명과 군인 4명 등 최소 26명이 숨지고 수십 명이 부상당한 충격적인 사건이 터졌기 때문. 이탈리아의 카를로 아젤로 참피 대통령은 이날 폭발을 테러리스트의 소행으로 규정하고 희생자 유족을 위로하는 한편 '테러와의 전쟁'을 지속할 것임을 천명하며 이번 사건에 강경한 모습을 보였다. 이에 이탈리아 축구협회의 지안카를로 아베테 부회장은 내일 중으로 루마니아전 강행 여부를 최종 확정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이탈리아는 폴란드와의 경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묵념을 통해 고인들의 넋을 위로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