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맛집
1인 가구 식습관에 딱 맞춰, 음료도 디저트도 조금씩 다양하게
서울대총동창신문 제539호(2023.02.15)
백종은(시각디자인14-19)
봉천동 ‘인하프’ 대표
카페 마니아가 차린 카페
반려동물 동반 가능 눈길
‘행운길에 행운 같은 카페’.
인터넷 창에서 ‘인하프(inhalf)’를 검색하면 가장 먼저 딸려 나오는 이용 후기다. 낙성대역에서 서울대입구역 방면으로 도보 8분. 과연 행운이라는 수식어가 잘 어울렸다. 낡고 허름한 건물들 사이에서 정갈한 흰빛을 띠어, 시든 꽃잎들 사이에 돋은 싱싱한 네 잎 클로버를 발견한 기분이 들었던 것. 1월 28일 카페 인하프에서 백종은 대표를 만났다.
“인하프는 in half, 반으로 나눈다는 뜻입니다. 발음이 enough와 절묘하게 일치하죠. ‘half is enough’. 가게 앞 입간판에 적힌 문구 그대로 반으로 충분하다는 게 저희 카페의 슬로건이에요. 관악구는 저를 포함해 자취하는 젊은 층이 참 많은 동네입니다. 1인 가구로 생활하는 데 가장 큰 고충은 먹는 일이죠. 귀가하면 쉬기 바빠 요리를 하는 것도 부담스러운데, 식재료는 다인 가구 기준으로 판매돼 다 먹지도 못할 만큼 많이 사게 돼요. 주머니 가벼운 자취생들이 음식을 사는 데 돈 쓰고, 버리는 데 또 돈을 쓰는, 모순된 상황에 있는 거죠.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는 건 물론이고요. 인하프는 1인 가구의 이러한 고충을 덜어주고자 작년 6월 오픈했습니다.”
반반 푸딩, 계절 과일 한 접시, 인하프 글라스 와인 등 1인 손님에 특화된 메뉴가 풍성한 이유다.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다는 게 이들 메뉴의 공통점. 반반 푸딩은 인하프의 시그니처 메뉴인 바나나 푸딩과 얼그레이 푸딩을 반반씩 담았다. 부드러운 크림 속에 먹기 좋게 잘린 빵과 바나나가 푸짐하게 들어있어, 한 그릇 비우고 나니 속이 든든해졌다. 그래놀라 요거트와 명란 마요 바게트도 한 끼 식사 대용으로 그만이라고.
“계절 과일 한 접시는 말 그대로 제철 과일을 담은 디저트 메뉴입니다. 사과나 배, 수박 같은 과일은 한 개도 다 먹지 못하고 버릴 때가 많다는 데 착안했죠. 작년 8월부턴 와인 및 와인 안주도 판매하고 있어요. 주기적으로 새로운 와인을 선정하는 것은 물론 대표 와인 안주로 꼽히는 크림치즈 크래커, 토마토 마리네이드, 그린 올리브 등과 함께, 이 모든 안주를 모두 맛볼 수 있는 인하프 와인 플레이트를 준비했습니다. 가볍게 ‘혼술’을 만끽하는 데 부족함이 없죠.”
스위스식 퐁듀와 미국식 퐁듀를 혼합해, 겨울 한정 메뉴로 출시한 ‘스모어딥 퐁듀’도 빼놓을 수 없다. 꼬치에 꿴 제철 과일을 구운 마시멜로 위에 올린 따뜻한 초콜릿 소스에 찍어 먹는 디저트. 백 대표는 “커피는 물론 와인과 함께 먹어도 찰떡궁합”이라며 “추위에 얼었던 몸이 사르르 녹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하프 메뉴의 다양성은 펫 메뉴에서 절정에 달한다. 펫밀크에 천연 캐롭파우더를 뿌린 하프치노는 반려견을 위한 음료.
카페 전경
겨울 시즌 메뉴 스모어딥 퐁듀
“하프치노(half-ccino)는 제 반려견 ‘반이’한테서 따온 이름입니다. 사실 카페의 이름도요. 반이를 데리고 산책하다 보면 카페에서 함께 쉬고 싶을 때가 많은데, 개를 동반할 수 있는 카페가 별로 없더군요. 개업하면 반려동물이 조금이라도 배려받는 카페를 열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반이는 유기견 임시보호자의 블로그를 통해 우연히 알게 됐어요. 전에 기르다 먼저 떠나보낸 반려견과 똑같이 생겨서 어떻게 지내나 궁금해 수시로 블로그를 들락거렸죠. 혼자 사는 까닭에 데려올 엄두를 못 냈는데, 두 번이나 파양을 겪고 돌아오는 걸 지켜보면서 너무 화가 나는 거예요. 적어도 그 사람들보단 더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 것 같아서 입양하게 됐습니다.”
무역업을 하는 아버지는 어머니와 중국에 살고, 국제기구에서 일하는 언니는 케냐에 거주 중이다. 긴 시간 가족과 떨어져 생활하고 있는 백 대표에게 반이는 이름 그대로 그의 반쪽. 생명을 보살피는 일인지라 당연히 책임과 부담이 따르지만, 그런 무거움을 다 잊을 만큼, 함께 지내는 일상이 행복하다고 말한다. ‘노키즈존’처럼 사람도 경우에 따라선 거부당하기 일쑤인 요즘 세태에 개를 데리고 편하게 들를 수 있는 카페로 입소문이 나면서 반려 인구의 방문도 꾸준히 늘고 있다.
“카페 자체를 무척 좋아합니다. 커피와 디저트, 지인과의 대화를 즐기며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 편안한 분위기에 일찍부터 매료됐었죠. 모교 재학 시절 줄곧 카페에서 아르바이트했고, 세계 30개국을 여행하는 동안 수백 곳의 카페를 투어했어요. 국내 유명한 카페는 당연히 다 가봤죠. 깊이 축적된 내공에 힘입어 인하프 운영의 아이디어도 무궁무진해요. 전공지식이 아깝지 않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데, 그러나 디자인이 쓰이지 않는 곳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카페 SNS 관리, 브랜드 마케팅 등 카페 운영의 상당 부분은 디자인과 연관된 일들이거든요. 모교에서 배운 지식을 충분히 잘 활용하고 있는 거죠.”
인하프 창업의 모태도 미대 졸업 전시였다. 그램 단위로 소량 판매해 버려지는 식재료를 최소화하는 야채 가게를 미니 부스로 꾸며, 운영 방식과 브랜드 디자인에 대해 발표했던 것. 자취생은 왜 요리를 하지 않을까, 하는 의문에서 비롯해 1인 가구의 삶과 생활을 들여다본 결과물이다. 조만간 카페의 테라스에서 정말 야채와 과일을 파는 가게를 꾸며볼 생각이라고. 관악구 행운길 25. 포장 및 배달 가능. 주차 불가. 나경태 기자
문의: 0507-1363-5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