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에게 배우다> 천사원이라는 보육원에 일주일에 하루씩 경호무술을 가르칠 때의 일이다. 천사들과 수련을 마치고 늦은 저녁 천사원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보름을 며칠 앞두고 있어 그런지 달이 유난히 밝고 커 보였다. 그때 한 천사(신부님이 아이들을 천사라고 불렀다)가 봉고차 안에서 내내 창밖을 보다 입을 열었다. “사범님 달이 저를 좋아하나 봐요” 나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성호를 바라보며 말했다. “왜 그렇게 생각하니?” “달이 아까부터 계속 저만 따라오며 웃어요!”
<스승이 된다는 거> 권투선수가 15라운드 경기를 할 수 있는 것은,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1분간의 휴식시간, 그리고 링 한구석에 놓인 의자가 없다면 어떤 선수도 15라운드를 뛸 수 없다. ‘나는 제자들에게 구석에 놓인 의자가 되고 싶다.’
‘케렌시아(Querencia)’라는 스페인 말이 있다. 투우사와 싸우다 지친 소가 투우장 한쪽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회복하는 장소를 뜻한다. 사람에게도 인생의 전투에서 상처받고 눈물 날 때 쉴 곳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