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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이광수
분야: 어문 > 소설 > 중·단편소설
저작자: 이광수
원문 제공: 한국저작권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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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감한 지 사흘째 되는 날, 나는 병감으로 보냄이 되었다, 병감이라야 따로 떨어진 건물이 아니고, 감방 한 편 끝에 있는 방들이었다. 내가 들어간 곳은 일방이라는 방으로, 서쪽 맨 끝 방이었다. 나를 데리고 온 간수가 문을 잠그고 간 뒤에 얼굴 회고, 눈 맑스그레한 간병부가 날더러,
『앉으시거나, 누시거나 자유에요. 가만가만히 말씀도 해도 괜찮아요. 말소리가 크면 간수헌테 걱정 들어요.』
하고 이르고는 내 번호를 따라서 자리를 정해 주고 가버렸다. 나는 간병부에게 고개를 숙여 고맙다는 뜻을 표하고 나보다 먼저 들어와 있는 두 사람을 향하여 고개를 숙여서 인사를 하였다.
이 때에 바로 내 곁에 있는 사람이 옛날 조선식으로 내 팔목을 잡으며,
『아이고 진상이시오. 나 윤○○이예요.』
하고 곁방에까지 들릴 만한 큰소리로 외쳤다.
나도 그를 알아보았다. 그는 C경찰서 유치장에서 십여 일이나 나와 함께 있다가 나보다 먼저 송국된 사람이다. 그는 빼빼 마르고 목소리만 크고 말끝마다 〇대가리라는 말을 쓰기 때문에 같은 방 사람들에게 〇대가리라는 별명을 듣고 놀림감이 되던 사람이다. 나는 이러한 기억이 날 때에 터지려는 웃음을 억제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윤씨는 옛날 조선 선비들이 가지던 자세와 태도로 대단히 점잖게 내가 입감된 것을 걱정하고 또 곁에 있는 「민」이라는, 껍질과 뼈만 남은 노인에게 여러 가지 칭찬하는 말로 나를 소개하고 난 뒤에 퍼렁 미결수 옷 앞자락을 벌려서 배와 다리를 온통 내어놓고 손가락으로 발등과 정강이도 찔러 보고 두 손으로 뱃가죽을 잡아당겨 보면서,
『이거 보세요. 이렇게 전신이 부었어요. 근일에 좀 내린 것이 이 꼴이오. 일동 팔방에 있을 때에는 이보다도 더 했는디.』
전라도 사투리로 제 병 증세를 길다랗게 설명하였다. 그는 마치 자기가 의사보다 더 잘 자기의 병 증세를 아는 것같이. 그리고 의사는 도저히 자기의 병을 모르므로 자기는 죽어 나갈 수밖에 없노라고 자탄하였다. 윤씨 자신의 진단과 처방에 의하건댄, 몸이 부운 것은 죽을 먹기 때문이오, 열이 나고 기침이 나고 설사가 나는 것은 원통한 죄명을 썼기 때문에 일어나는 화기라고 단언하고, 이 병을 고치자면 옥에서 나가서 고기와 술을 잘 먹는 수밖에 없다고 중언부언한 뒤에, 자기를 죽이는 것은 그의 공범들과 의사 때문이라고 눈을 흘기면서 소리를 질렀다.
윤씨의 죄라는 것은 현모(玄某), 임모(林某)하는 자들이 공모하고 김모(金某)의 토지를 김모 모르게 어떤 대금업자에게 저당하고 삼만여 원의 돈을 얻어 쓴 것이라는데, 윤은 이 공문서 사문서 위조에 쓰는 도장을 파 준 것이라고 한다. 그는,
『현가놈은 내가 모르고, 임가놈으로 말하면 나와 절친한 친고닝게, 우리는 친고 위해서는 사생을 가리지 않는 성품이닝게, 정말 우리는 친고 위해서는 목숨을 아니애끼는 사람이닝게, 도장을 파 주었지라오. 그래서 진상도 아시다시피 내가 돈을 한 푼이나 먹었능기오? 현가놈, 임가놈 저희들끼리 수만 원 돈을 다 처먹고, 윤○○이 무슨 죄란 말이야?』
허고 뽐내었다.
그러나 윤의 이 말은 내게 하는 말이 아니오, 여태까지 한방에 있던 「민」더러 들으라는 말인 줄 나는 알았다. 왜 그런고 하면 경찰서 유치장에 있을 때에도 첫날은 지금 이 말과 같이 뽐내더니마는 형사실에 들어가서 두어 시간 겪을 것을 겪고 두 어깨가 축 늘어져서 나오던 날 저녁에 그는 이 일이 성사되는 날에는 육천 원 보수를 받기로 언약이 있었던 것이며, 장작 성사된 뒤에는 현가와 임가는 윤이 새긴 도장은 잘 되지를 아니하여서 쓰질 못하고, 서울서 다시 도장을 새겨서 썼노라고 하며 돈 삼십 원을 주고 하룻밤 술을 먹이고 창기 집에 재워 주고 하였다는 말을, 이를 가면서 고백하였다. 생각컨대는 병감에 같이 있는 민씨에게는 자기가 무죄하다는 말밖에 아니하였던 것이, 불의에 내가 들어오매 그 뒷수습을 하노라고 예방선으로 이런 소리를 하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하고 또 한 번 웃음을 억제하였다.
껍질과 뼈만 남은 민씨는 밤낮 되풀이한던 소리라는 듯이 윤이 열심으로 떠드는 말을 일부러 안 듣는 양을 보이며 해골과 같은 제 손가락을 들여다보고 앉았다가 끙하고 일어나서 똥통으로 올라간다.
『또, 똥질이야.』
하고 윤은 소리를 꽥 지른다.
『저는 누구만 못한가?』
하고 민은 끙끙 안간힘을 쓴다.
똥통은 바로 민의 머리맡에 놓여 있는데 볼 때마다 칠 아니한 관을 연상케 하였다. 그 위에 해골이 다 된 민이 올라 앉아서 끙끙 대는 것이 퍽으나 비참하게 보였다. 윤은 그 가늘고 날카로운 눈으로 민의 앙상한 목덜미를 흘겨보며,
『진상요. 글쎄 저것이 타작을 한 팔십 석이나 받는다는디, 또 장남한 자식이 있다는디, 또 열아홉 살 된 여편네가 있다나요. 그런데두 저렇게 제 애비, 제 서방이 다 죽게 되어두, 어리친 강아지새끼 하나 면회도 아니 온단 말씀이지라오. 옷 한 가지, 벤또 한 그릇 차입하는 일도 없고. 나는 집이나 멀지. 인제 보아. 내가 편지를 했으닝게. 그래도 내 당숙이 돈 삼십 원 하나는 보내줄께요. 내 당숙이 면장이요. 그런디 저것은 집이 시흥이라는디 그래, 계집년 자식새끼 얼씬도 안 해야 옳담? 흥, 그래도 성이 민가라고 양반 자랑은 허지. 민가문 다 양반이어? 서방도 모르고 애비도 모르는 것이 무슨 빌어먹다 죽을 양반이어?』
윤이 이런 악담을 하여도 민은 들은 체 못 들은 체. 이제는 끙끙 소리도 아니하고 멀거니 앉아 있는 것이 마치 똥통에서 내려오기를 잊어버린 것 같았다.
민의 대답 없는 것이 더 화가 나는 듯이 윤은 벌떡 일어나더니 똥통 곁으로 가서 손가락으로 민의 옆구리를 꾹 찌르며,
『글세, 내가 무어랬어? 요대로 있다가는 죽고 만다닝게. 먹은 게 있어야 똥이 나오지. 그까진 쌀뜨물 같은 미음 한 모금씩 얻어먹는 것이 오줌이나 될 것이 있어? 어서 내 말대로 집에다 기별을 해서, 돈을 갖다가 우유도 사 먹고 달걀도 사 먹고 그래요. 돈은 다 두었다가 무엇 하자닝 게여? 애비가 죽어 가도 면회도 아니 오는 자식 녀석에게 물려줄 양으로? 흥, 흥. 옳지, 열아홉 살 먹은 계집이 젊은 서방 얻어서 재미있게 살라고?』
하고 민의 비위를 박박 긁는다.
민도 더 참을 수 없든지,
『글세, 웬 걱정이야? 나는 자네 악담과 그 독살스러운 눈깔 딱지만 안 보게 되었으면 좀 살겠네. 말을 해도 할 말이 다 있지, 남의 아내를 왜 거들어? 그러니까 시골 상것이란 헐 수 없단 말이지.』
이런 말을 하면서도 민은 그렇게 성낸 모양조차 보이지 아니한다. 그 움펑 눈이 독기를 띠면서도 또한 침착한 천품을 보이는 것이었다.
그 후에도 날마다 몇 차례씩 윤은 민에게 같은 소리로 그를 박박 긁었다. 민은 그 소리가 듣기 싫으면 눈을 감고 자는 체를 하거나, 그렇지 아니하면 유리창으로 내다보이는 여름 하늘의 구름이 나는 것을 언제까지나 바라보고 있었다. 이렇게 민이 침착하면 침착할수록 윤은 더욱 기를 내어서 악담을 퍼부었다. 그리고 그 끝에는 반드시 열아홉 살 된 민의 아내를 거들었다. 이것이 윤이 민의 기를 올리려 하는 최후 수단이었으니 민은 아내의 말만 나면 양미간을 찡기며 한두 마디 불쾌한 소리를 던졌다.
윤이 아무리 민을 긁어도 민이 못 들은 체하고 도무지 반항이 없으면 윤은 나를 향하여 민의 험구를 하는 것이 버릇이었다. 도무지 민이 의사가 이르는 말을 아니 듣는다는 말, 먹으라는 약도 아니 먹는다는 둥, 천하에 깍정이라는 둥, 민의 코끝이 빨간 것이 죽을 때가 가까와서 회가 동하는 것이라는 둥, 민의 아내에게는 벌써 어떤 젊은 놈팡이가 붙었으리라는 둥, 한량없이 이런 소리를 하였다. 그러다가 제가 졸리거나 밥이 들어오거나 해야 말을 끊었다. 마치 윤은 먹고, 민을 못 견디게 굴고, 똥질하고, 자고, 이 네 가지만을 위해서 살아가는 사람인 것 같았다.또 한 가지 있다면 그것은 자기의 병 타령과 공범에 대한 원망이었다. 어찌했으나 윤의 입은 잠시도 다물고 있을 새는 없었고, 쨍쨍하는 그 목소리는 가끔 간수의 꾸지람을 받으면서도 간수가 돌아선 뒤에선 곧 그 쨍쨍거리는 목소리로 간수에게 또 욕을 퍼부었다.
나는 윤 때문에 도무지 맘이 편안하기가 어려웠다. 윤의 말은 마디마디 이상하게 사람의 신경을 자극하였다. 민에게 하는 악담이라든지, 밥을 대할 때할 나오는 형무소에 대한 악담, 의사, 간병부, 간수, 자기 공범, 무릇 그의 입에 오르는 사람은 모조리 악담을 받는데, 말들이 칼 끝같이, 바늘 끝 같이 나의 약한 신경을 찔렀다. 내가 가장 원하는 것은 마음에 아무 생각도 없이 가만히 누워있는 것인데, 윤은 내게 이러한 기회를 허락지 아니하였다. 그가 재재거리는 말이 끝이 나서 「인제 살아났다」하고 눈을 좀 감으면 윤은 코를 골기 시작하였다. 그는 두 다리를 벌리고, 배를 내어놓고, 베개를 목에다 걸고, 눈을 반쯤 뜨고 그리고는 코로 골고, 입으로 불고, 이따금 꺽꺽 숨이 막히는 소리를 하고 그렇지 아니하면 백일해 기침과 같은 기침을 하고, 차라리 그 잔소리를 듣던 것이 나은 것 같았다. 그럴 때면 흔히 민이,
『어떻게 생긴 자식인지 깨어서도 사람을 못 견디게 굴고, 잠이 들어서도 사람을 못 견디게 굴어.』
하고 중얼거릴 때에는 나도 픽 웃지 아니할 수가 없었다.
『저 배 가리워. 십오 호, 저 배 가리워. 사타구니 가리우고, 웬 낮잠을 저렇게 자? 낮잠을 저렇게 자니까 방에는 똥통만 타고 앉아서 다른 사람을 못 견디게 굴지.』
하고 순회하는 간수가 소리를 지르면 윤은,
『자기는 누가 자거디오?』
하고 배와 사타구니를 쓸며,
『이렇게 화기가 떠서, 열기가 떠서, 더워서 그러오!』
그리고는 옷자락을 잠간 여미었다가 간수가 가버리면 윤은 간수 섰던 자리를 그 독한 눈으로 흘겨보며,
『왜 나를 그렇게 못 먹어 해?』
하고는 다시 옷자락을 열어 저친다.
민이 의분심에 못 이기는 듯이,
『왜, 간수 말이 옳지. 배때기를 내놓고 자빠져 자니까 밤낮 똥질을 하지. 자네 비위에는 옳은 말도 다 악담으로 듣기나바. 또 그게 무에야, 밤낮 사타구니를 내 놓고 자빠졌으니?』
그래도 윤은 내게 대해서는 끔찍이 친절하였다. 내가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병인 것을 안다고 하여서, 그는 내가 할 일을 많이 대신해 주었다.
『무슨 일이 있으면 내게 말씀하시란게요. 왜 일어나시능기오?』
하고 내가 움직일 때에는 번번이 나를 아끼는 말을 하여 주었다. 내가 사식 차입이 들어오기 전, 윤은 제가 먹는 죽과 내 밥과를 바꾸어 먹기를 주장하였다. 그는,
『글쎄 이 좁쌀 절반, 콩 절반, 이것을 진상이 잡수신다는 것이 말이 되능기오?』
하고 굳이 내 밥을 빼앗고, 제 죽을 내 앞에 밀어놓았다. 나는 그 뜻이 고마웠으나, 첫째로는 법을 어기는 것이 내 뜻에 맞지 아니하고, 둘째로는 의사가 죽을 먹으라고 명령한 환자에게 밥을 먹이는 것이 죄스러워 끝내 사양하였다. 윤과 내가 이렇게 서로 다투는 것을 보고 민은 미음 양재기를 앞에 놓고, 입맛이 없어서 입에 대일 생각도 아니하면서,
『글쎄 이 사람아. 그 쥐똥냄새 나는 멀건 죽 국물이 무엇이 그리 좋은게라고 진상에게 권하나? 진상, 어서 그 진지를 잡수시오. 그래도 콩밥 한 덩이가 죽보다는 낫지요.』
하면 윤은 민을 흘겨보며,
『어서 저 먹을 거나 처먹어. 그래두 먹어야 사는 게여.』
하고 억지로 내 조밥을 빼앗아 먹기를 시작한다.
나는 양심에 법을 어긴다는 가책을 받으면서도 윤의 정성을 물리치는 것이 미안해서 죽 국물을 한 모금만 마시고는 속이 불편하다는 핑계로 자리에 와서 누워버린다.
윤은 내 밥과 제 죽을 다 먹어버리는 모양이다. 민도 미음을 두어 모금 마시고는 자리에 돌아와 눕건마는 윤은 밥덩이를 들고 창 밑에 서서 연해 간수가 오는가 아니 오는가를 바라보면서 입소리 요란하게 밥과 국을 먹고 있다.
민은 입맛을 쩍쩍 다시며,
『그저 좋은 배갈에 육회를 한 그릇 먹었으면 살 것 같은데.』
하고 잠간 쉬었다가, 또 한 번,
『좋은 배갈을 한 잔 먹었으면 요 속에 맺힌 것이 홱 풀려버릴 것 같은데.』
하고 중얼거린다.
밥과 죽을 다 먹고 나서 물을 벌꺽벌꺽 들이키던 윤은,
『흥, 게다가 또 육회여? 멀건 미음두 안 내리는 배때기에 육회를 먹어? 금방 뒤어지게. 그렇지 않아도 코끝이 빨간데. 벌써 회가 동했어. 그렇게 되구 안 죽는 법이 있나?』
하며 밥 그릇을 부시고 있다. 콧물이 흐르면 윤은 손등으로도 씻지 아니하고 세 손가락을 모아서 마치 버러지나 떼어버리는 것같이 콧물을 집어서 아무데나 홱 뿌리고는 그 손으로 밥 그릇을 부신다. 그러다가 기침이 나기 시작하면 고개를 돌리려 하지도 아니하고 개수통에, 밥그릇에, 더 가까이 고개를 숙여 가며 기침을 한다. 그래도 우리 세 사람 중에는 자기가 그 중 몸이 성하다고 해서 밥을 받아 들이는 것이나, 밥 그릇을 부시는 것이나, 밥 먹은 자리에 걸레질을 하는 것이나 다 제가 맡아서 하였고, 또 자기는 이러한 일에 대해서 썩 잘하는 줄로 믿고 있는 모양이었다. 더구나 아침이 끝나고 「벵끼 준비」하는 구령이 나서 똥통을 들어 낼 때면 사실상 우리 셋 중에는 윤밖에 그 일을 할 사람이 없었다. 그는 끙끙거리고 똥통을 들어 낼 때마다 민을 원망하였다. 민이 밤낮 똥질을 하기 때문에 이렇게 똥통이 무겁다는 불평이었다. 그러면 민은,
『글쎄 이 사람아, 내가, 하루에 미음 한 공기도 다 못 먹는 사람이 오줌똥을 누기로 얼마나 누겠나? 자네야 말로 죽두 두 그릇, 국두 두 그릇, 냉수도 두 주전자씩이나 처먹고는 밤새도록 똥통을 타고 앉아서 남 잠도 못 자나 처먹고는 밤새도록 똥통을 타고 앉아서 남 잠도 못 자게 하지.』
하는 민의 말은 내가 보기에도 옳았다. 더구나 내게 사식 차입이 들어온 뒤로부터는 윤은 번번이 내가 먹다가 남긴 밥과 반찬을 다 먹어버리기 때문에 그의 소화불량은 더욱 심하게 되었다. 파식을 하기 때문에 조갈증이 나서 수 없이 물을 퍼먹고, 그리고는 하루에, 많은 날은 스무 차례나 똥질을 하였다. 그러면서도 자기 말은,
『똥이 나왈 주어야지. 꼬챙이로 파내기가 하면 나올까? 허기야 먹는 것이 있어야 똥이 나오지.』
이렇게 하루에도 몇 차례씩 혹은 민을 보고 혹은 나를 보고 자탄하였다,
윤의 병은 점점 악화하였다. 그것은 확실히 과식하는 것이 한 원인이 되는 것이 분명하였다.
나는 내가 사식 차입을 먹기 때문에 윤의 병이 더해가는 것을 퍽 괴롭게 생각하여서, 이제부터는 내가 먹고 남은 것을 윤에게 주지 아니하리라고 결심하고 나 먹을 것을 다 먹고나서는 윤의 손이 오기 전에 벤또 그릇을 창틀 위에 갖다 놓았다. 그리고 나는 부드러운 말로 윤을 향하여,
『그렇게 잡수시다가는 큰일나십니다. 내가 어저께는 세어보니까 스물네 번이나 설사를 하십디다. 또 그 위에 열이 오르는 것도 너무 잡수시기 때문인가 하는데요.』
하고 간절히 말하였으나 그는 듣지 아니하고 창틀에 놓은 벤또를 집어다가 먹었다.
나는 중대한 결심을 하지 아니할 수 없었다. 그것은 내가 사식을 끊어버리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저녁 한때만 사식을 먹고 아침과 점심은 관식을 먹기로 하였다. 나는 아무쪼록 영양분을 섭취하지 아니하면 아니 될 병자이기 때문에 이것은 적지 아니한 고통이었으나 나로해서 곁에 사람이 법을 범하고, 병이 덧치게 하는 것은 차마 못할 일이었다. 민도 내가 사식을 끊은 까닭을 알고 두어 번 윤의 주책 없음을 책망하였으나, 윤은 도리어 내가 사식을 끊은 것이 저를 미워하여서나 하는 것같이 나를 원망하였다. 더구나 윤의 아들에게서 현금 삼 원 차입이와서 우유니 사식을 사 먹게 되고 지리가미도 사서 쓰게 된 뒤로부터는 내게 대한 태도가 심히 냉냉하게 되었다. 예전에는 내가 충고하는 말이면 「선생님 말씀이 옳아요」하고 순순히 듣던 것이 이제는 나를 향해서도 눈을 흘기게 되었다.
윤은 아들이 보낸 삼 원 중에서 수건과 비누와 지리가미를 샀다.
『붓빙 고오규 (물건 사라).』
하는 날은 한 주일에 한 번밖에 없었고, 물건을 주문한 후에 그 물건이 올 때까지는 한 주일 내지 십여 일이 걸렀다. 윤은 자기가 주문한 물건이 오는 것이 늦다고 하여 날마다 하루에도 몇 차례씩 형무소 당국의 태만함을 책망하였다. 그러다가 물건이 들어온 날 윤은 수건과 비누와 지리가미를 받아서 이리 뒤적 저리 뒤적하면서,
『글쎄 이걸 수건이라고 가져와? 망할 자식들 같으니. 걸레감도 못 되는걸. 비누는 또 이게다 무어여, 워디 향내 하나 나나?』
하고 큰소리로 불평을 하였다.
민이, 아니꼬와 못 견디는 듯이 입맛을 몇 번 다시더니,
『글쎄 이 사람아. 자네네 집에서 언제 그런 수건과 비누를 써보았단 말인가? 그 돈 삼원 가지고 밥술이나 사 먹을 게지, 비누 수건은 왜 사? 자네나 내나 그 상판대기에 비누는 발라서 무엇하자는 게구, 또 여기서 주는 수건이면 고만이지 타올 수건을 해서 무엇하자는 게야? 자네가 그따위로 소견머리 없이 살림을 하니까 평생에 가난 껍질을 못 벗어 놓지.』
이렇게 책망하였다.
윤은 그날부터 세수할 때에만은 제 비누를 썼다. 그러나 수건을 빨 때라든지 발을 씻을 때에는 웬일인지 여전히 내 비누를 쓰고 있었다.
윤은 수건 거는 줄에 제 타올 수건이 걸리고, 비누와 잇솔과 치마분이 있고, 이불 밑에 지리가미가 있고, 조석으로 차입 밥과 우유가 들어오는 동안 심히 호기가 있었다. 그는 부채도 하나 샀다. 그 부채가 내 부채 모양으로 합죽선이 아닌 것을 하루에도 몇 번씩 원망하였으나 그는 허리를 쭉 뻗고 고개를 제치고 부채를 딱딱거리며 도사리고 앉아서, 그가 좋아하는 양반 상놈 타령이며, 공범 원망이며, 형무소 공격이며, 민에 대한 책망이며, 이런 것을 가장 점잖게 하였다.
윤은 이 삼 원어치 차입 때문에 자기의 지위가 대단히 높아지는 것을 느끼는 모양이었다. 간수를 보고도 이제는 겁낼 필요가 없이, 「나도 차입을 먹노라」고 호기를 부렸다.
윤이 차입을 먹게 됨에 나도 십여 일 끊었던 사직 차입을 받게 되었다. 윤과 나와 두 사람만은 노긋노긋한 흰 밥에 생선이며 고기를 먹으면서, 민 혼자만이 미음 국물을 마시고 앉았는 것이 차마 볼 수 없었다. 민은 미음 국물을 앞에 받아 놓고는 연해 나와 내 밥그릇을 바라보는 것 같고 또 침을 껄떡껄떡 삼키는 모양이 보였다. 노긋노긋한 흰 밥, 이것이 이 세상에서 가장 귀하고 고마운 것인 줄은 감옥에 들어와 본 사람이라야 알 것이다. 밥의 하얀 빛, 그 향기, 젓갈로 집고 입에 넣어 씹을 때에 그 촉각. 그 맛. 이것은 천지간에 있는 모든 물건 가운데 가장 귀한 것이라고 느끼지 아니할 수 없었다. 쌀밥, 이러한 말까지도 신기한 거룩한 음향을 가진 것같이 느껴졌다. 이렇게 밥의 고마움을 느낄 때에 합장하고 하늘을 우러러,
<모든 중생으로 하여금 밥의 즐거움을 골고루 받게 하소서?>
하고 빌지 아니할 사람이 있을까? 이때에 나는 형무소의 법도 잊어버리고, 민의 병도 잊어버리고 지리가미에 한 숟갈쯤 되는 밥덩이를 덜어서,
『꼭꼭 씹어 잡수세요.』
하고 민에게 주었다. 민은 그것을 받아서 입에 넣었다. 그의 몸에게 경련이 일어나는 것 같고 그의 눈에는 눈물이 글썽글썽하는 것 같음은 내 마음 탓일까?
민은 종이에 붙은 밥 알갱이를 하나 안 남기고 다 뜯어서 먹고,
『참 꿀같이 갈게 먹었습니다. 어쩌면 그렇게도 맛이 있을까? 지금 죽어도 한이 없을 것 같습니다.』
하고 더 먹고 싶어 하는 모양같으나 나는 더 주지 아니하고 그릇에 밥을 좀 펀겨서 내놓았다. 윤은 제 것을 먹고 나서 내가 펀긴 것까지 마자 휘몰아 넣었다.
윤의 삼 원어치 차입은 일주일이 못해서 끊어지고 말았다. 윤의 당숙 되는 면장에게서 오리라고 윤이 장담하던 삼십 원은 오지 아니하였다. 윤이 노말하기를 자기가 옥에서 죽으면 자기 당숙이 아니 올 수 없고 오면은 자기의 장례를 아니 지낼 수 없으니 그러면 적어도 삼십 원은 들것이라 죽은 뒤에 삼십 원을 쓰는 것보다 살아서 삼십 원을 보내어 먹고 싶은 것을 먹으면, 자기가 죽지 아니할 터이니 당숙이 면장의 신분으로 형무소까지 올 필요도 없고, 또 설사 자기가 옥에서 죽더라도 이왕 장례비 삼십 원을 받아 먹었으니 친족에게 폐를 끼치지 아니하고 형무소에서 화장을 할 터인즉, 지금 삼십 원을 청구하는 것이 부당한 일이 아니라고, 이렇게 면장 당숙에게 편지를 하였으므로 반드시 삼십 원은 오리라는 것이었다.
나도 윤의 당숙 되는 면장이 윤의 이론을 믿어서 돈 삼십 원을 보내어 주기를 진실로 바랐다. 더구나 윤의 사식 차입이 끊어지므로부터 내가 먹다가 남긴 밥을 윤과 민이 다투게 되매 그러하였다. 내가 민에게 밥 한 숟갈 준 것이 빌미가 됨인지, 민은 끼니때마다 밥 한 숟가락을 내게 청하였고, 그럴때마다 윤은 민에게 욕설을 퍼붓고 심하면 밥그릇을 둘러 엎었다. 한 번은 윤과 민과 사이에 큰 싸움이 일어나서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서로 주고받고 하였다. 그 때에 마침 간수가 지나가다가 두 사람이 싸우는 소리를 듣고 윤을 나무랐다. 간수가 간 뒤에 윤은 자기가 간수에게 꾸지람 들은 것이 민 때문이라고 하여 더욱 민을 못 견디게 굴었다. 그 방법은 여전히 며칠 안 있으면 민이 죽으리라는 둥, 열아홉 살 된 민의 아내가 벌써 어떤 젊은 놈하고 붙었으리라는 둥, 민의 아들들은 개돼지만도 못한 놈들이라는 둥, 악담이었다.
나는 다시 사식을 중지하여 달라고 간수에게 청하였다.
그러나 내가 사식을 중지하는 것으로 두 사람의 감정을 완화할 수는 없었다. 별로 말이 없던 민도 내가 사직을 중지한 뒤로부터는 윤에게 지지 않게 악담을 하였다.
『요놈, 요 좀도적놈. 그래, 백주에 남의 땅을 빼앗아 먹겠다고 재판소 도장을 위조를 해? 고 도장 파던 손목쟁이가 썩어 문드러지지 않을 줄 알구.』
이렇게 민이 윤을 공격하면 윤은,
『남의 집에 불 논 놈은 어떻고? 그 사람이 밉거든 차라리 칼을 가지고 가서 그 사람만 찔러 죽일 게지, 그래, 그 집 식구는 다 태워 죽이고 저는 죄를 면하잔 말이지? 너 같은 놈은 자식 새끼까지 다 잡아먹어야 해! 네 자식 녀석들이 살아 남으면 또 남의 집에 불을 놓겠거든.』
이렇게 대꾸를 하였다.
하루는 간수가 우리 방문을 열어저치고,
『구십구 호!』
하고 불렀다.
구십구 호를 십오 호로 잘못 들었는지, 윤이 벌떡 일어나며,
『네, 내게 편지 왔능기오?』
하였다. 윤은 당숙 면장의 편지를 간절히 기다리는 마음에 구십구 호를 십오 호로 잘못 들은 모양이다.
『네가 구십구 호냐?』
하고 간수는 소리를 질렀다.
정작 구십 호인 민은 나를 부를 자가 천지에 어디 있으랴 하는 듯이 그 옴팍눈으로 팔월 하늘의 흰 구름을 바라보고 누워 있었다.
『구십구 호 귀 먹었니?』
하는 소리와,
『이건 눈 뜨고 꿈을 꾸고 있는 셈인가? 단또상이 부르시는 소리도 못 들어?』
하고 윤이 옆구리를 찌르는 바람에 민은 비로소 누운 대로 고개를 제쳐서 문을 열고 섰는 간수를 바라보았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