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시 서울 편입… ‘지역 민원’ 아닌 ‘국가 전략’의 문제
‘메가 서울’ 논란
《경기 김포시의 서울 편입은 지난달 30일 국민의힘이 당론으로 정하고 특별법까지 만들기로 하면서 정치권의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6일 만난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병수 김포시장은 ‘공동 연구반’을 만들어 연말 전후로 편입 분석 결과를 내놓기로 했다. 국민의힘은 ‘총선용’이란 점을 굳이 부인하지 않는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포퓰리즘이라고 비난하면서도 공식적으로 ‘반대’를 내놓지 않고 있다. 자칫 서울 편입을 바라는 김포 유권자들의 반발을 살까 두렵기 때문이다. 오히려 인천의 유정복 시장이 6일 ‘정치쇼’라고 하는 등 국민의힘 내부에서 명확한 반대 목소리가 나온다. 경기 하남시 구리시 등 서울 인접 지자체들은 ‘김포가 되면 우리도 해달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여야와 지자체가 정치적 계산과 처지에 따라 움직이고 있지만 사실 서울과 그 주변 도시의 관계는 서울이라는 메가시티의 경쟁력과 효율성을 얼마나 끌어올릴지를 놓고 판단해야 하는 국가 전략 차원의 문제다.》
● 느닷없는 서울 편입론의 배경
김포시는 경기도에 속해 있지만 실질적으로 경기도와 맞닿은 곳은 없다. 남쪽과 동쪽은 인천 서울에 막혀 있고, 북쪽의 경기 고양시는 한강을 끼고 떨어져 있다. 지리적 애매함은 최근 김동연 경기지사가 서둘러 추진 중인 경기도의 분도(分道)로 더욱 부각됐다. 분도는 한강 이북의 경기도 시군을 경기북부특별자치도라는 이름으로 분리하는 것. 실현되면 인구 400만 명의 새 광역지자체가 탄생한다. 김포는 한강이라는 분도의 기준을 적용하면 경기남도에 속해야 하지만 인접하지도 않고 생활권도 다르다. 경기도는 북도로 갈 수 있다고 했지만 상당수 시군의 재정자립도가 김포보다 낮아 손해라는 인식이 퍼져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9월부터 김포시 국민의힘 당협을 중심으로 서울 편입론이 나왔고,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달 30일 공식화했다.
● 김포엔 이득?
2010년대 들어선 김포한강신도시는 김포시의 성격을 바꿔 놓았다. 서울의 높은 집값에 밀린 3040대가 옮겨오면서 신도시는 서울 생활권으로 탈바꿈했다. 지난해 기준 신도시 주민 평균 연령은 40.3세. 숫자도 원주민보다 더 많아졌다. 대부분 서울 직장인인 이들은 당연히 ‘서울’이라는 브랜드를 선호한다. 경기 김포시보다 서울 김포구가 더 낫다는 것이다. 브랜드 프리미엄으로 현재 평균 5억 원대 초반인 아파트 가격도 오를 것으로 기대한다. 서울 송파, 경기 성남과 하남에 걸쳐 있는 위례신도시의 경우 송파 쪽 아파트 가격이 타 지역보다 1억 원가량 높은 것과 유사한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여기에 인천과 노선 갈등으로 지지부진한 서울 지하철 5호선의 연장을 인천과 협의할 필요가 없어져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다. 또 광역버스 규제나 택시 할증 같은 제한도 없어져 교통 여건이 전반적으로 좋아진다는 것이다.
교육 여건은 장단점이 있다. 우선 서울 자사고 특목고 지원이 가능하고, 목동 등 유명 학군의 일반고도 갈 수 있다. 대신 읍면 지역에서 받던 농어촌 특례입학전형은 사라지게 된다.
김포시가 서울의 자치구가 되면 지방세 중 상당수가 서울시 몫이 되는 등 2500억 원이 넘는 세수 감소가 발생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김포시는 서울시가 조정교부금을 주고 보조금 비율도 경기도보다 높기 때문에 세수에 큰 변화가 없다는 입장이다. 부산의 기장군 경우처럼 편입되는 곳이 손해 보는 일이 지금까지 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재정 문제는 편입에 큰 변수가 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 서울은 무슨 수혜?
김포시 면적은 276km²로 서울 면적(605km²)의 45%나 된다. 김포의 가용 토지는 전체의 60%로 추산된다. 현재 한강2신도시에 4만6000여 채가 2029년 이후 들어설 예정인데, 기존 한강신도시를 합치면 10만 가구로 성남시 분당(약 9만7000채)에 버금가는 규모다. 서울이 되면 더 많은 택지 공급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경우 교통 문제 해결이 우선인데 지하철 5호선이나 GTX-D 등은 길게는 10년 이상 걸리는 사업이어서 빨리 실행에 옮기기는 쉽지 않다.
또 쓰레기 매립지 같은 시설을 김포시로 옮길 수 있다. 현재 쓰레기 소각장을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세우려고 하지만 주민들의 반대가 적지 않다. 이를 인구밀도가 낮은 김포의 농촌 지역에 옮길 수 있다는 것이다. 김포가 일부 소유한 쓰레기 매립지 4구역을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으나 인천의 합의가 필요해 현실화되기는 어렵다.
김포 편입이 다른 지역 편입과 차별화될 수 있는 이점은 서울이 바다를 얻는다는 것이다. 오세훈 시장이 여의도에 서울항을 만드는 프로젝트와도 맞닿을 수 있는 지점이다. 경인아라뱃길을 통해 서해를 오가는 항만도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경인아라뱃길이 협소하고 수심도 얕아 물류 운송 측면에선 거의 쓰임새가 없었다는 점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느냐가 과제다.
또 서울에서 재정자립도가 낮은 구를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시가 재산세 등 지방세 수입의 일부를 구별로 고르게 나누는데 김포가 들어오면 분배받는 몫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해당 지역 국민의힘 당협마저 반대 목소리를 내는 이유다.
● 김포 편입이 메가시티의 길?
경기남·북도 중 양자택일을 해야 했던 김포시는 서울 편입이 최선의 대안일 수 있다. 일부 부정적인 측면이 있다 해도 서울의 브랜드와 고도화된 행정 서비스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구리 하남 같은 곳이 즉각 서울 편입에 끼어달라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개별 시의 선택으로선 최선이지만 수도권, 나아가 지방 균형발전 차원에서 볼 땐 부적절한 선택이 될 수 있다.
생활권과 행정구역을 맞춘다는 이유로 김포가 편입되면 서울 출퇴근자가 많은 다른 시군의 요구도 빗발치게 된다. 김포는 서울 출퇴근자 비율이 12.7%로 10위 정도 된다. 광명 하남 과천 구리 고양 남양주 의정부 성남 부천시가 모두 김포를 앞선다. 같은 이유로 이들을 서울로 편입시킨다면 서울의 인구는 당장 300만 명 이상 늘어난다. 한 번 안 된다고 해도 편입 요구는 끊이지 않을 것이다. 그 결과는 서울은 더 살찌고 경기도는 왜소해지는 결과를 낳는다.
이미 서울은 메가시티다. 경기 인천까지 아우른 수도권은 인구 2600만 명으로 교통, 일자리, 사회 인프라 등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어 이들을 합친 초광역단체 신설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적어도 세 광역단체가 긴밀히 협력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메가 리전(region)’이 될 수 있다.
● 메가시티의 큰 그림을 그려야
포화 상태인 수도권에는 여전히 지방 인구, 특히 젊은층의 유입이 이어지고 있다. 2013∼2022년 10년간 20대 60만 명이 수도권으로 이동했다. 국토 면적의 11%에 인구의 절반이 사는 수도권의 인구 집중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다. 도쿄도는 1400만 명이 살지만 전체 인구 대비로는 11% 남짓이다. 그랑파리(프랑스) 그레이트런던(영국) 등 메가시티와 광역화가 추세이긴 하지만 우리는 수도권 과밀과 그에 따른 지방소멸의 폐해가 더 심각하다. 그 대표적인 결과가 0.59명이라는 서울의 합계출산율이고, 과도한 집값 상승이다.
메가시티 같은 국가 전략은 먼저 전국적 균형과 발전을 위한 큰 그림을 그리고, 광역 단위 문제의 해결 방안을 세운 뒤 그에 맞는 행정구역 개편을 하는 ‘톱-다운’ 방식이 합리적이다. 그러나 이번 김포의 서울 편입은 거꾸로 가는 역주행이어서 ‘서울 메가시티’의 의미를 잘 살릴 수 있을지 의문이다. 서울에 몇 개 지자체를 넣느냐 마느냐 하는 미시적 논의보다 수도권 과밀과 지방소멸을 막기 위해 지방의 메가시티를 조성하는 균형발전 전략과 낡은 행정구역 개편 논의 등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계기가 돼야 한다.
서정보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