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한지(楚汉志) 1-039
燕。魏의灭亡
秦王은荆轲의 암살 미수 사건으로 크게 노하여, 趙나라에 주둔하고 있는 王翦 장군에게 20만
군사를 추가로 보내 주면서 燕나라를 씨알머리도 없이 쳐부수라는 긴급 명령을 내렸다.
왕전이 30만 대군을 휘몰아 쳐들어가니 연군은 도저히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그리하여 燕王喜는 성문을 굳게 걸어 잠그고, 비상대책 회의를 열었다. "秦军의 기세가 막강하여,
우리로서는 대항할 방도가 없으니, 이를 어찌했으면 좋겠소?"중신들이 입을 모아 대답한다.
"오늘날 이와 같은 환란을 겪게 된 것은 오로지 太子의 잘못 때문이옵니다. 태자가 암살 사건을
일으키지 않았다면 이런 변란은 결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옵니다. 그러므로 结者解之라는
말이 있으니, 태자의 머리를 베어 진왕에게 바치면 모든 일이 순조롭게 해결될 것이 옵니다."
燕나라의 중신들은 모두가 정신이 썩어빠진 위인인지라 국난을 타개해 나가려는 방책이 너무도
해괴망측하였다.연왕은 한숨을 쉬며 탄식한다.
"아무리 나라를 위하는 일이기로 어찌 태자의 목을 내 손으로 베란 말이오?"
중신들이 다시 말한다. "大王께서는 아드님이 여러분 계십옵니다. 태자의 목숨을 국가의 灭亡과
바꿀수도 있는 일이 아니옵니까."사태가 워낙 다급해 졌으므로, 연왕은 태자를 불러
눈물을 흘리며 말한다."중신들은 네가 암살 사건을 일으켰기 때문에 나라가 망하게 되었다고
말하면서 지금 이라도 나라가 무사하려면 네 머리를 베어 진왕에게 바칠 수밖에 없다고 하는데,
너는 이 일을 어떻게 생각하느냐?"태자 단우는 울면서 말한다. "소자가 진왕의 암살을 기도한 목적은
나라를 보존해 나가려는데 있었습니다. 나라를 위해 소자의 목숨이 필요하다면,
소자는 언제든지 목숨을 바칠 용의가 있사옵니다.
그러나 소자의 머리를 베어 바쳐도 진왕은 결코 정벌을 중단하지는 않을 것이옵니다."
"그러나 중신들은 모두가 그렇게 믿고 있는 것을 어떡하느냐."
태자는 땅을 치고 통곡하며 말한다. "아아, 중신이라는 작자들이 그처럼 썩어 빠졌으니
어찌 나라를 구할 수 있겠습니까.燕나라는 이미 망한 것이나 다름이 없게 되었습니다.
어차피 망할 바에는 소자는 최후까지 적과 싸우다가 죽기로 하겠습니다.
대왕께서는 소자의 비통한 심정을 헤아려 주시옵소서."
태자 단우는 그 한마디를 남기고 대궐에서 도망치듯 달려나와 자기가 거느리고 있는 만여 명의
직속 부하들에게 비장한 어조로 말한다."나라가 망하게 되어서 나는 지금 적과 싸우다가 죽으려고
나가는 길이다. 나와 생사를 같이할 사람이 있거든 나를 따라 나서라!"
그러나 태자를 따라 나서는 병사들은 겨우 백여명에 불과하였다. 태자는 그들만을 거느리고,
울면서 적진으로 돌진하였다.태자 단우가 엄습해 간곳은 秦将李信의 진영이었다.
이신은 단우가 급습해 온다는 정보를 받자, 마주 달려나와 싸우기 시작했다.
이신은 40대의 젊은 용장인지라, 단우는 상대가 되질 않았다. 이신은 10여합 만에 단우의 목을
베어 버렸다. 왕전은 그 기회를 이용해 燕나라의 대궐로 쳐들어가, 燕王을 생포함으로써
연을 패망시키고 말았다.燕나라는<戦国七雄> 중에서도 역사가 가장 오랜 나라다.
召公奭이周武王에 의하여 燕王으로 정해진 이후로, 34대를 계승해 내려오며 8백 98년이나
누려 오던 왕국이 하루아침에 허무하게 망해 버린 것이다.
이신은 태자 단우의 머리를 본국으로 가지고 돌아와 진왕에게 전승 결과를 보고하니
秦王은 이신의 공로를 크게 칭찬하며 말한다.
"연나라를 평정했으니 이제는 내친 김에 楚나라도 쳐 없애야 하겠소. 초는 일찌기 연과 함께
연합군을 조직해 가지고 우리를 괴롭혔던 일이 있으므로, 우리는 이번 기회에 초에 대한 원수도
갚아야 하오. 장군은 군사를 얼마나 가지면 초를 정벌할 수 있겠소?"
이신은 승리에 도취하여 마음이 몹시 교만해졌는지라, 그는 서슴지 않고 이렇게 대답하였다.
"20만 군사만 주시면 신이 기필코 초를 섬멸시키켜 버리겠습니다.
그러나 진왕은 신중을 기하려고 왕전 장군을 불러 참고삼아 그의 의견도 물어 보았다.
"장군은 군사를 얼마나 가지면 초를 섬멸시킬수 있다고 생각하시오?" "초는 七雄中 최강국이기
때문에 60만 군사는 있어야 할 것이옵니다." "알겠소이다. 물러가서 편히 쉬시오.”
왕전이 물러가자, 진왕은 측근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왕전 장군은 이미 너무도 늙었구나,
이신은 20만이면 초를 섬멸시키겠다고 하는데, 왕전은 60만이 있어야 승리할 수 있다고 말하니
그러고서야 어찌 용감한 장수라고 말할 수 있겠느냐?"
그리하여 李信과蒙怡두 장군에게 군사 20만을 주어 楚를 정벌하라는 명령을 내리려 하였다.
그러자, 丞相李斯가秦王에게 품한다. 楚와魏는 동맹관계가 있어서, 우리가 楚를 치면 魏军이
반드시 加势하게 될 것입니다.그러므로 초를 치기전에 魏나라를 먼저 쳐 없애야 합니다."
진왕은 그말을 듣고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과연 옳은 말이요.
그러면 魏나라부터 쳐버리기로 합시다.
위나라를 치는데는 어느 장수를 보내면 좋겠소?" 승상 이사가 신중히 생각하고 말한다.
왕전 장군을 총사령관으로 보내시면 위를 틀림없이 정벌 할 수 있을 것이옵니다."
그러나 진왕은 고개를 설레설레 내저었다. "왕전 장군은 너무 늙어서 안 되겠습니다.
이신 장군은 20만명을 가지고 초를 섬멸시키겠다고 하는데, 왕전 장군은 60만이 있어야 하겠다고
했으니 그렇게 무력해진 노장이 어떻게 위를 섬멸시키겠소."
이사는 견해를 달리 하는 듯 고개를 기울였다.
그러나 왕명을 거역할 길이 없어서, "왕전 장군이 너무 늙어서 못 쓰시겠다면 그의 아들 왕분(王贲)을
보내시면 어떠하신지요. 왕분 장군은 나이는 젊어도, 아버지를 닮아 용감 무쌍한 장수이옵니다."
"그거 참 좋은 생각이오. 왕분 장군을 이자리에 부르시오."진왕은 왕분을 불러 말한다.
"승상의 천거로 그대를 토위 사령관으로 임명한다.군사 10만을 줄 테니, 그대는 魏를 정벌하여
큰 전공을 세우고 돌아오도록하라."왕분으로서는 파격적인 영진인지라, 그는 크게 감격하며 맹세한다.
"소신은 대왕 전하의 과분하신 은총에 보답할 만한 전공을 세우지 못하면 살아서는 돌아오지
아니하겠습니다."왕분은 그 날로 10만 군사를 거느리고 위나라로 쳐들어갔다.
그리하여 위나라의 도성인 太梁城 부근에 진을 치고, 정세를 살펐다. 魏王이 이 사실을 알고,
크게 당황하여 군신들에게 묻는다. "진장 왕분이 10만 군사로써 우리의 도성을 겹겹이 포위하고 있으니
이를 어찌 했으면 좋겠소?"늙은 중신이 대답한다."신이 보옵건대, 왕분이란 자는 새파랗게 젊은 놈이옵니다 .
따라서 그는 병법을 제대로 터특하질 못했을 것이므로, 우리는 거짓 항복을 해 가지고 그를 생포해 버리면
어떠하겠습니까?" "그거참, 신묘한 계략이오. 그러면 诈术을 써서 왕분을 생포해 버리기로 합시다."
위왕은 곧 왕분에게 사신을 보내 항복할 뜻을 통보했다.
왕분은 위왕의 서한을 받아보고 위나라의 사신에게 말한다. "위왕이 항복을 하겠다는
이런 기쁜일이 없소이다.그러면 위왕께서 나를 직접 찾아와 항복 문서에 정식으로 调印해 주시기만을
기다리고 있겠소. 나는 그 문서가 있어야만 대왕전에 보고를 올릴 수 있을 것이므로,
위왕은 내일 중으로 반드시 나를 찾아오시도록 전해 주세요.
"잘 알겠습니다. 곧 돌아가서 장군의 뜻을 전달해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위의 사신은, 왕분이 위나라의 술수에 걸려든 줄로 알고, 크게 기뻐하며 돌아갔다.
왕분은 적의 사신을 돌려보내고 나서 장수들에게 웃으며 말했다. "위왕은 내가 나이 어린 것을 깔보고
나에게 거짓 항복을 꾀하고 있으니 실로 가소롭기 짝이없는 일이다." 장수들은 고개를 기울이며 말한다.
"어떤 점으로 보아서 거짓 항복이라고 판단 하시옵니까?"
"생각해 보시오. 싸워 보지도 아니하고 항복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 소리요?" 적은 거짓 항복으로
우릴 안심 시켜놓고, 일거에 기습하여 승리를 거둘 계획임이 분명하니,
우리는 저들의 계략을 역이용하여 오늘 밤 안으로 끝장을 내버려야 하겠소." 그리고, 왕분은 즉석에서
다음과 같은 군령을 내린다."우리 군사 8만 명은 4만 명씩 두대로 나뉘어 소리없이 이동 대량성 부군에
잠복해 있도록 하라. 그러다가 오늘 밤 위왕이 우리를 기습하려고 성을 나오거든, 그 틈을 타서
적의 본거지를 일거에 점령해 버려라. 나는 2만 군사를 거느리고 20리 밖으로 후퇴해 있다가,
적이 내습해 오거든 후방으로 돌아가 위왕을 대번에 생포해 버리기로 하리라."
그렇게 왕분은 적의 야간 기습을 대비 만반의 준비를 세워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한편, 위왕은
사신이 왕분을 만나 보고 돌아오자마자 사신에게 묻는다. "왕분을 만나보니 그자가 뭐라고 하더냐?"
"왕분은 우리가 항복하겠다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자기네 군사를 무장 해제까지 해놓을 테니
대왕께서 내일 중으로 자기를 직접 찾아와 항복 문서에 조인만 해달라고 말했습니다."
위왕은 그 말을 듣고 크게 웃었다. "하하하, 왕분이라는 자가 우리의 위장 항복을 철썩같이 믿고 있다니,
역시 젖비린내 나는 철부지가 틀림이 없구나. 우리는 오늘 밤 적을 일거에 기습 섬멸시키고 왕분을
사로잡아 버리기로 하리라." 위왕은 호언 장담을 하면서 날이 어둡기를 기다려 모든 군사를 총동원하여
진군 섬멸을 위한 행동에 나셨다.대량성 근방에 매복해 있던 진군은 위왕이 멀리 가 버리기를 기다려
일거에 기습을 감행하여, 위의 본거지를 쉽게 점령해 버렸다.
위왕은 그런 줄도 모르고 군사들을 휘몰아쳐서 적진을 기습했다. 그러나 적진은 텅비어있지 않은가.
"아니, 이거 어떻게 된 일이냐." 위왕은 크게 당황하여 급히 회군을 하려고 하는데, 돌연 어디선가
큰 함성과 함께 어둠 속ㅌ에서 복병들이 구름 떼처럼 아우성을 치며 엄습해 오는 것이 아닌가.
위왕은 혼비백산 도망을 치는데, 이번에는 왕분이 앞길을 가로막고 위왕의 목을 단칼에 베어 버렸다.
이리하여 魏는 나라를 일으킨 지 8대 1백 79년 만에 마침내 진나라 손에 멸망하고 말았다.
1-040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