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보고싶어서 왔다.
그녀와 결혼 할 생각도, 사귀어볼 생각도, 그렇다고 가볍게 여길 생각도 안해봤다.
" 이름이 뭔데? "
" 흠, 제일 좋아하는 인형 이름에 무슨 이름 붙였는데? "
" …숙자 "
" 피식, 그럼 난 숙자할래. 숙자 "
오늘도 빨간색 립스틱을 발랐다.
평범한 디자인의 싸구려 립스틱이지만,
싸구려한테는 싸구려가 어울리는 법이니까,
오늘도 기본만 시키는 저 오빠는, 나만 찾는다.
꼭 팁을 더 주는 것도 아니고 그냥 기본 팁만 주고 몇가지 얘기만 하다가 유유히 가버리는,
그냥 평범한 회사원 이다.
" 오빠는 이런 데 안어울리는데 "
" 왜? 그냥 회사원이라서? 오빠도 다 이런데에서 접대해야해 "
" 내가 한심해 보이지? "
" … "
" 왜 이런데서 몸팔까 한심하나? "
" 그런 생각 안해봤어요 걱정하지 말아요 "
" 미안하다. 오늘 이런말 해서‥ "
편해서일까?
해선 안되는 말이 마구마구 튀어 나왔다.
나도 내가 왜 이렇게 살까 해도,
난 어쩔 수 없는 싸구려니까 그런거라고 날 위로하는게 다이다
" 바람, 바람맞으러 갈래요? "
" 바다라‥ 좋아. "
빨간색 립스틱을 과감하게 버렸다.
그냥, 순수해지고 싶어서 일까? 아무것도 바르지 않은 채 그에게 갔다.
그도, 그냥 평범한 차림이었다.
바다를 보러갔다. 얼마만일까? 5년? 아니, 6년? 아니‥8년? 그래.
정확하게 8년이다. 고등학교때 졸업여행으로 간 것이 다였으니까
" 이렇게, 예뻤나? "
" 바다가? "
" 응 "
그도 오랜만일까? 바다란 것이?
아니다. 그는 마음만 먹으면 볼 수 있겠지,
그게 그와 나의 차이점이다.
그가 날 보는 눈빛이, 그냥 술집여자로 보지 않는다는 것은
오래전 부터 알았다. 그가 다른 거래처 회사를 접대할때.
그때부터 느꼈던 것이니까.
" 우리 처음 만났을 때 기억나요? "
" …별로 "
" 왜, 나 그때 술병으로 머리 맞았을때, 당신이 반창고 붙여 줬잖아 "
" 있잖아 "
" 응 "
" 그렇게‥아무렇게 얘기하지 마. "
" … "
" 그 때, 힘들어했잖아 아파했잖아. 그런데 왜 아무렇지 않은 척 해? "
너무나 정확했다.
정확한 곳을 찔러버렸다.
아무도 건들이지 못한, 아무도 발견하지 못한 그 부분을 건들인 것이다.
" 피식, 우리집 갈래? "
내가 먼저 우리집에 가자고 했다.
불편했기 때문이다. 이런 좋은 바닷가 소리가 적응이 안됐기 때문이다.
반지하방에, 원룸이었다.
침대하나 화장대하나 냉장고 하나 장롱하나있었다.
" 피곤하다 자자. "
그도 피곤했는지, 군소리 안하고 그냥 침대에 누워서 잤다.
그의 자는 모습은 너무나도 편안해 보였고 귀여웠다.
나는 일어나서 일하는 옷으로 갈아입고, 화장을 고쳤다.
그리고, 서랍 깊숙히 숨겨놓았던 약을 꺼내서 하나하나씩 꾸역꾸역 삼켰다.
숨도 못 쉬게 될 지경이 되어서 거울을 보았다.
초췌했다. 그리고, 빨간색 립스틱을 발랐다.
-
내가 눈을 떴을 때는 그녀는 깊은 잠에 빠져든 뒤였다.
내가 매일 보던 옷차림으로 아주 편안하게 잠들고 있었다.
나는 그녀의 집안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그녀의 화장대에서 하얀색 약과 거울에 빨간색 립스틱으로 써져 있는
글을 보았다.
' 당신 잘못 아니다, 그냥‥ 내가 그냥 아팠던 거야 '
그녀는 바다로 갔다.
그리고, 나는 울지도 그녀를 따라 죽지도 않았다.
그녀를 사랑했지만, 그녀를 따라 죽을만큼 행복한 추억이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아름다웠고
빨간색 립스틱을 바르고 도도한 표정을 지으면서 얘기 해줄 때가 가장 예뻤다.
" 부디 좋은 곳으로 가길, "
내가 해 줄 말은 이 것 뿐이라 안타까울 뿐이지만,
이 말이 그녀에게는 최고일 것 같았다.
-
안녕하세염
마녀향입니다. 이번에는 그냥 반전없는 소설을 들고 왔습니다.
간단하게 줄거리를 소개해드린다면,
자신을 비관하게 생각하는 술집여자가 한 남자를 만나면서
행복을 느끼지만, 그것이 자신이 가질 수 없는 행복이라는 것을 알고
자신의 감정을 못이겨 자신이 스스로 죽음을 택하는
아주 스으으으으으을 픈! 애절한 사랑얘기였습니다.
남자가 마음에 안들어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저는 상당히 마음에 들어염!
남자가 여자를 사랑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추억이 너무 짧아서 꿈같아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이죠. ㅎㅎ
또 전개가 빠를지도 모르겠네요. 감안하고 봐주시구요
대박터지세요V
첫댓글 프히힛. 슬픈소설에 웃음이라니 어울리지는않지만... 저는 댓글을쓸때 꼭 웃어야한답니다! 잘봤어요 흐흣. 갑자기 남자도 확- 따라죽었으면 하는생각이.......작가님도 대박터지세요V!!
ㅎㅎ네네! 선야님도 대박터지세요! 잘보았다니 감사합니닷!
오우 결말에 깜짝!
자살에 놀라신건가요?ㅎㅎ 아무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