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에 읽는 오늘의 詩 〈1236〉
■ 겨울산 (황지우, 1952~)
너도 견디고 있구나
어차피 우리도 이 세상에 세 들어 살고 있으므로
고통은 말하자면 월세 같은 것인데
사실은 이 세상에 기회주의자들이 더 많이 괴로워하지
사색이 많으니까
빨리 집으로 가야겠다.
- 1990년 시집 <게 눈 속의 연꽃> (문학과 지성사)
*12월 초순 들어 눈발이 날리면서 날씨가 매서워지는 요즘입니다. 어느새 겨울로 변한 주변의 산들은 앙상한 나무와 볼품없이 뒹구는 갈색의 잎사귀들로 덮여 처연하고 황량한 느낌을 주며 더욱 싸늘한 모습으로 비치는군요.
겨울준비를 마친 시골에서는 아무리 추워도 따뜻한 벽난로 아래 뒹굴거리며 행복한 하루를 보냅니다만.
짧고 간결한 형식의 이 작품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이 詩의 주제는 춥고 황량한 겨울산의 모습을 1980년대 독재체제의 팍팍하고 고단한 삶과 비교하면서, 겨울산이 견디고 있는 것처럼 자신도 고통을 인내하며 살아갈 것이라고 다짐하는 작품입니다.
이런 배경을 바탕으로 삶이란 이 세상에 세 들어 사는 것이며, 우리들이 마주하는 어려움이나 괴로움도 월세처럼 꼬박꼬박 지불해야 하는 것이라 말합니다. 그런데 기회주의자들은 물질이 풍족할지 몰라도, 자기합리화를 위해 잔머리를 굴리느라 오히려 더 고통스러울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결국, 불합리한 사회에서 우리들이 고통을 견뎌야 할 이유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집에서 기다리고 있는 가족들 때문이며, 따라서 가족들이 기다리는 집으로 빨리 돌아가야겠다고 담담하게 말하고 있군요. Choi.